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현장직근로자2010.08.14
조회375

미리 말하지만 별 재미는 없다.

 

개인적 사정으로 늦은 나이에 다시 전문대 다니면서 등록금 벌 겸, 용돈 벌 겸, 쓰리잡을 뛰었다.

 

그 중 하나는 해장국 배달이었던거다.

 

동네에 90년대 초반 까지 10층 넘는 아파트가 없었는데, 유일하게 14층인가 17층인가 한 동 짜리 아파트가 생겼다.

 

청천Apt.

 

어쨌든 내가 겪은건 나이 들어서 3년전 쯤이었으니까, 아파트가 좀 년식이 된거다.

 

9층 배달이었다.

 

다행히 당연하게도 엘리베이터는 있었다.

 

1층에서 타고 올라갔다.

 

7층에 서데.

 

띵~ 문 열리고. 아무도 안타네.

 

아무 생각 없이 문 닫히고 걍 9층까지 올라가서, 고객님이 주문하신 맛있는 우리 해장국 두 그릇을 내려 놓고 다시 엘리베이터에 와서 내려감 버튼을 눌렀다.

 

7층에서 오데.

 

별 생각이 없었다 나는. 피곤했었으니까.

 

7층에 또 서데.

 

문 띵~ 열렸는데 아무도 없다. 하.. 누가 장난치나...

 

문 다시 닫히더니 다시 열리는거다.

 

그 상태로 한 20초 정도 안닫히더라.

 

소리는 안나고, 그 외 정원 초과되면 들어오는 램프 있잖아?

 

'만원'

 

거기 불들어오네...

 

와...

 

나 엘리베이터 중앙에 서 있다가 철가방 걍 내려놓고, 오른쪽 뒷편 구석으로 가서 몸 딱 붙이고 카만~히 있었다.

 

무섭잖아 썩을. 시간도 저녘 9시 밖에 안됐는데.

 

피곤 쫙 풀리고, 괜히 막 춥고, 털도 서고, 싸- 한게...

 

그러고 1분 좀 안되게 있었나봐.

 

문 닫히데... 눈 감고 싶은데, 감으면 왠지 안될것 같아서. 문만 쳐다봤어. 아무렇지 않은척.

 

열리더니 한 5~7초? 정도 있다가 만원 램프 꺼지고 다시 문 닫히고 내려가더라..

 

1층 도착해서 문 열리자 마자 철가방 밖으로 걷어차면서 튀어나갔어.

 

담배 하나 피우고, 경비 아저씨한테 갔어.

 

나: 엘리베이터가 고장났나봐요. 올라갈 때도 그러더니, 내려올 때도 7층에 멈춰서 한 참 있다가 만원 램프 들어오데요?

 

경비 아저씨: (떫떠름한 표정으로)가끔 그래요.. 학생만 그런게 아니라, 주민들 한테도 신고 들어와요. 이상 없다던데 거 참 자꾸 왜그러는건지. 다른데 다니면서 말은 하지 마세요.

 

음.

 

무슨일이 있었던건지는 모른다.

 

예전에 판에 썼었는데, 그 아파트 밑으로 내려가면 사람 많이 죽은 철도 건널목도 있고(지금은 폐쇄됐음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람도 있었고 하니..

 

그런가부지 뭐..

 

그래도 엘리베이터는 평생 타야 하는거니까.

 

아무렇지 않게 탄다.

 

가끔 생각나서 오른쪽 뒷 구석에 콕 박히긴 한다만.

 

아. 참고로 그릇은 내가 안찾아서 모르는거다. 그 이후로 그 아파트에 배달도 안갔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