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이 시꺼멓게 변했고, 하늘이 마비됐다. 하지만 재앙을 몰고 오는 화산은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제공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띤다.
사진제공 렉스
지난 3월 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했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는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같은 많은 암석 부스러기를 분출시킨다. 화산재는 이 중에서 지름 2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를 말한다. 화산재는 아주 작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조각이어서 항공기 엔진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오가는 항공기들이 수십일 동안 꼼짝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가스(수증기,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염화수소, 플루오르화수소)와 화산재 등이 16~32킬로미터 높이의 성층권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물질은 오랫동안 대기에 머물거나 다시 땅에 떨어지면서 지구 환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황이나 염화수소는 빗물에 녹아 산성비가 된다. 또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머물며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기보다는 내려가는 경향이 더 강하다.
유럽 항공 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지역의 화산 폭발은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런데 유럽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화산 폭발을 경험하며, 이를 생활의 일부로 여길 정도다. 이런 특징은 그리스신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거인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최고의 신이 된다. 이에 크로노스의 종족, 즉 티탄들이 제우스를 공격하는데 이 전쟁이 티타노마키아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거인 괴물 티폰을 에트나 화산 밑에 가두었다. 그런데 티폰은 지금도 몸부림을 치며 도주를 꾀하고 있다. 이 티폰의 몸부림으로 지진이 일어나며,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이다.
▲ 그림 1. 1992년 에트나 화산 폭발. 사진제공 감마
티폰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무서운 괴물이다. 백 개나 되는 머리는 하늘의 별에 닿았고, 이글거리는 눈에서는 독액이 떨어졌으며, 찢어진 입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동쪽 해안에 있는 에트나 화산은 높이 3329미터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활화산이다. 약 50만 년 전부터 시작한 에트나 화산의 분출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티폰에 대한 이야기는 화산 폭발 현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 기록이기도 하다. 화산이 폭발할 때에는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분출된다. 티폰의 눈에서 떨어지는 독액이란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녹아 든 시커먼 빗물을 말할 것이다. 또 티폰의 수많은 머리는 화산 폭발의 압력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불덩어리 화산탄일 것이다. 그리고 시뻘건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분화구는 티폰의 찢어진 입 그 자체를 말할 것이다.
엄청난 자연현상이 신을 상상케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서 화산은 신들의 거처로 언급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시칠리아 섬 북쪽 아에올리스 섬(현재의 리파리 섬)의 화산 땅속 깊은 곳에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카누스가 커다란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화산을 뜻하는 영어의 볼케이노는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에서 유래했다.
화산과 지진의 나라인 일본에는 화산이 아주 많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화산인 후지산은 일본 신화에서 최고의 신이자 태양의 신으로 불리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거처이기도 하다.
페루의 미스티는 높이 5822미터의 화산으로 계절에 따라 빙하에 덮이기도 한다. 미스티 화산은 성질이 고약해 근처의 아레키파 지역에 여러 번 큰 피해를 입혔다. 이에 화가 난 태양의 신이 미스티 화산의 분화구를 얼음으로 막아 버렸다고 한다.
화산은 땅을 뚫고 포효하며 하늘까지 뒤흔든다. 신화를 토대로 추정하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이 엄청난 자연현상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은 화산 폭발에서 초인간적인 신과 괴물의 분노를 상상했던 것을 알 수 있다.
3일 만에 전설의 도시가 된 폼페이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아네스의 모험담이다. 아이아네스의 아버지인 안키세스는 항해 도중 시칠리아 섬에서 죽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만에 도착한 아이아네스는 안키세스를 만나기 위해 지옥을 여행한다.
▲ 그림 2. 고대 로마인이 지옥의 입구가 있다고 한 아베르누스 호수와 베수비오 화산 위치.
