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Q84는 3권에서 끝이 날까?

이주형2010.08.04
조회739

 

 여기는 구경거리의 세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다 꾸며낸 것

 하지만 네가 나를 믿어준다면

 모두 다 진짜가 될 거야 / 잇츠 온리 어 페이퍼 문, 1권 서두

 

 평범하지 않은 일을 하고 나면 일상 풍경이, 뭐랄까,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보일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경험이 있어요. 하지만 겉모습에 속지 않도록 하세요. 현실은 언제나 단 하나뿐입니다.

/ 1권 p. 23

 

 단 한 사람이라도 진심으로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다면 인생에는 구원이 있어. 그 사람과 함께하지 못한다 해도 / 1권 p. 408

 

 이렇게 편리한 세상에 살고 있으니 그만큼 감수성은 둔해졌겠지요. / 1권 p. 455

 

 체호프는 말했다. '소설가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 아니다.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일 뿐이다'라고. / 1권 p.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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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덴고에게 부족한 건 의욕과 적극성이야, 라고 고마쓰는 자주 말했다. 아닌 게 아니라 그의 말이 맞는지도 모른다. 뭔가 망설일 때는 꼭 '뭐 어때' 하고 생각하며 포기해버린다. 그게 그의 성격이었다.

 하지만 혹시라도 어딘가에서 얼굴을 마주칠 수 있다면, 그리고 다행히도 서로를 알아볼 수 있다면, 나는 그녀를 향해 모든 것을 솔직히, 아무것도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털어놓으리라....(중략).....

 너를 좀더 알고 싶었다. 하지만 그만 그걸 하지 못했다. 거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내가 겁쟁이였다는 것이다. 그것을 나는 오래도록 후회해왔다. 지금도 여전히 후회한다. 그리고 너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 2권 p. 108

 

 설명을 듣지 않으면 모른다는 건 설명을 들어도 모르는 것이다.

 / 2권 p. 252

 

 너의 사랑이 없다면 이건 그저 싸구려 연극에 지나지 않아.

 /2권 p. 323

 

 수학에 관한 관심이 옅어지자, 그리고 대학 졸업이 코앞에 닥쳐 더이상 유도를 계속할 이유가 소멸되자, 앞으로 무엇을 해야 좋을지, 어던 길로 나아가야 할지, 덴고는 도통 알 수가 없었다. 그의 인생은 중심을 잃어버린 것 같았다. / 2권 p. 573

 

 명랑한 말은 사람의 고막을 밝게 흔든다는 것예요. 명랑한 말에는 밝은 진동이 있어요. 그 내용이 상대에게 이해된든 안되든 고막이 물리적으로 밝게 떨린다는 점은 달라지지 않아요. / 2권 p. 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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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 소설의 매력에 대해-

해외 독자들로부터 널리 지지를 받는 이유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가진 심플함 때문이라고 한다.

 어떤 문예 평론가 :  "일종의 판타지. 감춰진 비밀을 찾아가는 모험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상실감을 치유하는 그 구성에 보편적인 임팩트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 1Q84를 말하다 중에서

 

 

 환상적이고 기괴한 아주 큰 그림이 있다. 하루키는 이미 완성된 기묘한 그림을 퍼즐로 바꾸어 마구 흐트러뜨렸다. 보이지 않는 양쪽 끝에서 남녀가 번갈아서 퍼즐을 맞추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둘 다 퍼즐의 한 조각이 되버렸다.

 퍼즐이 완성되면 어떻게 될까? 리틀피플의 정체가 드러나게 될까?

 하루키가 쓴 메타포가 확실하게 드러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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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독은 산(酸)이 되어서 사람을 갉아먹어. / 3권 p. 55

 

 희망이 있는 곳에는 반드시 시련이 있다. 네 말이 맞아. 그건 확실해. 단지 희망은 수가 적고 대부분 추상적이지만, 시련은 지긋지긋할 만큼 많고 구체적이지. / 3권 p. 56

 

 "아다치 구미." 덴고는 소리 내어 말해보았다. "나쁘지 않아. 콤팩트하고, 거추장스런 장식도 없고."

 "고마워." 아다치 구미는 말했다. "그렇게 말해주니까 어쩐지 혼다 시빅이라도 된 것 같은 느낌이야." /  / 3권 p.203

 

 "재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덴고는 물었다.

 "재생에서 가장 큰 문제는 말이지." 자그마한 간호사는 중요한 비밀을 털어놓듯이 말했다. "인간은 자기 자신을 위해서는 재생할 수 없다는 거야.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만 재생할 수 있어."

