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시절 나의 이민생활이야기

토리2010.10.05
조회9,538

안녕하세요 :)

 

요즘 유학생활 판 우연히 읽고 다른 얘기들도 보다보니

거의 10년도 더 전에 겪은 저의 옛날 이민생활 얘기가 생각나서 적어봐요 :)

2년반정도?간의 별로 길진 않은 생활이었지만;;

음슴체로 갈까요...하핫;;

http://pann.nate.com/b202798901    <- 1탄

http://pann.nate.com/b202799076    <- 2탄

http://pann.nate.com/b202809153    <- 3탄

http://pann.nate.com/b202836027    <- 4탄 (시즌2)

http://pann.nate.com/b202843889    <- 5탄

http://pann.nate.com/talk/310056514 <-6탄

http://pann.nate.com/talk/310146913 <-7탄

http://pann.nate.com/talk/310267865 <-8탄

 

1998년,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얼마 안됐을 무렵, 갑작스레 아버지의 지사발령으로 인해

온 가족이 폴란드로 이민을 가게됬었음.

2002년 월드컵때 우리나라가 폴란드랑 경기했었을때 이름을 들었겠지,

당시만해도 폴란드는 정말 생소한 나라였던걸로 알고있음. 아닌가?;;

 

알파벳도 제대로 모르는채 그곳 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는데  

폴란드가 생소한 나라였던 만큼

그때 다른 유색인종이 별로(..거의..아니...아예 없었던 것같기도..)없었음

나를 포함한 그때 함께 입학했던 아빠 회사 동료분들 자제들이

그학교 첫 유색인종이었던듯;;

 

우리반에는 나만 유색인종이었는데

그때의 수업시간은 참 괴로웠음.

 

뭐.. 수학시간이야..

그냥 덧셈 뺄셈 하는 산수시간이라 괜찮았지만

폴란드어 시간엔.. 난 그야말로 바보였음

옆에서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얘기하는데

나만 소외된 느낌으로 교과서만 이리저리 들춰보다가

그냥 그림만 멍청하게 보고있었음 

 

아 그곳은 필기체를 가르쳤음

외국인들이 글씨를 쓸 때 알아보기 힘든 필기체를 쓰면서

자신들끼리는 다 알아볼수 있는게 그때문인듯함.

아예 처음에 배울때 그렇게 배우는 듯했음;;

교본이 따로있어서 나혼자 수업시간 내내 글씨 연습만 함

멍때리는 것보단 그게 나았음;

(그때 썼던 교과서임) 저런식으로 필기체 연습하고 공책에도 따로 연습함.

 

영어시간도 별 다를게 없었지만, 폴란드애들도 영어를 잘 못함흐흐

다들 못하니까 그순간 만큼은 혼자 멍청하게 있지않음

이상하게 눈치가 발달되서 나중엔 대충 알아듣고 공부함

그치만 나한텐 따로 영어 쌤이 한명 붙어있었음 그래서 점차 영어로는 바디랭귀지 섞어가면서 의사소통을 대충 할 수 있게 됨한숨

 

내가 폴란드가 어디 붙어있는 줄 모르고 갔던 만큼,

폴란드 애들도 코리아가 어딨는 나라냐고 했음

아시아에 있다고 했는데 사실 애들 그때 아시아가 어딘지도 몰랐던 것 같음;;;

어떤 애는 내 눈동자가 까맣다고 세상이 까맣게 보이는거 아니냐고 함;;

(그러는 니 눈은 파라니까 세상이 파랗게 보이냐!!!버럭)

어딜 가면 차이나? 아님 재팬? 이런 말밖에 안들었음ㅠㅠ 코리아라고오!!!!!!통곡

 

폴란드 학교에서는 전통춤을 배웠음

흔히 외국 파티같은 곳에서 남여가 한쌍으로 손잡고 춤추는거 있잖슴. 그런걸 배웠음

파트너가 정해져있었는데, 난 나보다 키가 작은 남자애와 파트너가 됬음

정말 좋은 애였음 친절남이었음만족

그때 은근히 유색인종이라고 대놓고 무시하는 애들있었는데 걘 안그랬음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도 안나지만 수업시간이 지날수록

음악에 맞춰 제대로된 춤을 추게 됨

 

그리고 그곳엔 조부모님들을 학교에 초대해서 전통춤 추는 것을 보여주는 날이 있었음

(얘넨 무슨 날이 많았음;;; 부모님 초대하는 날도 있고, 예를 들어 '토리의 날'이런식으로 그 한 아이의 날을 만들어서 예쁜 옷입고 음식대접하면서 아이를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날도 있었음)

우리 조부모님들은 당연히 못오심ㅠㅠ

그러자 그런 내가 안쓰러웠는지 내 파트너 '세이' (본명의 끝글자;;)의 조부모님이

내게 오라고 손짓하심. 나를 앞에 앉혀놓고 이것저것 물어보시면서

(영어 못하셔서 세이가 영어-폴란드어로 통역을 시도함;; 60%정도 먹혔던듯;;)

먹을 것도  내 앞에 놓아주시고 암튼 친절하게 대해주셨음 ㅠㅠ 폭풍감동이었음 ㅠㅠ

 

몇달이 지나자 애들이랑도 슬슬 적응이 되가고,

어느날 '토리의 날'이 됬음 음흉  '나의 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뭐 입을까 생각하다가 한복을 입음 ㅋㅋ

사실 할로윈데이때도 한복 입고 갔었는데 애들 신기하다고 예쁘다고 주목받았음부끄

(..예상하셨다시피..한복이 이뻐서 주목받은 거임..

