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의 여동생 때문에 헤어졌습니다. 이게 제탓인가요?

뒤통수201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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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여기에 오고 가는 20대 중반의 여성입니다.

저도 톡에서 보던 일 당할 줄은 몰랐습니다.

지금 너무 분하고 억울하고... 그렇습니다.

 

애인과 저는 3년째 교재 중이었고, 애인쪽은 향후 저와의 결혼을 생각하고 있었고 저 역시 한다면 애인과 하고 싶은 마음이었죠.

 

사귀고 1년 반 정도 지났을 때였나요. 애인이 본가로 초대 했습니다.

애인은 혼자 살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절 보고 싶어한다고, 처음으로 여자를 소개하는 거라고 같이 가주길 바라더라고요.

 

저는 결혼이 확정되기 전까지는 되도록이면 출입하고 싶지 않았지만(별 해괴한 여친 부려먹기를 하는 집들이 있으니까 불안해서요) 애인이 간곡히 부탁을 하길래 약한 맘에 허락을 하고 말았습니다.

 

사실 가기 전부터 애인 집안에 대한 인상은 좋지 않았습니다.

 

어머니는 사치가 심한 사람이었고, 아버님은 고액 연봉자였지만 무슨 돈 버는 기계로 취급하는 여자라고 하더라구요.

두분이 각방을 쓴지는 수십년이 지났구요. 애인 입버릇이 아버지가 불쌍하다 였습니다.

친척들끼리는 소원해서 명절에도 겨우 볼까 말까이고...

거기다 남녀차별이 심해서 여동생에게는 변변찮은 과외한번 시킨 적이 없으면서, 애인에게는 과목별로 과외 선생을 붙였고, 심지어 미술 학원에 돈을 주고 그림을 받아와서 학교에 제출하는, 치맛바람이 굉장히 심해서 동네에서 아주 유명했던 사람이라고 들었거든요.

그것 때문에 반발한 애인이 학창시절에도 많은 방황했고, 성인이 된 이후 바로 독립했다고 알고 있었으니까요.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희집은 모든게 애인집과는 반대였으니까요.

저는 양가 모두가 종갓집과 큰집이고 친척들끼리도 굉장히 친밀해서 자주 봅니다.

가족들간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화목한 집이라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라고 애인은 그러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불안했지만 초대를 받아서 갔습니다.

다행히도 가족분들은 절 예쁘게 봐주셨고 이후 저 역시 불안감을 접고 좀 더 편하게 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애인의 여동생과 둘만 남아있을 때 말했습니다.

 

"실례지만 저는 결혼하기 전에는 애인 집에가서 일을 할 생각은 없어요. 저는 손님이니까요.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을 갔다 오기 전까지는 사람을 일은 모르는 것이고, 저는 초대를 받아 가는 사람이니 절대 거기서 일은 하지 않을거에요."

 

여동생은 당연하다고 그러라고 했습니다.

자기는 현남편과 결혼 예정없이 사귈 때 조차 유별난 시아버지 때문에 밥차리고, 빨래하라는 소리까지 들었다면서 그거 안좋다고 이해한다고,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였고 저는 그걸로 된 줄 알았습니다.

그리고 가족들이 절 마음에 들어하신 터라 초대가 자주 오게 되었고, 거절하기도 곤란해진 터라 저는 한달에 한 두번 정도는 그곳에 드나들게 되었습니다.

 

타지방에 사는(차로 2~3시간 걸리는) 여동생은 항상 친정에 있었습니다.

제가 본 최고 길었던 기간은 2달 이상이었고, 한달에 3, 4번도 더 왔습니다. 오면 최소 3, 4일이었고요. 1, 2주씩 친정에 있는 것도 자주 있는 일이었습니다.

남편은 혼자서 지방에서 회사를 다니고요. 부부 사이야 모르겠지만 제 생각엔 거의 별거였습니다. 돈만 벌어다 주면 바람을 피든 뭐든 상관 없다고 하는 말까지 웃으개 소리인지 진담인지 모르게 하는 걸 들으니 머리가 아파오더라고요.

저는 그부분에 대한 생각은 그만 뒀습니다.

 

항상 친정에 있는 여동생에겐 갓난 아이가 둘 있었는데 이제 막 걸음마를 하는 그런 아이들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을 좋아했고, 아이들 역시 절 잘 따라주었던 지라 애인과 셋이서 아이를 데리고 놀러도 가고 데이트도 했습니다.

초대를 받아 가면 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놀아주었구요. 나중엔 아이가 제가 보고 싶다고 울고 찾고 했나봅니다. 저는 기쁘게 가서 또 열심히 놀아주었고 그건 저도 굉장히 기쁜 일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외출을 한다고, 휴일에 아이 좀 같이 봐달라는 부탁까지 기쁜 마음으로 선뜻 들어 줄 정도로요.

