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장사할 때의 훈훈한 스토리 입니다.

Choi2010.08.01
조회775

안녕하세요 판을 즐겨보는 20대 중반 여자입니다.

요즘 훈훈한 스토리가 많이 올라오길래 저도 한번 끄적여 보네요.

때는 제가 풋풋한 스물한살이던 추운 겨울이었지요.

방학때 마다 등록금때문에 알바를 하곤 했었는데 그해 겨울은 엄마의 반 강제적인 권유로 붕어빵을 팔게 되었네요.

알바는 시급이 너무 낮으니 작은 사업을 한번 해보라고,

그렇게 시작된 붕어빵 장사는 터미널 근처에서 하게 되었어요.

제가 사는 터미널 근처는 술집과 모텔이 번화한 동네입니다.

주 고객이 일용직 노동 아저씨들, 술집아가씨 등등 이었네요.

장사는 꽤 되는 편이었지요.

아저씨들이 소주 안주로 오뎅을 사주시고, 다방아가씨들이 붕어빵 사주시고

학생이 열심히 산다고 예뻐해주시는 모텔 카운터 아줌마들도 많이들 사주시고,

발바닥 시린 겨울이었지만 마음만은 훈훈해지는 그런 날들이었지요.

그러던 어느날,

항상 연세있으신분들, 아가씨들만 오던 저의 붕어빵 리어카에 훈남이라고 할 수 있는 남정네가 찾아오더군요.

정장에 자전거를 타고..밤 아홉시만 되면

근처 술집에서 일하는듯 했습니다.

오뎅을 만원어치나 사가더군요.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항상 만원어치씩 사갔습니다.

그렇게 매일매일 오뎅을 사가는 동안 저희 붕어빵리어카는 편의점의 신고로 장소를 옮기게 되었습니다. (동사무소 공익들을 피해 도망다니는 처지)

어떻게 알았는지 옮겨간 장소를 찾아왔더라구요.

갑자기 없어져서 당황했다고, 신고때문에 어쩔수 없었다고 찾아와줘서 고맙다고 이런저런 얘기를 처음으로 하게 되었네요.

알고보니 저랑 동갑이더라구요.

전화로 주문을 하고 찾아오겠다고 해서 번호도 교환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 만원어치 오뎅을 팔고 있던 어느날,

영화보러 가자는 문자가 왔더군요.

그때 저는 남친이 있는지라 정중히 거절하고 남자친구가 있음을 알렸더랬죠.

이제 오뎅사러 안오겠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그러고도 계속 오뎅을 사러 오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가고 개강이되어 저는 장사를 접고 학교로 복귀했지요.

그후 그친구는 저의 제일 친한 남자인 친구가 되었지요.

후에 알게 된 이야기 이지만 그때 영화보러 가자고 보낸 문자는 그친구가 보낸게 아니라고 하네요.

가끔 장난으로 "그때 너 나한테 작업건거냐?"라고 물어보면 정색을 하더니,

같이 일하는 형이 저랑 문자하는걸 보고는 "임마, 이거 진짜 골때리는 놈이네. 딴애들은 다방아가씨 번호 따고 다니는데 붕어빵 아가씨 번호를 따고 댕기네"라고 놀리더니 폰을 가져가 버렸답니다.

그 형이 보낸건데 저혼자 착각하고 있었던거죠. ㅋㅋ

지금 생각해보면 매우 부끄럽네요. 친구들한테 작업들어왔다고 자랑삼아 얘기하곤 했는데  역시 저에게 그런 로맨스는 없나봅니다. ㅋㅋ

 

어쨌든 철~

니덕에 나 노트북도 사고 대학등록금도 내고 그랬네.

추운 겨울 스물한살의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해주어 고맙네.

내 나이 스물 여섯,

요즘은 그런 착각으로 마음 훈훈해질 껀덕지도 안생기네그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