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투데이... 42

송수민2003.07.08
조회118

"들어가, 오빠."
"아니, 차에 진아씨도 있구.. 같이 합석은 그렇네."
"같이, 가면 되잖아...민혁오빠도 있고, 서먹해지는 분위기도 아닐텐데."
"아냐. 젊은 사람들끼리 있는데 내가 가서 분위기 다운 시킬필요 없지, 뭐."
"오빠."
채현이 무현의 팔을 잡았다.
"이거.. 현주한테 전해줘.. 수고했단 말도"
"오빠..."
무현은 채현의 손에 꽃다발을 쥐어주며 어깨를 살짝 토닥인 뒤에 계단을 내려와 차가 세워진 곳을 향해 걸음을 빨리했다.
채현은 살짝 시큰둥한 표정으로 얼굴을 찡그린 뒤에 출입문을 열고 들어갔다.

 

 

*

"괜히 저 때문에 ..."
"지나씨 때문이었다면, 오늘 약속을 처음부터 잡지 않았겠죠. 아니니깐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요."
무현은 달리는 차들을 주시하며 도로로 합류했다.

 

 

*

"아이고.. 벌써부터 잡힌건지..원."
채현의 심두렁한 말투 뒤로 한아름의 꽃다발이 등장하자, 다른 멤버들의 표정이 한순간 채현에게 쏠렸다.
"자, 김현주. 오빠가 수고했다면서 전해주라네..?"
채현의 장난스러운 말투를 들으며 현주는 꽃다발을 바라봤다.
"친구. 이렇게 보여도 이거 무거워. 얼른 받아라."
채현이 꽃다발 든 손을 현주를 향해 다시 내밀며 가볍게 흔들었다.
"어... 어."
"감사에 인사는 나한테 전해달라고 하지말고. 니가 오빠한테 직접 말해."
채현은 의자에 앉았다.
"야~ 꽃 이쁘다, 정말."
"그러게. 우리가 전해준 꽃에 비하면 와.. "
주민과 민혁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현주는 가만히 꽃을 바라봤다.
"형 들어오라고 하지.."
"그러게 말이야. 약혼녀가 차에 계시다고 그냥 가셔야겠다고 하는데 어쩌겠어. 남자들 다 그래? 치사해서.."
채현의 심드렁한 말투가 다시 시작되었다.
"야.. 다 그런거야. 참.. 형 결혼날짜는 언제야? 바로 한다고 엄마가 그러셨던 것 같던데..?"
"응. 약혼식은 그냥 신부쪽에서 절차라고 해서 다음주쯤하고, 바로 결혼식 할 것 같애. 정말 빠르지? "
"아니, 그러려면 약혼식은 왜한대? 바로 결혼식 하면 되지. 그렇게 열렬한 연인인가 보지?"
민혁과 채현의 주고받는 말 뒤로 준이 끼어들었다.
"글세.. 그건 노코멘트."
뒤이을 말을 한순간에 막아 버리듯 채현의 말이 준의 말 뒤로 바로 붙여졌다.

 

그렇게 여러사람들의 주고받는 이야기속에서도 현주는 여전히 멍한 듯 옆좌석으로 놓인 꽃다발에 시선을 고정했다.
그리곤 살짝 의자를 뒤로 밀며,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은 현주의 그런 모습을 지켜보았지만, 달리 이상하다란 느낌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대로 다른 이들과 함께 이야기에 합류했다. 

현주가 식당의 중앙쪽을 향해 걸어갈 때쯤 준이 얼핏 현주를 향한 시선을 주려다 현주가 자리에 없자, 뒤를 돌아보았고 저 만치 걸어가고 있는 현주를 그대로 응시한채로 준은 너무나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그렇게 준이 현주의 뒤를 따라 걸어가는 모습을 테이블에 남아 있는 여러명은 서로 각자 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쫓고 있었다.

 

 

현주는 밖의 공기가 왠지 차갑게 느껴졌다.
아직 여름의 열기가 가득한 이 공간에서의 차가움이란 스스로가 만들어 버린 감정의 또 다른 느낌이었다.
현주는 작은 폭으로 일정한 방향을 반복하여 걷다가 멈췄다.
그리고 전화기가 들린 손을 귀에 대었다.

 

*

낮게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한강은 약간의 바람을 싣고 물결을 출렁이게 했다.
지나는 화장실의 2층 계단을 내려오며 공원의 잔디 한가운데로 비스듬히 벤치의자에 앉은 무현을 보다가 곳곳의 상점에서 내 놓은 얼음가득한 아이스박스위로 올라온 시원한 캔 음료를 보자 빙그레 웃으며 그쪽으로 걸음을 옮겨 보았다.

