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불씨는 스스로 당긴 거나 다름없다. 병역 면제에다 캐나다 국적이면 이미 비방(誹謗)의 표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땅에 SA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와 토플에 목을 매는 기러기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그는 TV에서 “시(詩)와 에세이로 스탠퍼드와 하버드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고 자랑했다.
도처에 깔린 인화성 물질에 성냥불을 그은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난리인 가수 타블로 이야기다. 그는 가벼운 처신으로 비(非)호감을 자초했다.
더 큰 문제는 도를 넘는 네티즌의 공격이다. 온 가족을 검증대에 올려 난도질했다. 인터넷 카페에선 “성적표 공개하라” “출입국 기록 내놓아라”고 윽박질렀다. 타블로 측이 해명 자료를 내놓으면 돋보기를 들이대 또 다른 흠집을 잡아냈다.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남의 신상은 낱낱이 까발리면서 인터넷 카페 운영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자 “사생활 침해”라며 펄쩍 뛰었다. 균형감각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
논란의 핵심인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느냐’ 여부는 판가름 난 지 오래다. 스탠퍼드 한국 동문회는 정준 회장과 우창표 총무 명의로 “타블로는 분명히 우리 동문이며 고통 당하는 그를 보호해 달라”는 e-메일을 돌렸다. 동문회는 “그와 가까웠던 친구들이 한국말을 잘 못한다”며 직접 수소문한 끝에 대학 시절 사진 3장도 공개했다. 눈밝은 사람이면 중앙일보 8월 29일자에 나온 임정희씨의 ‘타블로 논란의 교훈’이란 글에서 진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임씨가 바로 스탠퍼드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포는 무섭기 짝이 없다. 거대 방송사조차 몸을 사릴 정도다. MBC보도국은 오래 전에 스탠퍼드대 교무처장을 통해 타블로 관련 취재를 끝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반발로 햇볕을 보지 못했다. “괜히 보도했다가 네티즌들의 댓글 폭격을 당할 수 있다”는 신중론에 걸렸다고 한다. MBC 고위 관계자는 “사실 관계보다 네티즌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세상”이라며 혀를 찼다. MBC는 도리 없이 PD에게 타블로를 동행시켜 미국 현장 확인까지 마친 뒤에야 ‘MBC 스페셜’을 내보낼 수 있었다
.
그런데도 여전히 인터넷에선 ‘MBC가 타블로에게 매수당했다’는 끝 모를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타블로 사건의 승자는 누굴까? 정작 표정 관리하는 쪽은 따로 있다. 네티즌끼리 물고 뜯는 동안 큰 재미를 본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다.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광고도 늘고 주가는 급등했다. 광우병 파동, 천안함 사태 때도 항상 포털들은 돌아서서 웃었다. ‘집단 지성(知性)’이란 고상한 깃발 아래 어김없이 ‘집단 광기(狂氣)’에 편승해 왔다. 장이 설 때마다 그들은 좌판을 깔고 판돈을 챙긴다. 자꾸 참혹한 전쟁 뒤에서 돈다발을 세는 무기중개상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최대 피해자는 타블로임이 분명하다. TV 화면에 눈물 흘리는 모습이 짠하다. 과연 우리 사회의 전체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서울 중앙지검 배성범 조사부장은 “요즘 인터넷 소송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다. 타블로 사건도 양측이 고소한 만큼 수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배 부장은 안타까운 표정이다. “수사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합니다. 강도나 살인자를 쫓아야 할 수사당국이 혈세로 미국까지 건너가 대학 졸업증명서나 떼는 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아마 타블로 사건 수사 결과가 오늘쯤 발표될 모양이다. 수사당국은 카페 운영자가 미국에 사는 50대 남성이란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열심히 수사해도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그에게 온 사회가 놀아난 꼴이 됐다.
참고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새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은 50%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올 들어 5월 말 현재 5690건의 강력사건이 미제(未濟)로 남았다. 수사당국에 살인범을 잡기보다 졸업증명서부터 떼라고 압박한 부메랑을 우리 모두가 맞고 있다. 이래도 인터넷의 악의적 비방을 ‘표현의 자유’ 아래 숨겨둬야 할까.
논설위원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이글을 읽고도 가슴이 뜨끔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심장이 죽은 사람이다.
이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서고 있는 우리 인터넷의 독성과 마성을 지금 부터 라도 정화하지 않으면
이글을 읽고도 가슴이 뜨끔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검찰이 미국 졸업장을 떼는 나라” [중앙일보]
이철호의 시시각각
첫 불씨는 스스로 당긴 거나 다름없다. 병역 면제에다 캐나다 국적이면 이미 비방(誹謗)의 표적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이 땅에 SAT(미국대학입학자격시험)와 토플에 목을 매는 기러기 부모는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도 그는 TV에서 “시(詩)와 에세이로 스탠퍼드와 하버드 대학에 동시 합격했다”고 자랑했다.
