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외국인 선수 카림 가르시아가 KBO 상벌위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를 둘러싸고 야구계의 시선은 KBO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사진=롯데)
요즘 프로야구의 화두는 포스트 시즌이지만, 사회는 공정이 화두다. 그렇다면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대통령은 말했다. “누구에게든지 정당한 절차만 밟으면 균등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이라고. 정확한 표현이다.
공정은 ‘공평’과 ‘올바름’ 두 날개로 난다. 공정의 뜻도 그래서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먼저 ‘공평’은 분배적 공정성을 뜻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약자와 낙오자를 배려하겠다는 것이 공평의 핵심이다.
반대편 날개인 ‘올바름’은 절차적 공정성을 의미한다. 공평이 특정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나 연고주의 등으로부터 훼손되는 것을 막고, 모두가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절차를 만들겠다는 것이 올바름의 중심이다.
최근 야구계에서 공정을 시험할 계기가 있었다. 바로 카림 가르시아(롯데)와 이용찬(두산)의 징계 건이었다.
보편적 공정성에 어긋났던 징계
최악의 심판은 오심을 연발하는 심판이다. 그러나 그보다 최악의 심판은 다음 판정에서 자신의 실수를 벌충하려는 심판이다. KBO가 공정해지려면 지금의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간의 실수를 벌충하려 한다면 야구계에서 '공정'은 꿈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사진=삼성)
9월 13일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한통의 보도자료가 날아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 유영구)는 13일 상벌위원회를 개최, 지난 6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두산 이용찬에 대해 잔여경기 출장금지 및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상벌위는 이용찬에 대해 야구규약 제144조 3항(경기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프로야구 품위손상)을 적용,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상벌위는 또 지난 8일 삼성-롯데전에서 구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다 퇴장당한 롯데 가르시아에 대해서도 잔여경기(7경기) 출장금지 및 제재금 300만 원을 부과시켰다. 가르시아는 지난 5월 20일 같은 내용으로 퇴장당해 1차 엄중경고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볼 판정문제로 퇴장당해 대회규정 제7조를 적용, 가중처벌이 주어졌다.“
언뜻 보기엔 문제 될 게 없는 내용이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라면 징계를 받아 마땅했고, 구심의 볼 판정에 상습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면 가중처벌은 당연한 순서였다. 무엇보다 두 선수에 대한 제재가 야구계의 헌법인 야구규약과 대회규정을 바탕으로 했다면 정당성에 있어서도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러나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 이면에 주목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실제로 야구계는 “이번 제재 결정이 모순투성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공정과는 거리가 먼 ‘불공정이 판친 결정이었다’며 분개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꼽는 이번 징계의 불공정성은 KBO 상벌위원회의 구성부터 시작한다. KBO 총재직속의 각종 전문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상벌위는 이상일 KBO 사무총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5명의 경기운영위원(윤동균, 유남호, 김재박, 김호인, 허운)과 이상국 KBO 총재 특별보좌역, 김종 한국야구발전연구원장, 최원현 KBO 고문변호사가 참여한다.
문제는 KBO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는데다, 대부분 상벌위원이 KBO와 직·간 적 접으로 관계를 맺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상벌위가 KBO의 입장만을 대변해줄 이들로 구성됐다는 뜻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5명의 경기위원이 KBO로부터 급여를 받고, 이 특보와 최 변호사는 KBO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김 원장 역시 KBO와 무관하다고 해도, 선수 상황을 대변할 위치는 아니다”며 “KBO 사람들로 가득 찬 상벌위에서 선수 입장을 감안한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권시형 사무총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권 총장은 “상벌위의 가장 기본적이고 공정한 구성 조건은 ‘협회, 구단 측과 선수 측의 상벌위원이 동수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KBO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이들로만 상벌위를 구성한 건 처음부터 ‘공정한 판결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선수협은 지난해 9월 정수근의 은퇴 때 상벌위 개편을 공식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선수협은 “상벌위 구성원을 KBO 인사들뿐만 아니라 선수 처지를 대변할 수 있는 변호사나 선수협 인사에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선수 상벌위원회를 협회 측과 선수 측 동수로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KBO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결국 가르시아 징계 때도 '그들만의 회의'를 열었다.
