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식문화에 대해서 짧게나마 단상을 적어봤다.
하루에 한알씩
USA센트럼, 비타민C 1000mg, 연어오메가3
요즘 들어 이따금씩 보충제의 플라시보 효과가 멍청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플라시보임을 알고 플라시보가 효과가 있을 수가 있는 것이긴 한가. 멀티비타민 대신 신선한 유기농 야채 샐러드를 먹고 싶고, 비타민이 많은 목장에서 자란 돼지 고기를 먹고싶다. 비타민C 대신엔, 아세로라나 자몽, 석류, 레몬 등의 쥬스를 만들어 먹고 싶고, 오메가쓰리 대신엔 신선한 등푸른 생선을 늘 먹었으면 좋겠다. 게으름의 이유가 아니어도 접근성의 문제 때문에, 늘 이렇게 먹지는 못하기 때문에, 보충제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먹기 시작한지 2년 쯤 되었나. 나는 아직까지도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고 믿고는 있다만, 진짜 음식으로 그만한 비타민을 섭취할 수 없으니, 사실 플라시보라고만 하기는 어폐가 있으리라.
사람의 삶에서 의식주가 중요하다는 것은 만유인력 만큼이나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비교적 '의(衣)'에는 의연하다. 추위나 더위를 적당히 피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다. 보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의 과도한 컬러 매치나, 불필요한 장식은 피하고 싶은 정도가 다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썩 촌스러운 부분이 없지않다.) 하지만 가끔 상황에 적합한 깔끔하고 호감가는 이미지의 의상을 맵시있게 소화한 사람을 보면 굉장히 부럽기도하다. (하지만 내 문제는 의상 보다는, 그러한 이미지를 보여야하는 스피치나 영업의 자리를 더이상 쉬이 접하지 못함에 있겠다.)
'주(住)' 역시 아주 예민하진 않은 편이다. 의식주 중에서 가장 많은 경제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주'에 바라는 나의 욕심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적당히 사생활을 가질 수 있는 넓지 않은 방 하나에 책상과 침대, 그리고 침대 하나 반 정도 크기의 여유 공간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좀 더 욕심을 내 보자면, 통근에 30분 이하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지금 나는 이러한 욕구가 충족된 중국의 구식 아파트에 살고있다. 통풍은 나쁘지 않지만 채광이 많지 않고, 화장실은 녹 슨 수도관이 돌출되어 있어, 타일러더든의 폐가가 연상되기도 한다. 아파트 바로 앞에서 24시간 끊이지 않고 지하철 공사를 하는데, 전혀 방음이 되지 않는 창문에, 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벽장형 라지에타가 북경의 추위에 얼마나 제구실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주'에는 꽤나 만족하는 편이다.
이슈는 늘 '식(食)'에 있다. 빌게이츠가 부러운 것은 풀과 자쿠지가 있는 저택에서 산다는 것 보다도, 매일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정갈한 음식을 먹는다는데에 있다. 중국에서 살고있는 현재 내 상태에서 얘기하자면, 모든 중국 음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매우 기름지고, 조미료를 과도히 사용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 주변의 식당들은 대개 저렴한 대신 깔끔하지 못해, 머리카락이나 수세미 파편 등이 나오곤 한다. 이러한 '식'의 문제 때문에 나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 것이기도 하다. 가끔 편의의 이유 때문에 인스턴트 라면을 먹기도 하는데, 마음이 늘 불편하다. 라면을 먹으면 주로 '이런 쓰레기를 먹으면서까지 허기를 달래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중국에는 신선한 열대 과일이 아주 많다. 화미과(노란멜론), 도리안, 리치, 망고스틴, 용과, 파파야, 등 집중해서 천천히 맛을 보아야 진짜 그 맛을 알 수 있는 과일들이다. (이 느낌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수박을 먹는 느낌의 정 반대를 생각하면 알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아오리사과나 서양배, 거봉, 청포도, 복숭아 등 맛있는 과일을 적당한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다른 식재료에 비해서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제주도에서 용과 네개에 7만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접근성이나 가격 면에서 북경은 과일 먹긴 아주 좋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사과 같은 과일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약간 당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야채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야채는 대부분 구비가 되어있다. 