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 2호선 신촌역 8번출구에서..

mrsw2010.08.27
조회42,325


서울에서 가장 사람이 붐비는곳 중 하나인 곳...신촌
일 끝나는 시간이 늦은 시간이어서
한잔 걸치러 가는 북적대는 사람들 속에서
여느때와 다름없이 퇴근하던 중.

그랜드마트를 끼고 역출구로 우회전하는 코너
떡볶이포장마차 옆에 한 아저씨가 쓰러져 계셨습니다
쓰러...졌을수도 있고 술먹고 그냥 주무...시는 걸수도 있겠죠
주변에는 정말 많은 사람..들이 쉴새없이 지나다니고
그 아저씨 옆에 와이셔츠입은 직장인 무리 한 5명이 서있고 한명이 전화를 하길래
신고를 하는가 싶었는데 아닌걸 확인하고선 그냥 지나칠 수가 없더라고요

그런 사람들을 한두번 본것도아니고
주말밤마다 번화가에선 흔히 볼수 있는 광경인데.
그냥 지나갈 수가 없었던 것은
친구의 친한 동생에게 불과 몇주전에 생긴 불상사 때문입니다.



제 친구는 저랑 고등학교/대학교 동창이고
그 친한 동생도 제가 일하는 분야에서 촉망을 받고 있었던 터라 직접적으론 몰라도 간접적으론 알고 있었던 사이인데요
그 동생은 올해나이 한창인 23살 이었습니다.
제 친구와 그 동생은 여러 선후배들과 술자리를 하다가
동생이 인사불성이 되자 제 친구가 나와서 택시를 태워 보냈습니다(둘 다 남자입니다).

여느때와 다름없게, 택시를 잘 타고 가는지 확인하고, 제 친구는 안심했죠

다음날 아침 발견된것은 그 꽃다운 동생의 차가운 주검이었습니다.
인도에 버려진 것도 차도에 버려진것도 아니고
인도와 차도에 몸이 반이 걸쳐서 버려져 발견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사인은 알 수 없는 차량에 치인 것이라고 합니다.

제 친구는 죄책감에 거의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고
장례식장에 갔을 때도 너무 죄송스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다 합니다.

어쨌든 너무 갑작스럽고 안타까운 죽음이라.
그 동생을 잘 모르는 저도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그 동생과 모두 친했기에...그 동생의 명복을 빕니다.



... 다시 제가 하던 얘기로 돌아와서
그래서 그자리에서 112에 전화를 했습니다.
친절하게 받으시는 상담원(?)혹은 경찰관분..
그래서 경찰차 도착할때까지 기다렸습니다.
아무래도 장소가 신촌이니 그렇게 길바닥에 패스아웃 된 사람들이 한둘이겠어요..
이해합니다..도로에 차도 적지않았고
16분후에 경찰관아저씨 도착...걱정말라고 깨워서 집에 보내겠다고 하셔서
저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기다리던 16분동안 그 아저씨와 약간의 거리를 유지하고(저는여자입니다)
담에 걸터앉아서 지나가던 사람들을 지켜봤습니다.
그 좁은길에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던지...

그 사람이 술이 취해서 그런거든 아니든.
사람이 쓰러져있단말입니다.
그것도 차도 다니고 사람도 무지막지하게 다니는 그런 길에..
그런데 눈길을 주는 사람도 강아지 잠깐 쳐다보듯 살짝 흘기고
단 한사람도 주의깊게 보는 사람이 없더군요
한껏 멋을 부리고 하이힐 신은 예쁜 언니들도 또각또각 그아저씨 밟을뻔할정도로 잘 지나가더군요

아마 저도 제 친구 친한 동생의 그 일이 없었다면
그 아저씨를 그냥 지나치는 수 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있었을지도 모르죠..

내가 혹은 내 가족이 혹시나 혼자 길을 걷다가 아주 우연히 아프거나 혹은 술로 떡실신을 하게 되서
길바닥에 쓰러질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긴다면.
이라고 상상하니
몸관리잘하고 술멀리해서 그런일은 아에 있지도 말게 해야겠다는 생각 들었습니다.
왜냐면 세상은 내가 어려움에 처했는지 어쩐지도 관심도 없을테니까요..

여러분들도 몸 조심하세요.
이런 세상입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길바닥에 쓰러져있는 사람을 지나다니는 그런 곳이요.
당신이 사는 도시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