야구계 인사들이 지적하는 두 번째 불공정성은 상벌위에 선수 측 인사의 참여는 고사하고, 징계 당사자인 선수마저 상벌위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과거 상벌위를 통해 징계를 받았던 한 선수는 "자신이 참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벌위 회의에서 징계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구단 관계자로부터 조만간 상벌위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벌위 참석을 대비해 변호 차원에서 많은 준비를 했다. 상벌위원님들도 당시 정황을 들으면 이해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인터넷을 보고 내가 없는 사이에 제재가 결정됐다는 걸 알았다. 살인범에게도 변호사가 있어 반론권이 보장되고, 하다못해 유치원생도 혼나기 전엔 변명이라도 허용되는데 프로야구선수는 자신의 견해를 전달할 기회조차 없다는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13일 열린 상벌위 회의에서도 가르시와아와 이용찬은 없었다. 두 선수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벌위원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으며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재판으로 치자면,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의 일방적 주장과 정황 증거만을 토대로 형량이 정해진 이상한 판결이 이뤄진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징계가 과하고, 부당해도 선수가 재심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모 선수는 작심한 듯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이 어느 땐 데 아직도 ‘억울해도 참으라’라는 소리가 통용되는 건지 모르겠다. 공정한 재판을 받으라고 같은 사건에 대해 3번까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3심 제도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선수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판정을 내리고, 재심 기회까지 박탈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맹백한 도전이다. 야구팬들이 야구계의 이런 이면을 조금이라도 봐줬으면 좋겠다.”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한 상벌위 인사
이상국 총재 특보(사진 맨 오른쪽). 이 특보의 직함은 '광주 새 구장 건설을 위한 특별보좌역'이지만, 야구계는 그가 그보다 많은 일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사진=두산)
KBO는 가르시아의 중징계 안을 발표하면서 “가르시아는 5월 20일 군산 KIA전에서 같은 사유로 퇴장당한 적이 있어 가중처벌된 것”이라며 리그의 권위와 심판의 위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상벌위가 가르시아의 징계안을 발표했을 때 야구계 인사들은 연방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벌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상벌위에 참여한 이상국 총재 특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난해 4월30일 사무총장으로 내정됐다가 정부의 승인 거부로 그해 6월5일 사퇴했던 이 씨는 유영구 KBO 총재의 강력한 천거를 통해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야구판에 돌아왔다. 지난해 7월 1일부터는 KBO 야구회관 안에 자기 사무실을 둔 채 특보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씨의 정식명칭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 씨의 정식 직함은 ‘광주 새 구장 건설을 위한 총재 특별보좌역’이다. 유 총재의 특명을 받아 야구계의 현안을 두루두루 챙기는 역할이 아니라, 광주지역 새 구장 건설에만 전념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럼에도, 이 씨가 자신의 역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벌위에 참여했다는 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다 과연 이 씨가 상벌위원을 맡는데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느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씨는 KBO 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05년 잠실구장 펜스광고 수의계약과 관련해 광고물 사업자로부터 2001년 4월부터 3년 동안 4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배기선 전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받지 않은 채 3천만 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까지 더해져 구치소까지 갔다.
법원은 배임수재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언했지만, 정치자금법은 유죄를 선고해 벌금형 500만 원을 선고했다. 따지고 보면 배임수재혐의도 법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실재적 사실조차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대법원이 이 씨의 배임수재 혐의에 관해 무죄를 선고한 건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광고 계약 체결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이 내정자가 광고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 야구해설가는 “‘공정 사회의 최대 적’으로 꼽히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이 씨가 상벌위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야구계의 ‘공정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도대체 어느 선수가 이 씨가 참여한 상벌위의 결과에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KBO는 과연 공정한가
야구는 페어플레이가 생명이다. 페어플레이는 공정한 플레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야구장에 데려오는 것도 '야구가 지구상에서 가장 공정한 스포츠'라고 믿기 때문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공정’이 화두가 될 만큼 한국사회의 병증은 깊다. 이는 야구계도 마찬가지다. 공정이 이 사회와 야구계에 정착하려면 반드시 공정한 기회와 공정한 절차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BO 상벌위는 전면 개편돼야 한다.
