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들은 정수기물로 씻어본적 있으세요?

으갸갸2010.10.26
조회461

 

저는 직장다니는 한풀꺾인 스물셋 여자잉여임

(조금씩 얼굴에서 늙어감이 느껴짐ㅠㅠ휴....)

 

이걸 쓸까말까 며칠을 망설였다가 쓰네요

사실 귀찮음이 도져서-_-;

 

잡소리 이제 끝내고 제목대로 얘기 시작해볼게요

 

저는 집에서 출퇴근을 못해서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데

그 날 같은부서였던 선배 애기 돌잔치가 있어서 돌잔치 갔다가

사람들이랑 술한잔 하고 기숙사로 다시 돌아온게 10시 30분 정도였음(저녁)

 

이제 씻을려고 화장실을 가서 손을 씻을려고 물을 틀었는데

물은 안나오고 물 나오려고 하는소리가 나는거임

(이 소리를 흉내낼수도 없고 음성지원을 해줄수도 없고.... 고러곩고로곡러고고로로 이런소리가 났음)

 

난 물이 안나올거란 생각을 하지 못했을 뿐더러,

물이 나온다는 건 내 개념하에 당연한거였는데 급 당황했음-.,-

더군다나 '오늘 물 안나옴' 이런말도 못들었는데....

 

그래서 다른 수도꼭지를 틀어봐도 물이 안나오고

빨래하는 곳에 있는 수도꼭지를 틀어봐도 똑같은 겔겔대는 소리가 날 뿐이고....

 

절망하고 있는데

내 귀에는 변기물 내려가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시원하게 용번을 보고 나오는 이웃주민(다른방사람)에게 물어봄

"저기요 변기물은 내려가나요?"

그러니까 이웃주민은

"네 내려가는데요 아, 오늘 절수래요"

 

저 소리 듣자마자 난 무너짐ㅠㅠ

진짜 나에게는 너무나 듣보같은 소식이었음=_=

화장 지우는건 어떡하며 내일 새벽에 출근해야되는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싶었다

 

언제부터 그런거냐고 물어보니까

저녁 9시부터 그랬단다..

회사메일로 공지가 늦게된거라며 언제까지 절수가 되는지는 모른단다ㅠㅠ

아 쉣털.....................................ㅠ0ㅠ

이럴줄 알았으면 난 돌잔치 따윈 가지않았다구요ㅠ0ㅠ

뭥니ㅜ러ㅔㅁㅈㄷ러ㅐㅁㅇ ;ㄹ미르 무 ㅣㄴㅁ으fl asdn a

 

그래

씻는건 걱정이 안되는데

렌즈를 끼고 잘순없지 않나......

일단 손을 씻어야된다고 내 머리속에선 자꾸 신호를 보냈다

 

그때 생각난게 부엌에 있는 정수기였다.

진짜 "유레카"를 외칠뻔했다

그만큼 나에겐 정수기마저도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였음

 

물을 어떻게 받아가지 고민하던중 내 눈엔 물컵과 냄비가 보였음*0*

 

그 순간만큼은 내 자신이 정말 천재처럼 느껴졌다-_-

냄비에는 찬물 뜨거운물 섞어서 물을 받고

유리컵에는 차가운 물만 받았다

 

일단 손을 씻고 렌즈를 빼는데 성공하고

그 다음에 또 유리컵에 물을 받아와서 양치질을 했다

하지만 물 받는건 정말 일이었다.................

그리고 나 없는 사이에 물이 안나오는 걸 아는 동네주민이 내 냄비에 있는 물을 훔쳐갈까봐

정말 너무 똥줄탔다.................................

 

그래도 아직 세상은 살만했는지 이웃주민들은 내 물을 탐내지 않았음^^* ㄳㄳㄳ

양치질 할때도 찬물 뜨거운물 섞어서 할걸이라는 생각은 나중에 가서 했다..

 

정수기물이 지나치게 시원해서

거품을 헹구고 가글해야되는데

물을 입에 넣는 순간

잠이 확 달아다는 쾌감을 맛보았음...........

 

너무 이가 시려워서 가글 하지도 못하고 물을 뱉었다

이가 시려워서 양치질을 포기하고싶을 만큼.................

 

그래서 양치질도 찬물 뜨거운물 섞어서 물 다시 받아와서 하고+_+

그렇게 하나하나가 해결되는 것 같아 뿌듯했음

 

난 정말 유레카를 외칠만큼 좋은 기분으로 씻고있는데

나처럼 절수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화장실에 하나 둘씩 오기 시작했다

 

세탁기에 빨래 넣는 사람도 보이고

손 씻을려고 왔다가 물이 안나와서 좌절하는 사람도 보이고

그래서 난 얘기해줬다

"오늘 절수래요-_-"

 

그랬더니 좌절하는 이웃주민들

세탁기에 넣은 빨래를 다시 거두어 가는 이웃주민도 보이고

손을 못씻어 좌절하는 이웃주민도 보이고

발만 씻으면 다 씻은 나는

손을 못씻어 좌절하는 이웃주민께 자비를 베풀었다

 

"어떻게 제 물이라도 좀 쓰실래요?"

그 이웃주민과 난 서로 빵터졌다......................

웃는게 웃는게 아니겠지만

난 내 비누도 빌려주고

그 여자사람의 손에 물도 뿌려주며 손도 씻겨줌

 

절수때문에 난 이웃주민과 다정한 사이가 되었음=_=

하지만 그 이웃주민과는 그날만 다정했고.....

