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귀가길, 나를 쫓아오던 남자

lovelym22010.09.13
조회603

안녕하세요^*^

요즘들어 판을 즐겨보는 22살 직장여입니다.

말이 직장이지 출근하면 하는 일이 없어서 이사연 저사연 흘깃흘깃 보기만 하다가

고등학교 때 겪은 일이 문득 생각나서 끄적여 봅니다.

 

제가 사는 곳은 강원도 강릉의 정동진입니다.

정동진이라고 횟집이며 숙박업소가 즐비하게 늘어선 곳이 아니고 외곽으로 벗어나 그냥 조용한 마을에 살고 있지요.

시골을 사랑하시고 농사짓는걸 취미로 삼으시는 아버지 때문에 시내권으로 이사를 가는건 꿈에도 못꾸고 있구요ㅠㅠ. 그래서 초등학교를 제외한 중,고등학교 생활을 꼭두새벽에 일어나 40분거리를 버스를 타고 통학했습니다.

 

고등학교 3학년 이맘때쯤, 수시에 합격하고 마음편히 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수시 합격자들은 야간자율학습에서 제외됐었기 때문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어요.

가고싶은 학교는 붙어놨으니 공부도 더이상 하기 싫었고ㅋ

시내라고해서 놀아봤자 즐길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일찍일찍 귀가를 하던 중에

대학가서 쓸 용돈이라도 벌어 놓을 생각으로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정동진에 오셨던 분들은 아실꺼예요

모래시계 공원 입구에 편의점이 있습니다.

그 곳에서 알바를 했는데요

저녁8시부터 새벽6시까지 알바를 하고 학교에서 잠을자고 그랬습니다

알바하는 곳은 도보로 15분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멀지 않은 곳이었습니다

버스타고 가기엔 차비가 너무 아까워서

걸어가도 충분 하다고 엄빠를 안심시켜드렸지만 가로등 하나 없는 길을 여자 애가 걸어가는게 맘이 놓이지 않으셨는지 출근할 땐아버지가 태워다주시고 퇴근할 떈 엄마가 태우러 오시면서 꽤 오래 알바를 한 것 같네요

 

그렇게 겨울이 됐습니다.

아버지가 출장을 가셔야 되서 몇일간은 걸어서 출퇴근을 해야했죠

엄마는 버스비 준다고준다고 버스타고 가라고가라고 하셨지만

차비가 너~무너무너무너무 아까워서 패딩을 걸치고 씩씩하게 그 어두운 길을 걸어서 알바를다녔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여느때처럼 일을 끝내고 엄마가 좋아하시는 과자를 몇개 사서 봉지에 싸들고

패딩으로 무장을 한 후 걸어가는데

유난히 춥고 뭘 두고 온 것 처럼 기분이 흐물흐물한겁니다

마침 엄마한테 전화가 걸려와서 받았더니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엄마가 지금 걸어갈테니까 조심히 걸어오라고, 중간에서 만나자고 그러시는겁니다

알았다 그러구 차한대 없고 사람 한명 없는 논길을 부지런히 걸었습니다.

패딩에 딸린 후드를 푹 눌러써서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고 손에 들고 있는 봉지 흔들리는 소리만 들렸죠

 

근데 자꾸 모자를 벗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추웠지만 모자를 훌러덩 재껴버리고는 걸었습니다

2분정도를 걸었을까요

느낌이 너무 안좋아서 뒤를 돌아봤는데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아무도 없었는데

100미터쯤 되는 거리에서 남자분 한분이 걸어오고 있는겁니다.

한참 살인사건이다 뭐다해서 시국이 어수선한 시기였기때문에

의심을 안할래야 안할수가 없었습니다

아래위로 까만 옷을 입으신 분이었는데, 살짝 무섭기도 했지만 그냥 그보폭 그속도로 걸었습니다

그러다가 다시한번 돌아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뒤를 돌아봤는데

100미터 거리에 계시던 남자분이 70미터 쯤 되는 거리에서 빠른 속도로 걸어오고 있는 거였습니다

그것도 손에 흰 장갑을 끼고는 반짝거리는 무언가를 들고 말이죠

너무 무서워서 정신이 없었지만 그분이 걸어오시는 그 모습을 잊을수가 없네요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정면으로 돌리자마자 뛰기 시작했습니다

핸드폰이 울렸고 엄마일거라고 생각한 저는 잽싸게 폰을 꺼내 들었는데....

겨울이라 손이 꽁꽁 얼고 힘이 없으니....

폰이 제 손을 떠나 논밭으로 툭 떨어졌습니다

벨소리는 계속 울리고 있었어요

그상태로 계속 뛰어도 엄마를 만났을텐데

무슨 정신에 그랬는지 몰라도 폰을 찾아야 될 것 같았어요

 

다행히 전화가 계속 오고 있는 상태라

액정이 반짝거려서 쉽게 휴대폰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논길로 올라와 뜀박질을 하며 전화기를 받아 들고는

아주 큰 목소리로

"엄마, 엄마 나 거의다 왔어. 엄마도 거의 다 와가? 엄마 어디야?"

라고 정말 무지막지하게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안좋은 낌새를 눈치 채신 엄마는

다행히 가까이 와계셨는지

제이름을 아주 크게 부르시며 뛰어오시더라구요

 

제 이마를 짚으시며 무슨 일 있냐구 물으시길래

저는 엄마 팔짱을 꼭 끼고는 빨리 가자고 재촉했습니다

그리곤 저 뒤에 어떤 남자가 칼 들고 쫓아오고있다고 얘기를 하며 뒤를 돌아봤는데...

오른쪽엔 강이 흐르고 왼쪽엔 그냥 허허 벌판인 그 곳엔

저를 쫓아오는 그 누구도,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그 후로 저는 용돈이고 뭐고 알바따윈 때려쳤습니다 

제가 본게 헛것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그 때를 생각하면 정말 무섭다는ㅠ.ㅠ

 

 

 

톡커님들 해가 거듭될수록 악행이 넘쳐납니다ㅠㅠ

밤길 조심하시구 건강하세요

끝까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http://www.cyworld.com/58986644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