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리, 정치-우표 박물관 아고라

. 2010.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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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기에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의 신명순 교수님의 ‘한국정치론’수업을 들으면서, 헤이리에 있는 정치 우표 박물관 아고라(AGORA)를 방문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함께 수업을 듣는 사람들과 차를 타고 연세대학교에서 출발해서 40분 남짓 자유로를 달리니, 금방 헤이리에 도착하였습니다. 아고라는 고대 그리스의 민주 광장을 뜻하는데, 어떤 토론의 장(場)으로서의 역할을 하였다고 합니다. 정치 우표박물관은 이러한 의미를 차용하여, 관련 자료를 통하여 새로운 토론의 장을 의미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아고라는 총 3층으로 이뤄져있었습니다. 1층은 세계 정치와 관련된 자료, 2층은 한국 정치와 관련된 자료, 그리고 마지막 3층은 다양한 우표와 압화가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직접 설명을 해주시면서, 각각의 자료들이 어떤 의미를 갖는 지를 설명해주셨습니다.

 

  먼저 1층에는 재미있는 자료들이 많았습니다. 세계 각국의 선거포스터, 선거 홍보자료들, 선거용지들 등 선거와 관련된 자료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민주국가의 기본조건으로 생각되는 선거가 나라마다 다양한 방식들을 사용해서 나타나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들이었습니다. 주로 민주적인 방식을 통해서 나타났지만, 때로는 히틀러의 예시처럼, 단일 후보에 대한 찬반으로 선거를 실시하였던 경우는, 선거를 하였음에도 비민주적인 경우도 있었습니다. 선거포스터는 나라마다 다양한 홍보 전략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반대세력을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을 담은 아일랜드의 선거포스터, 출마자가 양복에 권투장갑을 끼고 있는 일본의 선거포스터, 동성애를 옹호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독일의 선거 포스터 등 다양한 컨텐츠들이 선거포스터를 통해 유권자의 표심을 요구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외에도 선거 홍보 자료물들이 많았는데, 우리 나라같은 경우는 선관위에서 관련 규제를 엄격하게 해서, 선거 홍보가 가능한 영역이 협소한 반면, 미국과 같은 경우는 이에 대한 규제가 거의 없어서, 다양한 형태의 홍보물이 많았습니다. 자동차 번호판에 부착할 수 있는 당 선전물, 시계, 뱃지, 티셔츠 등등의 다양한 도구들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흥미롭던 것은 세계 각국의 지도자를 활용한 피규어(Figure)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잘 없는 것 같은데, 다른 나라들에서는 지도자들을 우스꽝스럽게 또는 귀엽게 표현한 피규어들이 많았습니다. 평소 피규어에 관심이 많던 저로서는 욕심나는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여러 나라의 정치적 자료들을 보고, 교수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인간 사회에는 다양한 현실이 펼쳐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당들이 정권을 획득하기 위해서 하는 행태, 유권자들이 투표를 하는 데 있어서의 다양한 방식들, 선거 홍보에 대한 규제들 등의 다양성이 있었습니다. 공통된 목표는 조금 더 살기 좋고 편한 세상을 원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일 것입니다. 그것이 개인적인 이익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사회전반적인 복지인지 등에 따라서 수단이 달라지는 차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교수님께서 설명해주시지 않았다면, 전혀 무슨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던 전시물들도 많았습니다. 여러 가지 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관심이 갔던 것은 아르헨티나의 대통령 후안 페론과 그의 아내 이야기입니다. 페론은 쿠데타로 아르헨티나에서 권력을 잡게 되었고, 그 이후 선거로서 대통령이 되기에 이릅니다. 그런데, 다시 군부 쿠데타로 축출되어 해외 망명을 하게됩니다. 아르헨티나 군부가 쇠락하자 그는 1973년에 다시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게 되는데, 이때 아르헨티나로 돌아오면서, 그는 나이트댄서 출신 이사벨 마르티네스와 함께 들어오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는 부통령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선거 1년후, 1974년 페론이 갑작스레 사망하게 되자, 권력승계의 원칙에 따라 당시 부통령이던 이사벨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되는데, 정치적 지식도 기반도 없던 그리고 심지어 나이트클럽댄서 출신인 그녀가 대통령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참 재미있었습니다. 그녀가 민주적 절차에 따라서 대통령자리에 오르게 된 것은 분명하지만, 결과적으로 보았을 때, 어처구니없는 사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1층을 다 둘러보고 나서, 계단을 올라가 2층으로 갔습니다. 2층에는 한국 정치 관련 자료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해방 정부 때부터 지금까지의 자료들이 있었는데, 역시 선거관련 포스터들이 가장 많았습니다. 교수님께서는 이승만, 이기붕의 대통령, 부대통령 선거포스터는 지금 딱 한 점 남은 것으로서 굉장히 귀중한 것이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 이외에도 해방 이후 초창기 선거와 관련된 희귀 자료들도 있었습니다. 딱 보아도 낡아 보이는 종이에 당시의 기록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시기 순으로 여러 가지 물품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 서신과 사진,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들이 사용하던 물품들도 있었습니다. 옆방으로 건너가니, 벽에는 줄줄이 많은 선거 포스터들이 걸려있었고, 한 쪽에는 국회관련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 구석에는 선거 홍보 관련 물품들이 있었는데, 1층에서 보았던 미국의 선거홍보물에 비해서는 비교적 그 다양성이 부족했습니다.

