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상한 심보(?)의 호주인들..

진영섭2010.0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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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많게는 알바만 4탕을 뛰다보니

이런저런 일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아파트 클리닝(청소)알바를 할 때 이야기다.

클리너(Cleaner)란 말이 참 멋있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말 그대로 고작 '청소부'란 뜻이다.

 

청소는 기본이고 녹화용 테입을 갈아주고

배선이나 형광등 전구등도 교체해주는

나름 약간의 관리도 하는 직업이다.

벽에 거미줄이나 세멘벽의 낙서도 지워주고..ㅋ 

 

아파트 청소가 딱히 힘들었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들이 버리는 엄청난 쓰레기와,

(특히 처치곤란한 쓰레기는 분리수거 잘 안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고, 청소한 자리를 즉시 더럽히는

그들의 고약한(?) 심보때문에 고생 좀 했다.

 

재미난 건, 이런 일을 겪다보니

이들의 심보를 조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

 

얘들은 마인드가 딱 이거다.

 

우리가 청소할 거리를 줘야 한다!

그래야 청소부도 먹고산다..뭐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

 

(몇몇 호주인들과 얘기해보니 실제로도 그랬다)

 

즉, 입주자들은 당연히 쓰레기를 버릴 권리가 있는 거고,

나는 그것들을 당연히 치울 의무가 생기는 거다.

 

일례로 열심히 아파트 주변에 쓰레기를 주워담고 보면

1분도 안되서 똑같은 자리에 또 담배꽁초나 쓰레기를 버리고 간다.

 

재미난건 얘들도 버리는 위치(?)가 대개 정해져있다.

 

원래 쓰레기가 있는 곳이나,

약간 눈에 덜 띄는 곳.

 

하지만 대부분은 아무대고 쓰레기를 버린다.

우리같으면 로비나 엘레베이터에서는

버리라고 해도 시선이 신경쓰여 잘 못버리는데

얘들은 그냥 막 버린다.

 

그리고 층마다 가비지룸

(분리수거용 쓰레기버리는 조그만 방)이 있는데,

쓰레기의 양도 어마어마하지만

(때론 아주 쓸만한 쓰레기-거의 새것-도 버린다)

쓰레기의 크기 또한 장난이 아닐때도 많다.

 

역시 큰 땅덩어리의 나라답게 쓰레기도 대인배의 기질이 엿보인다.

 

진짜 골때리는 건, 분리수거 룸에

떡하니 음식물이나 깨진 병들을

마구마구 던져놓고 간다.

 

심지어 깨진 간장병이나 음식물 찌꺼기들을

복도부터 가비지 룸 온바닥까지 다 만신창이로 흘려놓고 간다.

 

음식물 쓰레기가 특히나 골치인데,

음식물이나 쓰레기의 종류를 보면

그 층에 어떤 나라 사람이 사느냐를 대개 알 수 있다.

 

간장 국물이나 잡지(당연히 중국잡지)

양파나 기타 중국스러운 음식물쓰레기가 넘쳐나는 층은

중국인들이 많이 산다는 의미.

 

그리고 중국인 층은 향을 피워놓는 방이 많아서 대번 알아볼 수 있다.(심지어는 문밖에다도 향이나 부적?을 걸어놓는다)

 

우리 아파트는 중국계,그리고 이슬람계, 호주인이 살았는데

(일본인은 안산다. 걔들은 주로 좀 더 비싼 곳에서 산다)

 

호주인들은 대개 매너가 좋은 편이라,

엄청난 크기의 전자제품 박스라던가

폐가전이나 가구등을

왠만하면 그라운드층(1층으로 쓰레기 집하장과 로비가 있다)

쓰레기장에 직접 가져다 놓고간다.

 

하지만 중국인과 이슬람인은

그런 쓰레기조차 귀차니즘인지 각층에있는 분리수거룸에 버린다.

7층정도 되었는데 7층에서 그런거 가지고 내려오려면 죽어난다.ㅋㅋ(왜냐면 반드시 비워줘야 컴플레인이 안들어오거든)

 

간장병 깨진거 치울때는 정말 냄새도 냄새거니와

다닦고 주워담느라 죽는줄 알았다.

그것도 35도를 오르내리는 한여름에..ㅋ

한번 하고나면 별수없이 목이말라

편의점에서 무지비싼 음료수를 (대개 캔 하나에 3~4천원 정도)

사드셔야 겨우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으니

어떤 날은 배보다 배꼽이 더 컸다고 할 수 있겠다. 