배경이미지제공 구글어스
고대 로마인들은 아베르누스 호수에 지옥의 입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옥의 입구인 이 호수의 물에서는 유독한 증기가 올라왔으며, 둑에서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르누스는 나폴리의 서쪽 쿠마이 근처에 있는 호수이다. 그런데 신화에서는 왜 이 호수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했을까? 그건 아베르누스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호수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캄피 플레그레이라고 불리는 복합 화산 지대의 일부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 외에도 여러 가스 성분이 분출된다. 아베르누스는 용암 분출보다는 가스 폭발로 지표가 터지고 만들어진 커다란 분화구(웅덩이)일 것이다. 이곳에 물이 고이면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가 만들어진 뒤에도 상당 기간 화산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화산 가스의 대부분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황화수소, 염화수소 등의 해로운 가스도 포함돼 있다. 이 가스들이 주변을 불모지로 만들다보니 지옥으로 인식될 정도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를 완성하고 100년쯤 지나 아베르누스 주변이 정말 지옥으로 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옥의 불길이 입구를 통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나폴리 만에 위치한 폼페이는 로마 제국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꽤 번영 한 곳이다.
▲ 그림 3. 화산재에 덮인 폼페이 시민의 몸은 뜨거운 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의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뜬 사람의 형체.
동아일보 자료사진
2만 명쯤 되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넓적한 돌을 깔아 만든 도로에는 풍부한 물자를 실은 마차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수도 시설은 물론 식료품 가게, 세탁소, 술집이 즐비한 도시는 언제나 활기에 넘쳤다.
서기 79년 풍요의 도시 폼페이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폼페이 북쪽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거리로 뛰어 나왔다. 뜨거운 화산탄이 집을 부수고 사람을 덮쳤다.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화산재가 그 위를 덮었다. 3일 동안 계속된 분출이 끝나자 희생자는 2000명쯤 됐으며, 도시는 두꺼운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폼페이는 17세기에 이르러 유적이 발굴될 때까지 1600년 동안 전설의 도시로 남아 있었다.
화산탄과 화산재에 묻힌 폼페이 주민들은 살은 물론 뼈마저 태우는 그 뜨거운 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뜨거움을 참지 못해 몸을 웅크린 사람, 두 팔로 아이를 감싸 안은 사람, 울부짖으며 돌아다니다 파묻힌 어린이…. 아이아네스가 여행한 지옥의 모습이 이보다 더 참혹했을까?
이산화황이 지구 온도를 낮춰
이처럼 화산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그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화산 폭발은 직접적인 피해 못지않게 간접적으로 큰 해를 끼친다.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는 기상이변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은 화산재가 햇빛을 막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82년 엘치촌 화산의 폭발을 관측한 과학자들은 햇빛 차단하는 것은 화산재보다도 이산화황, 이산화탄소임을 알아냈다.
예를 들면 1980년 미국의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지구의 평균 기온은 0.1℃쯤 낮아졌다. 그런데 1982년 멕시코의 엘치촌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이보다 서너 배나 더 낮아졌다.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더 많은 양의 화산재를 분출했는데도 온도가 별로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엘치촌 화산은 세인트헬렌스 화산보다 40배쯤 많은 이산화황을 분출했다.
화산 폭발 때 분출한 이산화황은 성층권에서 수증기와 결합해 황산 방울로 이뤄진 짙은 구름을 만든다. 이 구름이 햇볕을 직접 반사시켜 우주로 내보내기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 그림 4. 이산화황이 수증기와 결합해 만들어진 짙은 구름은 햇빛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지구 온도가 낮아진다.
화산 폭발에 의한 기상이변은 역사 이래 여러 번 관측됐다.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여름 없는 한 해’가 찾아왔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한여름에 눈과 서리가 내렸으며, 농작물과 가축이 얼어 죽어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1883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분출된 물질은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보다 20배나 많았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 북반구 전역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유럽의 저녁 하늘은 음산한 빛으로 가득했다. 햇빛이 성층권에 떠있던 화산 물질에 산란되어 불그스름한 빛을 더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이때 핏빛과 같이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영감을 받아 ‘절규’라는 걸작을 그렸다고 한다.
▲ 그림 5. 뭉크의 ‘절규’. 뭉크가 1893년에 그린 이 작품에 나오는 핏빛의 배경하늘은 상상한 것이 아니라 진짜 하늘을 보고 그린 것이다. 당시 전 지구대기에 퍼져 있던 화산재 때문에 황혼 무렵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었는데 뭉크가 이를 화폭에 옮긴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재앙의 다른 얼굴은 축복?
