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에선 헤어지라 하는데, 가슴이...

콩쥬2010.08.23
조회1,703

매일 눈팅만 하다가

답답한 마음에 글 씁니다.

 

저랑 남친은 31살 동갑.

만난 지 1년 되어 갑니다.

친구소개로 만났고,

저는 첫눈에 "아~ 결혼할 사람은 이렇게 알아보는구나" 싶었고

남친도 만난 지 2달 만에 어머니께 저를 소개시켜주고 결혼을 전제로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남친 어머니가 좀 극성스러운 성격이셔서, 절 먼저 보고 싶어 하셨어요.)

 

 

둘이 정말 잘 맞고

결혼관이나 앞으로 생활이나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집안도 이렇게 비슷할까 싶을 정도로

부모님의 사고도 비슷하시고

가정환경도 비슷하시고

심지어 형제들도 외쿡에서 모두 공부하고 있고...

참 잘 맞는다 싶었죠.

 

 

 

저는 연봉 3300정도에, 현재 모아놓은 돈 4천(중간에 외쿡 생활을 좀 해서, 친구들보다 모은 돈이 별로 없습니다.) 전문직. 1남 1녀 중 장녀.(집안의 장녀입니다.) 남동생은 외쿡에서 박사 중. 부모님은 직장 정년하시고 연금생활하심.

 

남친은 연봉 2천정도에, 5~7개월씩 다니다가 3번째 직장을 올해 잡아 현재 결혼을 목표로 성실히 일하고 있습니다. 모아놓은 돈 3천정도. 회사원. 2남 1녀 중 막내, 남친네 누나/형은 좀 잘나셨습니다. 근데 제 남친은 실업계를 고민할 만큼 성적도 별로였고, 큰 날라리는 아니었지만 암튼 부모속 좀 썪인 막내였나봅니다. 나이 들어서 뒤늦게 정신차리고 지금 생활하지만, 암튼 막내는 막내입니다~^^, 부모님은 동네에서 사업(?)/가게 하심.

 

 

저보다 연봉은 작지만

남자 월급이야 회사생활 잘하면, 오르는 건 시간문제라니까 큰 문제삼지 않았고

사람도 이렇게 성실할 수 없겠다 싶을 정도로 건실한 사람이라 믿고 있습니다.

둘다 짠돌이/짠순이 기질이 있어서 큰 돈은 못 모아도,

알뜰살뜰 잘 살 것 같았습니다.

 

 

제가 주변 친구들이 한창 결혼할 때, 좀 먼~외쿡에 있어서

어떻게 결혼하는지 보질 못했습니다..

게다 저는 남친을 만나기 직전까지 외쿡 유학 준비중 이었다가

집안 사정과, 여러 가지 사정으로 꿈을 정리하고 있던 터였습니다.

그래서 예단/예물/혼수 암튼 결혼에 관한 개념 0% 였죠.

 

그러다가 남친을 만나서 결혼에 홀라당 눈이 뒤짚힌거죠.

 

어쨌든 둘다 반반씩 한다 + 부모님께 신세지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남친과 그렇게 막연히 말만하고 있었습니다.

 

참고로 남친 어머니는

매우 신여성(?) 이십니다.

19에 시집오셔서, 아무것도 없는 집안을

혼자 일으키실만큼 생활력이 강한분이시죠.

그래서 일하는 며느리 잘 이해해 주시고 배려도 해주실 것 같습니다.

그런데 돈을 많이 좋아하셔서, 자기한테 손해 좀 난다 싶으면

백화점 같은데서 큰 소리로 싸우고 약간...그런 스탈이신 것 같습니다~^^;;

(옆에서 살갑게 굴고 그런 것 보다, 돈을 더 좋아하시는..^^;;)

 

1. 처음 남친과 저는 막연히 집을 반반하고, 결혼식은 간소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2. 여자 3천 + 남자 3천 + 대출 7천 = 1억 3천

    (8천~1억으로 집 얻고(서울 외곽이라 가능), 남은돈으로 반반해서 결혼식)

    혼수 필요없다. 집에 뭐 낡은게 있긴 하지만, 네가 이만큼 양보해 주는 것만도 고맙다.

    살림도 필요한 거 있으면, 여기서 갖다 써라.

    지금은 미쿡 박사하는 형내우 생활비때문에 힘드니

    일단 너희가 7천만원 대출에 대한 이자갚고 있으면  살림 피면 내가 원금 갚아주겠다. 

 

3. 저희집은 사시면서 대출을 한번도 안 받아본 집입니다.

   없으면 없는대로 아껴쓰는 집이라...

   대출끼고 시작하면 애들이 힘드니, 양가에서 1~2천씩 보태주고

   그럼 여자 5천+남자5천 = 1억

   이렇게 해서, 작은집 얻고, 간소하게 결혼시키자.

    남친네서 지금 1~2천도..대출 받을 수 있는 상황이 안된다...고 그러셨고...