먼저 KBO 인사들로만 채워진 상벌위에 선수 입장을 대변할 인사들이 동수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상벌위에 선수가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벌위의 결정에 공정성과 권위를 부여받고자 한다면 공정한 판결이 의심되지 않을 청렴한 인사들로 상벌위를 구성해야할 것이다.
이번 가르시아 징계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는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3루에 공을 던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이 징계는 선수 자신이 반론권과 재심을 요구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편적 공정성에 어긋난 일이었으며, 선수 측 입장은 철저히 외면한 채 KBO 입장만을 관철하고, 상벌위에 논란의 인사가 참가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공정성마저 훼손한 중대 사건이었다.
야구는 공정이 생명인 스포츠다. 스트라이크, 볼, 아웃, 세이프를 공정하게 판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KBO에 공정을 바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리그의 권위와 위엄은 그것을 강요할 때 얻는 게 아니라, 공정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KBO는 과연 공정한가
KBO는 과연 공정한가
롯데 외국인 선수 카림 가르시아가 KBO 상벌위로부터 7경기 출전 정지 징계를 받았다. 그러나 징계를 둘러싸고 야구계의 시선은 KBO에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사진=롯데)
요즘 프로야구의 화두는 포스트 시즌이지만, 사회는 공정이 화두다. 그렇다면 ‘공정(公正)’이란 무엇인가. 대통령은 말했다. “누구에게든지 정당한 절차만 밟으면 균등하게 기회를 주는 것이 공정”이라고. 정확한 표현이다.
공정은 ‘공평’과 ‘올바름’ 두 날개로 난다. 공정의 뜻도 그래서 ‘공평하고 올바름’이다. 먼저 ‘공평’은 분배적 공정성을 뜻한다.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를 제공하고, 약자와 낙오자를 배려하겠다는 것이 공평의 핵심이다.
반대편 날개인 ‘올바름’은 절차적 공정성을 의미한다. 공평이 특정 개인과 집단의 이해관계나 연고주의 등으로부터 훼손되는 것을 막고, 모두가 결과에 수긍할 수 있는 정의로운 절차를 만들겠다는 것이 올바름의 중심이다.
최근 야구계에서 공정을 시험할 계기가 있었다. 바로 카림 가르시아(롯데)와 이용찬(두산)의 징계 건이었다.
보편적 공정성에 어긋났던 징계
최악의 심판은 오심을 연발하는 심판이다. 그러나 그보다 최악의 심판은 다음 판정에서 자신의 실수를 벌충하려는 심판이다. KBO가 공정해지려면 지금의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간의 실수를 벌충하려 한다면 야구계에서 '공정'은 꿈같은 이야기가 될 것이다(사진=삼성)
9월 13일 한국야구위원회로부터 한통의 보도자료가 날아왔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총재 유영구)는 13일 상벌위원회를 개최, 지난 6일 음주운전 사고를 낸 두산 이용찬에 대해 잔여경기 출장금지 및 제재금 500만 원을 부과했다. 상벌위는 이용찬에 대해 야구규약 제144조 3항(경기외적인 행위와 관련하여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등 프로야구 품위손상)을 적용,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상벌위는 또 지난 8일 삼성-롯데전에서 구심의 볼 판정에 불만을 표시하다 퇴장당한 롯데 가르시아에 대해서도 잔여경기(7경기) 출장금지 및 제재금 300만 원을 부과시켰다. 가르시아는 지난 5월 20일 같은 내용으로 퇴장당해 1차 엄중경고를 받았음에도 또다시 볼 판정문제로 퇴장당해 대회규정 제7조를 적용, 가중처벌이 주어졌다.“
언뜻 보기엔 문제 될 게 없는 내용이었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선수라면 징계를 받아 마땅했고, 구심의 볼 판정에 상습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면 가중처벌은 당연한 순서였다. 무엇보다 두 선수에 대한 제재가 야구계의 헌법인 야구규약과 대회규정을 바탕으로 했다면 정당성에 있어서도 문제 될 게 없었다.
