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제가 불륜녀인가요?

나는불륜녀인가2010.08.18
조회5,763

2년전에 잠깐 만났던 남자가 있었어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만남을 짧게 정리해야 했지만,
서로 애틋함이 남아 있어 칼같이 끊지 못하고, 몇달에 한번 만나 같이 밥 먹었던 남자입니다.
작년에는 그 사람이 줄곧 외국 출장중이었고, 잠시 한국에 올 때 만났었습니다.
(만나서 정말 애인이 아닌, 친구보다는 약간 정다운 사이로 잠깐씩 데이트를.)

그리고 올해 1월에 한번 더 만났어요.
그리고 각자의 마음 속에는 이런 식의 만남이 오래 가지 못할 거라는 생각도 자리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였는지 저는 메신저에서 그를 삭제하고,
그도 저에게 말을 걸지는 않더군요.

그러던 중 (약 반년이 지난 얼마전) 제가 그에게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한국인지 아닌지.. 한국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나고.. 같이 밥 먹었던 그 때가 그립다고..
그리고 새로 바뀐 제 휴대폰 번호도 알려주며 연락 달라고요.

저에게 그 사람은
외롭고 지칠 때 변치 않고 웃음을 선물받을 수 있는 그런 잔잔한 우정을 나누는 존재로 남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메일 보낸지 며칠이 지난 오늘...
출근하는데 모르는 전화번호로부터 전화가 오더군요.
무슨 고객센터겠거니 하고 받았습니다.

그런데 약간은 상기된 목소리로..
차분하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저에게 ..

다시는 **이에게 연락하지 마십시오.

라고 하더군요.

누구시냐고 물었더니 안사람이라고 합니다.

너무 놀라서 '결혼했나요?' 라고 물었더니

'전혀 모르셨나요?' 라고 반문하네요..

그리고는..

자기가 그 남자랑 만날 때도 저에게 연락하고 있었던 걸 자기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결혼했으니 연락을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거였습니다.

서로가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사이는 아니었으니, 결혼사실을 제게 말하지 않은 그 남자에게 서운한 것은 없지마는..

그래도 다른 사람과 결혼한 것에 당황스럽기도 하고,

또 와이프라는 그 사람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하여..

저희는 아무 사이도 아니었고 그냥 안부를 물은 것이었다고..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그쪽에서는 거듭..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더군요.

그리고는 서로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서둘러 전화를 끊었지만.


진정되지 않는 가슴을 부여잡고 회사로 들어와 자리에 앉아 생각해보니

그 여자분에게도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드네요.

와이프로서 남편의 이메일을 확인할 권리가 있을 수도 있겠지마는..

돌이켜보면 제 입장에서는 그 아이가 정말 결혼을 했는지, 정말 그 여자가 와이프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낚인 거 아닌가 조금 속상하기도 하고.

이런 식으로 자기가 가드를 쳐버리면

이 아이는 영문도 모른 채 저와는 영영 소식도 주고받지 못하는 사이가 되어버리는 것 아닌가요?

그래도 그것이 도리라 한다면,

차라리 저는 그 아이를 결혼 전에 만났던 것을 후회하고 싶습니다.


한 때는 연인이었지만 이제는 잔잔한 우정을 나누고자 했던 그 아이와

두번 이별한 것 같은 착잡한 마음에..

오늘 오전은 우울함으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결혼을 하더라도

제가 저렇게 남편 뒤에서 뒷처리를 도맡아하진 않을 겁니다.

남자가 직접 전화해서 결혼사실을 말하게 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그 아이와 직접 통화해서 사실을 확인하고 싶어졌으니까요.

결혼사실조차 확인할 수 없이 일방적으로 불륜을 저지른 여자로 오해받은 이 기분..

제 마음은 더 답답해지네요.

이건 아닌 거 같은데..

 

저도 빨리 결혼해야겠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