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슈퍼 운영하는 이십대중반녀!!의 사람 사는 이야기

임딸기2010.10.18
조회127,216

 

안녕? 히힛 파안

 

판에와서 맨날 읽기만 하다가 써보는 건 처음이네 ㄷㄷㄷ

(반말한다고 까지마세여..... 나 그래도 평소엔 예의바른 사람임ㅠㅠ)

 

나님은 제목에서 말했다시피 나이는 이십대 중반이고,

이 나이에 비록 쪼만한 동네슈퍼지만 사장님이야.

남들 다 취업전선에 뛰어들거나 사회초년생일 나이에 가게를 하게 되기까지,

사연도 있고 우여곡절도 많지만 그냥 한마디로 정리할게.

 

 

우리 부모님의

방황하던 딸년 얌전히 묶어두기 통곡'

 

앞으로 2년남아쒀 박수

 

 

 

 

태생이 한량이고 백수인 나는 (베짱이 존경함)

일하기 싫어하고 공부하기 싫어하고,

정승처럼 벌어서 개처럼은 쓰고 싶어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유야 어찌됐건,

처음에는 그냥 온전한 내 수입원이 생긴다는 게 마냥 기쁘기만 하더라??????

 

그런데 한달이 지나고 두달이 지나고..

적금도 붓고 나도 이제 얼추 남들 사는 것처럼 흉내는 낼 수 있게 되었는데

원래 안그러던 사람이 그러면 병이 나는 거라..................

왜 옛말에 그런 말도 있잖아.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랭이 찢어진다는 (..... )

 

 

중학교 졸업하자마자 자취하기 시작해서,

여지껏 부모님 그늘을 벗어나서 참 자유분방하게도 살았는데

그래도 고딩때까진 참 얌전한 학생이었음. 있는듯 없는듯한. 정말임. 레얄. 짜장<-

갑자기 1년 365일 빨간날 하나 없이

하루종일 가게에 묶여서 일만 하려니 좀이 쑤시고 몸이 근질근질 한거임

 

(나 크리스마스에도 일하고 추석에도 가게 문 열음. 어쩌다 부모님이 가게 봐주시고 휴가를 줘도 만날 사람이 없네?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게 더슬퍼 취함 버럭  통곡 ㅠㅠㅠ)

 

 

 

 

무료하고 지루한 나날들을 보내다가

블랙홀과도 같은, 진정 킬링타임의 본좌급을 찾아냈으니 그게 바로 네이트 판..!!

난 왜 이걸 이제야 알았을까, 싶을 정도로 요 며칠 빠져 살았는데

 

(나란 여자 현대문명에 뒤쳐지는 여자. 한마디로 미개인. 줄이면 미인........;)

 

손님없고 한가한 일요일 밤에, 심심은 한데 더이상 읽을 판도 없고 ㅉㅉ

내 얘기나 해볼까 싶어 직접 쓰게 됐어.

 

 

하악....

잡담이 너무 길었지? ㅠㅠ

그럼 지금부터 시작해볼게.

여기까지만 읽고 재미없다고 스크롤 그냥 내려버리고 그라믄안대ㅠㅠㅠ)

 

 

 

 

 

 

 

 

 

 

 

=====

 

 

 

 

1. 신의 영ㅇ역에 도전하다.

 

 

 

딱 1년 됐네 사업자 등록하고 사모님 소리 들으며 가게 시작한지도.

동네 꼬맹이들은 날 아줌마라 부르고,

어쩌다 중학교 동창이 손님으로 와도 모른척 존댓말을 쓰며 외면하지만

그래도 난 나름 직업정신 투철하고 이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구...... (대체어딜봐서..)

 

아무리 니가 날 쳐밀도...  뻐끔

나잠깐 좀 울고와도 되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그러다보니 어떻게하면 손님들에게 더 친절하게 대할수 있을까,

어떻게하면 이 쪼꼬만한 가게를 부흥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래서 생각해낸 것 중 하나가

신제품은 나오는 족족 다 먹어보기.

