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남희석 “불법복제 SW 쓰지 맙시다”

남희석2010.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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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달 전 지하철 충무로역에서 갈아 탈 일이 있었다. 계단을 내려가다 보니 복제 영화 디스크를 수백 장 늘어놓고 판매하는 아저씨가 있었다. 1만원에 세 장이라는데 심지어 당시 극장에 상영 중인 영화도 있었다. 내가 가서 “이러시면 안 됩니다.” 라고 말하자 “예 죄송합니다. 먹고 살려니…” 라고 답했다.

우리 사회는 ‘먹고 살려고 하는데 그걸 가지고 뭐라 하는 것은 매몰차다’는 정서가 폭넓게 깔려있다. 전쟁의 폐허 위에서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이 생존을 위해 때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수 없었던 역사가 우리에게는 있다. 목숨과 직결된 생존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던 시대였고, 어쩌면 오늘의 우리가 있게끔 하는데 도움이 된 것도 외면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계의 이슈를 주도하는 나라의 반열에 올라섰다. 대한민국하면 잘 사는 나라, 가보고 싶은 나라라고 말하는 외국인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돌이켜보면 ‘먹고 살기 위해서’라는 명분 아래 너무 많은 불법, 탈법이 용인돼 왔다. 정식 음반 회사에서 나온 테이프가 아닌 불법 음반이 하도 많이 팔려서 당대 최고의 가수로 꼽히는 조용필의 음반이 얼마나 팔렸는지 집계가 정확하지 않다. 심지어 ‘길보드차트’라는 부끄러운 이름으로 당당히 소개되기도 했다. 이런 안이한 생각은 디지털 시대에 접어 들어서는 불법 다운로드로 이어졌다.

문제는, 지금은 먹고 살기 위해 복사 되고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 있는 모든 것은 공짜다’ 라는 생각에 누구나 그렇게 불법 다운로드를 받는다는 사실이다. 내가 몸담고 있는 연예계만 하더라도 소비자 즉, 팬에게 찍히는 것이 두려워 그냥 묵인하고 지나친 면도 없지 않다. 그 결과는 어떤가. 연예계는 음반을 만들 힘이 없어졌고 몇몇 대형 기획사만 살아남는 형태가 되었다. 음반이 팔리지 않고 디지털로 나와 봐야 무료 다운로드가 대세를 이루면서 실력 있는 가수들이라 하더라도 꿈을 제대로 펴지도 못하고 접기 일쑤다.

소프트웨어 시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컴퓨터를 사면 으레 불법으로 여러 프로그램들을 깔아준다. 그것을 돈 주고 깔았다는 사람은 그 회사에 다니거나 바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아직도 많다. 몇몇은 ‘정품 소프트웨어를 깔아봐야 외국 기업에 돈 퍼주는 꼴 아니냐’고 말한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이다. 스스로 인터넷 강국이라고 외치고, 중국에서 우리나라의 자동차, 핸드폰 짝퉁을 만든다고 손가락질한다. 그런데 정작 남이 애써 만든 소프트웨어를 불법으로 쓰는 데 거리낌이 없다. 부끄러운 일이다.

체면 때문에 정품을 쓰자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우리의 미래와 직결된 사안이다. 요즘의 젊은이들의 희망 직업과 특기를 보면 게임 개발자, 소프트웨어 개발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어마어마하게 많다. 이런 인재들이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로 뻗어 나아가게 발판을 마련해 줘야 한다. 몇 년을 고생해서 만든 자신의 작품이 다음 날 불법복제 돼 뿌려지면, 희망을 잃고 포기 하거나 많은 돈을 주는 외국으로 발길을 돌리게 된다. 낭비다. 국가는 이런 인재들을 보호하고 꿈을 펼칠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다행히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관심을 갖고 지원과 보호를 해주고 나섰다. 중단 없이 계속 되어야 할 사업이다. 명품 가방 짝퉁 만들기 강국도 모자라 다른 나라 소프트웨어를 복사해 공짜로 쓰는 것을 세계 만방에 알리면 안 된다.

그동안 정부 당국과 소프트웨어산업계의 노력, 그리고 국민의 인식 전환이 이뤄져 이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알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선진국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다.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는 일이 대한민국의 국격만 높이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날 ‘당장’ 먹고 살기 위해서 불법을 자행했다면, 이제는 우리 젊은이들의 일자리, 나아가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품 소프트웨어를 쓸 일이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우리나라처럼 부존 자원이 적고 인적 자원이 많은 나라에 가장 적합한 산업이라고 한다. 모든 소프트웨어 개발은 고도의 두뇌를 가진 사람의 작업으로 일일이 이뤄지기 때문에 요즘처럼 고급 청년 인재가 넘쳐나는 문제를 해소하는데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거창하게 생각할 것도 없다. 취업으로 고민하는 조카를 생각한다면, 내 아이가 커서 살아갈 미래의 먹을거리를 마련해 주는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간단하다. 내게 꼭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정품으로 사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