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점쟁이 낙지 ‘얄리’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그 이후로 무려 30여 통의 미니홈피 쪽지와 이메일을 받았다. 하나하나 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글 쓸게요”라고 틀에 박힌 답변을 하는 것보다는 재미있는 반응에 나도 재미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어떤 여성분이 “너 정말 내 친구 같아서 반말로 할게. X신 같지만 멋있어”라고 하기에 나도 답했다. “어. 고마워. X신 취급 해줘서. 그런데 너 혹시 내 전 여친 XX랑 친구니? 걔도 나한테 매일 X신 같다고 했거든.”
CTRL+C와 CTRL+V?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출전시켜주신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담하는데 K-리거 100명 중에 97명은 인터뷰에서 이런 대답을 할 것이다. 뭐 어디 K-리거의 화술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따로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몇몇 구단에서는 리그 개막을 앞두고 화술 강사를 초빙해 선수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범 답안 같은 인터뷰가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히 팀이 이겨야 내가 있는 것이고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감독과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건 절대 거짓이 아닐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가장 기초적인 답변보다 한 차원 더 솔직한 답변을 원한다. 인터뷰하는데 이런 기초적인 거 말 안한다고 천하의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라고 지적할 사람 아무도 없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글 쓸게요”라는 내 답장이나 선수들의 교과서적인 발언이나 다를 게 없다. 우리 조금 더 솔직해지자.
CTRL+C와 CTRL+V로 이뤄진 앵무새 같은 답변은 이미 네 번이나 재방송된 <러브스위치>를 보는 것보다 재미가 없다. 땀으로 범벅된 우락부락한 남정네들의 앵무새 같은 답변보다는 차라리 <러브스위치>에 나오는 아리따운 여성들이 나를 더 유혹한다. 나는 앵무새처럼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 K-리거의 답변을 원치 않는다. 몇 개의 답변 중 선택해야하는 FM과 다를 게 뭐가 있나.
고종수는 솔직한 선수였다. 이런 솔직한 고종수가 있었기에 K-리그가 더 즐거웠다. ⓒ연합뉴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선수, 이천수와 고종수
일부 선수들과 구단은 착각을 하고 있다.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모든 걸 보여주면 팬들이 경기장에 올 줄 안다. 하지만 경기 시간 90분은 단지 결과를 얻는 시험기간이다. 경기가 열리기 수 일 전부터 이슈가 쏟아져 나와야 팬들도 관심을 가진다. 나는 이 기간을 관중 몰이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의 기간이라 칭하고 싶다. 경기 전부터 우리팀을 깎아내린 상대팀 선수가 경기에서 꽁꽁 묶인 모습을 보고 싶고 우리팀 공격수의 호언장담이 실제로 경기에서도 먹혀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모아져야 사람들이 경기에 더욱 관심이 가질 수 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이천수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천수가 “감독하나 바뀌었다고 그러다가 큰코 다친다. 서울이 언제부터 강팀이었다고 그러느냐”는 인터뷰를 했을 때 짜릿함을 느꼈다. 이 얼마나 당돌한 발언인가. 이천수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런 솔직한 감정을 만천하에 내뱉을 수 있다는 용기가 부러웠다. 비록 이천수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을 해 K-리그에서 퇴출됐지만 내가 오늘 말하려는 관점에서는 최고의 선수다.
고종수도 그랬다. “아니 그게 축구인가요.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뻥뻥 올리는데…. 당시 차범근 감독이 부임하고 수원은 축구가 아니라 야구를 했어요. 미드필드에 있으면 그거 구경하느라 목 아파 죽을 뻔 했다니까요.” 나는 이 답변을 직접 듣는 순간 박수를 쳤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종수 형…”이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왔다. 아 진짜 이 형 솔직한 형이다. 멋있는 형이다. 쿨한 형이다.