 

  한국의 정치자료를 보면서 우리 사회가 많이 발전하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과거에는 80년대까지만 해도, 각 집에 달력이 많이 보급되지 않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들은 자신의 사진 혹은 정당 관련 자료가 담겨 있는 1년 치 달력을 사람들에게 나눠줌으로서, 1년 내내 자기 세력을 홍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고 합니다. 최근에는 주로 컴퓨터와 개인 휴대폰을 사용해서 달력을 보는 것과 굉장히 대조적이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문맹률에 관한 것입니다. 이것은 교수님께서 수업시간에도 다루셨던 것인데, 해방 당시만 하더라도 우리나라에 문맹률이 높아서 사람들이 숫자를 잘 몰랐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당시의 선거 포스터나 선거 용지를 보면 지금처럼 기호를 아라비아 숫자로 나타내지 않고 일일이 작대기로 표시하고 있었습니다. 그로 인하여 문맹자들을 배려했다고 하는데, 지금 와서는 생각하기도 힘든 일입니다.

 

  쭉 돌아보면서, 느낀 것은 요즘 시대의 제 또래의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나아가서 모든 국민들이 얼마나 나라의 정치에 관심이 있냐는 것이었습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을 가장 잘 나타내주는 객관적 척도는 선거 투표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선거 날을 ‘민주주의의 축제’라고 일컫는데 요즘의 투표율을 보면 새로운 이름을 붙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의 투표율이 60~70%까지 떨어졌고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근 50%정도밖에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 한 자료만을 갖고 정치에 대한 관심을 단정 짓기는 어렵지만, 아무래도 정치에 대한 심판을 하는 기능을 선거가 갖고 있기에, 날이 가면 갈수록 정치에 대한 관심도가 떨어진다고 느껴집니다. 그 이유는 다양할 것입니다. 현대사회가 복잡해져서, 실생활과 정치가 동 떨어져있다고 느낄 수 도 있고, 정치 세력들에 대한 실망이나 회의감, 정치에 관심을 가질 이유를 찾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굳이 제가 여기서 왜 사람들이 정치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지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더라도, 참된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모두가 좀 더 관심을 가져야 하는 까닭을 알고 있을 것입니다.

 

  2층까지 본 다음에는, 3층에 올라갔습니다. 3층에는 교수님의 사모님께서 만드신 압화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안쪽에는 다양한 우표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우표는 정말 많았습니다. 다양한 주제, 영화, 음악, 꽃, 스포츠 등등의 많은 우표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교수님께는 죄송스럽지만, 3층은 자세히 둘러보지 않았습니다... 별로 관심이 안가서... 하지만 우표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에게는 볼만한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교수님의 설명이 끝났습니다. 교수님께 인사드리고 1,2층에 내려와서 아까 자세히 못 봤던 것들 다시 한번 아까 자세히 못 봤던 전시물들을 훑어보고 나왔습니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교수님께서 왜 이런 박물관을 만드셨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했다가, 점점 그 양이 많아지자, 대중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해서 만든 것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곳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을 보고서 솔직히 많은 것들, 대단한 것들을 느꼈다고 말하긴 힘들지도 모릅니다. 루브르 박물관처럼 위대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이 글을 쓰면서 이것저것 생각할 기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책상 앞에서 앉아서 공부만하기보다는, 직접 발로 걸어다니고 눈으로 보면서 익히는 공부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에 관심이 있거나,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이 답답하신 분들께서는 주말에 한번 정도 가서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장소가 헤이리인만큼 이 곳 이외에도 볼만한 장소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