단지 식문화의 차이 때문에라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고추나 상추는 한국의 그것과 같은 당도가 없는 이른바 '개종 전 야채'의 느낌이다. 하지만 늘 사용해 보고 싶었던 보라색 양파가 흔하게 쓰이고 있다. 꽈리 파프리카도 아주 저렴하고, 심지가 있는 파(파의 흰 부분을 세로로 갈라 보면 파 속에 새로운 파가 자란 모양으로 심지가 있는)나, 한국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샐러리,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고야라고 불리는 쓴오이, 한국에서도 불리는 이름이 세개이자, 향이 강한 허브인 고수잎(실란트로, 코리엔더), 중국의 허브인 샹차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양의 허브들은 고급 식료품점에서 찾을 수 있다. 로즈마리, 마조람, 타임, 바질, 오레가노 등등 말린 허브를 판매하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육류와 어패류는 한국과 많이 다르지 않다. 큰 차이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가격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소고기의 트랜색션코스트가 아주 큰 편이어서 그렇지, 실제 유통방식이나 사육 방식에 비추어 봤을 때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가격이 크게 차이 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닭고기를 취급하는 곳에 가면 쉽게 오골계를 볼 수 있다. 오골계는 일반 닭고기의 2.5배 정도의 가격인데, 아직 시도해 본 적은 없지만, 금세 오골계 삼계탕을 해 보고싶다. 어폐류도 큰 차이는 없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새우나 조개류는 별 특이 점이 없고 맛도 비슷한데, 생선류가 좀 특이한 것이 많다. 한국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숭어나 농어는 평범한 편이지만, 비늘에 붉은 선이 있다든지, 눈이나 입이 아주 크다든지 하는 생선류가 아주 많고 그 요리법도 아주 독특해서, 다소 비호감(?)인 식재료가 있다면 생선이 그렇다. 담백하게 굽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엄청난 양의 기름을 사용하거나 통채로 삶아 비린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것을 약재 효과가 있다며 먹는다.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삐라루꾸를 요리하는 집도 있다.
달걀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역시 가격이 좀 저렴한 편이지만 유기농 달걀은 아주 비싸다. 유제품의 경우가 좀 특별한 편인데, 대형 슈퍼에서도 버터를 찾을 수가 없다(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중국요리 어디에서도 버터를 사용한 케이스를 본 적이 없는걸로 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치즈는 아주 보편적이다. 고트치즈나 까망베르를 찾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체다나 파마잔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우유가 어마어마하게 비싼 편이다. 수입산 한국우유(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가 한 패트에 할인가로 30RMB인데 한화로 오천원이넘고, 중국 현지 우유 또한 20RMB에서 40RMB까지 고가의 식재료인 셈이다. 중국 현지에서 우유를 유통하기 시작한 역사가 오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대신 분유를 사용한 초코나 딸기우유가 더 많이 유통되는 편이다. (맛은 딸기 시럽에 희미한 분유맛에, 분명한 '물'맛이다.) 그리고 스완니우나이라고 부르는 (신우유라는 뜻) 요거트는 중국 전통음식에도 있을 정도인데, 우유의 보존도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통 요거트를 먹어 보면 달기 보단 오히려 짭짤한 느낌이 있는 요거트다. 이 외에도 한국의 요쿠르트나 떠먹는 요거트와 같은 제품들이 유통된다.
