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이란거 꼭 나와야 할까요? 사는게 너무 힘들어요..

갈림길2010.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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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한 대학교에 재학중인 22살의 여학생입니다.

현재는 1학년 과정을 마치고 1년 휴학을 한 후 일을 하다가 2년 1학기를 마치고

다시 휴학 상태입니다. 어머니는 식당에서 서빙을 하시고, 아버지는 화장품 공장

물류센터 일 하시는데.. 집안 사정이 넉넉 하지 않아 휴학중인 저도, 학교를

다니는 동생도 고등학교때 부터 이것 저것 아르바이트를 하며 부모님 부담을

최대한 줄여 보려고 노력하며 생활해왔습니다. 



처음에 휴학을 한 이유는 동급생이였던 공부하는 제 친구들이 모두 저 보다 좋은 대학에

가서 서울에서 서로 만나고 같이 알바도 네임벨류 대학에 진학해 끼리끼리 재밌게 지내는게

부러워였습니다. 한 편으론 혼자 천안권에 떨어져 외톨이가 되는게 우울해서 반수를 하려고

했던 것도 있고요. 그래서 휴학을 했는데... 그 쯤에 아버지께서 사고로 아프셔서 일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황이 왔었습니다.

 

 

어찌보면 핑계일지도 모르지만, 그 직 후 수능공부를 그만 두고 평주말 할 것 없이

아르바이트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는 전혀 할 수가 없었구요.  집월세는 매달

지난달과 함께 밀려서 주인집 아주머니가 방세 문제로 한 바탕하고 가시면  어머니는

우시고 아버지는 술을 드시는 날이 잦아져서 점점 제가 집 생계를 유지하게 되었습니다. 



월세도 공과금도... 심지어 그 해에 대입 수시 기간을 앞 둔 동생의 각종 원서비 까지

제가 내게 되었으니까요. 휴학하고 초기엔 몇 번 이러다 말겠지, 어머니도 식당일을

하시니까 다음 달 부터는 나도 차곡차곡 돈을 모아 그 돈으로 문제집도 사고 학원도

등록하고 다시 공부할 수 있겠지 생각하며 계속 일을 했었습니다.

 

 

그 초기 때 까지는 계속 공부가 하고 싶었고 제가 집을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이 뿌듯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도 생계가 어려운 집안의 학생을 위해 지원해주는

학비나 급식비를 받으려고 선생님 앞에서 울고 집안사정 말하고 하는 것 보단 훨씬

나은 거였으니까요. 최소한 친구들의 눈치를 보는 일은 없었거든요.



'엄마가 나중에 값아준다고 했으니까 괜찮을거야 다음 달 부터 모을 수 있을거야 ' 라고

믿었던게 날이 갈 수록 자꾸만 깨지고 제 돈을 부모님이 점점 더 많이 가져가실 때부터

반수도, 학자금대출 받았던 거 미리 미리 조금 씩 돈을 모아서 준비하자던 작은 바람도

깨지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순간 공부는 뒷전이고 맹목적으로 돈을 벌고 엄마와 함께

벌어도 근근히 살았던 것도요.

 

 

사실, 대학에 들어가는 등록금도 학자금대출을 받았었습니다. 그래서 늘 머릿속에 빚에

대한 생각도 가득 찼었는데 아무런 준비도 못 하고 1년 휴학이 끝난 후 학교를 갔을 땐

1학년 때 공부한 것 까지 새 까맣게 잊어버려서 2학년 1학기 때 1학년 때 들었던 수업을

그냥 그대로 다시 다 재수강을 했었습니다. 제가 외국어 계열이라서요..