 

절대 나, 날 위한게 아냐...*-_-*

 

 

 

 

과자부터 시작해서 술...다..담배.....(??????) 인스턴트식품, 냉장식품, 음료수 등등등

가게에서 파는 것들 왠만한 건 다 먹어봤다 자부하지만

어쩌다 손님들이 진짜 안팔리는 듣보잡 냉동식품..을 가리키며 이거 맛있어요?????

라고 물어보면 매우 난감해지긔.

 

구색맞춰 놓느라, 혹은 거래처 아저씨의 꼬임에 넘어가서....

냉동고 한켠에서 몇달째 자리지키고 있는 녀석들이 있는데

내가 냉동알탕 낙지전골 해물매운탕 이딴 것 까지 죄다 맛볼수는 없잖아......

 

 

투철한(?) 직업정신으로

내 아랫배와 엉덩이에는 지방이라는 무시무시한 놈이 하루하루 늘어갈 뿐이고~

한번 친절하게 설명해주다 보니,

이제 먹거리를 사가는 손님들은 나에게 자문 아닌 자문을 구하며 맛 평가를 기대할뿐이고~

그 기대에 부흥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초콜릿이 덕지덕지 붙은 파이 한상자를 해치웠을 뿐이고........

 

 

 

 

 

 

이 죽일놈의 식탐...............................................

 

 

 총        이제 그만 죽어줘야겠어.....ㅠㅠ

 

 

 

 

(두부 주시는ㅁㅅ이어머님, 물건 놓으면서 매번 나님 먹으라고 맛있는빵 한개씩 더 얹어주시는 빵아저씨, 어쩌다 졸고있으면 안쓰러운지 안깨우고 조용히 가셨다가 나중에 다시 와서 물건 사가시는 ㅅㅅ이어머님, 한라산 피우시는 동네 하우스 아저씨 과일 잘먹고있어요,  항상 감사합니다)

 

 

 

 

 

 

 

 

 

 

 

 

 

 

 

 

2. 귀가 트여효

 

 

 

여기는 옆에 공단이 있어서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데,  

우즈베키스탄부터 시작해서 미국 러시아 중국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참 국적도 다양해.

 

한국어가 능숙한 손님부터,

우리말을 아예 할줄 몰라서 만국 공통의 언어 바디랭귀지로 나랑 대화하는 손님까지.

 

 

그 중 웃겼던 일화가 하나 있어서 간단히 소개해보자면,

 

 

 

 

우리집 뒷집에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아저씨 아줌마 내외가 살고 있어

주식이 빵인지.. 소주인지 (..) 여튼 그집 아저씨가 가게에 하루 한번씩은 꼭 들르시지.

담배는 리치를 피우고, 식빵을 꼭 사가고, 소주는 하루 평균 두세병...? 소주

 

매일같이 사가는 품목이 거기서 거기라 이제 눈빛만 봐도(?)

척 하고 아는 경지에 다다랐는데

하루는 그집 아저씨가 오시더니 서툰 발음으로

 

 

"물코기 이쒀효 물코기?"

 

하시는거라.

 

 

나는 키우는 금붕어를 말하는 줄 알고 그런거 없다고 다소 냉정하게 잘라 말했음.

그런거 업ㅂ다. (손님들이 별 이상한 걸 다 찾아서 이정도는 이제 아무렇지도 않아..)

 

 

그런데 오늘따라 아저씨가 이상한거돠.

주인은 난데!!

우리 가게 물건 품목은 내가 더 잘아는데!!

 

그럴리가 없다는 표정으로,

 어떻게 가게에 물코기가 없을수 있냐는 표정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자꾸 이곳저곳을 둘러보는거임...

너란 아저씨 집요한 아저씨..

 

 

난 살짝 짜증이 나기 시작했지

너님들은 동네 슈퍼에서 물고기 파는거 봤음??????

난 못봤음..........

 

 여튼,

 

화장실은 급해 죽겠는데

집요한 아저씨는 눈치도 없이 자꾸 가게를 뒤지고 다니시고

 

어떡하지 없다고 화를 내야 하나.. 하는 고민까지 하고있던 찰나,

 

근성있는 아저씨는 기어이 물코기를 찾아내고야 마셨음.