신화 속의 신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주기도 하지만 축복을 주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이 신으로 여겼던 화산도 마찬가지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우리들의 여인’, 즉 ‘어머니’라는 뜻이다. 무시무시한 거인 괴물 티폰이 어떻게 자애로운 어머니가 될 수 있었을까?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에트나 화산은 고향을 뜻한다. 이 화산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에 생기는 긍지도 대단하다. 하지만 화산은 이런 정신적 자긍심 외에 직접적으로 물질적인 선물을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경작해 황폐해진 땅에 화산재를 뿌려 땅을 다시 비옥하게 만들어줬다.
화산은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간헐천, 일본 후지산의 노천 온천은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멋진 볼거리와 추억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하와이나 제주도도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화산 중에는 용암 대신 진흙을 분출하는 곳도 있다. 이런 화산에서는 머드팩이 좋은 관광 자원이다. 최근 화산 진흙을 가공해 만든 머드팩 화장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또 화산 지대에 풍부한 지열을 난방이나 발전에 이용하는 나라도 있다. 유명한 화산의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가정 난방의 많은 부분을 지열로 충당한다.
화산은 마을을 덮쳐 건물을 파괴하고 가축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익을 던져주기도 한다.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그래서 화산은 가끔 엄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을 베풀 수밖에 없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신이 아닐까?
징조 모니터링으로 화산 폭발 예측
화산 폭발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엄청난 자연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 일이 생기기 전에 기미, 즉 징조가 있기 마련이다. 화산 폭발의 징조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화산학자들은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자 다음의 몇 가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첫째 화산 주변의 지진을 관측한다. 화산 주변의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할수록 화산 폭발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산화황 같은 가스 방출량의 변화를 관측한다. 마그마가 지표면에 가까워지면 압력이 증가하고 화산 가스가 방출되기 시작한다. 이산화황은 화산 가스를 이루는 주요 성분으로 방출량이 증가하면 마그마가 지표 근처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화산 폭발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 그림 6. 후지산 국립공원은 온천수와 유황 가스가
용출돼, 자연의 신비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991년 5월 13일,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이산화황의 방출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불과 2주 지난 5월 28일에는 그 양이 10배로 늘었다. 결국 피나투보 화산은 6월 12일에 폭발했다.
셋째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을 관측한다. 화산 폭발은 지하 마그마의 분출이다. 따라서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지하 마그마가 팽창하면서 지표가 솟아오르기도 한다.
일본 도쿄대 지진연구소는 인공위성 화상 데이터를 이용해 얼마 전 폭발한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분화구 주변의 지표면이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에 폭발할 때까지 20센티미터쯤 높아졌다. 특히 북동쪽으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의 지표면은 무려 70센티미터나 높아졌다고 한다.
화산학자들은 이외에도 인공 지진을 일으켜 마그마 양의 변화를 측정하거나 화산 근처 지하수 양의 변화를 측정해 화산 활동의 징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론 이런 관측으로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번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을 꾸준히 관측해 온 화산학자들도 정확한 폭발 시기를 예측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화산 폭발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화산 폭발의 피해는 점점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이 시꺼멓게 변했고, 하늘이 마비됐다. 하지만 재앙을 몰고 오는 화산은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제공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띤다.
사진제공 렉스
지난 3월 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했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는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같은 많은 암석 부스러기를 분출시킨다. 화산재는 이 중에서 지름 2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를 말한다. 화산재는 아주 작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조각이어서 항공기 엔진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오가는 항공기들이 수십일 동안 꼼짝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3월 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했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는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같은 많은 암석 부스러기를 분출시킨다. 화산재는 이 중에서 지름 2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를 말한다. 화산재는 아주 작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조각이어서 항공기 엔진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오가는 항공기들이 수십일 동안 꼼짝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가스(수증기,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염화수소, 플루오르화수소)와 화산재 등이 16~32킬로미터 높이의 성층권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물질은 오랫동안 대기에 머물거나 다시 땅에 떨어지면서 지구 환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황이나 염화수소는 빗물에 녹아 산성비가 된다. 또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머물며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기보다는 내려가는 경향이 더 강하다.