(물론 1학년때 성적이 평점이 B뿔이라서 C학점 과목 재수강은 염두 했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도 평일 아르바이트는 계속 했었습니다. 주말은 과제를 해야 하니까

비웠구요. 학교를 다니려면 교통비도 들고 교재비에 제가 쓰는 돈은 다 제가 벌어서

해결을 해야해서 알바를 놓을 순 없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밤에 일을 마치고

집에 와 책상 앞에 앉았는데 그냥 갑자기 매일 똑같이 해오던 일상이 그 날 따라

서럽고 너무 사는게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열심히 일을 하고 학교를 다니고 공부를 했는데 결국 전 돈 한 푼 남은 것 없고,

공부도 1년 휴학 후 남들 보다 2배로 해도 따라 잡을까 말까할 판에 뒤쳐지기 시작해서

무엇하나 야무지게 잘 하는 것도 잘 된 것도 없게 됐더라구요. 2학년이 되면 복수전공

신청을 할 수 있어서 정말 열심히 해보겠다고 복수전공신청도 했었는데... 갈 수록

우울해지고 뒤쳐지는 제 자신을 돌아 보니까 학교 마저 가기 싫어졌었습니다.

 

 

복학하고도 혼자만 다녔거든요. 집에 있는 날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레 무기력해지고

혼자 남아 끼니를 대충 때우고 먹고 자고 하는 날 계속 되니 자연스레 살이 쪘고 휴학한지

서넉달이 지날 무렵엔 거울 속 제 자신은 예전의 제가 아니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

사람들이 뭐라고 손가락질 할까봐 나중엔 집 밖에도 안 나가게 되더군요.

(실제로 길 가던 중학생 쯤 되는 남학생들이 대 놓고 지적하며 놀린 적도 있답니다)

뭔가 그 증세가 나날히 심해져서 집전화도 무서워서 안 받게 됐습니다.

 

 

학교에서 날아 온 성적표를 보니 출석일수 모자른 것과 기말고사를 보지 않아서 전 과목

올 F 학사경고가 나왔다고 통지가 와서 성적표 온 날은 하루종일 이불 뒤집어 쓰고 울고.

그 후로도 계속 집에만 있었습니다. 히키코모리라고 하던가요? 집 밖에 못 나가고 혼자만

있는 사람들 이해를 못 했는데 제가 그렇게 되어가는 것 같습니다. 그게 한심하단 걸

알면서도 우울감과 무기력함만 더 해 갑니다.



하루종일 제 방에서 내 앞에 학자금 대출로 빚이1천 2백만원인데... 400만원씩 8학기면

졸업하면 못 해도 빚이 3천 2백인데 학업을 계속 해야 할까? 내가 갚을 수 있을까?  

이런 추한 꼴로 일을 다시 구할 수 있을까? 외국어 계열인데 배웠던 것도 다 까먹어서

다시 돌아가면 또 뒤쳐져서 등록금 도둑만 되는 건 아닐까? 하면서 고민이 됐습니다.

 

 

그 고민이 깊어지면서 스트레스는 또 먹는데 해소하고 그냥 늘 밥에다 김치, 김 아니면...

라면 이니까 배만 불리는 식사 탓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얼마 전 부는 머리가 한 웅큼씩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엔 부모님도 다 아니까 별말 없으셨는데 동생이 대학을 가면서 아빠가 지금 일하게

된 회사에서 대출 받고 아침부터 야간까지 일을 하니까 나가서 일을 하든 학교를 가서

공부를 하든 하라고 나무라는 날도 많아졌습니다. 그 말이 옳고 당연한 거기에 가만히

듣고만 있다 또 다시 홀로 방에 들어가 버립니다.



동생은 저보다 등록금이 반절이라서 아빠나 엄마가 어떻게든 해주는데... 저는 전혀

못 해준다고 그럴거면 학교 그만 두고 공장 가서 일하면서 돈 벌어 시집이나 가라고

할 때도 있고 그랬습니다. 저도 제가 예전 처럼 열심히 살지 않는게 답답한데 부모님은 

오죽할까요? 알지요, 알지만... 요즘은 저도 제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우울하고 만사가 귀찮고, 전 부터 생각했던 문제의 고민만 깊어져서..

 

 

엄마 아빠 모두 술 드시는 날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방 밖에 나오기 무서울 정도로

술주정이 심한 날도 자주 있습니다. 그런 날엔 모든게 저 때문인거 같아서 미안하고

속상해서 또 웁니다. 동생은 학교를 잘 다니는거 같은데 왜 저는 그럴 수 없는 걸까요?

