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를 보았다'를 보았다!

. 201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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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찾은 지방의 작은 극장.
깜빡 잊고 매표언니에게(동생?-,-) '가운데 그룹 맨 뒷자리로 주세요' 를 못했다.
하지만! 후훗 평일 오후라 좌석이 텅텅 빈 관계로 내 맘대로 골라 좌석!!!

 

맨뒤에서 두번째 줄 오른쪽 끝에 앉아 동생이 준 레쓰비 캔커피를 가방에서 꺼내 팔걸이에 꽂아 놓고, 하나로 꼭 잡아묶은 머리끈을 풀어 뒷머리를 깊숙이 좌석에 뉘여 영화 볼 준비를 마쳤다.

말도 안되게 지직거리는 지방광고를 넋놓고 보고 있으니 절로 개봉한지 며칠 되지 않은 이 영화에 대한 지인들의 평가들이 떠올랐다. 원래 잘 놀라고, 무서운 것에 대해 겁이 많은 내가! 이 영화를 혼자보겠다 했을 때


절대 안된다고 ... 둘이 봐도 안되는 영화니, 보지 말라며...
초반이 무서우니 조심하라며...
정말이지 여자끼리는 보면 안될 것 같다라느니...
짜증이 너무 나 영화관을 나오고 싶었다는...

 

이런 많은 말들은 반감보다는 내 호기심을 한껏 콕콕 찔러주는 말들이었다. 후훗.
사실 영화가 시작되고 한 몇초간은 혼자 온 것을 후회하기도 했었다.

 

조명이 꺼지고 눈길이 펼쳐질 때 쯤... 어디선가 이상한 스킨냄새와 입냄새가 섞인 썩은내가 한껏 몰려왔다. 내 양 옆은 아무도 없었으니 내 냄새를 재빠르게 살펴보았으나, 다행히 난 아니었다. 난 엘라스틴 했어요~ 켁...영화에 집중할 수 없는 그 냄새의 근원지를 파악 해 보니 내 바로 뒤에 앉은 광고 시작부터 큰 소리로 떠드시던 아저씨였더랬다.

입김이 아주 하마 저리가라였던 아저씨... 내 앞에 앉은 남자가 나를 흘끔흘끔 보는 것이 분명 냄새를 앞자리까지 퍼뜨리신 게 분명했다. 으헝ㅠ,,ㅠ

 

다행히도 내 코는 아주 능숙하게 환경 적응을 마쳐 영화에 집중할 수 있었다.

 

여자는 정말로 청각에 약한걸까.
일본에서 만든 '자살클럽' 같은 뭉툭뭉툭 몸을 썰어버리는 영화가 아니고서는 시각의 두려움은 그리없다. 하지만 귀여운 꼬마 남자가 나오는 착신아리의 '어어어어어억- 어어어어어억' 소리는 생각만으로도 귀를 막고 싶다.

어두컴컴해지자 마자 내 손은 자연스럽게 오른쪽 귀를 슥 막았다. 영화 보는 내내 한쪽귀로만 들었다고 해도 뭐......- .-

 

사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의 대화보다 그 전후의 배경설정에 따라 큰 공포감을 느낀다.
눈이 내리고, 도로에 그 눈위를 휘저은 바퀴자국마저도 나는 무서웠다. 서서히 나는 주인공이 된 마냥 영화 속으로 쏘옥쏙 빠져버렸다.

 

지키지 못한 연인의 죽음을 복수하고 싶은 자, 살인이 삶이였던, 오랫만에 백태클을 크게 당해 어벙벙 해버린 자.

 

이 둘 모두가 나였다.

누구나 양면성은 갖고 있다. 아무리 천사라도 그 안에 주체못할 파괴감은 갖고 있다고 믿는다. 그걸 통제하거나, 통제못하거나 또는 그것을 죽을 때까지 발견못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하나 둘 의미없이 장경철의 손에 사람들이 죽어나갈 때 그들의 삶은 장경철에겐 아무 필요가 없었다. 그저 너를 좋아해서 죽여준다는데 왜 거부하지, 에이 짜증나, 삐삐삐....
왜 내가 하겠다는데 어디서 말대꾸야, 삐삐삐...끝.

 

난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은 대단히 크다.

이것을 목격하고 들은 수현 역시 나처럼 복수도 복수거니와 새로운 일들에 대한 호기심이 분명 일어났을 것이다.

 

자신 안에 악마가 살고 있음을 알게된 수현, 자신이 악마임을 원래부터 알았던 경철 둘 중 누가 더 나쁜 걸까. 아니, 누가 더 잔인한걸까? 이 궁금증은 아직 며칠 더 생각을 해 봐야 알 것 같다.

 

내가 볼 때 수현은 원초적인 복수의 방법을 몰랐던 것 같다. 결국에 이룬 복수는 마치 경철의 범죄를 모방한 것 같았다. 먼저 이 영화를 본 동생은 수현이 꼭 아이리스의 현준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음.. 나도 나름 공감이 간다.

 


경철은 음... 뭐랄까. 정말이지 이 삶에선 없었으면 하는 잠재된 악마였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정말 오픈마인드로 보았지만 여전히 일반인으로 살고 있는 나에겐 수현의 입장을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경철은 며칠 더 고민거리로 둬야할 것 같다. 헙헙헙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로써는 영상이 참 이야기와 잘 맞아떨어져서 좋았다.
죽이는 것만 중점적으로 보였다면 정말이지 보기 싫었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또 너무 cg같지 않아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에서도 말했듯 '자살클럽', '텍사스 전기톱살인사건' 같은 건 죽이는 게 너무 중점적이어서 무섭기만 하고 감흥이 없었더랬다.

 

아, 맞다. 살인장면이 나올 때마다 내 의자를 뻥뻥 차주시던 뒤에 앉은 하마입냄새를 풍기는 놀람쟁이 아저씨 덕분에 더 스릴감 있게 (이런 게 4D?) 관람했다. 으하하
자막이 올라갈 때쯤 놀람쟁이 아저씨의 떵떵거리는 목소리......가 생각난다.

 

"에! 시시하구만 뭘, 무섭긴 무서워!"

 

예예- 그럼 암요, 아저씨 하나도 안놀라시더라구요 에헴 어험 에허 ㅠ_ㅠ 어으...

전 아저씨 덕분에 내 안에 악마를 깨울 뻔 했답니다. 에헷 -.-

 


요새 본 영화들(이끼, 솔트, 아저씨, 인셉션)은 모두 다 어떤 특정 사건을 꼬투리 잡아 온순하려 노력하던 인간의 파괴력이 폭발하는 것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가장 무서운 건 뭐니뭐니해도 내 안에도 저런 모습들이 살고 있겠지 하는 오싹한 생각이 아닐까 싶다.

 

그리고 이 영화(뭐, 요새 나오는 모든 영화도...)를 본 뇨자라면 공감할 것이다.
 
밤엔 정말 혼자 길거리를 걸어가거나, 공짜 차를 얻어타거나, 택시를 타거나, 버스를 기다려서도 안된다. 얼른 얼른 귀가하고, 집에 갔을 때 이상한 느낌이 나면 바로 밖으로 튀어나가야 한다. 남자친구만 믿고 있어도 안된다 이거다....-_-^
 
으흠 공감 OK?


여튼 내가 본 악마를 보았다는 재밌었다!

이 여름 짱짱한 스토리와 짱짱한 영상이 보고 싶다면! 도전하라. 악마를 보았다!

 

 

이상, '악마를 보았다' 덕분에 공포스릴러도 혼자 볼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긴 뇨자였슴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