아, 이 얼마나 흥미로운 골 세레모니인가. 심우연은 정말 이슈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김재호
말 많은 K-리그가 되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은 선배들이 당돌한 발언을 해 곤혹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언론과 팬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상도 이제는 어느 정도 변했다. 자신의 속내를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밝혀주면 그게 도덕적인 문제가 없는 이상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왔다. 서울 시절 “그래봤자 너희는 경남이다”라면서 상대팀의 자존심을 박박 긁더니 전북으로 이적해 서울전에서 골을 터뜨리고는 “서울의 심우연은 죽었다”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에 총 쏘는 시늉을 한 심우연보고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나는 K-리그가 보다 말이 많은 리그가 되길 바란다. 심우연은 지난 번 발언으로 서울-경남, 전북-서울전을 최고의 이슈로 만들기도 했다. 말 한 마디로 팬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렵지만 반대로 보자면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천수의 귀네슈와 서울 발언 이후 벌어진 울산-서울전도 큰 관심을 끌었다. 관심은 이천수가 망신을 당할 것인가 귀네슈가 망신을 당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침이 바싹바싹 마르는 최고의 경기인가. K-리그에는 수다쟁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뻔한 답변보다는 “어제 꿈을 꿨는데 용가리 입에다가 제가 여의주를 쑤셔 넣었어요. 오늘 전남전에서 꼭 골을 넣고 싶어요”라는 답변이 더 좋다. 아니면 “제가 상대팀 공격수 XXX보다 키는 작지만 슈팅에는 더 자신이 있어요. 오늘 대결에서 꼭 이기고 싶습니다”라는 답변도 아주 훌륭하다. 경기장에서 점잖은 척 하다 나이트클럽에만 가면 청산유수같은 말솜씨를 뽐내는 선수들 여러 명 봤다. 아마 지금 이 칼럼 보면서 찔리면 몇몇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팬들도 유쾌한 ‘디스전’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걸개라면 뭐 딱히 눈에 거슬리는 것도 아니다. 이 정도면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언론과 팬도 장외 설전을 즐기자
물론 언론도 더 넓게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말 한마디로 물고 늘어져서는 ‘재미’가 ‘비하’로 변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재미있고 즐겁게 포장하면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도 끝까지 진지하게 물고 늘어지면 의도와는 다르게 포장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K-리그 구단 워크숍에 초빙된 <날아라 슛돌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PD는 “유쾌하지 않은 일도 예능이나 유머로 승화할 수 있지만 축구는 그게 잘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다.
선수의 언변 하나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건 당장 이번 기사에서는 관심을 끌 수 있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 선수들의 마음을 닫히게 하는 행동이다. 이건 전적으로 언론 손해다. 그러면 선수들은 더 이상 말문을 열지 않는다. 선수들이 유쾌하게 대답하면 언론도 유쾌하게 반응하자.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선수들이 마음을 닫아 앵무새 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기사로 찍어내는 것이야 말로 참 재미없는 일이다.
팬들도 이른바 ‘디스전’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상대팀 선수가 도발을 해 왔다면 경기장에서 야유와 걸개로 응답해 주면 얼마나 좋나. 인터넷 댓글로 조롱하고 무시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즐겁고 통쾌하지 않을까. 우리 악성 댓글로 분풀이하는 그렇게 속 좁은 민족인가. 도발해 온 상대팀 선수들을 통쾌하게 제압하고 경기가 끝날 무렵 <잘 가세요> 노래 한 번 불러주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생각만 해도 막 머리 털이 선다.
K-리그는 더 시끄러워질 필요가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참 인터뷰도 얌전하게 한다. 하지만 이건 별로 예의를 차릴 일이 아니다. 스포츠는 감동 이전에 재미를 줘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감동이고 뭐고 다 말짱 도루묵이다. 그 재미를 만드는 건 바로 선수들이다. 축구는 딱 90분만 하는 게 아니다. 장외 설전도 축구의 일부다. 공만 잘 차면 그건 프로 선수가 아니다. 언론을 가지고 놀지 못하면 그냥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보다 축구 실력이 조금 나은 아저씨에 불과하다. 명심하자.
[스크랩][김현회] K-리그, 이천수·고종수의 도발이 필요할 때
김현회 기사전송 2010-07-29 08:18
어제 점쟁이 낙지 ‘얄리’에 대한 이야기를 썼는데 그 이후로 무려 30여 통의 미니홈피 쪽지와 이메일을 받았다. 하나하나 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글 쓸게요”라고 틀에 박힌 답변을 하는 것보다는 재미있는 반응에 나도 재미있게 대답하고 싶었다. 어떤 여성분이 “너 정말 내 친구 같아서 반말로 할게. X신 같지만 멋있어”라고 하기에 나도 답했다. “어. 고마워. X신 취급 해줘서. 그런데 너 혹시 내 전 여친 XX랑 친구니? 걔도 나한테 매일 X신 같다고 했거든.”CTRL+C와 CTRL+V?