도처에 깔린 인화성 물질에 성냥불을 그은 것이다. 요즘 인터넷에서 난리인 가수 타블로 이야기다. 그는 가벼운 처신으로 비(非)호감을 자초했다.
더 큰 문제는 도를 넘는 네티즌의 공격이다. 온 가족을 검증대에 올려 난도질했다. 인터넷 카페에선 “성적표 공개하라” “출입국 기록 내놓아라”고 윽박질렀다. 타블로 측이 해명 자료를 내놓으면 돋보기를 들이대 또 다른 흠집을 잡아냈다.
못 믿는 게 아니라 안 믿는 분위기가 지배했다. 남의 신상은 낱낱이 까발리면서 인터넷 카페 운영자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자 “사생활 침해”라며 펄쩍 뛰었다. 균형감각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었다.
논란의 핵심인 ‘타블로가 스탠퍼드대를 졸업했느냐’ 여부는 판가름 난 지 오래다. 스탠퍼드 한국 동문회는 정준 회장과 우창표 총무 명의로 “타블로는 분명히 우리 동문이며 고통 당하는 그를 보호해 달라”는 e-메일을 돌렸다. 동문회는 “그와 가까웠던 친구들이 한국말을 잘 못한다”며 직접 수소문한 끝에 대학 시절 사진 3장도 공개했다. 눈밝은 사람이면 중앙일보 8월 29일자에 나온 임정희씨의 ‘타블로 논란의 교훈’이란 글에서 진실을 알아차렸을 것이다. 임씨가 바로 스탠퍼드대 출신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포는 무섭기 짝이 없다. 거대 방송사조차 몸을 사릴 정도다. MBC보도국은 오래 전에 스탠퍼드대 교무처장을 통해 타블로 관련 취재를 끝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반발로 햇볕을 보지 못했다. “괜히 보도했다가 네티즌들의 댓글 폭격을 당할 수 있다”는 신중론에 걸렸다고 한다. MBC 고위 관계자는 “사실 관계보다 네티즌 눈치를 살펴야 하는 세상”이라며 혀를 찼다. MBC는 도리 없이 PD에게 타블로를 동행시켜 미국 현장 확인까지 마친 뒤에야 ‘MBC 스페셜’을 내보낼 수 있었다
.
그런데도 여전히 인터넷에선 ‘MBC가 타블로에게 매수당했다’는 끝 모를 음모론이 나돌고 있다. 정말 무서운 세상이다.
타블로 사건의 승자는 누굴까? 정작 표정 관리하는 쪽은 따로 있다. 네티즌끼리 물고 뜯는 동안 큰 재미를 본 인터넷 포털 사이트들이다. 방문자가 급증하면서 광고도 늘고 주가는 급등했다. 광우병 파동, 천안함 사태 때도 항상 포털들은 돌아서서 웃었다. ‘집단 지성(知性)’이란 고상한 깃발 아래 어김없이 ‘집단 광기(狂氣)’에 편승해 왔다. 장이 설 때마다 그들은 좌판을 깔고 판돈을 챙긴다. 자꾸 참혹한 전쟁 뒤에서 돈다발을 세는 무기중개상이 연상되는 것은 왜일까.
최대 피해자는 타블로임이 분명하다. TV 화면에 눈물 흘리는 모습이 짠하다. 과연 우리 사회의 전체 손익계산서는 어떨까. 서울 중앙지검 배성범 조사부장은 “요즘 인터넷 소송 때문에 정신을 못 차린다”고 했다. 타블로 사건도 양측이 고소한 만큼 수사가 불가피하다. 하지만 배 부장은 안타까운 표정이다. “수사는 결국 국민 세금으로 합니다. 강도나 살인자를 쫓아야 할 수사당국이 혈세로 미국까지 건너가 대학 졸업증명서나 떼는 게 제대로 된 나라입니까?”
아마 타블로 사건 수사 결과가 오늘쯤 발표될 모양이다. 수사당국은 카페 운영자가 미국에 사는 50대 남성이란 사실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리 열심히 수사해도 사실상 처벌이 불가능하게 됐다. 결국 그에게 온 사회가 놀아난 꼴이 됐다.
참고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 새 인터넷 명예훼손 사건은 50% 가까이 급증했다. 반면 올 들어 5월 말 현재 5690건의 강력사건이 미제(未濟)로 남았다. 수사당국에 살인범을 잡기보다 졸업증명서부터 떼라고 압박한 부메랑을 우리 모두가 맞고 있다. 이래도 인터넷의 악의적 비방을 ‘표현의 자유’ 아래 숨겨둬야 할까.
논설위원 이철호 기자 [newsty@joongang.co.kr]
이글을 읽고도 가슴이 뜨끔해지지 않는다면 당신은 이미 심장이 죽은 사람이다.
이미 도를 넘어도 한참 넘어서고 있는 우리 인터넷의 독성과 마성을 지금 부터 라도 정화하지 않으면
이제 더 많은 피해자를 낳고 다 외면하는 포털이 되고 말것이다.
이걸 포털과 커뮤니티 담당자들이 보기바란다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