유제품이 비싸서 그런지 중국의 빵은 별로 맛이 없다. 서양식 페스트리나 바나나케익 정도가 흔한 편이다. 북방민족은 밀을 주로 먹었다고 들었는데, 밀 요리 문화가 오래된 북경에서 이렇다할 빵이 없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것 같다. 중국식 빵은 빵이라기 보단 밀가루떡 같은 느낌인데, 튀겨서 도넛같은 느낌으로 먹거나, 야채와 햄을 곁들여 샌드위치 느낌으로 먹는다. 우유나 달걀을 사용하지 않은 밀빵인 셈이다. 유제품이 비싼 이유로 당연히 케익류는 아주 비싸다.
조미료는 라조장(고추기름인데, 씨와 살을 제거하지 않은 것), 두반장, 굴소스 등을 주로 사용한다. 라조장만 해도 대부분의 볶음 요리에 기름 처럼 쓰이는데, 고추씨가 아주 많이 씹혀서 마치 인도나 모로코 요리에 들어가는 큐민느낌도 난다. 이런 느낌으로 중국 요리법은 의외로 쿠스쿠스같은 요리와도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한국인에게는 역한 맛(나는 이 맛을 처음 설명할 때, 음식이 쉰 맛이나 땀흘리는 뚱뚱한 남자 겨드랑이 냄새라고 표현했었다. 실란트로의 역함과는 차원이 다른 역한 맛이다.)이 나는 샹차이에도 어느정도 적응이 된 편인데, 도저히 중국의 흑초에는 적응이 안된다. 신맛이 덜하고, 무언가 묵중한 맛도 가미가 되었고, 쉬어버린 음식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 이런 강렬한 향신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의 음식에선 재료 본연의 맛을 발견하기 쉽지가 않다. 고급 식료품점에 가면 와인이나 발사믹 비니거를 구입할 수 있는데, 여담이지만, 발사믹 비니거를 졸이면 단맛이 강해져서, 그 자체로 샐러드 드레싱이나 닭고기 소스로 그만이다.
책상 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의 식문화는 어마어마하다. 내장은 물론이고, 전갈이나 바퀴벌레등 사용하지 못하는 식재료가 없는 듯 하다. 특이한 과일을 먹어 본 것 말고는 딱히 아직 많은 식재료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중국음식 다운 중국음식도, 어느 선에서 포기를 해서 -얼마든지 먹어 볼 수야 있지만, 먹어 보는 것은 먹고 사는 것과는 아주 다른 얘기니까- 얼마 길지 않은 얘기에도 틀린 점이 있겠다만. 중국의(꼭 중국의 것이 아니라 해도 중국에서 만난 세계의) 식재료는 그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처음 부터 쉬이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음식에 다소 열린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새로운 식재료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알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기름이 전혀 안들어간 중국의 요리는 죽이나 밥 빼고는 본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중국요리 팬은 아니지만, 새로운 식재료는 언제나 반갑다. 오늘은 저녁엔 무국을 끓여 먹었는데, 보라색 양파를 넣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보라색 양파는 색깔만 보라색이고 맛은 그냥 양파랑 똑같다.) 맨날 빌게이츠 처럼 먹지 못하니, 보충제라도 좋은걸 먹어야지. 하하.
의식주, 단연 최고는 식! 중국의식문화
나는 중국에서 생활하기 시작했다.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식문화에 대해서 짧게나마 단상을 적어봤다.
하루에 한알씩
USA센트럼, 비타민C 1000mg, 연어오메가3
요즘 들어 이따금씩 보충제의 플라시보 효과가 멍청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플라시보임을 알고 플라시보가 효과가 있을 수가 있는 것이긴 한가. 멀티비타민 대신 신선한 유기농 야채 샐러드를 먹고 싶고, 비타민이 많은 목장에서 자란 돼지 고기를 먹고싶다. 비타민C 대신엔, 아세로라나 자몽, 석류, 레몬 등의 쥬스를 만들어 먹고 싶고, 오메가쓰리 대신엔 신선한 등푸른 생선을 늘 먹었으면 좋겠다. 게으름의 이유가 아니어도 접근성의 문제 때문에, 늘 이렇게 먹지는 못하기 때문에, 보충제를 먹기 시작한 것이다. 먹기 시작한지 2년 쯤 되었나. 나는 아직까지도 플라시보 효과가 있다고 믿고는 있다만, 진짜 음식으로 그만한 비타민을 섭취할 수 없으니, 사실 플라시보라고만 하기는 어폐가 있으리라.
