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커플. 혜정과 동욱이의 일기 -이별 7일째

주동희2010.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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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의 일기

 

요 며칠 회사일이 눈코뜰 새 없이 바쁜 상황이다.
매일 야근을 하고 파김치가 돼서 집으로 돌아온다.
주말인데도 야근을 하는 나를보고..팀장님이 농담을 던진다.

회사팀장- 혜정씨 주말에도 야근하다 애인한테 채이는거 아냐??

서류를 들여다보다가..순간 멍해지더니..나도모르게 눈물이 쏟아졌다
‘안그래도 헤어졌는데..바빠서 다행이에요~’..그렇게 대답해버리면 되는거였을까.
화장실로 달려가 거울을 보니..퀭해진 눈에 선명한 다크써클. 꼴이 말이 아니다.
요즘 나는...내가 아닌것 같다.
우리 헤어지자. 라고 말한지 일주일밖에 안 지났는데..
아득한 시간이 흘러간 듯, 비현실적인 시간의 감각.
바쁜 하루를 보내는 동안은 애써 외면할 수 있지만
지친몸을 침대에 누이고 나면..이상한 느낌이 든다

<잘자 애기야~ / 굿나잇~츄~/  잘자~뽀뽀~>

잘자라는 문자가 와야 되는데..왜 안오지..?...이제 정말..다시는 안오는걸까..
그러다가 피곤에 지쳐 스르르 잠이 든다.
나는..이별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너무나 열심히 하루하루를 산다.
일을하고 밥을 먹고, 버스를 타면 꾸벅꾸벅 졸기까지 하면서.   
바쁘게 매달릴 일이 있다는게..한편 다행스럽지만..
뭔가..잘못된게 틀림없다. 저 안은 분명 고장이 나서 망가져 가고 있을텐데
아무렇지 않은척..꾸역꾸역 살아내는 내 모습이 처량맞다
내 혼은...방구석에 남아 쓰러져 울고 있는데...
껍데기만 나와서 도시를 돌아다니는 것 같다.

 

동욱의 일기

 

텅 빈 주말. 오랜만이다.
둘중 하나가 출장을 갔을때나 특별한 일이 있을때..한 두번을 빼고는
1년 동안 내 모든 주말 속에 그녀가 있었다.
목요일 저녁쯤 영화를 예매하고, 이번 주말엔 뭘 먹어볼까 계획을 짜는것이
당연한 풍경이었다.
가끔은 지겹다고 느껴질만큼 흔한 데이트였는데...그걸 안하는 주말이
이렇게 길고 느리게 흘러가는줄 잊고 있었다.
깨어있는게 왠지 무서워서....자고..또 잔다
몸이 흐물흐물 해질때까지 누워만 있다가..해질무렵,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아서
스르르 깨어난다.
낄낄거리며 오락프로를 보다가 ..배가고파져서 주섬주섬 옷을 입는다
자주가는 집근처 수제비집으로 들어가려다가...멈칫했다
일주일전..바로 저 안에서 우린, 이별을 했다.

혜정- 우리. 헤어지자
동욱- ...그러고 싶어?
혜정- 아니. 그러고싶은건 아닌데, 그래도...이젠 그래야 될거 같애.

끝내 아무말도 못하는 나를 남겨두고..그녀가 먼저 사라졌다
들어가서 주문을 하면 식당 이모는 왜 혼자왔냐고 묻겠지.
편의점에 갈까 하다가..또 발길을 돌린다.
그녀와 맥주를 사거나..컵라면을 나눠먹던 풍경이..저 안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아직은 그 모든 추억들과 정면으로 마주치고 싶지않다.
할수있다면..회피하고 싶다.
결국 잘 오지 않던 길건너 꼬치집에 앉아 정종에 어묵을 주문한다.
이별후 처음으로 혼자 맞는 주말을..온전히 맨정신으로 보내기란 쉬운일이 아니다
빈속이라 그런지 취기가 빨리 오른다.
다시 집으로 들어와 즐겨보던 개그프로를 본다. 오늘따라..별로 안웃기다
리모콘을 든채 혼잣말을 해본다.
넌..지금 뭐하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