鎖國의 장벽에 구멍을 내자

곰탕2010.10.07
조회215

鎖國의 장벽에 구멍을 내자

written by. 류근일

폭력과 감옥은 만리장성으로 막을 수도 있지만 문명은 조그만 바늘구멍만 있어도 반드시 스며들어간다.

  통일이 안 된 상태에서나마 사실상의 통일이 되다 싶이 한 상태를 만드는 방법. 이런 방법이 과연 있을까? 있다. 북한 주민의 마음을 사는 것이다. 그들이 비밀리에, 마음속으로, 당국의 등 뒤에서, 다른 마음을 품게 하는 것이다.

 

 우선 북한 현실에 대한 회의가 그 시작이다. 거기서 그 회의를 검증하는 단계로, 검증에서 확신으로, 확신에서 남북의 비교로, 비교를 통한 확신의 강화로, 거기서 그 확신의 공감대를 번져나가게 하는 단계로...이 단계에 이르면 우리와 북한 주민의 마음은 사실상의 통일을 이룬 것이다.

 

 사람들, 특히 먹물들은 통일을 너무 공학(工學)적으로만 생각한다. 권력과 권력 사이의 역학적, 물리적 게임으로만 생각한다. 그들은 사람의 마음 같은 것은 취급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통일의 핵심은 북한 주민들의 마음과 우리의 마음을 같은 것으로 합치는 것이다.

 

 김정일이 북한 주민의 인간다운 삶을 망쳐 놓았다는 것, 사람 사는 세상과 국가는 김정일처럼 운영해선 안 된다는 것, 3대 세습-애숭이 대장이 말이 되느냐는 개탄, 이런 식으로는 더 이상 두고 볼 게 없다는 것, 사회주의를 하더라도 왜 중국처럼 못하는가 하는 원망, 이렇게 비참하게 사느니 차라리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라는 심정, 똑같은 조선 사람인데도 남쪽 사람들은 어떻게 저렇게 최소한 라면이라도 실컷 먹고 사느냐는 발견, 어떻게 남쪽 사람들은 여행 허가증도 없이 툭하면 부산 가고 춘천 가고 전주 가느냐는 놀라움, 심지어는 휴가철이면 어떻게 저렇게 인천 국제공항이 출국자들로 미어터지느냐는 경악..등등. 이런 생각이 북한 주민 다수에 퍼져나간다면 그게 마음의 통일이다.

 

 조선왕조는 지독한 쇄국정책을 폈다. 이양선(異樣船)이 해안에 나타나면 하멜 표류기에 써있듯, 배를 약탈하고 불태우고 표류자를 영구히 조선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했다. 서양을 남만(南蠻)이라 터무니없이 비하하면서, 남만 쪽 바다 밖으로 멀리 나가면 죽이기까지 했다. 주자학과 존명사대(尊明事大) 이외에 양명학(陽明學)이나 천주교가 들어오면 모조리 잡아 사문난적(斯文亂賊)으로 몰아 죽였다.

 

 그러나 그렇게 했다고 해서 세계문명이 조선 안으로 물처럼 스며들어 오는 것을 길이 막을 수 있었나? 없었다. 이게 문명이 작동하는 원리다. 문명은 흐름이고 번져감이며 파장이다. 그것을 폭력과 감옥은 만리장성으로 막을 수도 있지만 문명은 조그만 바늘구멍만 있어도 반드시 스며들어간다. 그것을 접한 사람들은 크게 깨달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몰래 남이 없는 데서 소리 지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문명의 물기는 점차 주변을 적셔간다.

 

 이 문명 전파를 통치 세력이 음으로 양으로 추진해야 하는데 이명박 정부는 그렇게 하지 않거나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이것은 민간 시민사회의 몫이다. 김정일과 종북 세력은 남한 사회에 그렇게 침투해서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가고 있다. 그 대신 우리도 이쪽 김정일 ‘좀비’들하고만 맞상대 하는 것을 넘어 아예 종북 세력의 최고 사령부 관활 지역을 먹어 들어가야 한다. 풍선으로, 라디오로, CD로, 휴대폰으로, 인맥(人脈)으로...이렇게 해서 겉은 김정일 세상이라도 속은 김정일 세상 아닌 것으로 점차 화학적인 변화를 일으켜 가야 한다.

 

 다만, 문명 전파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우리는 종전보다 훨씬 더 감성적으로 세련되고 미학적으로 매력적이며 수사학적으로 정교한, 탁월한 ‘광고심리적’ 기법을 써야 한다. 덮어놓고 고성으로 투박하게 외쳐 대는 것만으로는 심리전의 효과를 최적화, 극대화 할 수 없다.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