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버지가 싫습니다.

도와주세요2010.07.30
조회272

나는 아버지가 싫습니다.

 

결혼을 앞둔, 아니 결혼이란 걸 할 수 있을지... 20대 후반의 직장 여성입니다.

 

저희 집은 그냥 겉으로만 보면 너무나도 평범한 가정입니다. 어머니도 저도 동생도 열심히 직장 생활하고, 공부하고.. 지금까지 정말 열심히 살아왔습니다. 스스로에 대해서는 정말 남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실히 살아왔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부족함 없는 가정처럼 보이지만.. 저는 아버지 만큼은 숨기고 싶습니다.

 

우리 집이 다른 집이랑 뭔가 다르구나.. 라고 느낀 건 초등학교 2학년 때 부터였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저희 친조부모님은 저희 집에 와서 물건을 부수거나 폭행, 폭언을 일삼으며 차남인 아버지께 돈을 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당시 어렸던 저의 눈에 비친 어른들의 싸움은 그냥 너무 무섭기만 했고 돈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은 후에 알았습니다. 큰아버지는 사업을 핑계로 늘 조부모님께 돈을 요구했고, 언제나 그 돈이 나오는 곳은 저희 부모님에게서였던 것입니다. 때문에, 월급쟁이였다가 제가 초등학교 4학년 때 회사를 그만 두신 아버지와 공무원이셨던 어머니는 넉넉지 않은 형편에 늘 빚에 시달리셔야했습니다. 한 두 번이 아니라 늘.. 어린 시절 저희 집에는 일 년에 한 두 번은 꼭 뭔가 부서지는 소리와 울음 소리, 그리고는 조용히 넘어가길 원하셨던 부모님의, 아니 어머니의 희생과 한숨이 있었습니다.

 

그런 일은 제가 고3이었을 때 까지 계속 되었습니다. 어머니의 직장생활 때문에 저와 동생은 외할머니 손에서 자랐습니다. 고3 어느 여름날도 할아버지 할머니가 찾아오셔서는 집에 계시지도 않는 외할머니와 어머니 욕을 해대기 시작했습니다. 듣고 있기가 너무 힘들었던 저는 독서실을 간다는 핑계로 집을 나오려했습니다. 그 때 할머니란 사람이 대문을 나서는 제 머리칼을 쥐어 잡고 땅바닥에 넘어뜨린 뒤, 제 배위에 올라타고 목을 조르기 시작했습니다. 노인이 무슨 힘이 있어서. 라고 생각하실 지 모르겠지만, 저는 정말로 그 날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걸 보고도 가만히 서있던 할아버지의 눈빛은 정말 소름이 끼치도록 무서웠습니다. 목이 졸리니 목소리도 안 나오더군요. 동네 사람들이 뜯어 말린 덕분에, 얼굴이 시뻘겋게 된 채 저는 집을 빠져 나와 울면서 어머니에게로 갔습니다. 아버지란 사람은 그걸 알고는 혼자 훌쩍 낚시를 떠나 며칠 있다 돌아오셨고요. 뒤 늦게 그걸 아신 외할머니께서는 그 충격으로 20년 가까이 계셨던 저희 집을 떠나 이모네로 가셨고, 홧병을 얻어 돌아가셨습니다. 그런 일이 있고도 여러 번 되풀이 되는 사건들.. 저는 우리 가족을 지켜주지 못하는 아버지가, 혼자 현실을 도피하려고만 하는 아버지가 미웠습니다. 하지만 자기 부모님이니까 당신은 더 괴로울 거라고 하며 참았습니다. 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그 일이 있은 후에도 연례 행사 처럼 두 분의 방문은 계속 되었고, 무서워 떨면서 문을 열어 주지 않자 유리문을 발로 차 깨부수고 집으로 들어오셨던 할머니 덕분에 우린 추운 겨울 이웃집에 가서 잠을 자야만 했습니다. 직업이 없었던 아버지가 돈을 내 놓을 여력이 되지 않자, 할아버지는 어머니 직장인 학교로 찾아가 다른 동료교사들과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돈을 내 놓으라고 아니면 사람들 보는 앞에서 망신을 줄 거라며 소리를 지르시기도 했답니다. 이 외에도 너무 많은 일이 있었지만 제가 고3 이었던 이 시기가 저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로 기억됩니다. 한동안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이 아버지 때문이라는 생각에 너무도 괴로웠고 그것 때문에 저는 최근까지도 심리 상담을 받아야 했습니다. 결국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이 제 자신에게 상처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겨우겨우 마음을 추스를 수 있었습니다.

