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이번
U-19 청소년대표팀 최고의 공격수 지동원에 대한 칭찬부터 하고 넘어가야겠다.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유연함이다. 굳지 않았기에
뻣뻣함이 없고 뻣뻣하지 않으니 지동원에게 볼이 가면 이후의 플레이가 동료와의 또 다른 연계이든, 혹은 스스로 돌파 후 슈팅을
선택하든 그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다. 얼마 전까지 이 19살짜리 공격수를 집중 조명했던 나나 대다수 언론들은 그가 볼 컨트롤,
슈팅, 헤딩, 돌파력 등 모든 부분에서 고른 기량을 갖췄다고 격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비록 조별예선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지동원의 그 균형 잡힌 기량의 원천은 단연 유연함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내 기억으로도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183cm~190cm에 육박하는 한국축구 장신 공격수들 가운데 이 유연함을 바탕으로 플레이했던 공격수는
최순호와 황선홍 말고는 요즘의 지동원이 처음인 것 같다. 당장 황선홍과 동시대를 호령했던 김도훈, 최용수는 단순한 파워나 제공권
측면과 같은 일부분에선 황선홍을 앞섰을지 몰라도 그와 같은 유연함이 없었기에 종합적으론 끝내 그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이후의 이동국, 정조국, 김동현과 같은 청소년급에서 반짝하며 A대표로 성장했던 장신 공격수들도 마찬가지다. 부분적으로 특화된
장점들은 한두 가지씩 가졌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최전방 플레이를 소화하기엔 공통적으로 뻣뻣하고 투박했기에 축구팬들에게 한결같은
믿음을 줄 순 없었다.
하지만 초대형
공격수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뻣뻣함이라는 치명적인 신체적 약점을 갖지 않은 지동원은 향후 본인의 노력은 물론 주변의
체계적인 관리가 수반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세계에서도 통하는 장신의 한국 공격수’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물론 당장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U-19 청소년선수권에서 터뜨린 3경기 2골은 그 이상을 바라는 일부
축구팬들에겐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 경기 멀티 골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게다가 과거 최용수를 비롯해
이동국, 정조국, 김동현 같은 선수들 역시 청소년 시절 같은 대회에서 지동원이 넣었던 정도의 골은 넣어봤고 심지어 그 이상의
득점수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동원의
플레이를 뜯어보면 과거 그 연령대를 거쳐간 선배들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특히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내부 혹은
근처에서만큼은 TV를 통해 청소년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때려야지~’하면 때리고 ‘내줘야지~’하면 동료에게 내준다. 그리고 ‘뚫어야지~’하면 과감하게 상대 수비수를 놓고 일대 일 돌파를
시도한다. 실제 득점으로 연결되느냐 아니냐를 떠나 득점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타이밍을 맞출 줄 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타이밍은 자신에게 오는 볼을 잡아놓는 동작,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동작에 군더더기가 아예 혹은 거의 없기에 맞출 수
있다. 그 기저에 바로 유연함이 있다.
그가 뛰는
K리그 전남 드래곤즈 경기를 접할 때마다 그 유연함이 어린 지동원의 갖가지 동작을 얼마나 돋보이게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물며 K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아시아 U-19 청소년대회 본선이다. 지동원이라는 공격수가 군계일학으로
보이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90년대의 한국축구를 보여주는 이광종호
물론 최근 몇 달
동안 리그에서의 활약과 A대표팀 선발 등으로 인해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아 나를 비롯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대회 첫 경기부터
그에게 쏠려있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이광종호에선 지동원만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개인이 돋보이는 것 그리고 그 개인이 우리 한국선수라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똑같이 빛나야 할 팀이 없다는 건 분명 문제다.
중원은 실종됐고 수비진은 차근차근 만들려고 하기 보단 그저 우겨넣기 급급한 팀. 이번 대회 조별예선 3경기에서 드러난 이광종호의
실체다.
