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면 걸리는 게 걸리버지예~~~

남복동과장2010.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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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전 고등학교 때 부모님 곁을 떠나 가출한 경력이 있는

 

가출소녀 남복동입니다.. 육중한 기계소리밖에 들리지 않던, 그

 

공장안에서 전 3교대 근무를 하면서 지냈지요. 벌써 12년이

 

지났지만, 그곳에서의 추억은 급냉동시켜진채로 평생 내 곁에

 

머물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그곳에서 검정고시를 준비했죠. 하루는 24시간인데, 그 당시 전

 

하루는 25시간이다라고 생각하며 살았던 것 같아요. 그정도로

 

시간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날, 검정고시 합격증서가  내 앞에

 

날아온 뒤부터는 남아도는게 시간이었죠. 기숙사 방바닥에 배를

 

붙인채 움직일 수 있는 신공을 가르쳐 준 계기도 되었어요.

 

이렇게 지내면 안 될 것 같다는 기특한 생각을 하게 된 복동이는

 

조장언니께 부탁하여 잔업을 하게 됩니다. 기본적으로 8시간을

 

일했던 전 하루에 4시간씩 더 일을 했어요. 총 12시간을 일한거죠.

 

말이 12시간이지.. 12시간 내내 서서 단순노동만을 했죠.

 

퇴근을 하고 나면 온몸이 빠질 것 같은 아픔을 겪기도 했어요.

 

그렇게 한달동안 열심히 잔업을 했어요.. 미성년자라 고용보험

 

이외엔 떨어지는 세금이 없었던 평소의 월급명세서엔 늘 80만원

 

남짓하는 숫자가 적혀져 있었는데, 이번엔 170만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숫자가 적혀져 있네요.. 고생한 보람이 있어요..

 

명세표를 받고 한동안 멍하니 있었지요. 이 돈을 어떻게 쓸지..

 

생각을 하다가.. 가출 한뒤로..전화만 드리고 1년여정도 찾아 뵙지

 

못한 부모님을 찾아 뵙기로 마음 먹었어요.

 

우선 대입검정고시 합격증서를 가방에 담고, 얼마 되지 않지만

 

그동안 저축해 놓은 통장도 살며시 집어 넣었습니다. 그리고

 

잔업해서 받아놓은 월급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아버지께 선물 할 핸드폰을 사기로 해요. 지금 생각해보면

 

저도 참 간이 컸어요^^

 

80만원을 들고 찾아간 핸드폰 대리점에선, 여러가지

 

핸드폰을 구경시켜주었는데 그중에 가장 눈에 띄는 핸드폰이

 

있었어요. 요새도 한뚝베기하시지예~로 인기를 끌고 계시는

 

로버트 할리씨가 선전하신~" 걸리면 걸리는 게 걸리버지예~"라는

 

핸드폰을 집어들었어요. 마치.. 그 시골 깡촌에서도 터질 것 같은

 

설레임이 폭발하듯 들었거든요. 76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어서

 

예쁜 번호까지 받아 계통 시켰지요..

 

그렇게 드디어..근 1년만에 집에 찾아가는 날이 되었어요.

 

분명 가출은 잘못한건데.. 검정고시를 봤으니까~ 돈도 모았고라는

 

자기합리화에 빠져.. 그저 그저 집에 가는게 마냥 좋기만 했던

 

복동이었습니다.. 기차에서 내리고.. 버스를 다시 한시간정도

 

타야했어요. 그렇게 전 집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1년을 보낸

 

겁니다.. 그토록 그리워하던 유년시절 시멘트길이 눈에 보이네요..

 

키도 작고 몸도 작고 마음도 작았던 그 시절엔 이 길이 그저 멀게만

 

느껴졌는데.. 제가 크긴 컸나봐요.. 왜 이렇게 작게 느껴졌을까요

 

밤나무 산에서 떨어진 날카로운 밤송이들은 여기저기 굴러다니며

 

고슴도치 흉내를 내고 있고 제가 어렸을 때부터 흘렀던 시냇물도

 

여전히 맑은 노랫소리를 내며 흐르고 있네요..

 

드디어 집 근처네요.. 와~ 어디선가 고소한 냄새가 나요..

 

아.. 전어구이 냄새네요..제가 제일 좋아하는 전어구이...

 

아마도 아버지께서 마당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대나무장작을

 

피우시며 전어에 굵은소금을 뿌리고.. 석쇠에 담아 요리저리

 

노릇노릇 전어를 구우시며, 매운 연기에 눈물도 살짝 흘리시고

 

계시겠지요.. 아 그립네요. 아버지의 얼굴..어머니의 얼굴..

 

그리고 내 동생.. 대문을 박차고 들어갔어요...

 

어머닌 마루에 앉아 절 보자마자 소리지르며 아이처럼 울음을

 

터트리시고, 아버진 늘 제가 그렇게 다녀간 것 처럼 가만히 앉아서

 

전어를 굽고 계세요.. 자주 통화했던 가식이도.. 누나가 오니까

 

좋긴 좋았나봐요..  우리가족은 그렇게 일년만에 재회를 했고..

 

그저그냥 그렇게... 행복하기만 한채, 저녁시간을 보냈어요...

 

맛있는 전어구이와 함께..

 

 

 

그리고 짜자자잔~~~ 아버지께 걸리버 휴대폰을 선물해드렸어요..

