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험을 망쳐 주눅이 든 동생에게

행복한루저2010.10.20
조회245

어느덧 가을이 찬바람을 데려오고,

시험기간 막바지에, 입시생들은 코앞으로 다가온 수능에

불안하고 싱숭생숭해지는 요즘이네요.

 

 

저도 대학졸업을 앞두고 쫓기듯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지만,

하나뿐인 고2 남동생이 지난번 시험을 망치고

며칠째 주눅들어 있어서 더 걱정이에요.

어제도 학원버스 타고 파김치가 되어 돌아오는 모습이

어찌나 안쓰럽던지..

 

그런 동생에게 혹시나 용기가 될까 해서

며칠 전 산 시집에 있는 시를 읽어줬어요.

그냥 흘려듣고 방에 들어가 자는 줄 알았더니

오늘 아침에 시를 적어서 자기 친구에게도 들려주겠다고 시집을 가져갔네요^^;

 

동생이랑만 나누기 아까워,

많은 분들과 나누기 위해 올려 봅니다.

일등 아니면 다 실패자라고 하는 세상을 향해

가끔은 어퍼컷 한방 날리면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저력을 보여주자구요! 아자 >_<

 

 

 

 

다 다르다

 

초등학교 일학년 산수 시간에
선생님은 키가 작아 앞자리에 앉은
나를 꼭 찝어 물으셨다
일 더하기 일은 몇이냐?

 

일 더하기 일은 하나지라!
나도 모르게 대답이 튀어나왔다

 

뭣이여? 일 더하기 일이 둘이지 하나여?
선생의 고성에 나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예, 제가요, 아까 학교 옴시롱 본께요
토란 이파리에 물방울이 또르르르 굴러서요
하나의 물방울이 되던디라, 나가 봤당깨요

 

선생님요, 일 더하기 일은 셋이지라
우리 누나가 시집가서 집에 왔는디라
딸을 나서 누님네가 셋이 되었는디요

 

아이들이 깔깔깔 웃기 시작했다
나는 처음으로 손바닥에 불이 나게 맞았다

 

수업시간이 끝나자마자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와 내 손바닥을 어루만졌다
어쩌까이, 많이 아프제이, 선생님이 진짜 웃긴다이
일 더하기 일이 왜 둘뿐이라는 거제?
일곱인디, 우리 개가 새끼를 다섯 마리 낳았응께
나가 분명히 봐부렀는디
쇠죽 끓이면서 장작 한 개 두 개 넣어봐
재가 되서 없어징께 영도 되는 거제

 

그날 이후, 나는 산수가 딱 싫어졌다

 

모든 아이들과 사람들이 한줄 숫자로 세워져
글로벌 카스트의 바코드가 이마에 새겨지는 시대에
나는 단호히 돌아서서 말하리라

 

삶은 숫자가 아니라고
행복은 다 다르다고
사람은 다 달라서 존엄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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