 

그 외에 지금까지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는 동안에도 크고 작은 일들이 많았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의 돈만 빼 간 채 연락을 끊고 사셨던 큰아버지, 그리고 고모들.. 그런 일들의 뒷수습은 효자였던 아버지 몫이었고, 그 감당은 어머니와 저의 월급으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집에서 노는 아버지가 행여라도 밖에서 위축될까봐 어머니는 아버지 용돈도 달라는 대로 드리고, 없어 보이면 안 된다며 옷도 좋은 것으로만 해드렸습니다. 전 그런 어머니가 바보 같았지만 저와 동생을 위해 참고 사신 어머니를 생각해서 늘 그런 마음을 억누르는 것 이 유일한 해결책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아버지가 외도까지 하신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게 3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외도 사실이 발각되자 아버지는 오히려 큰 소리 치시며 술을 드시고 빈병을 던져 깨 부수거나, 또 집안의 전선을 가위로 죄다 끊어버리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무서웠습니다. 언제나 아버지는 힘이 세고 목소리가 큰 존재였으니까요. 어떻게든 이 상황을 끝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우린 아무 힘이 없었습니다. 집도, 차 두 대도 모두 아버지 이름으로 되어있고, 아버지가 외도와 함께 사업을 한다는 명목으로 집을 담보로 대출을 받으셨던 걸 그 때 알게 되었습니다. 겨우 아버지를 달래고 설득하여 대출금을 마련해 갚고, 아직 자식들 혼사도 하나 치르지 않았으니 어머니도 조금만 더 참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하셨나봅니다. 한 번은 실수다.. 라고 넘어 갔지만 그게 마지막이 아니란 것을 저는 며칠 전에 또 알아버렸습니다.

 

아버지가 밖에서 만나는 다른 여자분에게 보낼 메시지를 실수로 동생에게 보내게 되면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등기부 열람을 해보니 또 우리집에 근저당권이 설정되어있었습니다. 어머니께서 이혼해 달라고 하니 당신은 절대 잘못한 것이 없으니 이혼해줄 수 없답니다. 그러시겠지요. 어머니와 제가 없으면 돈 나올 구멍이 없는데... 그럼 집이라도 엄마 앞으로 해 달라고 말씀드리니 마음대로 하라며 계속 술을 마시고 쓰러져 자는 식으로 시간을 벌거나, 일어나서는 또 폭음과 폭언, 아니면 낚시를 간다는 핑계로 며칠 씩 집을 나가 연락을 끊습니다.

 

결혼을 약속한 사람의 가족들과 상견례를 앞두고 있는데 너무도 불안한 가정 상황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어머니처럼 살 바엔 결혼이란 걸 아예 하고 싶지도 않고, 이런 상황의 제가 결혼을 한다는 게 남편이 될 그 사람에게도 죄스럽습니다. 어머니는 저 때문에 이혼서류만 만들어 놓고 그냥 넘어가실 요량인가 봅니다. 이런 걸 너무도 빤히 꿰뚫고 있는 아버지는 더 큰 소리 치고요... 그래서 저는 그냥 결혼 안 하겠다고 어머니께 말씀드렸습니다. 그러니 어머니께선 너까지 왜 이러냐고.. 더 괴로워 하시네요.

 

저는 정말 아버지가 싫습니다. 더 이상 아버지를 미워하기도 싫습니다. 어머니를 어떻게 하면 구해드릴 수 있을지...

 

아버지는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현재 집, 차량 2대 모두 아버지 소유로 되어있습니다.

집은 근저당권 설정이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

협의이혼이 안 되면 이혼소송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시일이 얼마나 소요되는지 궁금하며, 또 그 동안 아버지가 재산을 빼돌릴 것이 걱정됩니다.

며칠 전 만해도 원하는 대로 해주겠다던 아버지가 며칠 밖에 계시다 돌아오신 뒤 또 다시 술을 마시고서는 꼴도 보기 싫으니 나가라고 어머니께 소리치시고, 이혼 서류 접수를 하러 가지 않겠다고 합니다. 소송을 하면 돈이 많이 든다는데.. 사실 저도 어머니도 법률 쪽으로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