당장 지난
2008년 사우디에서 열렸던 U-19세대의 조별예선과 비교한다면 현재의 이광종호는 결과적인 측면에선 큰 문제는 없다. 2년 전엔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마지막 3차전까지 가서야 겨우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엔 단 두 경기 만에
2연승으로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했다. 3경기 3득점으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득점력이었지만 동시에 단 한 골의 실점도
없었기에 수비력에서 꼬투리 잡을만한 것도 없다.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B조의 우즈베키스탄과 더불어 유일한 무실점 팀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이 팀은 마치
1990년대 중후반의 전형적인 한국축구를 보는 듯하다. 압도적인 초대형 스트라이커(황선홍을 필두로 최용수, 김도훈 등)가 최전방을
휘저으면 탁월한 스피드의 양 날개(고정운과 서정원)가 측면 개인돌파로 크로스를 지원한다. 양 날개의 뒤를 받치는 윙백
자원들(하석주, 이기형, 최성용 등) 역시 빠른 스피드와 풍부한 운동량으로 공‧수를 넘나들며 이들을 커버해준다. 2010년
U-19 청소년대표팀판 버전으로 각색하면 압도적인 초대형 스트라이커는 지동원이고, 탁월한 스피드의 양 날개는 김경중과 백성동이다.
그리고 이 날개를 받치는 윙백 자원들이 이재명, 권진영, 이기제 등이다.
지난 세기
한국대표팀이 그러했고 현재에도 자타가 공인하듯 양 측면의 빠른 스피드는 이번 이광종호의 장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문제는 바로는 오직 이것만이 이 팀 공격루트의 전부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수비하는 입장에선 초반엔 흔들릴 수 있으나 단순하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대비가 가능하다. 예멘 같은 약체에게 대량득점 못하며 끙끙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 역시 지난 세기 한국축구의
자화상이었다.
이 경우 또
다른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열쇠는 공히 탁월한 센스와 기술을 겸비했다는 최성근-김영욱으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더진에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조별예선 동안 최성근-김영욱의 중원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공격 시 이들이 측면과 중앙의 다채로운 루트를 확보하지
못해 측면 한 쪽으로만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아예 호주전에서는 자신들마저 고립돼 대다수의 팀 공격루트가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단번에 때려 지동원의 경합과 세컨 볼 획득에만 의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21세기 들어와 한국 U-19 대표팀이 치른 5번의
아시아 청소년대회 본선을 돌이켜 보건데 어제의 호주전만한 뻥축구는 거의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특히 호주의
경우 한국과 더불어 대회 우승을 다투는 비슷한 수준의 팀들인 일본, 북한, 중국에게 한국의 양 측면을 고립-봉쇄시키며 자신들의
의도대로 게임을 풀어갈 수 있는 답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물론 최성근-김영욱의 경우 대회 개막 직전까지
부상 후유증에 시달렸다는 점, 특히 최성근은 아직도 자기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이광종 감독이 8강과 그 이후를 내다보며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할만하지만 그런 부진함의 결과로 내년 세계 U-20 청소년대회 진출 티켓이 걸린 8강전에서 가장
부담스런 상대 일본을 만나게 됐다. 알다시피 조별예선에서 드러난 데이터를 종합할 때 일본은 공‧수에서 가장 안정적인 팀이었다.
일부에선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최악의 조별예선을 거친 한국이 최상의 조별예선을 거친 일본을 3-0으로 완파하고 세계대회 티켓을 거머쥐지
않았느냐며 무조건적인 희망을 걸지만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이 꼭 같지는 않다. 2년 전엔 구자철-문기한 등 일본의 중원을 압도하고도
남을 미드필더 자원이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이광종호의 중원 자원들은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력과 컨디션을 종합할 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어찌됐건 일본전 승패의 키워드는 중원싸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들을 대거 제외해 8강전을
대비 체력 비축에 성공하고 승리까지 챙긴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호주전에서 일본보다는 훨씬 많은 주전들을 동원하는 체력적 부담을
감수하고도 고작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분위기로 봐서 상대적으로 암울한 건 이광종호다.