 

무현은 그냥 한곳만을 응시한 표정으로 저만치 보이는 한강의 물결을 바라봤다.
시원스레 비치는 야경불빛이 물결의 출렁임을 더욱 부추기는 듯 느껴지고 있을 때쯤 전화벨 소리에 눈을 깜박였다.

 

"네.. 이무현입니다."
"...."
"여보세요."
"...."
무현은 아무런 응답이 없는 전화기 저편에서 들리는 낮은 소음을 그대로 무시하며 전화를 그대로 끊으려할 때 나직이 들리는 목소리에 전화기를 고쳐 잡았다.

"오빠.. 현주에요."
"........"
이번엔 무현이 아무런 대답을 못했다.
현주란 이름이 부여하는 그 의미가 이렇게 침묵만으로 떨림을 감출 수 없단 걸 느껴지게 하는 짧은 순간이었다.
"..오빠? "
"어.. 그래, 현주야."
"전화가 끊긴 줄 알았어요."
"어.. 미안. 밖이라 그랬나봐."
"네.. 저, 꽃.. 고맙단 말하려고요."
"어어. 고맙긴 맘에 들었니?"
"그럼요."
"다행이네. 현주가 춤추는 거 직접 봤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아니에요."
"현주는 착하니깐 이해해 주는구나? 우리 채현이 같았으면 어림도 없었을 텐데."
무현은 괜한 웃음을 짧게 섞었다.
갑자기 한동안 서로의 귀로 침묵과 함께 각자가 함께 하고 있는 곳의 소음만이 전달되어지고 있었다.
" ..오빠, 결혼 한다구요?"
"......."
"이번엔 제가 축하도 해드리고, 선물도 준비해야 겠어요."
"..그런가? 현주한테 선물을 처음 받게 되겠네, 그럼?"
무현은 갑자기 이상한 기운이 가슴 저만치에서 당겨 올라오는 것 같았다.
"늘 오빠한테 받기만 한 것 같은데.. 이번에 재대로 해야죠."
"고맙다. 기대할게."
"네에...."
또 다시 둘 사이에 침묵의 짧은 시간이 흐르듯 할때.
"저기.." " 저.."
무현과 현주가 동시에 서로를 불렀다.
"..네 오빠."
"아니야. 현주가 말해."
"행복.. 하시라구요. 꼭."
".....고맙다.."
"오빠는 무슨말.."
"어.. 결혼식에 꼭 오라고.."
"그럼요. 가야죠."
"그래.."
"오빠, 저 이제 그만 들어가 봐야겠어요. 밖으로 나와서 전화 건거에요. 조용한곳 찾다가.."
"그랬구나.. 그래. 뭐.. 결혼전에 또 봐야지."
"네에.. 그럼 끊을게요."
"어..그러자."
"아니, 현주야!"
"...네?"
"...음.. 그래 재밌게 놀다가 들어가라고."
"네. 그럼 이제 끊을게요."
"그래.."

무현의 귀에 신호음이 들려왔지만, 좀처럼 귀에서 휴대폰이 쥐여진 손이 내려오지 않았다.
"실장님!"
"...실장님..?"
"네, 지나씨."
"무슨 전화길래 그러세요?"
"아니에요."
무현은 멍한 눈빛을 지우며 의자 옆으로 선 지나를 향해 말한 뒤 전화기를 접었다.
"시원하게 마시면 가슴까지 뚫릴 것 같아서 샀어요."
지나가 무현에게로 음료를 건넸다.
"고마워요."
무현은 캔을 손에 쥐고 잠시 그 동작에서 멈췄다.

지나는 그런 무현을 바라보고 있자니 답답해졌다. 또 다시 무언가에 빠져버린 듯한 무현의 모습을 보는게 무척이나 힘들었다.

' ..현주..? 라고 했던 것 같은데.. 누굴까...'

지나는 무현의 옆으로 거리를 두며 의자에 앉아서 무현의 시선이 닿아 있는 한강의 건너편으로 함께 시선을 두었다.

 

*

 

현주는 끊겨진 전화기를 손에 꼭 쥐었다.
부르르 떨려 오는 손목의 진동이 가슴을 마구 때리는 것 같아 아팠다.
그리고 힘을 주며 참고 있던 눈이 스르륵 감겨지자,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고 말하는 무현에게 대화가 길어지게 되면 공연스레 마음이 들켜버리지나 않을까 ...해서 재빨리 끊고 말았지만, 무현의 목소리는 여운으로 남아 귀에 아직 맴돌고 있었다.
현주는 가슴이 마구 아파오는 이 느낌을 어떻게 진정할 수 없어 얼굴을 두 손에 묻고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주의 어깨 뒤로 그런 현주의 모습을 눈에 그대로 담아 놓는 준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