 / 3권 p. 222

 

 하지만 두 사람은 분명 똑같이 고독하고, 똑같이 강렬하게 무언가를 원했을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받아주고 끌어안아줄 무언가를. / 3권 p. 253

 

 다마루가 말한다. "프로라는 건 사냥개와 같아. 보통사람은 맡지 못하는 냄새를 맡고, 보통사람은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드지. 보통사람과 똑같이 해서는 프로가 될 수 없어. 설령 프로가 되더라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해. / 3권 p. 411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사람은 뭔가를 놓치는 법이다. 오직 한 쌍의 눈밖에 갖고 있지 않으니까. / 3권 p. 419

 

 "그를 만났다 치고, 그럼 미끄럼틀 위에서 대체 뭘 하지?

 "둘이서 달을 봐요."

 "매우 로맨틱하군." 다마루는 감탄한 듯이 말했다. / 3권 p. 655

 

 

 하나의 크고 기묘한 그림을 맞추듯이 읽는다고 치면 3권에서 달라진 것은 3개의 시선으로 보게 된다는 것이다. 1,2권을 집필할 때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곡집>의 구성을 염두에 두었던 하루키는 3권을 구성하면서 바흐의 <3성 인벤션>을 참조했다고 밝히고 있다. 덴고와 아오마메의 장이 교차되었던 1,2권과는 달리, 덴고와 아오마메, 그리고 독자의 허를 찌르는 제3의 인물이 매 장을 번갈아 진행하게 된다. 작가는 이로 인해 작품이 더욱 ‘폴리포니적인(다성적인) 목소리’를 얻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 3권에서는 진행이 빨라짐과 동시에 그동안 가려졌던(독자가 추측했던) 부분들이 밝혀진다. 소설 안의 세계가 독자들에게 익숙해짐에 따라 100페이지 정도 늘어난 분량은 잘 느껴지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소설의 결말 부분이다. 세계에 들어선 이유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니. 크고 기묘한 그림 맞추기에 초점을 맞추고 읽었던 나는 약간의 배신감마저 느꼈다.

 작가가 밝힌대로 이것은 사랑 이야기일 뿐인가.

 혹은 또다른 <공기 번데기>인가.

 

 뭐-읽는동안 충분히 즐거웠으니 그것만해도 괜찮지만 시간이 난다면 전문적인 다른 의견을 찾아보고 싶다.

  

 그리고 서태지 컴백같은 질문.

 1Q84는 4권이 나올 것인가?

 

 하루키는 일본 신초사에서 펴내는 문학계간지 <생각하는 사람>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다음 권이 나올지 질문을 많이 받는데, 지금 단계에서는 나도 모릅니다. 장편을 쓸 때, 저는 거의 매일 쉬지 않고 씁니다. 다른 건 전혀 쓰지 않습니다. 머릿속이 이미 완전히 ‘장편소설 뇌’ 상태가 되니까요. 그렇게 하기를 3년 가까이 지나다보니, 내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만들어내려면, 또다시 여러 가지를 끌어모으기 위한 나름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다음에 내 안에 무언가가 쌓였을 때, 무엇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는 스스로도 전혀 예측이 되지 않아요. 그저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자면서 기다릴 뿐입니다. 그래서 『1Q84』‘BOOK4’나 ‘BOOK0’가 있을지 없을지는,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말할 수 없어요. 지금 단계에서 말할 수 있는 건, ‘그전에도 이야기는 있고, 그 후에도 이야기가 있다’라는 겁니다. 그 이야기는 내 머릿속에 막연하게나마 수태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다음 권을 쓸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뜻이죠.”

 나온다는 얘기로 들린다. 안나오는 편이 더 좋겠지만 그래도

 후카에리는 마더인가 도터인가 하는 점(마더라도 도터라는 그림자가 사라지면 어찌될지), 에비스노 선생은 이대로 고마쓰와 퇴장이라는 아쉬움, 우시카와의 영혼의 일부분이 공기번데기가 된 것(후카에리와의 관계), 덴고 어머니 죽음의 의혹, 교단 <선구>의 행방, 호랑이 방향이 반대인 세계의 위협 등등 밝힐만한 부분이 아직 많이 있다.

 

 3권 말미를 로맨틱하게 끝낸 하루키 씨.

 4권이 나올거면 그냥 얘기해줘요.

 유행이 아니라면 인셉션 결말식으로 말하지 말아요.

 달이 한 개 뜨는 세계에서도 기약없는 기다림은 괴로운 법입니다.

 호우호우.

 

참고 : 덴고보다 아오마메보다 다마루가 더 멋져ㅋ

 나는 현대소설의 흥행여부는 서사 자체의 힘보다는 1차적으로 캐릭터의 매력에 달려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1Q84에는 영화장르마다 있을법한(판타지 영화, 킬러가 나오는 영화 등등) 특이하고 환상적인 캐릭터가 수없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이 소설에서 다마루가 가장 매력있다. 승려같은 말씨와 엄청나게 어른다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가끔씩만 드러날 때의 담백한 감정표출. 일 년에 단 하루만 내리는 비로 남은 계절을 연명하는 사막의 식물을 떠올리게 하는 목소리를 가진 남자.

 영화화된다면 어떻게 시각화할지(한3편 정도로 나눠서 영화화될거라 생각한다)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