유럽 항공 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지역의 화산 폭발은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런데 유럽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화산 폭발을 경험하며, 이를 생활의 일부로 여길 정도다. 이런 특징은 그리스신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거인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최고의 신이 된다. 이에 크로노스의 종족, 즉 티탄들이 제우스를 공격하는데 이 전쟁이 티타노마키아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거인 괴물 티폰을 에트나 화산 밑에 가두었다. 그런데 티폰은 지금도 몸부림을 치며 도주를 꾀하고 있다. 이 티폰의 몸부림으로 지진이 일어나며,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이다.
티폰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무서운 괴물이다. 백 개나 되는 머리는 하늘의 별에 닿았고, 이글거리는 눈에서는 독액이 떨어졌으며, 찢어진 입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동쪽 해안에 있는 에트나 화산은 높이 3329미터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활화산이다. 약 50만 년 전부터 시작한 에트나 화산의 분출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티폰에 대한 이야기는 화산 폭발 현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 기록이기도 하다. 화산이 폭발할 때에는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분출된다. 티폰의 눈에서 떨어지는 독액이란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녹아 든 시커먼 빗물을 말할 것이다. 또 티폰의 수많은 머리는 화산 폭발의 압력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불덩어리 화산탄일 것이다. 그리고 시뻘건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분화구는 티폰의 찢어진 입 그 자체를 말할 것이다.
엄청난 자연현상이 신을 상상케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서 화산은 신들의 거처로 언급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시칠리아 섬 북쪽 아에올리스 섬(현재의 리파리 섬)의 화산 땅속 깊은 곳에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카누스가 커다란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화산을 뜻하는 영어의 볼케이노는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에서 유래했다.
화산과 지진의 나라인 일본에는 화산이 아주 많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화산인 후지산은 일본 신화에서 최고의 신이자 태양의 신으로 불리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거처이기도 하다.
페루의 미스티는 높이 5822미터의 화산으로 계절에 따라 빙하에 덮이기도 한다. 미스티 화산은 성질이 고약해 근처의 아레키파 지역에 여러 번 큰 피해를 입혔다. 이에 화가 난 태양의 신이 미스티 화산의 분화구를 얼음으로 막아 버렸다고 한다.
화산은 땅을 뚫고 포효하며 하늘까지 뒤흔든다. 신화를 토대로 추정하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이 엄청난 자연현상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은 화산 폭발에서 초인간적인 신과 괴물의 분노를 상상했던 것을 알 수 있다.
3일 만에 전설의 도시가 된 폼페이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아네스의 모험담이다. 아이아네스의 아버지인 안키세스는 항해 도중 시칠리아 섬에서 죽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만에 도착한 아이아네스는 안키세스를 만나기 위해 지옥을 여행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아베르누스 호수에 지옥의 입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옥의 입구인 이 호수의 물에서는 유독한 증기가 올라왔으며, 둑에서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르누스는 나폴리의 서쪽 쿠마이 근처에 있는 호수이다. 그런데 신화에서는 왜 이 호수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했을까? 그건 아베르누스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호수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캄피 플레그레이라고 불리는 복합 화산 지대의 일부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 외에도 여러 가스 성분이 분출된다. 아베르누스는 용암 분출보다는 가스 폭발로 지표가 터지고 만들어진 커다란 분화구(웅덩이)일 것이다. 이곳에 물이 고이면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가 만들어진 뒤에도 상당 기간 화산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화산 가스의 대부분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황화수소, 염화수소 등의 해로운 가스도 포함돼 있다. 이 가스들이 주변을 불모지로 만들다보니 지옥으로 인식될 정도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를 완성하고 100년쯤 지나 아베르누스 주변이 정말 지옥으로 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옥의 불길이 입구를 통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나폴리 만에 위치한 폼페이는 로마 제국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꽤 번영 한 곳이다.
2만 명쯤 되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넓적한 돌을 깔아 만든 도로에는 풍부한 물자를 실은 마차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수도 시설은 물론 식료품 가게, 세탁소, 술집이 즐비한 도시는 언제나 활기에 넘쳤다.