그러나 KBO 상벌위원회의 결정 이면에 주목한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실제로 야구계는 “이번 제재 결정이 모순투성이”라고 지적한다. 무엇보다 공정과는 거리가 먼 ‘불공정이 판친 결정이었다’며 분개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이 꼽는 이번 징계의 불공정성은 KBO 상벌위원회의 구성부터 시작한다. KBO 총재직속의 각종 전문위원회 가운데 하나인 상벌위는 이상일 KBO 사무총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고 5명의 경기운영위원(윤동균, 유남호, 김재박, 김호인, 허운)과 이상국 KBO 총재 특별보좌역, 김종 한국야구발전연구원장, 최원현 KBO 고문변호사가 참여한다.
문제는 KBO 사무총장이 위원장을 맡는데다, 대부분 상벌위원이 KBO와 직·간 적 접으로 관계를 맺는 이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애초부터 상벌위가 KBO의 입장만을 대변해줄 이들로 구성됐다는 뜻이다.
한 야구계 인사는 “5명의 경기위원이 KBO로부터 급여를 받고, 이 특보와 최 변호사는 KBO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다. 김 원장 역시 KBO와 무관하다고 해도, 선수 상황을 대변할 위치는 아니다”며 “KBO 사람들로 가득 찬 상벌위에서 선수 입장을 감안한 공정한 판결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고 지적했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의 권시형 사무총장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권 총장은 “상벌위의 가장 기본적이고 공정한 구성 조건은 ‘협회, 구단 측과 선수 측의 상벌위원이 동수로 구성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그럼에도 KBO가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해줄 이들로만 상벌위를 구성한 건 처음부터 ‘공정한 판결을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과 같다”라고 주장했다.
선수협은 지난해 9월 정수근의 은퇴 때 상벌위 개편을 공식 요구한 바 있다. 당시 선수협은 “상벌위 구성원을 KBO 인사들뿐만 아니라 선수 처지를 대변할 수 있는 변호사나 선수협 인사에게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국제축구연맹(FIFA)처럼 선수 상벌위원회를 협회 측과 선수 측 동수로 구성하자”고 제의했다. 그러나 KBO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고, 결국 가르시아 징계 때도 '그들만의 회의'를 열었다.
야구계 인사들이 지적하는 두 번째 불공정성은 상벌위에 선수 측 인사의 참여는 고사하고, 징계 당사자인 선수마저 상벌위 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는 데 있다.
과거 상벌위를 통해 징계를 받았던 한 선수는 "자신이 참여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상벌위 회의에서 징계가 결정됐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털어놨다.
“구단 관계자로부터 조만간 상벌위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상벌위 참석을 대비해 변호 차원에서 많은 준비를 했다. 상벌위원님들도 당시 정황을 들으면 이해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며칠 후 인터넷을 보고 내가 없는 사이에 제재가 결정됐다는 걸 알았다. 살인범에게도 변호사가 있어 반론권이 보장되고, 하다못해 유치원생도 혼나기 전엔 변명이라도 허용되는데 프로야구선수는 자신의 견해를 전달할 기회조차 없다는 현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13일 열린 상벌위 회의에서도 가르시와아와 이용찬은 없었다. 두 선수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상벌위원들끼리 대화를 주고받으며 징계 수위를 결정했다. 재판으로 치자면, 피고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검사의 일방적 주장과 정황 증거만을 토대로 형량이 정해진 이상한 판결이 이뤄진 셈이었다.
더 큰 문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징계가 과하고, 부당해도 선수가 재심을 요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모 선수는 작심한 듯 이렇게 목소리를 높였다.