 

아버진 이렇게 비싼 걸 왜 사왔냐고 나무라셨지만, 은근히

 

좋아하시는 눈치셨어요.. 어쩌면 우리동네에서 최초로 휴대폰을

 

가지고 다니시게 되는 걸지도 몰라요. 아버진 저녁내내 휴대폰

 

사용법을 터득하셨어요.  그리고 자꾸 집으로 전화를 걸며

 

아버지 목소리가 잘 들리냐며... 마당 한 가운데서 큰 소리로

 

 

여보쇼~~ 여보쇼~~~ 여보시오~~~~

 

를 외치셨어요..

 

마치, 윗집 아랫집 옆집 사시는 분들 들으라는식으로 말이죠.

 

그렇게 아버지 휴대폰 자랑은 시작되시는겁니다..

 

다음날 아침이 되었어요.. 아버지께서 보이지 않으세요

 

아마 들에 나가신 것 같아요..  그리고 다시 잠을 들려고 하는데..

 

집 전화가 힘차게 울리네요.. 

 

해롱해롱 여보세요~~~

 

" 야 복동아 ~잘 들릴랑가 모르겠네?

 

  아빠 목소리 잘 들리제?"

 

" 잉? 아빠 워디여? 목소리 허버 커븐디?"

 

" 여기 변소다!! "

 

"... ..."

 

아침부터 아버진 신기한 휴대폰의 터짐에 신나하시며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거셨어요..

 

" 여보쇼? 여보쇼? 여보쇼?!"

 

".. ..."

 

아버진 고막이 터질듯한 소리로 누구에게 전화를 하고 계세요.

 

" 여보쇼?  행님? 나요~ 안들리요?  아~ 들리 

 

요?  행님 혹시 무전전화 샀소?? 와따 이거

 

겁나 좋은디~ 행님도 딸내미한테 한대 사달라

 

고 핫쇼~ 뭐요? 전화번호요? 왐마 그것은  아

 

직 외우덜 모댔는디.. 쪼깐만 기다려봇쇼~~ 

 

긍게..번호가 017-123-4567이랑께~

 

그렇게 핸드폰이라고 말씀드렸는데.. 아버진 생각이 나지

 

않으셔서 무전전화라고 하셨어요 아버지의 음성은

 

고요하던 동네의 땅속에서 자고 있던 지렁이까지도

 

꿈틀거리게 했지요~~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그당시

 

잠시 이장직을 하고 계시던 우리아버지... 저녁에 방송을

 

하러가시는데, 저에게 말씀을 하십니다.

 

" 야 복덩아~ 이따 7시반정도에 나한테 전화쪼까해라~"

 

그리고 삼천리자전거를 끄시고 휴대폰은 목에 걸고 그렇게

 

유유히 사라지십니다.. 

 

아버지께서 드디어 방송을 하시나봅니다~

 

 

" 아아~ 마이크 시험중~~ 주민여러분께 안내 말씀 드리겄습니다~~~ 긍게..다름이 아니오라~ 내일 아침일찍부터

동네 대청소가 있사오니~~~.....~~"

 

아버진 계속 방송을 하시는데.. 시계를 보니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시간이네요.. 어라 이상해요. 방송할때 전화벨이

 

울리면 안 될 것 같은데?? 하지만 눈치빠르고 센스 있는

 

전, 아버지의 부탁의 의미를 알아채리고 그시간에.. 전화를

 

해드립니다..

 

 

" 한분도 빠짐없이~~ 나오셔가꼬~~~

 

날좀보소~ 날좀 보소~~"

 

허걱.. 방송도중에 아버지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네요..

 

전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노랫소리만 들려줄 생각으로 그러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버지 마이크도 끄지 않은채로...

 

 

" 여보쇼? 여보쇼? 아 여보쇼~~

 

나 지금 방송중인께 난중에 전화하랑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버지 미안해요.. 제가 게시판에 글을 쓰면서.. 이렇게

 

ㅋㅋㅋ의 휘날림을 써 본적이 없는데.. 갑자기 웃음보가

 

터졌어요 ㅋㅋ ㅋㅋㅋㅋ

 

아버진 그 뒤에도 어디에서나 큰 소리로 전화를 받으시는

 

순진무구한 짓을 많이 하셨어요.. 지금의 신세대

 

부모님처럼 문자같은건 하시지도 못했지만, 늘 흙이 묻으신

 

옷을 입으시고 장화를 신었던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에

 

휴대폰 하나로 으쓱해지신 것 같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네요.

 

귀여운 우리 아버지~~  다시 공장으로 돌아와서 전

 

다시 열심히 일하고 수능을 목표로 또 공부를 하기 시작해요

 

그리고 저도 휴대폰을 장만을 했지요.. 그리고 야근을 마치고

 

기숙사에 돌아와보니.. 음성사서함에 음성 메세지가

 

남겨져있어요.. 아버지셨여요.

 

 

" 아아.. 여보쇼? 우리딸 핸드폰으로 전해줄랑가 모르것네

 

  아아.. 긍께.. 복덩이한테 집으로 전화 좀 해줄 수 있능가

 

  물어봐주면 감사하것소. 꼭 전해주믄 좋것소. 끊것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버지~~ ㅋㅋㅋㅋㅋ

 

 

미안해요..또 한번 웃을게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