 

방금 호주인들은 매너가 좋다고 했는데

호주의 젊은 애들은 예외다.

 

가장 힘들었던거 중 하나가

유리문하고 엘리베이터 닦기였는데

유리문은 손자국이 잘 지워지지 않아 힘들었다.

그래도 사람들이 자주 출입하는 문이라

당연히 손자국이 날수밖에 없으니 그려려니 하는데

엘리베이터는 정말 가관이다.

 

꼭 청소하고 나면 그 즉시

엘리베이터 거울에 손자국이나 글씨를 써놓는다.

그러면 청소를 또해야 되는건 물론이고

청소한 티가 전혀안나니 정말 맥빠진다.

 

더 웃긴건 엘리베이터 벽면이나 문짝에 꼭 발자국을 남겨놓는다.

일부러 그러는 것이다, 청소 열심히 하라고 ㅋㅋ

 

엘리베이터 문과 벽은 사방이 금속이라

특별한 종류의 세정액이 필요한데

잘 닦이지도 않고 또 광을 내야하므로

아주 개고생을 했다. ㅎ

 

그리고 아주 충격적인 일도 있었는데,

아파트 옥상 청소를 할 때 일이다.

일주일에 한번은 옥상청소를 하는데

 

시드니 타워나 바다가 훤히 보일만큼

전망이 아주좋아 잠깐 쉴때 담배한대 빨러 올라가곤 했다.

(호주는 시티를 제외하곤 고층건물이 별로없어

조금 높은 곳에 올라가면 탁트인 전망을 볼 수 있다)

 

여느때처럼 옥상에 올라가니

한 중국인이 빨래줄에

내장을 도려낸 새고기 수십마리를 쭈욱~ 걸어놓고 있었다.

나보고 씨익웃었는데

나는 차마 그 광경을 보고 웃어줄 수가 없더라.

 

영어가 딸리니 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라고 물어보기도 뭐하고..

참 황당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어떤 뚱뚱한 소녀 주민의 컴플레인도 받아보았는데

들어보니 주차장 안쪽으로 낙엽이 너무 많이 들어와서

지저분하다는 내용이다.

 

바람이 불면 들어오는 낙엽들을 내가 다 어떡하누~~

낙엽은 정말이지 청소의 백미(?)라 할 수 있다.

아무리 쓸어담아도 바람 한방에 다시 도루묵된다.

 

물론,좋은 경험도 있었다.

아파트 유리문을 열심히 닦고 있는데

한 연세 지긋한 노인 분이 내게 말을 걸었다.

나 기억 안나? 하는데

누구지???

 

알고보니 전에 창 닦는 롤러를 빌려간 청년의 아버지였다.

그 청년은 나름 아트하는 친구로

집안을 새로 아티스틱하게 꾸미면서 롤러를 빌려갔다.

그때 이 아저씨와도 인사를 했었다.

 

그 사람이 나를 보며 격려를 해주었다.

자세히는 기억 안나지만

 

"당신은 처음 시작하는 사람(Beginer)다. 나도 그런 날이 있었다. 

하지만 당신도 곧 좋은 날이 올거다."

 

이런 내용이었던 거 같다. 

말걸어주는 사람도 별루없이

매일 죽어라 쓸고 닦고 버리던 내게

힘이 되주는 한마디였다.

그래서 기운을 내서 죽어라 반짝반짝 닦았다.

 

호주에서 아파트 청소를 하면서 새삼 느낀 건,

 

쓰레기는 치워도 계속 쏟아져나온다는 것과

누군가가 치우면 누구는 반드시 어질러 놓는다는 거다.

 

이건 세상의 진리라고도 할 수 있겠지? 안그래??ㅋㅋㅋ

 

하여간 합리적인 서구인들이

청소부가 짤릴 것을 걱정해 

일부러 쓰레기를 버리고 어질러놓는 건

어찌보면 역시나 합리적인 마인드 아닐까?  

 

아파트 청소를 하며 기억에 남는건

고생하고 짜증났던 일보단

 

청소를 하다 옥상에 올라가

멋진 하늘과 시드니 전망을 보며

행복하게 피우던 담배 한가치와

 

청소를 마치고 나올때 쏟아지던 노란빛의

따스한 햇살이 날 아직도 웃음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