사람의 삶에서 의식주가 중요하다는 것은 만유인력 만큼이나 당연한 사실일 것이다. 하지만 나는 비교적 '의(衣)'에는 의연하다. 추위나 더위를 적당히 피할 수 있는 정도면 괜찮다. 보는 사람이 불편할 정도의 과도한 컬러 매치나, 불필요한 장식은 피하고 싶은 정도가 다다. (이런 부분에서 나는 썩 촌스러운 부분이 없지않다.) 하지만 가끔 상황에 적합한 깔끔하고 호감가는 이미지의 의상을 맵시있게 소화한 사람을 보면 굉장히 부럽기도하다. (하지만 내 문제는 의상 보다는, 그러한 이미지를 보여야하는 스피치나 영업의 자리를 더이상 쉬이 접하지 못함에 있겠다.)
'주(住)' 역시 아주 예민하진 않은 편이다. 의식주 중에서 가장 많은 경제력이 필요한 부분이지만, '주'에 바라는 나의 욕심은 그렇게 크지 않은 편이다. 적당히 사생활을 가질 수 있는 넓지 않은 방 하나에 책상과 침대, 그리고 침대 하나 반 정도 크기의 여유 공간이 있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좀 더 욕심을 내 보자면, 통근에 30분 이하의 시간이 소요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지금 나는 이러한 욕구가 충족된 중국의 구식 아파트에 살고있다. 통풍은 나쁘지 않지만 채광이 많지 않고, 화장실은 녹 슨 수도관이 돌출되어 있어, 타일러더든의 폐가가 연상되기도 한다. 아파트 바로 앞에서 24시간 끊이지 않고 지하철 공사를 하는데, 전혀 방음이 되지 않는 창문에, 80년대에나 볼 수 있었던 벽장형 라지에타가 북경의 추위에 얼마나 제구실을 할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나는 '주'에는 꽤나 만족하는 편이다.
이슈는 늘 '식(食)'에 있다. 빌게이츠가 부러운 것은 풀과 자쿠지가 있는 저택에서 산다는 것 보다도, 매일 좋은 식재료를 사용한 정갈한 음식을 먹는다는데에 있다. 중국에서 살고있는 현재 내 상태에서 얘기하자면, 모든 중국 음식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매우 기름지고, 조미료를 과도히 사용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지 않는다. 게다가 내가 사는 곳 주변의 식당들은 대개 저렴한 대신 깔끔하지 못해, 머리카락이나 수세미 파편 등이 나오곤 한다. 이러한 '식'의 문제 때문에 나는 아파트로 이사를 온 것이기도 하다. 가끔 편의의 이유 때문에 인스턴트 라면을 먹기도 하는데, 마음이 늘 불편하다. 라면을 먹으면 주로 '이런 쓰레기를 먹으면서까지 허기를 달래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든다.
중국에는 신선한 열대 과일이 아주 많다. 화미과(노란멜론), 도리안, 리치, 망고스틴, 용과, 파파야, 등 집중해서 천천히 맛을 보아야 진짜 그 맛을 알 수 있는 과일들이다. (이 느낌을 자세히 설명하자면, 수박을 먹는 느낌의 정 반대를 생각하면 알 수 있겠다.) 그 외에도 아오리사과나 서양배, 거봉, 청포도, 복숭아 등 맛있는 과일을 적당한 가격에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다른 식재료에 비해서 가격이 싼 편은 아니지만, 제주도에서 용과 네개에 7만원이었던 걸 생각하면, 접근성이나 가격 면에서 북경은 과일 먹긴 아주 좋은 동네라고 할 수 있다. 보편적인 사과 같은 과일은 한국의 그것에 비해 약간 당도가 떨어지는 느낌이다.