 

아무쪼록 씻는데만 50분 정도가 걸린 나는

손을 씻겨준 이웃주민에게

2층 정수기물은 내가 다 썼으니 다른층 정수기물로 씻으라며

냄비와 컵을 양도해주고 방으로 유유히 갔다.

 

일단 나에겐 씻었다는게 제일 중요하니까^*^

 

후배한테 전화해보니까 나 퇴근하고 메일이 공지된거라며ㅠㅠ

내일 새벽3시까지 절수된다며......................................ㅠㅠ

 

같이 돌잔치 갔던 친구역시 씻지못하고 있었다..................하아

 

난 씻었다는 기쁨아래 잠이 들었지만,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진짜 전쟁은 다음날이었던거다.

 

새벽4시에 일어나서 머리감고 샤워하러 유유히 샤워장에 내려가던 난

잠깐 세면대에 가래를 뱉고 물을 틀었는데

..............................아놔 또 물이 안나오는거다=_=

 

그래서 포기하고 기숙사안에 있는 피씨방에서

씻는걸 포기한채 컴퓨터를 하고 잇는데

갑자기 들려오는 소리

"어 물나온다"

그러자마자 난 바구니를 들고 샤워장으로 ㄱㄱ싱함.

자리마저 없을까봐 옷도 벗지않고 실내화를 신은채로

목욕탕을 들어가서 내 자리부터 맡아놈-_- 아줌마같다고 해도 할말없음

이 때는  눈에 뵈는거따윈 없었으니까ㅠㅠ

 

아무튼 난 당연히 샤워할 생각으로 흐뭇해하며 목욕탕을 들어왔는데

사람들이 녹물만 나온다며 수근대던 것이었다.

 

정말 머리속이 텅 비는 기분이었다

차라리 옷이라도 안 벗었으면 그냥 나갈텐데

옷 다 벗었는데 안 씻고 나가기도 찝찝하고

사람들이 날 ㅁㅊ녀....ㄴ으로 볼까봐 ㅠㅠ

 

언젠간 녹물도 끊기겠지 하면서 멍때리고 물을 틀어놓고 있는데

그래도 내 물은 녹물이 아니겠지 생각하고 싶었다.

 

하지만 주황색 불빛에 내 샤워기 물이 녹물인지 아닌지를 증명할 방법은 없었다ㅠㅠ

흰색 대야를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그렇게 우월해 보일수가 없었다-_-

난 거울에 샤워기를 기울여 물 색깔을 봐도

손바닥에 물을 받아봐도 이게 녹물인지 아닌지를 증명 할 수가 없었다.

 

결국 옆사람에게 잠깐 대야에 내 샤워기 물좀 받아봐도 되냐고 물으면서 까지

난 녹물이 아님을 증명하고 싶었지만

하늘은 내 편이 아닌지 내 물도 똑같은 녹물이었던것이다.....ㅠㅠ

출근할 시간은 다되가는데 자꾸 녹물만 나오고

...........................

어떤 사람들은 그냥 포기하고 녹물리 이미 씻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녹물 안좋다고 들었는데ㅠㅠ 하면서 멍때리던 나는

그쪽으로 살짝 동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양치질까진 녹물로 하지 못하겠더라ㅠㅠ

 

진짜 마음속으론 절규하면서 나도 녹물로 세수도 하고 머리도 감고 샤워도 다 했다

차마 양치질은 정말 못하겠음...................................

양치질은 그냥 회사가서 해야겠다 싶었음ㅠㅠ

 

그렇게 찝찝한 마음으로 다 씻고 나왔는데

같은동에 사는 내 친구는 날 보더니

녹물로 씻었냐며 멍청한거 아니냐며 나를 불쌍한 눈으로 쳐다봤다ㅠㅠ

나도 아는데 씻은거라구ㅠㅠ..................

 

괜히 친구말에 피부병이라도 걸릴까봐

또 다시 정수기물로 세수를 하고

...................

그 층에도 냄비는 있었지만 냄비에 물을 받아서

화장실로 직행 할 시간따윈 나에게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냥 밥 먹는 사람들 옆에서 난 당당하게 정수기물로 세수를 했던것이다.....................

 

결국

그러고나서 회사에서 다시 씻었다

로션도 챙겨가고

수건도 챙겨가고

샴푸도 챙겨가고

ㅠㅠ

 

양치질 하고 세수하고 나서

머리는 대수건 빠는데서 머리를 감고ㅠㅠ

 

기숙사 4년 생활하면서 이런적은 처음이었음

쓰지도 않고 버렸던 녹물로 내가 씻을줄이야.........................................

그래도 내 피부

병 걸리지 않고 잘 계심ㅠㅠ

그거 하나는 감사함.......................................

 

나중에 출근해서 언니들한테 흐엉흐엉하면서 얘기했더니

"어? 우리동은 4시 40분부터 녹물 안나오던데?"

 

쉣털-┓-....................................

우리동만 계속 녹물이 나왔던것인가...................................

 

지금 생각해보면 녹물로 양치질을 시도했던 여인네들

참 대단함......ㅠㅠ

 

다시는 이런거 겪고싶지 않음

그 날 나는

물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닳았음.....휴우

 

톡커분들도 이런적이 있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