흔히 이번
청소년 세대를 일컬어 2007년 조동현 감독의 ‘패스청대’에 이은 또 하나의 ‘대박세대’라며 기대하고 있다. 지동원을 비롯해
석현준, 손흥민, 남태희, 김원식 등 해외 유명 클럽의 유스 혹은 2군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유망주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록 앞서 부진한 경기력을 질타했지만 최성근, 김영욱은 기본 자질이 매우 뛰어난 중원의 자원들임은 분명하며 주전
센터백 콤비인 장현수-황도연도 괜찮다. 하지만 아무리 양질의 자원들이 포진했다 할지라도 이들이 직접 세계대회에 참가해 검증을
받고, 또 성적과는 별도로 또래 세계 수준의 선수들과의 경기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탈락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2004
년 박주영 세대 이후 간만에 아시아 U-19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4강에 들어 내년 세계
U-20 대회 출전 티켓을 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조별예선의 부진을 쓰디 쓴 약으로 삼아 8강전은 물론 그 이후의 경기들에서도
진일보한 경기력으로 연승을 거듭하는 이광종호를 기대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계대회는 반드시 나가야 한다!
[축구]U-19 청소년대표팀 과연 어디까지갈까요?
먼저 이번 U-19 청소년대표팀 최고의 공격수 지동원에 대한 칭찬부터 하고 넘어가야겠다. 정말 근래에 보기 드문 유연함이다. 굳지 않았기에 뻣뻣함이 없고 뻣뻣하지 않으니 지동원에게 볼이 가면 이후의 플레이가 동료와의 또 다른 연계이든, 혹은 스스로 돌파 후 슈팅을 선택하든 그 흐름이 매우 자연스럽다. 얼마 전까지 이 19살짜리 공격수를 집중 조명했던 나나 대다수 언론들은 그가 볼 컨트롤, 슈팅, 헤딩, 돌파력 등 모든 부분에서 고른 기량을 갖췄다고 격찬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서(비록 조별예선 3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지동원의 그 균형 잡힌 기량의 원천은 단연 유연함이었음이 증명되고 있다.
내 기억으로도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183cm~190cm에 육박하는 한국축구 장신 공격수들 가운데 이 유연함을 바탕으로 플레이했던 공격수는 최순호와 황선홍 말고는 요즘의 지동원이 처음인 것 같다. 당장 황선홍과 동시대를 호령했던 김도훈, 최용수는 단순한 파워나 제공권 측면과 같은 일부분에선 황선홍을 앞섰을지 몰라도 그와 같은 유연함이 없었기에 종합적으론 끝내 그의 아성을 무너뜨릴 수 없었다. 이후의 이동국, 정조국, 김동현과 같은 청소년급에서 반짝하며 A대표로 성장했던 장신 공격수들도 마찬가지다. 부분적으로 특화된 장점들은 한두 가지씩 가졌지만 우리가 원하는 수준의 최전방 플레이를 소화하기엔 공통적으로 뻣뻣하고 투박했기에 축구팬들에게 한결같은 믿음을 줄 순 없었다.
하지만 초대형 공격수로 성장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뻣뻣함이라는 치명적인 신체적 약점을 갖지 않은 지동원은 향후 본인의 노력은 물론 주변의 체계적인 관리가 수반된다면, 우리가 그토록 바라마지 않던 ‘세계에서도 통하는 장신의 한국 공격수’의 탄생을 기대하게 만들기 충분하다. 물론 당장 중국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 U-19 청소년선수권에서 터뜨린 3경기 2골은 그 이상을 바라는 일부 축구팬들에겐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 경기 멀티 골이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는 점도 아쉽다. 게다가 과거 최용수를 비롯해 이동국, 정조국, 김동현 같은 선수들 역시 청소년 시절 같은 대회에서 지동원이 넣었던 정도의 골은 넣어봤고 심지어 그 이상의 득점수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동원의 플레이를 뜯어보면 과거 그 연령대를 거쳐간 선배들의 그것과는 분명한 차이점이 하나 있다. 특히 상대 페널티 에어리어 내부 혹은 근처에서만큼은 TV를 통해 청소년대표팀 경기를 지켜보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춰주는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때려야지~’하면 때리고 ‘내줘야지~’하면 동료에게 내준다. 그리고 ‘뚫어야지~’하면 과감하게 상대 수비수를 놓고 일대 일 돌파를 시도한다. 실제 득점으로 연결되느냐 아니냐를 떠나 득점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는 타이밍을 맞출 줄 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타이밍은 자신에게 오는 볼을 잡아놓는 동작, 다음 단계로 이어지는 동작에 군더더기가 아예 혹은 거의 없기에 맞출 수 있다. 그 기저에 바로 유연함이 있다.
