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하탄 도심에서 만난 노중년의 부부

도심남2010.10.17
조회230

안녕하세요

톡을 즐겨보는 창창한 스무살 남자입니다

원래 다른분들이 쓰신 글, 이런저런 이슈토론 등을 즐겨보고 리플정도만 가끔 쓰는 타입이라 판을 쓸 엄두도 내지 못했는데요, 오늘 뭔가 갑자기 써보고 싶은 생각에 이렇게 끄적여 봅니다.

 

저는 미국에서 디자인을 전공중인 대학교1학년 생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이란 어린 나이에 미국땅으로 이민을 왔습니다. 외국에 오래살다보니 한국에 대한 견해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거리감이 조금씩 생기더군요. 그렇지만 고등학교 졸업반 바로 전 여름방학때 한국에 놀러와서 이사람 저사람 만나면서 친분을 쌓고, 그러다가 그다지 친근하지 않은 최근 한국문화를 즐기고 배우면서 속으로 아, 내가 정말 한국인이 맞긴 맞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년 전 학교를 마치고 맨하탄 지하철을 타고 잡지가게를 들려야 할 일이 있어서, 집 근처 좀 전 역에서 내렸어요.  솔직히 미국이라 해도 도심에 가면 아시아인을 많이 보게 마련입니다. 출구를 향해 올라가고 있는데, 나이좀 있으신 아시아인 2분께서 길을 잃어 어쩔 줄 몰라 하고 있더군요. 슬쩍 눈치보면서 지나가는데 한국말을 하시는거였어요. 첨엔 속으로 반가우면서도 내성적인 성격이라 먼저 말을 못걸었어요ㅠ근데 영어를 아예 못하시는거 같더라구요. 아.. 그래도 같은 한국인인데 도와드려야 겠다! 하고 다가가서 말을 걸었죠.

“혹시 길 잃으셨어요?”

“아, 젊은 총각 한국인이야? 어이구 반가워라! 우리가 여기(Hyatt 호텔이였던걸로 기억)를 찾고있는데 도저히 말이 통해야지 원..”

“아, 여기 이 출구로 나가셔서요, 앞으로 쭉 걸어서 십오분이면 보일거에요 ㅎ”

“아, 그래. 고마워 총각~ 싹싹해서 좋구만”

 

이렇게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전 제 갈길을 가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맘이 좀 놓이지 않더군요. 그래서 뒤돌아서 그분들께 가서 말했죠, 어짜피 같은 길이니까 그 앞까지 가드릴께요. 그렇게 그 아주머니, 아저씨, 저 셋은 어색한 대화를 이어가며 약 십오분정도를 걸었어요. 찾으시던 호텔이 맞다고 하시더군요. 이왕 여기까지 온 거 그냥 호텔 체크인하실 때 통역이나 해드리고 가야겠다, 하고 같이 호델 안내데스크까지 갔습니다. 이것저것 예약 확인도 해드리고 가격, 시설, 식당 이용관련된 정보를 아주 간략하게 설명해 드렸습니다. 솔직히 처음 보는 사람한테 이렇게 까지 도움 준 적 없었는데 아마 그때가 처음인거 같네요.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정말 어쩌실 바를 모르시더라구요 ㅠ 고맙다고 정말 총각 없었으면 어떡할뻔 했냐고.. 겉으론 뭘요~ 하다가 속으로 정말 뭐랄까, 처음 느껴보는 뿌듯함 이였어요. 좋은 학교성적 받거나 대학교에 붙었을때, 그런 뿌듯함과는 전혀 다른, 뭔가 따뜻한 느낌이랄까? 설명하기 힘드네욬 ㅠㅠ

그렇게 데려다 드리고 저는 가려던 잡지가게를 향해 걸어가고 있었어요. 걸어가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외국에 오래 살면서 미국인들이 제 고향사람같이 느껴졌었는데, 처음 보는 한국분들께 이렇게 까지 도와드린 적은 처음이라, 속으로 음.. 본능인가?

보통 미국인들 도와줬을때랑은 사뭇 느낌이 달랐던거 같아요. 마지막 아주머니께서 해주신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였어요.

“젊은 총각, 다음에 한국이던 어디건 됬던지간에 보면, 아줌마가 꼭 맛있는거 해줄께요. 고맙고 조심히 잘가요~”

정말 지금 생각하니까 가슴이 찡하네요.. 외국에 사시는 분들은 아실거에요. 외국사람들은 보통 이런 말 안하거든요. 이런걸 ‘정’이라고 하나요? 아무튼 아주머니 아저씨 잘 계신가 궁금하네요. 나중에라도 꼭 맛있는거 해주세요, 먹고싶어요 ^___^

 

p.s.글을 쓰다보니, 제 자랑같기도 하고… 좀 악플을 유도할거같은 느낌이 드네요;; 전 그저 오늘 학교갔다가 집에 오면서 한국분들을 유독 많이 본거 같에서, 그분들이 생각이 나서 쓴거에요. 두서없는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하구 정 많은 한국 너무 가고싶어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