야채도 다양하다.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야채는 대부분 구비가 되어있다. 단지 식문화의 차이 때문에라도,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고추나 상추는 한국의 그것과 같은 당도가 없는 이른바 '개종 전 야채'의 느낌이다. 하지만 늘 사용해 보고 싶었던 보라색 양파가 흔하게 쓰이고 있다. 꽈리 파프리카도 아주 저렴하고, 심지가 있는 파(파의 흰 부분을 세로로 갈라 보면 파 속에 새로운 파가 자란 모양으로 심지가 있는)나, 한국보다 훨씬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샐러리,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목이버섯, 고야라고 불리는 쓴오이, 한국에서도 불리는 이름이 세개이자, 향이 강한 허브인 고수잎(실란트로, 코리엔더), 중국의 허브인 샹차이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서양의 허브들은 고급 식료품점에서 찾을 수 있다. 로즈마리, 마조람, 타임, 바질, 오레가노 등등 말린 허브를 판매하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육류와 어패류는 한국과 많이 다르지 않다. 큰 차이는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가격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소고기의 트랜색션코스트가 아주 큰 편이어서 그렇지, 실제 유통방식이나 사육 방식에 비추어 봤을 때 돼지고기와 소고기의 가격이 크게 차이 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면 어쩌면 이는 당연한 것이기도 하다. 닭고기를 취급하는 곳에 가면 쉽게 오골계를 볼 수 있다. 오골계는 일반 닭고기의 2.5배 정도의 가격인데, 아직 시도해 본 적은 없지만, 금세 오골계 삼계탕을 해 보고싶다. 어폐류도 큰 차이는 없다. 전체적으로 가격이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새우나 조개류는 별 특이 점이 없고 맛도 비슷한데, 생선류가 좀 특이한 것이 많다. 한국에서 잘 취급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숭어나 농어는 평범한 편이지만, 비늘에 붉은 선이 있다든지, 눈이나 입이 아주 크다든지 하는 생선류가 아주 많고 그 요리법도 아주 독특해서, 다소 비호감(?)인 식재료가 있다면 생선이 그렇다. 담백하게 굽는 경우는 거의 없고, 엄청난 양의 기름을 사용하거나 통채로 삶아 비린내가 어마어마하게 나는 것을 약재 효과가 있다며 먹는다.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삐라루꾸를 요리하는 집도 있다.
달걀은 한국과 별 차이가 없다. 역시 가격이 좀 저렴한 편이지만 유기농 달걀은 아주 비싸다. 유제품의 경우가 좀 특별한 편인데, 대형 슈퍼에서도 버터를 찾을 수가 없다(물론 있기야 하겠지만, 중국요리 어디에서도 버터를 사용한 케이스를 본 적이 없는걸로 봐서, 잘 사용하지 않는 모양이다). 치즈는 아주 보편적이다. 고트치즈나 까망베르를 찾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체다나 파마잔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있다. 중국은 우유가 어마어마하게 비싼 편이다. 수입산 한국우유(목장의 신선함이 살아있는 우유)가 한 패트에 할인가로 30RMB인데 한화로 오천원이넘고, 중국 현지 우유 또한 20RMB에서 40RMB까지 고가의 식재료인 셈이다. 중국 현지에서 우유를 유통하기 시작한 역사가 오래지 않아서 그렇다고 하는데, 대신 분유를 사용한 초코나 딸기우유가 더 많이 유통되는 편이다. (맛은 딸기 시럽에 희미한 분유맛에, 분명한 '물'맛이다.) 그리고 스완니우나이라고 부르는 (신우유라는 뜻) 요거트는 중국 전통음식에도 있을 정도인데, 우유의 보존도를 높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전통 요거트를 먹어 보면 달기 보단 오히려 짭짤한 느낌이 있는 요거트다. 이 외에도 한국의 요쿠르트나 떠먹는 요거트와 같은 제품들이 유통된다.