(승리의아저씨~~ 승리의아저씨~~승리의아저씨~~ 승리의아저씨~~승리의아저씨~~ 승리의아저씨~~승리의아저씨~~ 승리의아저씨~~승리의아저씨~~ 승리의아저씨~~)

 

 

알수없는 감탄사와 함께 아저씨가 계산대까지 들고 온건.......

다름이 아니라..

 

 

 

 

 

 

 

 

 

 

 

 

 

 

 

 

 

 

꽁치 통조림.....   허걱

 

 

 

 

 

 

 

 

 

 

 

그 뒤로 나는 외국인 손님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게 됐으며 (-_-;)

이제 어지간한 건 다 알아듣는 정도랄까..

더불어, 어렸을때 노벨과 개미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똥만도 못하던 창의력은 날이 갈수록 쑥쑥 크는 느낌이야. 

 

 

 

참고로, 인도네시아에서 온 손님들은 던힐 발음을 못함.

(특정상표노출..... 홍보 아니에요 봐주세여ㅠㅠ)

 

단휴. 단휴. 하는데 이 비스무리한 발음들까지 척하면 척이긔. 그냥 촉이 와.

 

 

비슷한 예로는,

 

 

깡통 -> 캔맥주

콩 -> 땅콩

참외 -> 메로나 

동그란 원을 그리고 뭔가를 집어넣고 먹는 시늉을 하더니 인상을 씀 -> 소금

파리 칙칙 -> 에프킬라

경촘오 -> 담배 0.5mg

 

등이 있지.

 

제일 난감한 건 왕꿈틀이나 마이구미 같은 걸 가리키며 뭐냐고 물을때.

젤리와 캬라멜의 차이를 설명하기가 힘들다 ㄱ-

 

 

 

그리고 우리말을 잘하긴 하는데 어디서 잘못 배워 온 사람들.

 

 

"라면 있으세요?"

-> 네..... 라면 여기 계십니다.....

 

"가세여~"

-> 자주 오는 외국인 손님이 물건 사고 나가면서 항상 나한테 하는 인사.

여기서 어딜가라고ㅠㅠ 근데 저 억양이 굉장히 경쾌함. 가세여~

 

 

 

그나마 영어권 국가에서 온 손님들은 알아듣기 편한데,

가끔은 매우 간단한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현란한 발음을 못쫓아가서 낙오될때가 있음ㄱ-

 

쥐포를 들고 뭐냐고 묻는 손님에게

".....피쉬!!" 

하고 답한적도 있다지...

 

 

 

아아 그놈의 물고기가 다 뭐당가 붕어

 

 

 

 

 

 

 

 

 

 

 

 

 

 

 

 

  

 

 

 

.....끄..끝?;

 

 

 

 

쓰기 전에 생각한 내용은 참 많았는데,

글이 길어지니까 나도 힘들고 어느덧 가게 문 닫을 시간도 다됐고..

생각보다 힘들구나 이거 ㅋㅋ

싸이까지 공개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들 중에 우리 가게에 한번이라도 왔던 손님이 있다면

(없을거라고 단언함.. 여기는 산좋고 물좋은 시골에서도 아주 작고 외진 마을ㅠㅠ)

혹시라도 있다면 뜬금없이 나에게

"물고기!"

하고 외쳐보셈.

 

혹시 알아? 나님이 소량의 서비스라도 증정할지........ (..... )

 

근데 생각해보니까 평소의 내 모습은 저렇지 않구나...........

눈썹은 반절이나 없고, 눈밑의 다크써클은 광대까지 내려와서 병자의 모습이 따로 없으며

긴 머리는 귀찮아서 그냥 질끈 묶고 잠도 못자서 피부는 푸석푸석 ㅠ_ ㅠ

 

알아볼리가 없잖아...............?

아마 안될거야....................................아휴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_< ♥

 

 

+

앗참, 여기서 질문 하나.

영어를 모르는 외국인 손님에게 "멘솔" 은 대체 어찌 설명해야함?

박하, 라고 해도 못알아듣고

내가 하~~~~ 하고 맵고 시원한 시늉을 해도 못알아 들어서 슬펐음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