여자란 무엇인가 - 도올 김용옥 지음

진얼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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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란 무엇인가 - 도올 김용옥 지음

<여름방학 특별기획 - 그대안의 블루>

 

여자란 무엇인가

도올 김용옥 지음. 통나무. 1986. 1. 1

 

 

중고등학생에게 독서를 가려서 할 것을 주문하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다. 그것은 중고교 시절은 습자지와 같은 시기이기 때문이다. 주는대로 쭉쭉 빨아들이나 필터링이 없는 시기. 느끼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받아 들인 그 느낌대로 생각하고 사고하는 시기. 그래서 이 시기에 좋은 가르침과 좋은 독서를 하면 두고두고 바른 가치관과 사고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 반대의 상황이라면 일백프로 장담 할 수는 없지만 분명 좋지 않는 사고를 가지게 될 것이다. 나의 경우에는 후자 쪽에 속한다. 어린 시절 나름 상당히 바른 생활을 하던 나의 세계는 그야말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세상이었다. 정치를 몰랐기에 더더욱 그러했겠지만 분명 나의 세상은 티끌없이 맑고 투명한 세상이었다. 그때 내 손에 굴러 들어 온 책 한권. 그것은 충격이고 또한 혁명이었다. 내가 알던 세상은 절대 아름답지 않았다.

 

<여자란 무엇인가?> 이 책은 도올 김용옥 선생이 동양사상을 일반인들이 조금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든 '동양사상입문특강'으로 고려대학교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글로 정리한 일종의 강의록이다. 말을 글로 옮기면서 대학생 중심으로 했던 난해한 단어들이나 문장들을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비교적 부드러운 단어들과 알기 쉬운 문장들로 풀어서 설명을 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책이 어려웠다. 일단 한자가 즐비했던지라 옥편을 끼고 보지 않고서는 진도가 나가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였으며 모르는 지명과 인명도 너무 많았고 일단 모르는 주제들이 너무 많았다. 그렇게 나는 무식했다. 그래도 나름 학교에서는 목소리 내면서 사는 '깨어있는 학생'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두발자유화' 같은 학생인권운동도 하고 그랬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나의 한계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무식했다. 그리고 멍청했으며 한참 모자란 인간이었다. 책을 읽고는 알 수 없는 자괴감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이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철학'이란 것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철학'이란 알다가도 모를 학문과의 조우가 이루어졌다.

 

일단 내가 아는 가장 유명한 철학자들의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칸트, 쇼펜하우어, 소크라테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난해했고 도무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한장을 읽는데 1시간이 걸렸고 노트에 필기를 해놓고 시간이 날때마다 읽어도 뭔가 와닿는게 없었다. 그래서 방향을 바꾸기로 했다. 동양철학을 공부해 보기로 한 것이다. 일단 도올 김용옥 선생의 책들을 한권한권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생님의 책에서 언급된 또 다른 책들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개론서가 많았던 김용옥 선생님의 책은 더욱 지식의 갈증을 유발했다. 나는 장자도 몰랐으며 논어도 맹자도 몰랐다. 하는 수 없이 그것들을 공부했다. 고전을 공부하려니 한자학습이 필요했다. 그래서 한자를 공부했다.

 

철학이란 학문은 성격상 모든 학문의 위에 존재하는 학문이므로 다방면으로 학습을 할 수 밖에 없다. 정치, 수학, 역사, 미학, 예술, 경제학, 군사학... 하지만 어린 나에게는 체계적으로 이런 것들을 가르쳐 줄 곳도 사람도 없었다. 그러다보니 내 안에서 이런 것들을 이해하는 어떤 방향이 생겨났는데 그것은 말 그대로 반사회적인 것이었다. 사회가 모두 옳지 않고 잘못되었다는 그릇된 사고가 머리 속에 박힌 것이다.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옳지 않게 보였다. 어른스럽지 못한 인간들이 싫었고 남의 것을 뺐고 힘만 앞세우는 친구들이 싫었다. 뭔가 바른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정치와 사회가 싫었고 우리 집이 싫었고 우리 학교의 교육방침이 싫었다. 대입시험이 싫었고 선생님이 싫었다. 점점 삐뚫어져만 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정말 옛속담 그대로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나는 어설픈 학습을 바탕으로 나 자신을 잡아 먹고 있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칼을 물고 지내는 생활을 거듭하던 중 나는 어떠한 계기로 <여자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다시 펼치게 되었다. 헌데 그 안에 적힌 내용은 그동안 내가 이해하고 있던 책의 내용과는 사뭇 다른 것이었다.