“개인적인 목표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입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출전시켜주신 감독님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응원해 주신 팬 여러분들께도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장담하는데 K-리거 100명 중에 97명은 인터뷰에서 이런 대답을 할 것이다. 뭐 어디 K-리거의 화술을 가르쳐주는 학원이 따로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다. 실제로 몇몇 구단에서는 리그 개막을 앞두고 화술 강사를 초빙해 선수들을 교육하기도 한다.
물론 이 모범 답안 같은 인터뷰가 틀린 말은 아니다. 당연히 팀이 이겨야 내가 있는 것이고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감독과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건 절대 거짓이 아닐 것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는 선수도 없다. 하지만 나는 가장 기초적인 답변보다 한 차원 더 솔직한 답변을 원한다. 인터뷰하는데 이런 기초적인 거 말 안한다고 천하의 버르장머리 없는 녀석이라고 지적할 사람 아무도 없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글 쓸게요”라는 내 답장이나 선수들의 교과서적인 발언이나 다를 게 없다. 우리 조금 더 솔직해지자.
CTRL+C와 CTRL+V로 이뤄진 앵무새 같은 답변은 이미 네 번이나 재방송된 <러브스위치>를 보는 것보다 재미가 없다. 땀으로 범벅된 우락부락한 남정네들의 앵무새 같은 답변보다는 차라리 <러브스위치>에 나오는 아리따운 여성들이 나를 더 유혹한다. 나는 앵무새처럼 어제와 오늘이 똑같은 K-리거의 답변을 원치 않는다. 몇 개의 답변 중 선택해야하는 FM과 다를 게 뭐가 있나.
고종수는 솔직한 선수였다. 이런 솔직한 고종수가 있었기에 K-리그가 더 즐거웠다. ⓒ연합뉴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선수, 이천수와 고종수
일부 선수들과 구단은 착각을 하고 있다. 경기가 진행되는 90분 동안 모든 걸 보여주면 팬들이 경기장에 올 줄 안다. 하지만 경기 시간 90분은 단지 결과를 얻는 시험기간이다. 경기가 열리기 수 일 전부터 이슈가 쏟아져 나와야 팬들도 관심을 가진다. 나는 이 기간을 관중 몰이 시험을 보기 위한 공부의 기간이라 칭하고 싶다. 경기 전부터 우리팀을 깎아내린 상대팀 선수가 경기에서 꽁꽁 묶인 모습을 보고 싶고 우리팀 공격수의 호언장담이 실제로 경기에서도 먹혀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이 모아져야 사람들이 경기에 더욱 관심이 가질 수 있다.
나는 그런 면에서 이천수가 최고의 선수라고 생각한다. 이천수가 “감독하나 바뀌었다고 그러다가 큰코 다친다. 서울이 언제부터 강팀이었다고 그러느냐”는 인터뷰를 했을 때 짜릿함을 느꼈다. 이 얼마나 당돌한 발언인가. 이천수의 말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이런 솔직한 감정을 만천하에 내뱉을 수 있다는 용기가 부러웠다. 비록 이천수는 도덕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을 해 K-리그에서 퇴출됐지만 내가 오늘 말하려는 관점에서는 최고의 선수다.
고종수도 그랬다. “아니 그게 축구인가요. 수비에서 최전방으로 뻥뻥 올리는데…. 당시 차범근 감독이 부임하고 수원은 축구가 아니라 야구를 했어요. 미드필드에 있으면 그거 구경하느라 목 아파 죽을 뻔 했다니까요.” 나는 이 답변을 직접 듣는 순간 박수를 쳤다. 그리고는 나도 모르게 “종수 형…”이라는 말이 목구멍으로 튀어나왔다. 아 진짜 이 형 솔직한 형이다. 멋있는 형이다. 쿨한 형이다.
아, 이 얼마나 흥미로운 골 세레모니인가. 심우연은 정말 이슈를 만들 줄 아는 선수다. ⓒ김재호
말 많은 K-리그가 되어야 한다
젊은 선수들은 선배들이 당돌한 발언을 해 곤혹을 치르는 모습을 보면서 이제 언론과 팬들에게 마음을 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세상도 이제는 어느 정도 변했다. 자신의 속내를 100%는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 밝혀주면 그게 도덕적인 문제가 없는 이상 받아들여지는 시대가 왔다. 서울 시절 “그래봤자 너희는 경남이다”라면서 상대팀의 자존심을 박박 긁더니 전북으로 이적해 서울전에서 골을 터뜨리고는 “서울의 심우연은 죽었다”며 손으로 자신의 머리에 총 쏘는 시늉을 한 심우연보고 뭐라 하는 사람 아무도 없다.