 

여기서 저희집은 마음이 상하셨고

저도 이런 고민을 친구들과 얘기하다 보니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들기 시작했죠.

너무 답답한 마음에

둘이 깊은 얘기를 하다가

제가 넘으면 안될 강을 넘고 말았습니다.

 

“1. 왜 딸을 이렇게 보낼 수 밖에 없는 우리 부모님 맘은 이해 못하냐?

 2. 정말 1~2천도 대출을 못 받으시냐?

 3. 솔직히 이렇게 결혼하면, 나중에 제사 지내고 그럴 때, 너희 집에서 결혼할 때 해준 게 머라고 나한테 오라 가라냐~! 그런 말 할 것 같다. (저희 어머니가 맏며느리고, 저희 집도 어른들 모시고 살고 제사까지 지내는 집이라, 전 그런 거 상관없었습니다. 처음엔 제가 어머니댁에 들어가 살자고 먼저 그랬으니까요.)

 4. 평생 자기 원망할 것 같다.”

 

이런 말을 쏟아 부었죠.

 

남친이 상처가 컷나봅니다. (이 부분은 제 잘못 100% 인정합니다.)

그런데 이 말을 어머님께 옮겼네요.

고자질이라기 보다는

막내라 워낙 엄마한테 이런 저런 얘기 잘 하거든요.

처음엔 사이가 좋은 가보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일을 겪고 보니, 이게 마마보이 시초라는걸 깨달았습니다.

 

일주일 후에, 어쨌든 좋은 마음으로 다시 시작하자고 하고

다시 잘 지내는 중입니다.

 

그러다 최근에 또 서로 감정이 상했는데

남친이

“나도 솔직히, 심하게 얘기하면

 내가 처가에서 받은게 뭐가 있다고 맏사위 노릇을 하라고 하냐. 그런 말 할 수 있다.

 네가 개업해야하는 그런 직업을 가진 여성도 아니고...”

이런 말을 지나가듯이 하네요.

 

시간이 지날수록 이건 아니다는 생각이 자꾸 드는겁니다.

 

이유가

저희 집은 제가 첫 혼사지만

남친네 집은 남친이 마지막 혼사이거든요.

저희집은 제가 첫 딸이니, 어떻게든 잘 해서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십니다.

네가 중간에 그래서, 벌어놓은 돈이 적으니, 집에서 어느 정도라도 보태주겠다.

시집가서 미움 안받게 잘 해라. 그러시는 딸 갖은 죄인이시죠.

 

근데 남친네는

 

누나-매형 : 서울소재 유명대학 출신에 대기업, 양가가 빵빵하여 반포에 아파트 있으시고

            미쿡에서 박사중인 남편 따라 미쿡에 계심.

            뭐 하나 부족할거 없는 그런 부부이심.

 

큰형-형수 : 학벌은 누나네 못 미치지만, 형이 미쿡서 박사 중이고, 형수네는 수백 억대 재력가이심. 형수네 형제가 공부에 출중하지 못해, 장인이 사위에게 투자하는 상황. 형수는 태어나 일정한 직업 한번 갖을 필요 없을 정도로 그냥 고~운 분이심. 그냥 정말 잘사는 집에서 곱~게 자란 현모양처이심. 혼수 품목 중 하나가 천만 원대 켈리백이었음. 이분들도 미쿡에서 생활중이심.

 

 

두 형제 모두 강남 한복판 호텔에서 결혼하셨습니다. 결혼식 비용만 3천이 넘었다네요.

 

어머니 중형 세단 몰고 다니십니다.

 

동네에서 작은 사업(?) 가게 하고 계셔서, 살림 이어가시고 미쿡 아들네 생활비 보내주십니다.

 

씀씀이가 크셔서, 뭐하나 백화점거 아닌 게 없습니다. 샴푸/바디용품도 아베다 쓰시니까요. 암튼 브랜드 아닌 게 없습니다. 보세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데 왜 막내 아들 결혼에는 한 푼도 못쓰시겠다는 걸까요?

 

둘이 열심히 살자고 들면, 못살건 없는데...둘이 이런 저런 코드가 잘 맞아서

둘이서는 지지고 볶고 알콩달콩 잘 살 것 같긴 한데

그런데 앞으로 제 인생이

그 좋아하는 해외여행도 1년에 한번 못하고, 애들 학원비 벌고, 시집에서 소처럼 일할 제 인생이 눈앞에 펼쳐지는 기분입니다.

 

1. 결혼 후에 대출 갚아 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모두 그러시네요.

2. 남친이 효자에 마마보이기질이 보입니다..T.T 그거 빼고는 정말 잘 맞는데 말이죠.~ 정말 좋은 사람인데...착하고 성실하고...

3. 집에서 남친이 받는 대우가 그 정도면, 결혼해 봤자 며느리가 받는 대접이 그 정도 밖에 안 된다 다고 다들 그러세요.

 

머리로는 이해되고, 정리해야 할 상황인걸 알면서도

마음으로 정리 안되네요.

 

정리해야 하는 거 맞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