그가 뛰는 K리그 전남 드래곤즈 경기를 접할 때마다 그 유연함이 어린 지동원의 갖가지 동작을 얼마나 돋보이게 만드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하물며 K리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수준이 떨어지는 아시아 U-19 청소년대회 본선이다. 지동원이라는 공격수가 군계일학으로 보이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90년대의 한국축구를 보여주는 이광종호
물론 최근 몇 달 동안 리그에서의 활약과 A대표팀 선발 등으로 인해 미디어의 집중 조명을 받아 나를 비롯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대회 첫 경기부터 그에게 쏠려있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어쨌든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이광종호에선 지동원만 보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뛰어난 개인이 돋보이는 것 그리고 그 개인이 우리 한국선수라는 것은 환영할 일이지만 똑같이 빛나야 할 팀이 없다는 건 분명 문제다. 중원은 실종됐고 수비진은 차근차근 만들려고 하기 보단 그저 우겨넣기 급급한 팀. 이번 대회 조별예선 3경기에서 드러난 이광종호의 실체다.
당장 지난 2008년 사우디에서 열렸던 U-19세대의 조별예선과 비교한다면 현재의 이광종호는 결과적인 측면에선 큰 문제는 없다. 2년 전엔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몰렸다가 마지막 3차전까지 가서야 겨우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이번엔 단 두 경기 만에 2연승으로 일찌감치 8강 진출을 확정했다. 3경기 3득점으로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득점력이었지만 동시에 단 한 골의 실점도 없었기에 수비력에서 꼬투리 잡을만한 것도 없다. 이번 대회에서 현재까지 B조의 우즈베키스탄과 더불어 유일한 무실점 팀이다. 하지만 전체적인 경기력은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이 팀은 마치 1990년대 중후반의 전형적인 한국축구를 보는 듯하다. 압도적인 초대형 스트라이커(황선홍을 필두로 최용수, 김도훈 등)가 최전방을 휘저으면 탁월한 스피드의 양 날개(고정운과 서정원)가 측면 개인돌파로 크로스를 지원한다. 양 날개의 뒤를 받치는 윙백 자원들(하석주, 이기형, 최성용 등) 역시 빠른 스피드와 풍부한 운동량으로 공‧수를 넘나들며 이들을 커버해준다. 2010년 U-19 청소년대표팀판 버전으로 각색하면 압도적인 초대형 스트라이커는 지동원이고, 탁월한 스피드의 양 날개는 김경중과 백성동이다. 그리고 이 날개를 받치는 윙백 자원들이 이재명, 권진영, 이기제 등이다.
지난 세기 한국대표팀이 그러했고 현재에도 자타가 공인하듯 양 측면의 빠른 스피드는 이번 이광종호의 장점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문제는 바로는 오직 이것만이 이 팀 공격루트의 전부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수비하는 입장에선 초반엔 흔들릴 수 있으나 단순하기에 시간이 흐르면서 대비가 가능하다. 예멘 같은 약체에게 대량득점 못하며 끙끙대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 역시 지난 세기 한국축구의 자화상이었다.
