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운명

미처리2010.08.15
조회105

현주는 약간 긴장한듯 연신 손목 시계를 바라보고 있다.

약속 시간이 지나버린것도 벌써 1시간째...

하늘은 어느새 시커먼 먹구름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고, 홍대앞 사람들은 행여 쏟아질지도 모를 소나기에 허둥대며 걸음이 빨라지고 있었다.

[....갈까...]

현주는 망설이듯 하늘을 올려다 본다.

금방이라도 소나기가 내릴듯 잔뜩 흐려진 하늘.

" 홍대앞에 있어. 금방 갈께. 가지말고 기다려 "

우연일까? 운명일까?

현주는 막상 신현의 얼굴을 보기가 민망해 교실에서도 줄곧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런데, 하교시간 선생님 심부름으로 교무실에 들렸다 나오던 중 딱 마주친것....그것도 아무도 없는 복도에...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관계가 아니기에 서로 얼굴만 당황해 바라보다 막 지나치려는 현주의 팔목을 잡고 끌어당긴 신현의 속삮임.

[끝나고 거기로 와]

여기서 '거기'란 바로 신현과 현주의 만남의 장소인 학교 구 건물의 정원을 가리킨다.

창피함과 어색함에 망설이다 도착한 그곳엔 언제나의 신현이 있었다.

자신을 향해 미소짓고 있는 모습이 눈부시게 빛난다.

[너 달리기 못하지?]

[어?]

난데 없는 질문에 현주의 시선이 그를 향한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아슬아슬해. 달리는거...금방 넘어질듯 중심이 흔들흔들...뭐.. 나름 귀엽긴 하지만...ㅋㅋ]

[' 우...와...놀 놀래라...신현도 이런말...하는구나...창피하다..']

대답도 못하고 우물쭈물 당황해 하는 현주의 반응이 신현의 시야를 즐겁게 만든다.

고백하고 나서 일까?

마음을 확인해서 일까?

신현은 한층 가벼워진 머리속과 조금은 들떠 있는 자신의 감정이 기분 좋았다.

[좋다~ 이런 기분...내친김에 데이트 할래?]

[어??]

[데이트...빼면 재미없어. 어디로 갈까?]

[데. 데..데이트 라니...갑자기...그러면...]

놀람의 연속이라 현주의 머리속은 뱅글뱅글 어지럽다.

[신현주! ...나랑 사귀자. 정식으로 프로포즈 하는거야]

신현이 갑자기 돌아보며 한손을 내밀곤 현주를 향해 소리쳤다.

빙글빙글 돌던 하늘이 신현으로 인해 정지했고, 현주의 시선속 그의 모습은 마치 당장이라도 활활 타서 없어질 붉은 고구마를 연상케 했다.

[풋!하하..미..미안..ㅋ]

[야! 너...왜 웃어?]

[ㅋㅋ그치만...ㅋㅋ 터질것 같아. 지금 니 얼굴ㅋㅋ]

그렇게 웃어대는 현주를 신현이 끌어당겨 포옹한다.

순식간에 멈춰진 현주의 웃음소리.

곧이어 울려 퍼지는 두 사람의 조금 긴장된 심박동...

두근! 두근! 두근!..쿵쿵쿵....

[...창피하니까 웃지마....바보...]

[....응....]

[...사귈거지?]

[.....]

[안놔준다... 대답?]

[....응....]

작게 울려퍼진 현주의 목소리에 신현의 팔에 더욱 힘이 가해진다.

곧이어 신현의 입술이 현주의 입술을 찾아 조심스럽게 다가선다.

" 딩가 딩다~~~땅다랑~"

[으악!!]

힘차게 울려퍼진 핸폰소리에 둘다 동시에 당황해서 떨어져 나간다.

신현은 헛기침을 해대며 핸폰을 집어들었다.

[뭐야?]

그리고 약속한 것이다.

모임이 끝나면 꼭 데이트 하기로...

현주는 다시금 하늘을 올려다 본다.

예고하듯 하늘에서 작은 물방울이 한, 두방울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쩌...지.....꽤 쏟아지겠는데...]

현주는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그리곤 다시금 돌아보며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 어디에도 신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현주는 빗 방울이 굵어지자 걸음을 떼어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잠시 후

굵은 소나기가 거리를 시원스레 점령한다.

미처 우산을 구비하지 못한 사람들이 너도 나도 할것 없이 뛰어가는 거리풍경은 순식간에 한산해졌다.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신현의 모습이 보인다.

그는 서둘러 이미 사라진 현주의 그림자를 찾는다.

숨이 턱까지 차 올라 호흡이 가빴고, 온 몸은 이미 빗물에 흠뻑 젖어있는 상태.

[신..현?]

바로 순간, 뒤에서 작은 울림이 빗속으로 스며든다.

신현은 뒤돌아 보았고, 그곳엔 우산을 받쳐든 현주가 서 있었다.

[어 어떻게 된거야? 다 젖었쟎아. 감기 걸리면!!]

현주가 신현에게 다가가 우산을 씌워주며 당황한듯 중얼거린다.

신현은 그런 현주를 잡아 끌어당겨 품에 안았다.

[간줄...알았어...미안, 너무 늦었지]

[신, 신현..사람들이]

[다행이다. 비가 와서...]

아슬아슬하게 한손으로 우산을 받치고 있는 현주의 온몸을 감싸안은 신현은 현주의 향기에 그제서야 조금씩 안정을 취하고 있었다.

그들을 비스듬히 가린 우산끝에 미처 떼어내지 못한 가격표가 바람에 흔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