“세상이 어느 땐 데 아직도 ‘억울해도 참으라’라는 소리가 통용되는 건지 모르겠다. 공정한 재판을 받으라고 같은 사건에 대해 3번까지 재판을 받을 수 있는 3심 제도가 있는 대한민국에서 선수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들끼리 판정을 내리고, 재심 기회까지 박탈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 사회에 대한 맹백한 도전이다. 야구팬들이 야구계의 이런 이면을 조금이라도 봐줬으면 좋겠다.”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한 상벌위 인사
이상국 총재 특보(사진 맨 오른쪽). 이 특보의 직함은 '광주 새 구장 건설을 위한 특별보좌역'이지만, 야구계는 그가 그보다 많은 일에 개입하고 있다고 지적한다(사진=두산)
KBO는 가르시아의 중징계 안을 발표하면서 “가르시아는 5월 20일 군산 KIA전에서 같은 사유로 퇴장당한 적이 있어 가중처벌된 것”이라며 리그의 권위와 심판의 위엄을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상벌위가 가르시아의 징계안을 발표했을 때 야구계 인사들은 연방 고개를 갸웃했다. “도대체 누가 누구를 벌한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이유였다. 상벌위에 참여한 이상국 총재 특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지난해 4월30일 사무총장으로 내정됐다가 정부의 승인 거부로 그해 6월5일 사퇴했던 이 씨는 유영구 KBO 총재의 강력한 천거를 통해 총재 특별보좌역으로 야구판에 돌아왔다. 지난해 7월 1일부터는 KBO 야구회관 안에 자기 사무실을 둔 채 특보역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이 씨의 정식명칭을 아는 이는 드물다. 이 씨의 정식 직함은 ‘광주 새 구장 건설을 위한 총재 특별보좌역’이다. 유 총재의 특명을 받아 야구계의 현안을 두루두루 챙기는 역할이 아니라, 광주지역 새 구장 건설에만 전념해야 하는 역할이다. 그럼에도, 이 씨가 자신의 역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상벌위에 참여했다는 건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여기다 과연 이 씨가 상벌위원을 맡는데 도덕적으로 문제가 없느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 씨는 KBO 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05년 잠실구장 펜스광고 수의계약과 관련해 광고물 사업자로부터 2001년 4월부터 3년 동안 4차례에 걸쳐 금품을 받은 혐의(배임수재)로 구속 기소된 바 있다. 당시 배기선 전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 영수증을 교부받지 않은 채 3천만 원을 건넨 혐의(정치자금법 위반)까지 더해져 구치소까지 갔다.
법원은 배임수재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언했지만, 정치자금법은 유죄를 선고해 벌금형 500만 원을 선고했다. 따지고 보면 배임수재혐의도 법적으로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실재적 사실조차 ‘없던 일’이 되는 건 아니었다.
대법원이 이 씨의 배임수재 혐의에 관해 무죄를 선고한 건 ‘직무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고 광고 계약 체결과 관련한 부정한 청탁을 받았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지 이 내정자가 광고업자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다는 뜻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모 야구해설가는 “‘공정 사회의 최대 적’으로 꼽히는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이 씨가 상벌위에 참여했다는 것 자체가 한국야구계의 ‘공정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라며 “도대체 어느 선수가 이 씨가 참여한 상벌위의 결과에 수긍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KBO는 과연 공정한가
야구는 페어플레이가 생명이다. 페어플레이는 공정한 플레이다. 아버지가 아들을 야구장에 데려오는 것도 '야구가 지구상에서 가장 공정한 스포츠'라고 믿기 때문이다(사진=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공정’이 화두가 될 만큼 한국사회의 병증은 깊다. 이는 야구계도 마찬가지다. 공정이 이 사회와 야구계에 정착하려면 반드시 공정한 기회와 공정한 절차가 제공돼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KBO 상벌위는 전면 개편돼야 한다.
먼저 KBO 인사들로만 채워진 상벌위에 선수 입장을 대변할 인사들이 동수로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상벌위에 선수가 출석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할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무엇보다 상벌위의 결정에 공정성과 권위를 부여받고자 한다면 공정한 판결이 의심되지 않을 청렴한 인사들로 상벌위를 구성해야할 것이다.
이번 가르시아 징계와 관련한 일련의 사태는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3루에 공을 던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이 징계는 선수 자신이 반론권과 재심을 요구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는 점에서 보편적 공정성에 어긋난 일이었으며, 선수 측 입장은 철저히 외면한 채 KBO 입장만을 관철하고, 상벌위에 논란의 인사가 참가했다는 점에서 절차적 공정성마저 훼손한 중대 사건이었다.
야구는 공정이 생명인 스포츠다. 스트라이크, 볼, 아웃, 세이프를 공정하게 판정하지 않으면 경기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KBO에 공정을 바라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리그의 권위와 위엄은 그것을 강요할 때 얻는 게 아니라, 공정할 때 비로소 찾아오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