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영화제목을 보고 내 독서 습관을 탓하다

Chiron2010.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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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해외 포스터는 책 표지와 똑같이 디자인 되었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는 국내에서 9월 30일 개봉 예정이다.

통상 언론 시사를 개봉 2주에서 10일전 쯤 하는데 내가 알기론 오늘 오후에 이 영화의 언론 시사가 있는 것으로 안다.

 

보지도 않은 영화를 평한다는 건 우스운 일이고, 이 자리를 통해 말하고 싶은 건 내 독서 습관이다.

그러니까 이 제목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을 들었을 때 그리고 원제가 <Eat, Pray, Love>라고 되어 있던데, '어라 이거 어디서 많이 본 건데...어디서 봤더라.....' 했었다.

 

내 책장에는 책을 분야별로 분류해서 꽂아 놓는데, 영문원서 쪽으로 눈을 돌리니 영화의 원작이 눈에 들어온다.

 

'어라, 나 이 책 언제 샀지? 산 기억이 없는데....그것도 원서?.....'

 

손에 집히는 대로 책을 들고 읽으며 중간쯤 읽다가 다른 책으로 갈아타고, 책이 워낙 재미 있으면 그대로 쭉 한 권을 독파하는 것이 내 독서 습관이고, 책을 고를 때도 내 관심사에 맞는 것 위주로 고르긴 하는데, 소설이든, 논픽션이든 일단 내 눈에 차야 사는 편이라 이 책이 서가에 꽂혀 있다는 게 이상했다. 전혀 내 관심사와 맞지 않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여성 작가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원서라도 관심 분야가 아니거나, 수집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한 사지 않는 게 내 철칙이다. 일단, 원서는 비싸니까.

 

어쨌든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이 책이 어떻게 내 방에 들어와 있을까 생각해 보니 뉴욕에 사는 누나가 몇 년 전에 내게 부쳐 줬다는 게 간신히 기억 났다.

 

 

 

 

개인적으로는 줄리아 로버츠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줄리아 로버츠의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이 꺽다리 아줌마(?)가 왜 <피플>지 선정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 리스트에 단골로 올라야 하는지 도무지 그 이유를 모르겠고, 입이 너무 커서 내게는 부자연스럽게 보인다. 그러나 영화가 괜찮다면 내 주연배우의 호오는 어느 정도 상쇄되지 않을까.

 

위 사진은 원작의 표지이다. 출판사는 펭귄 북스. 출간 년도를 보니 초판을 찍은지 4년 되었던데, 영화로 만들 생각을 당장에는 하지 못하고 뒤늦게 한 건지....뭐 그건 모르겠다. 감독을 정했으나 배우 캐스팅에 어려움이 있었다거나 중간에 감독이 바뀌었다거나 뭐 그랬던건가?

 

원서를 읽지도 않았는데 조만간 영화로 개봉한다고 하고 트레일러나 광고를 통해 내용은 다 알아 버렸고, 어쨌거나 영화 덕에 서가에 고이 잠자고 있던 책을 꺼내 들고 표지를 보니 '그래 바로 이거였어'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핸드폰으로 찍어 사진이 선명하진 않지만,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책 뒷표지다. 글쓴이의 얼굴이 나와 있다.

   

라이프니츠는 라틴어를 독학으로 깨쳤는데, 훗날 그가 밝힌 독학의 비결은 이랬다. 책을 펼쳐 아무 데나 읽고 이해가 되면 다른 쪽을 펼쳐 읽었다고. 그러니까 되는 대로 마구잡이 식으로 읽었는데, 이해가 되면 넘어가고 그러다가 한 권을 다 뗐다는 건데, 그야말로 천재가 아닐 수 없다.

 

나의 책 읽는 습관도 위와 비슷하지만, 정말로 책에 핵심이 있어서 형광펜으로 밑줄을 쫙 긋는다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인용구나 어떤 내용에 대해 출처를 밝힐 필요가 있는데,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이 내용이 어느 책에 있었는지 머리속이 뒤죽박죽이 되기도 한다. 이 내용은 이 책에서 봤는데 하고 펼치면 없고 의외로 생각치도 않았던 책에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라이프니츠 같은 천재라면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데에다 밑줄을  쫘악 긋지 않아도 기억을 다 했을 테지만......

 

서가에는 그동안 모아둔 책들이 가득한데, 다 읽은 책은 빼놓고 또 심심할 때 다시 볼 책들은 그대로 두었다. 자리가 모자란 것을 보니 나도 어지간히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게 되는데 이 책들을 다 언제 읽나 싶어 막막해지기도 한다. 반쯤 읽다가 만 책도 수두룩하고 그 때 그 때마다 필요한 부분만 찾아 읽은 책들도 꽤 된다. 언제 다 읽을까 하기 전에 이 책들의 내용을 내가 다 기억하고 있나 아니면 적어도 이런 내용이 이 책에 있었다는 것쯤은 대강 기억이나 하고 있어야 하는데 하는 걱정이 앞선다.

 

책을 좋아하니 누나가 작심(?)하고 읽어보라고 이 책을 부쳐준 것이겠지만, 솔직이 이 책이 있다는 생각조차 안 했으니 앞으로는 집에 있는 책인지도 모르고 똑같은 책을 구입할 경우도 생길 것 같다. 원작이 있는 영화의 경우 내 취향과 맞아 떨어지면 원작도 찾아 읽는 편인데, 이 영화도 그럴런지는 아직 판단이 안 선다. 코맥 맥카시의 <로드>도 개봉 전부터 관심이 있어서 원서로 읽다가 반쯤 읽고 말았는데, 이번에는 어디 한 번 시간을 내어 읽어볼까.....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뒤로 미루고 이 책부터.....?????

 

사실 이런 식으로 가다가 읽다 만 책도 한 두 권이 아니라 어떡해야 하나 걱정이다.

 

소설이나 자전적인 이야기를 원서로 읽는다는 것은 어렵다. 읽어가며 모르는 단어를 찾기 보다는 그 장이나 페이지의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뒤 내 머릿속으로 어떤 장면을 그린다. 그리고 그 장면에 책이 묘사하는 데로 그림을 그려 나간다. 작가가 독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와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이 소설이나 논픽션 등의 원서를 읽을 때 내가 독서하는 방법이다. 

 

그때 그때 관심있는 책을 펼쳐서 쭉 읽다가 다른 책이 눈에 들어오면 그 책으로 갈아타고, 정말로 재미 있으면 독파하고 이런 독서 습관이 결코 좋은 것은 아니다. 나 자신도 그것을 잘 안다. 그래서 한 권 한 권 정독해 나가는 독서 습관을 가진 사람이 부럽기만 하다.

 

그럼 나도 영화의 개봉을 계기로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의 원작을 읽어봐? 개봉 전까진 완독 가능하겠지????? 그나저나 원작보다 영화가 재미 없다면.....?????

뭐 그래도 내가 줄리아 로버츠를 좋아하진 않지만 그녀가 나오는 영화는 어느 정도 기본값은 하니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