이 경우 또 다른 루트를 개척할 수 있는 열쇠는 공히 탁월한 센스와 기술을 겸비했다는 최성근-김영욱으로 구성된 중앙 미드필더진에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조별예선 동안 최성근-김영욱의 중원에서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공격 시 이들이 측면과 중앙의 다채로운 루트를 확보하지 못해 측면 한 쪽으로만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고, 아예 호주전에서는 자신들마저 고립돼 대다수의 팀 공격루트가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단번에 때려 지동원의 경합과 세컨 볼 획득에만 의존하는 방향으로 흘러가버렸다. 21세기 들어와 한국 U-19 대표팀이 치른 5번의 아시아 청소년대회 본선을 돌이켜 보건데 어제의 호주전만한 뻥축구는 거의 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특히 호주의 경우 한국과 더불어 대회 우승을 다투는 비슷한 수준의 팀들인 일본, 북한, 중국에게 한국의 양 측면을 고립-봉쇄시키며 자신들의 의도대로 게임을 풀어갈 수 있는 답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물론 최성근-김영욱의 경우 대회 개막 직전까지 부상 후유증에 시달렸다는 점, 특히 최성근은 아직도 자기 컨디션이 아니었기에 이광종 감독이 8강과 그 이후를 내다보며 긴 호흡으로 준비하고 있다는 점은 고려할만하지만 그런 부진함의 결과로 내년 세계 U-20 청소년대회 진출 티켓이 걸린 8강전에서 가장 부담스런 상대 일본을 만나게 됐다. 알다시피 조별예선에서 드러난 데이터를 종합할 때 일본은 공‧수에서 가장 안정적인 팀이었다.
일부에선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당시 최악의 조별예선을 거친 한국이 최상의 조별예선을 거친 일본을 3-0으로 완파하고 세계대회 티켓을 거머쥐지 않았느냐며 무조건적인 희망을 걸지만 그 때와 지금의 상황이 꼭 같지는 않다. 2년 전엔 구자철-문기한 등 일본의 중원을 압도하고도 남을 미드필더 자원이 있었지만 현 시점에서 이광종호의 중원 자원들은 현재까지 보여준 경기력과 컨디션을 종합할 때 믿음이 가지 않는다. 어찌됐건 일본전 승패의 키워드는 중원싸움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주전들을 대거 제외해 8강전을 대비 체력 비축에 성공하고 승리까지 챙긴 일본과는 달리 한국은 호주전에서 일본보다는 훨씬 많은 주전들을 동원하는 체력적 부담을 감수하고도 고작 승점 1점을 얻는데 그쳤다. 분위기로 봐서 상대적으로 암울한 건 이광종호다.
흔히 이번 청소년 세대를 일컬어 2007년 조동현 감독의 ‘패스청대’에 이은 또 하나의 ‘대박세대’라며 기대하고 있다. 지동원을 비롯해 석현준, 손흥민, 남태희, 김원식 등 해외 유명 클럽의 유스 혹은 2군에서 자신들의 입지를 확고히 다진 유망주들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비록 앞서 부진한 경기력을 질타했지만 최성근, 김영욱은 기본 자질이 매우 뛰어난 중원의 자원들임은 분명하며 주전 센터백 콤비인 장현수-황도연도 괜찮다. 하지만 아무리 양질의 자원들이 포진했다 할지라도 이들이 직접 세계대회에 참가해 검증을 받고, 또 성적과는 별도로 또래 세계 수준의 선수들과의 경기 경험을 통해 개인적으로 성장의 밑거름으로 삼아야만 의미가 있는 것이지 탈락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2004 년 박주영 세대 이후 간만에 아시아 U-19 우승 트로피를 가져오는 것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4강에 들어 내년 세계 U-20 대회 출전 티켓을 따는 것은 더 중요하다. 조별예선의 부진을 쓰디 쓴 약으로 삼아 8강전은 물론 그 이후의 경기들에서도 진일보한 경기력으로 연승을 거듭하는 이광종호를 기대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세계대회는 반드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