유제품이 비싸서 그런지 중국의 빵은 별로 맛이 없다. 서양식 페스트리나 바나나케익 정도가 흔한 편이다. 북방민족은 밀을 주로 먹었다고 들었는데, 밀 요리 문화가 오래된 북경에서 이렇다할 빵이 없다는 것은 좀 안타까운 것 같다. 중국식 빵은 빵이라기 보단 밀가루떡 같은 느낌인데, 튀겨서 도넛같은 느낌으로 먹거나, 야채와 햄을 곁들여 샌드위치 느낌으로 먹는다. 우유나 달걀을 사용하지 않은 밀빵인 셈이다. 유제품이 비싼 이유로 당연히 케익류는 아주 비싸다.
조미료는 라조장(고추기름인데, 씨와 살을 제거하지 않은 것), 두반장, 굴소스 등을 주로 사용한다. 라조장만 해도 대부분의 볶음 요리에 기름 처럼 쓰이는데, 고추씨가 아주 많이 씹혀서 마치 인도나 모로코 요리에 들어가는 큐민느낌도 난다. 이런 느낌으로 중국 요리법은 의외로 쿠스쿠스같은 요리와도 어딘가 일맥상통하는 데가 있다. 한국인에게는 역한 맛(나는 이 맛을 처음 설명할 때, 음식이 쉰 맛이나 땀흘리는 뚱뚱한 남자 겨드랑이 냄새라고 표현했었다. 실란트로의 역함과는 차원이 다른 역한 맛이다.)이 나는 샹차이에도 어느정도 적응이 된 편인데, 도저히 중국의 흑초에는 적응이 안된다. 신맛이 덜하고, 무언가 묵중한 맛도 가미가 되었고, 쉬어버린 음식에서 나는 냄새가 난다. 이런 강렬한 향신료들을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의 음식에선 재료 본연의 맛을 발견하기 쉽지가 않다. 고급 식료품점에 가면 와인이나 발사믹 비니거를 구입할 수 있는데, 여담이지만, 발사믹 비니거를 졸이면 단맛이 강해져서, 그 자체로 샐러드 드레싱이나 닭고기 소스로 그만이다.
책상 다리 빼고 다 먹는다는 중국인의 식문화는 어마어마하다. 내장은 물론이고, 전갈이나 바퀴벌레등 사용하지 못하는 식재료가 없는 듯 하다. 특이한 과일을 먹어 본 것 말고는 딱히 아직 많은 식재료를 사용해 본 적이 없다. 나는 중국음식 다운 중국음식도, 어느 선에서 포기를 해서 -얼마든지 먹어 볼 수야 있지만, 먹어 보는 것은 먹고 사는 것과는 아주 다른 얘기니까- 얼마 길지 않은 얘기에도 틀린 점이 있겠다만. 중국의(꼭 중국의 것이 아니라 해도 중국에서 만난 세계의) 식재료는 그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처음 부터 쉬이 와 닿지는 않는다. 하지만 음식에 다소 열린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면, 새로운 식재료를 다루는 것이 얼마나 재밌는 일인지 알 것이다.
그러고 보면, 기름이 전혀 안들어간 중국의 요리는 죽이나 밥 빼고는 본 적이 없다. 이런 점에서 중국요리 팬은 아니지만, 새로운 식재료는 언제나 반갑다. 오늘은 저녁엔 무국을 끓여 먹었는데, 보라색 양파를 넣어서 그런지 더 맛있었다(?). (보라색 양파는 색깔만 보라색이고 맛은 그냥 양파랑 똑같다.) 맨날 빌게이츠 처럼 먹지 못하니, 보충제라도 좋은걸 먹어야지.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