토요일, 일요일. 아침부터 밤까지 정말 하루 12시간씩 아이를 본 적도 꽤 있습니다. 못봐도 대충 8시간 이상은 아이를 본 것 같네요.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절 탐탁찮아하는 여동생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모르는 척 했습니다.

오해이면 풀릴 것이고, 제가 잘 못했다면 욕을 먹어도 당연한 일이었고, 주는 것도 없이 밉다면 어쩔 도리가 없으니까요.

 

그러던 어느날 애인 입으로 들었습니다.

"너 그날 사람이 들어와서 저녁 먹는 걸 봤는데 한번 와서 드시라는 말도 안했다고 뭐라고 하더라."

 

네, 그건 제가 잘 못했습니다.

그날은 비록 아침 10시부터 저녁 8시 반까지 아무것도 못 먹고 애들 보다가, 이제 곧 어머님이랑 여동생이 온다는 말만 믿고 미련하게 기다리다 쫄쫄 굶고, 겨우 짬뽕 한 그릇 시켜 먹고 있었지만, 권하기라도 했어야 합니다.

비록 애인이 저녁 먹었냐고 묻는 말에 자신들은 먹고 왔다고 방에 들어가셨지만 그래도 어른께 한번쯤 여쭤봤어야 하는 일이니까요.

그것은 명백한 제 실수라 저는 "그건 내 잘못이다. 죄송하다고 전해달라" 애인에게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제는 "걘 어떻게 와서는 한번도 어머님, 설거지 제가 할게요 란 말을 안하냐. 누가 진짜 시킬까봐 그려냐."고 어머니와 여동생이 절 욕했답니다.

둘이서 욕하다가 애인을 불러다가 달달 볶을 정도로 말이죠.

결국 저보고 너 애인한테 그 말 듣고 와서 설거지 한다는 소리 하란 말입니다.

 

저는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애인한테 단호하게 거절했습니다. 내가 그럴 일은 죽었다 깨어나도 없을 거라고.

 

"나는 그 부분에 관해선 미리 말씀을 드려서 양해를 받았으며, 내가 그렇게 해야할 이유는 없다. 내가 왜 오빠 집에가서 그래야 하는데?"

 

애인은 어머니 성격에 절대 안시킬 꺼라고 그런 시늉이라도 좀 해주면 안되겠냐고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또 전 거절했죠.

 

"맘에도 없는 소리 하면 좋다고 할 정도로 오빠집 사람들 쉬운 사람들이야? 그렇게 멍청하고 만만한 사람들이야?

그 말 들었다고 쪼르르 가서 설거지 제가 할게요~ 하는 건 더 우스워.

그리고 설거지 제가할게요, 제가할게요. 그러다보면 항상 설거지 하겠다고 하는 데 한번 시키지 뭐. 이렇게 안되라는 보장 있어? 그때 가서 안시킬질 알고 그랬는데요 라고 말해도 돼?

다 아는 데, 그 말 했다고 뽀르르 가서 안시킬 거 알면서 설거지 제가 할게요~ 하면 그건 또 얼마나 속보이는 우스운 짓이야? 안시킬거 뻔히 아니까 그제야 속보이게 저런다고 욕할 수 있는 거 아냐?

나는 그집에 초대를 받아 손님으로 갔으니 절대 그럴 수 없고, 나는 우리집안에서 그렇게 배우고 자랐어.

하지만 오빠가 날 논리적으로 설득해주면 나 바로 가서 사과드리고 할 수 있어. 하지만 그 전엔 나한테 그걸로 왈가왈부하지마.

그리고 오빠 집에선 그 일로 날 거리감 있게 생각하시는 것 같으니 더 이상 오빠 본가엔 가지 않겠어. 내가 지금 이대로 해도 된다고 하면 가겠지만, 아니니까 앞으론 안가."

 

저는 단칼에 거절했습니다.

어차피 안시킬 설거지인데 그 말을 듣는가 안듣는 가가 왜 중요합니까?

그리고 그런 말을 제가 왜 해야하는 겁니까?

 

저는 정말로 어른들께 그렇게 배웠거든요.

(제 할머님은 올해 칠순이신데 며느리를 셋보셨습니다.

복잡한 집안 사정으로 16에 시집와 시어머니를 둘이나 모셨고요, 20대 과부가 되셨습니다.

시집살이 참 모질게 하신 분이에요. 눈물이 날 정도로 고생도 하셨고요.

 

하지만 숙모들은 시집가기 전부터 본가에 많이 왔지만 설거지는 커녕 식 전엔 과일 한번 깍아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할머니께 여쭈었더니 "다른 집 귀한 딸 며느리로 받아들이면 고마워 하는 게 당연하지. 결혼 전부터 함부로 남의 집에서 손에 물묻히게 하는 거 아니다. 그건 당연한거야."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인사차 본가에 왔을때도 그렇게 말씀하셨다는 군요.