내가 예쁘다고 주목받았을리가 없잖음딴청ㅋㅋㅋㅋㅋㅋㅋ)

할로윈 의상보다 한복을 더 좋아했음  뿌듯했음 :D 만족

색종이로 종이접기를 해서 거기에 일일히 애들이름을 한글로 적어줌

(그전날 밤 일일히 색종이 접어서 갖고감)

애들 감탄하면서 종이에 새로 적어달라고 몰려듬

적어준 자신의 이름을 몇번 써보다가 나한테 이렇게 쓴게 잘쓴거냐고 검사까지 받음 짱

어떤애는 자기껀 종이접기 배로 접혀있다고 하트가 좋다고 다시 접어달라고 함;;

아, 애들 종이접기에도 떡실신함(...맞나요? 요즘 판에서 이런 표현으로 하는것같던데^^;;)

종이접기라는걸 모르는 듯했음-_ -;; 내가 학도 접고 하트도 접고 배도 접으니까

신기해하면서 알려달라고 함  한글 따라썼던 것처럼

애들 눈이 다 내 손끝으로 몰림. 그 순간만큼은 왠지 장인정신 솟아남 ㅋㅋㅋㅋㅋㅋ

 

선생님들도 집에 초대해서 한국음식 대접함

개인차가 있어서 음식 가려서 잘 못먹는 사람도 있었고 아무거나 다 잘먹는 사람도 있었음

그치만 대부분 무채랑 구절판, 삼계탕, 국수,잡채 등등 맛있다고 좋아함 ㅋㅋㅋ

 

나님은 1년 반동안 폴란드에서 살다가 그 후 영국으로 가서 1년 쯤 산 후에 한국으로 옴

올해가 되서야 페이스북이 있단 걸 알게되고

혹시나 싶어서 가입하고 옛날 같은반 친구들 이름 검색하니까

애들이 딱 뜨는거임;; 너무 신기해서 친구요청 하니까

애들 반응이 다 "OH MY GOD!!!!" 딱 이 말만 외침

너를 여기서 보게 되다니 놀랍다 그동안 잘 지냈냐 ...거의 10년만에 연락된;;;

나를 잊지 않았단게 감동이어서 기억해줘서 고맙다고 하니까

너를 어떻게 잊겠냐면서 다시 연락해줘서 고맙다고 해줌 ㅠㅠ 고맙다 얘들아ㅠㅠ

 

그때당시엔 문화적 차이로 싸운 일도 많고 서로 오해도 많이하고

..좋았던 기억보다 힘들었던게 더 많았어서 (힘든일은 글 암울해질까봐 못씀^^;;)

생각해보면 문화차이로 오해 한거랑 내가 실수한것도 있을지 모르겠어서

"그땐 내가 어렸고 처음 하는 외국생활에, 영어도, 폴란드어도 몰랐고 문화적 차이도 있어서 너네입장에선 무례한 행동을 했었을수도 있겠다.. 지금은 다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니까

절대 아니라고 넌 절대 무례한적 없다고..자기들이 더 이해못해줬던 것같다고 말해줌 ㅠㅠ

 

나한테 자꾸 폴란드는 언제오냐고 물어봄 허걱

내가 폴란드 내년엔 꼭 간다고 폴란드 음식 그립다고 하니까 (굴러시 먹고싶다 ㅠㅠ)

오면 '너만을 위한 특별한 저녁식사'를 대접할테니 꼭 오라고함 ㅋㅋ

 

아, 오늘도 오랜만에 페이스북 갔다가 채팅했는데

(나님은 폴란드어 단어 몇개 빼고 다 잊어버려서 영어로 채팅함;;)

'마그다'라는 친구가 아일랜드 다녀온 얘기하다가 여행얘기로 넘어갔는데

"폴란드는 언제 오는거냐"고 또 물어봄 ㅋㅋㅋ;;;;;

내년에 가려고 돈모으고 있다고 기다리라니까

"우리가 돈모아서 비행기 티켓사줄게. 넌 와서 여행 경비 많이 들꺼잖아" 라고 말함 ㅠㅠ

나님.. 뭐랄까 폭풍 감동해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약간의 부담도 들면서 뭔 말을 할까 망설이는데

"너 폴란드 여행오려고 돈모으는거지?"라는 말에 

save for 을 except for로 생각하고 (save for = ~을 제외하고 or 돈을 저축하다)

"no!!!"라고 대답함-_ -;;;; 

 

..........순간 실수를 깨닫고 막 사과했더니 괜찮다고 해줌.. 관대한 마그다....

그치만 왠지 미안해져서 막 미안하다고 장문의 사과문을 남겼더니

그렇게 말하지 말라고(별로 잘못안했는데 계속 사과하지말라고)빨리 보고싶고 페이스북에서 너를 다시 만나서 얘기할수 있게 된거 자체가 좋다고 함 ㅠㅠ    감동이다 ㅠㅠ고마워

 

...판이 너무 길어지는 것같아서 이쯤에서 대충 마무리 해요;;;하하핫 좋은하루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