나는 K-리그가 보다 말이 많은 리그가 되길 바란다. 심우연은 지난 번 발언으로 서울-경남, 전북-서울전을 최고의 이슈로 만들기도 했다. 말 한 마디로 팬을 불러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가장 어렵지만 반대로 보자면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이천수의 귀네슈와 서울 발언 이후 벌어진 울산-서울전도 큰 관심을 끌었다. 관심은 이천수가 망신을 당할 것인가 귀네슈가 망신을 당할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이 얼마나 침이 바싹바싹 마르는 최고의 경기인가. K-리그에는 수다쟁이들이 많아져야 한다.
나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뻔한 답변보다는 “어제 꿈을 꿨는데 용가리 입에다가 제가 여의주를 쑤셔 넣었어요. 오늘 전남전에서 꼭 골을 넣고 싶어요”라는 답변이 더 좋다. 아니면 “제가 상대팀 공격수 XXX보다 키는 작지만 슈팅에는 더 자신이 있어요. 오늘 대결에서 꼭 이기고 싶습니다”라는 답변도 아주 훌륭하다. 경기장에서 점잖은 척 하다 나이트클럽에만 가면 청산유수같은 말솜씨를 뽐내는 선수들 여러 명 봤다. 아마 지금 이 칼럼 보면서 찔리면 몇몇 선수들이 있을 것이다.
팬들도 유쾌한 ‘디스전’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런 걸개라면 뭐 딱히 눈에 거슬리는 것도 아니다. 이 정도면 재미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나.
언론과 팬도 장외 설전을 즐기자
물론 언론도 더 넓게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말 한마디로 물고 늘어져서는 ‘재미’가 ‘비하’로 변하는 일도 부지기수다. 재미있고 즐겁게 포장하면 충분히 흥미를 끌 수 있는 요소도 끝까지 진지하게 물고 늘어지면 의도와는 다르게 포장되는 경우도 많다. 얼마 전 K-리그 구단 워크숍에 초빙된 <날아라 슛돌이>, <천하무적 야구단>의 PD는 “유쾌하지 않은 일도 예능이나 유머로 승화할 수 있지만 축구는 그게 잘 안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말 공감하는 말이다.
선수의 언변 하나에 과민반응을 보이는 건 당장 이번 기사에서는 관심을 끌 수 있지만 더 멀리 내다보면 선수들의 마음을 닫히게 하는 행동이다. 이건 전적으로 언론 손해다. 그러면 선수들은 더 이상 말문을 열지 않는다. 선수들이 유쾌하게 대답하면 언론도 유쾌하게 반응하자. 예능을 다큐로 받아들이지는 말자는 이야기다. 선수들이 마음을 닫아 앵무새 같은 이야기를 똑같은 기사로 찍어내는 것이야 말로 참 재미없는 일이다.
팬들도 이른바 ‘디스전’을 즐길 줄 아는 여유가 필요하다. 상대팀 선수가 도발을 해 왔다면 경기장에서 야유와 걸개로 응답해 주면 얼마나 좋나. 인터넷 댓글로 조롱하고 무시하는 것보다 이게 훨씬 더 즐겁고 통쾌하지 않을까. 우리 악성 댓글로 분풀이하는 그렇게 속 좁은 민족인가. 도발해 온 상대팀 선수들을 통쾌하게 제압하고 경기가 끝날 무렵 <잘 가세요> 노래 한 번 불러주면 얼마나 속이 후련할까. 생각만 해도 막 머리 털이 선다.
K-리그는 더 시끄러워질 필요가 있다. 동방예의지국이라고 참 인터뷰도 얌전하게 한다. 하지만 이건 별로 예의를 차릴 일이 아니다. 스포츠는 감동 이전에 재미를 줘야 한다. 재미가 없으면 감동이고 뭐고 다 말짱 도루묵이다. 그 재미를 만드는 건 바로 선수들이다. 축구는 딱 90분만 하는 게 아니다. 장외 설전도 축구의 일부다. 공만 잘 차면 그건 프로 선수가 아니다. 언론을 가지고 놀지 못하면 그냥 조기 축구회 아저씨들보다 축구 실력이 조금 나은 아저씨에 불과하다.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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