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 원본.

피장파장201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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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쯤인가

언니랑 지금은 생각도 안나는 사소한 어떤 이유때문에 다투고

엄마한테 혼나고 아빠한테도 혼나고

괜히 혼자 기분상해서

8시쯤 무작정 집밖으로 나왔는데

하늘은 또 왜그렇게 어두운지

구름이 꽉 들어차있더라고

 

꿀꿀해서 용산 cgv가서 영화한편 보고 와야겠단 생각에

무작정 전철역엘 갔어

전철을 타고 용산역에서 내렸는데

너무 배가고파서 던킨도너츠에 들어가서

초콜렛이 묻어있는 도너츠 두개랑 핫초코하나를 사서 혼자 먹는데

창밖에 비친 지나다니는 사람들은 다 행복해보이는거야

순간 왜 그렇게 서럽던지

도너츠 하나를 다 먹지도 못하고 그냥 뛰쳐나와서

반짝이는 계단을 내려갔어

사람들이 '뭐야 왜 에스컬레이터 안타지?' 이런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괜히 심통나서 쾅쾅거리면서 내려가다가

세칸을 남겨놓고 발을 헛디뎌서 넘어졌어

굴렀다고 해야되나

구르고 너무 창피하고 아파서 떨어진 자세 그대로 길바닥에 앉아있는데

이게 무슨일이야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거야

사람들은 알고 있었던건지 뭔지 우산 하나씩 꺼내들고

없는 사람들은 뛰어다니고

난리가 났는데

내가 넘어져서 아픈건 아무도 몰라주고

내 옆에 아무도 없고

넘어지면서 안다쳐보겠다고 발버둥 치다가 그런건지

손바닥은 긁히고 까지고 피까지 나는데

그날따라 항상 가지고 다니던 밴드랑 연고를 안들고 나온 내가 바보같고

또 나만 혼자인게 너무 서러워서 그자리에서 울었어

우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내 눈에서 정말 눈물이 막 나더라고

그 번화가에서말이지

 

근데 그때 누가 내 머리 위로 우산을 씌어준거야

빗소리에 묻혀서 잘 들리지는 않았는데

나한테 묻더라고

"괜찮아요?"

 

그 사람 목소리가 너무 다정하니깐

멈추려던 울음이 계속 터져나와서 한참을 울었어

생판 모르는 사람 앞에서

 

그 사람은 나 다 울때까지도 계속 쭈그려 앉은 내 앞에서

우산을들고 서있었고

다 울고나서 너무 창피해서 가만히 있는데

가방에서 레쓰비를 꺼내더니 나한테 건내주는거야

울어서 갈증이 났던 참에 얼씨구나 받아서 꿀꺽꿀꺽 마셨지

 

그리고 그 사람은 내 옆쪽으로 와서 같이 앉았어 털퍼덕

빗물에 바지가 다 젖는데도 그냥 앉더라고

우산은 여전히 내쪽으로 향하게 들은상태로 말야

뭐 물론 거세던 빗줄기때문에 우산의 효과는 거의 없었지만

 

그렇게 그냥 아무말 안하고 한참을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하늘을 보고

 

편했어

 

한참 그러고 있다가 시계를 보니까 10시가 다 돼가더라고

 

비때문에 머리까지 홀딱 다젖고 옷도 얇아서 그런지 춥기도하고

이제 집에 가야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털고 일어나서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에게 고개를 꾸벅 숙여주고 계단을 또 성큼성큼 올라가는데

 

뒤에서 소리쳐주더라

 

"조심히 들어가요! 힘내세요!"

 

근데 웃긴게뭐냐면

그 한마디에 정말 힘이 나더라

 

누군지도 모르는 그 사람이 우산도 씌어주고

옆에 앉아서 말없이 있어주고

캔커피하나 건내주고

힘내라는 말 한마디 던져주고

 

그 사람하고 있었던 2시간 남짓?한 시간이 그리워져

왠지 서럽고 외로운 그런날에

가끔은 혹시 또 어디선가 나타나주지 않을까? 생각도 들고

 

그 사람 기억속에도 내가 있을까?

 

비오던 날 용산역 계단앞에 주저앉아 울고있던 여자를 기억해줄까?

 

고맙다고 소리내서 얘기해줄껄 그랬나봐

 


비오던 용산역, 낯선 남자와의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