결혼식 치르고 올때까지 우리 집에선 밥 먹으로 수저 잡는거 빼곤 절대 일하지 말라고. 말도 꺼내지 말라고. 그런건 말로도 함부로 하는 거 아니라고. 사돈들 볼 면목이 없다고. 절대 하지 말라고.

 

비단 그것 뿐만이 아니라 정말 이상적인 시어머니 상이라 고부갈등이란걸 전 본적이 없습니다.

지금도 말로만으로도 뭐해라 뭐해라 시킨 적 한 번 없으십니다. 정정하신 분이라 본인이 직접 하시겠다 나서는 일이 많아 가족들이 말릴 정도입니다.

오죽하면 숙모들이 남편도 아이들도 없이 혼자서 시댁에 내려가 2, 3일씩 자진해서 있다 올까요.

그래서 숙모들은 좋은 시어머니 만났다 항상 저희들에게 자랑하시며 꼭 저런 분 만나라고 설교셨고, 어느 사람들이건 저희 할머님 인격이 정말 훌륭하시다 그랬습니다.

저도 그런 할머님이 자랑이고요.)

 

저에게 저런 말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었습니다.

전 결혼 전은 커녕 저희 부모님은 애인의 존재조차 모르고 계신데요.

 

저는 그 말 이후 애인에겐 미안하지만 그 집안의 격이 떨어진다는 생각에 속으로 혀를 찬 것도 사실입니다.

(집안의 격이란 경제적 사정만이 아닌 무형의 어떤 것과 가풍으로 수준이 나눠지니까요)

이래서 집안을 보고 사람을 사귀라는 말이 있나보다,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정말 너무나도 실망스러웠고,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징그러웠습니다.

 

전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그 집에 손님으로서의 도리를 못했다곤 전혀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갈때마다 빈 손으로 간적도 없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성의, 식사 후 후식으로 케이크나 아이스크림을 사간다거나, 과일을 사간다거나 했습니다.

저는 취미로 베이킹을 하는 지라 제가 만든 케이크나 머핀, 과자며 손 많이 가는 정과에 양갱까지 만들어 가거나 보내기도 했습니다.

정말 하다 못해 애기들이 좋아할 간식이라도 가져갔습니다.

밥 먹을 때 잘먹겠다, 잘먹었습니다는 당연히 했고 먹은 그릇 개수대에 담그는 것 정도는 당연한 일이니 항상 했습니다.

음식 준비는 돕지 않았지만 그 사이 아이 둘과 놀아주고요.

저는 제가 초대 받아 간 손님으로 할 도리를 다 했다고 생각했었고,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몸이 약해 자주 쓰러지는 것 역시 그 집에선 다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길게 서있지 못하는 것도요.

손발이 차서 밤에 잠 못자는 일이 다반사인 것도 아는 사람들이 저한테 그랬습니다.

저는 도통 그 집안이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냥 그렇게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그게 몇달이 지난 뒤까지 그 일이 말썽이 되었습니다

그 여동생은 애인한테 제 험담을 몇달동안 계속 한겁니다.

(거기에 휘둘리는 애인도 참 병신 같지만)

그 말 했다고 삐져서 안오냐고. 웃긴다고. 걔는 성격이 왜 그러냐 부터 별 소리를 다 했더라고요.

 

그 사실을 안 저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고 이별을 통보했습니다.

저는 욕을 먹을 만큼의 잘 못을 하지 않았다고 판단했으니까요.

그리고 제가 삐져서 안가는 건가요?

제가 저 상황에서 가면 무슨 꼴을 보겠습니까? 애인은 얼마나 곤혹스러울까요?

 

하지만 애인과의 문제로 헤어진 것은 아니라 그냥 가끔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 정도로 남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오랜만에 연락이 되어서 받았더니 그럽니다.

여동생이 아주 잘 헤어졌다고 칭찬했답니다. 그리고 "걔는 그래서 결혼은 못하겠네."

 

그 말을 얼떨결에 전한 그 놈도 미친놈이지만, 어찌나 여동생한테 화가 나는 지.

"시댁 몰래 남편 회사 기숙사에 쳐박아 놓고 친정 옆에 이사 올 생각이나 하지 말고 본인 결혼 생활이나 잘 좀 하라고 전해줘"라고 하고 싶은 거 꾹 참았습니다.

지금도 그 말 하고 싶은 거 꾹 참고 있습니다.

 

정말로 제가 성격이 이상한 겁니까?

저희 집안이 이상한 겁니까?

저는 저희 집안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데 제가 이상한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