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사람들

이용현2010.08.06
조회60
추운 사람들

추운 사람들.

 

내가 이쁘다며, 내리는 첫눈처럼 정말 첫 눈에 반했다며 좋아한다며 거기에 사랑한다며 죽을 때까지 나만 보겠다며 믿겠다며 책처럼 절절히 쌓던 그 두꺼운 말들.

 

그 말을 나는 그만 받아들였다.

거부하기엔 내 귀는 너무나도 얇았다.

 

그동안 외로움에 벌벌 떨고 있었으니까.

 

사실 저런 포장된 두꺼운 말들이 느끼하고 입에 발린 사탕이라해도

여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그 사탕에 속아 들어가는 것 같다.

이랬거나 저랬거나 내 귀를 저 두꺼운 말로 덮은 남자.

 

그래 난 추웠던 거다. 내 몸이 떨고 있던 거다.

따듯한 말로 모두 내 마음을 훈훈하계 녹이고 싶었던 거다.

 

그리고 연애 이후 저 남자는 저 두꺼운 말을 다시 하지 않았다.

이따금 아주 오래 묶은 고전소설처럼 처음에 나를 덮었던

저 두꺼운 말만 내 귀에 잔뜩 퍼부우면서 허물을 벗기듯 나를 벗기면서 내 얇은 몸을 두꺼운 몸으로 덮었을 뿐, 더이상 말은 오가지 않았다

 

나는 마음에 추웠고

그 남자는 몸에 추웠다.

 

모두가 추운 사람들이었다.

 

 

 

글 이용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