밖에 조차 나가기 무서워하고 우울해 하고...그래도 알바면접은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가도 거울 속 제 모습을 보고나면 결국 또 저는 제 방에 혼자 앉아 무기력하게

울다가 말다가 하며 자리에 누워있습니다.



오래되지 않은 몇 달 부터 가족들이랑 대화하는 시간과 마주하는 일이 적어졌습니다.

더 우울하고 더 외로워지니까 TV 속에서 저를 즐겁게 해주는 연예인을 좋아하게 되고

녹화나 행사가 있으면 지방이라도 가서 혼자 몰래 사람들 틈바구니에 끼어 보고

오곤 했습니다.. 최소한 그 가수의 공연을 보고 있을 땐 제 인생에서 가장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만 이어지니까요..

 

 

아주 잠깐 많이 보러 다니고 제 우울함과 외로움을 거기서 풀었지만 좋아하는 마음이

더 깊어져 비뚤어진 방향으로 갈 것 같아 그 마저도 그만 두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밖을 나가는 게 무섭고 어떤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 한 집안의 밥벌레인데 만약

연예인을 너무 많이 좋아해서 나쁜 길에 빠진다면 아마 인생이 망가지고도 남겠죠.

그럼 부모님과 한 집에 살 자신도 없어질 것 같았습니다. 



끊임없이 집 안에만 있으면서 가끔은 가난한 집안과 엄마 아빠를 미워하곤 했습니다.

남들 만큼만 살았어도 혹은 조금만 부족한 집이였다면 내가 이렇게 되진 않았을텐데

라고요. 차마 원망은 죄송해서 못 합니다. 인터넷에선 대학을 안 가면 너도 나도 

다 입는 대졸자 옷 혼자만 못 입은 고졸자는 사회적으로 무시 당하고 사람 취급도

안 한다고만 합니다. 특히 여자는 더 심하다고 하는 글을 자꾸 보면서 생각에 잠깁니다.

 

 

이미 학사경고도 받고 1학년 때 배운 교과목을 그대로 재수강했으니 새로 채운 학점 없이

복수전공한 과목과 함께 올 F로 망쳤는데 복학을 하게 된다면 어떻게 수습해야 할까?

차라리 그 학교를 그만두고 재수를 다시 준비할까? 라고요. 지금 이 상태로 학교를

그만두면 안 봐도 집 밖이 무섭다고 집에만 있을 텐데 어떡해야 할까요?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저도 제가 우울증에 빠졌단 걸 느낍니다. 그렇지만 어디 한 군데 말 할 곳이

없네요.



남은 기간 동안 돈을 벌어서 복학한다고 한들 앞으로 어떻게 계획을 세워서 공부를 또 해야

하는지... 내년 2학기 까지 400만원이 넘는 돈을 벌 수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됩니다. 졸업 하면 그 큰 돈 갚기 급급해서 허덕거리다 또 이도저도 아니게 더 큰 수렁의

나락으로 빠지는 건 아닐까 두렵습니다. 결국은 사람도 무섭고 돈에 쫓겨 살 인생도

무서워하네요. 아니면 제가 아직 어려서 남들이 다 겪는 일을 혼자 지쳐서 집에서만

무기력하게 울면서 투정만 부리는 걸까요? 욕 먹어야 싸다면 싼거 같네요...

 

 

저는 제 자신이 가난한 집안에 도움은 커녕 자꾸만 쓸모없는 인간이 되는 같아 이젠 죽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너무 많은 것들이 한 꺼번에 뒤엉켜서 제 자신이 뭐가 문제인지

어떻게 해야 할지 실마리가 안 잡힙니다. 휴학 기간은 끝나가는데 반수든 집안이든

어느 것 하나 이룬 것이 없습니다. 대학을 꼭 나와야 하는 걸까요? 저는 정말 부모님

말 처럼 생산직에 가서 일을 해야 할까요? 아니면..그러면..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