 

사회는 모두 잘못되었어! 네가 알고 있는 지식은 모두 거짓이고 기득권층이 만들어낸 허상이야! 이런 것도 몰라! 음모! 거짓! 비리! 날조... 분명 그동안 내가 이해해 오던 책의 내용은 이런 것이었다. 헌데 다시 책을 읽었을때 그 안에는 네가 바르게 생각하고 이해해야 우리 나라가 바르게 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이 지식인의 몫이다. 남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 보다는 바른 네 의지와 사고로 모든 것을 바라보라, 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런 내용이 책에 있었다기 보다는 내가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읽은 책들을 다시 읽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런데 모든 책들이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다른 내용이었다. 어쩌면 나는 지식에 눈이 멀어 지혜의 글을 보지 못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내가 지금까지 책에서 읽었다고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사실은 내가 그렇게 읽고 싶어서 읽은 것이고 내가 그렇게 이해하고 싶어서 이해한 것들 뿐이었다. 우물 안에서 3년이란 세월을 허비했던 것이다.

 

책은 인간의 사고와 생각의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위대한 예술이다. 책이 만든 많은 사람들은 자신을 바꿔준 책들을 자신의 아이와 친구, 가족에게 이야기 해줄 것이고 그것을 계기로 또 다른 사람의 삶이 바뀐다. 그리고 그 바뀐 인생은 내 주변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고 세상을 바꾼다. 정말 멋진 일이 아닌가? 물론 잘못된 이해로 세상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사람도 생겨날 것이다. 하지만 삐딱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거꾸로 바라보는 시선도 모두 무시 할 수 없다. 그리고 무시하지 말라고 책은 존재하는 것이다. 나와 남의 다른점을 이해했을때 사회는 건강해진다. 나는 많이 배우지도 못하고 그다지 영특한 인물도 아니지만 행복한 책읽기를 하는 사람이라는 점에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 나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가슴 속에 한권의 책을 담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인생에서 나의 첫 터닝포인트를 말해보라면 나는 당당히 이 <여자란 무엇인가>란 책을 두번째 읽었던 때라고 말 할 것이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이 책을 읽기 전과 후가 확연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그것이 물론 긍정적인 '다름'이길 바라지만 그 전의 내가 쭉 지속되었다면 더 나은 사람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라는 궁금증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의 내가 그대로 지속되었다면 분명 멸 재미 없는 사람이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재미없는 것은 싫다. 그래서 난 지금의 내가 좋다. 지금의 나는 재밌으니깐.

 

(두서 없이 쓴 글이라 뜬금없는 말도 튀어 나오고 문맥에 맞지 않는 문장도 마구잡이로 튀어 나오는데... 욕하지는 말아주시길... 내가 두서 있게 글을 쓸 줄 알았다면 이러고 살지 않습니다. 진작에 작가로 나섰지... ㅋㅋㅋ)

 

* 참고로 난 언젠가 제대로 '철학'을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철학과를 가겠다고 했다가 부모님께 뭇매를 맞았지만... 뭐, 괜찮다. 공부에는 때가 없으니깐... 늦게라도 내 능력으로 공부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그날을 위해 오늘부터라도 열심히 돈을 모아야 겠다. 그래서! 나는 다음주부터 다시 일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