서기 79년 풍요의 도시 폼페이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폼페이 북쪽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거리로 뛰어 나왔다. 뜨거운 화산탄이 집을 부수고 사람을 덮쳤다.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화산재가 그 위를 덮었다. 3일 동안 계속된 분출이 끝나자 희생자는 2000명쯤 됐으며, 도시는 두꺼운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폼페이는 17세기에 이르러 유적이 발굴될 때까지 1600년 동안 전설의 도시로 남아 있었다.
화산탄과 화산재에 묻힌 폼페이 주민들은 살은 물론 뼈마저 태우는 그 뜨거운 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뜨거움을 참지 못해 몸을 웅크린 사람, 두 팔로 아이를 감싸 안은 사람, 울부짖으며 돌아다니다 파묻힌 어린이…. 아이아네스가 여행한 지옥의 모습이 이보다 더 참혹했을까?
이산화황이 지구 온도를 낮춰
이처럼 화산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그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화산 폭발은 직접적인 피해 못지않게 간접적으로 큰 해를 끼친다.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는 기상이변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은 화산재가 햇빛을 막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82년 엘치촌 화산의 폭발을 관측한 과학자들은 햇빛 차단하는 것은 화산재보다도 이산화황, 이산화탄소임을 알아냈다.
예를 들면 1980년 미국의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지구의 평균 기온은 0.1℃쯤 낮아졌다. 그런데 1982년 멕시코의 엘치촌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이보다 서너 배나 더 낮아졌다.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더 많은 양의 화산재를 분출했는데도 온도가 별로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엘치촌 화산은 세인트헬렌스 화산보다 40배쯤 많은 이산화황을 분출했다.
화산 폭발 때 분출한 이산화황은 성층권에서 수증기와 결합해 황산 방울로 이뤄진 짙은 구름을 만든다. 이 구름이 햇볕을 직접 반사시켜 우주로 내보내기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화산 폭발에 의한 기상이변은 역사 이래 여러 번 관측됐다.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여름 없는 한 해’가 찾아왔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한여름에 눈과 서리가 내렸으며, 농작물과 가축이 얼어 죽어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1883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분출된 물질은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보다 20배나 많았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 북반구 전역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유럽의 저녁 하늘은 음산한 빛으로 가득했다. 햇빛이 성층권에 떠있던 화산 물질에 산란되어 불그스름한 빛을 더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이때 핏빛과 같이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영감을 받아 ‘절규’라는 걸작을 그렸다고 한다.
재앙의 다른 얼굴은 축복?
신화 속의 신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주기도 하지만 축복을 주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이 신으로 여겼던 화산도 마찬가지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우리들의 여인’, 즉 ‘어머니’라는 뜻이다. 무시무시한 거인 괴물 티폰이 어떻게 자애로운 어머니가 될 수 있었을까?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에트나 화산은 고향을 뜻한다. 이 화산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에 생기는 긍지도 대단하다. 하지만 화산은 이런 정신적 자긍심 외에 직접적으로 물질적인 선물을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경작해 황폐해진 땅에 화산재를 뿌려 땅을 다시 비옥하게 만들어줬다.
화산은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간헐천, 일본 후지산의 노천 온천은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멋진 볼거리와 추억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하와이나 제주도도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화산 중에는 용암 대신 진흙을 분출하는 곳도 있다. 이런 화산에서는 머드팩이 좋은 관광 자원이다. 최근 화산 진흙을 가공해 만든 머드팩 화장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또 화산 지대에 풍부한 지열을 난방이나 발전에 이용하는 나라도 있다. 유명한 화산의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가정 난방의 많은 부분을 지열로 충당한다.
화산은 마을을 덮쳐 건물을 파괴하고 가축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익을 던져주기도 한다.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그래서 화산은 가끔 엄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을 베풀 수밖에 없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신이 아닐까?
징조 모니터링으로 화산 폭발 예측
화산 폭발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엄청난 자연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 일이 생기기 전에 기미, 즉 징조가 있기 마련이다. 화산 폭발의 징조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화산학자들은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자 다음의 몇 가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첫째 화산 주변의 지진을 관측한다. 화산 주변의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할수록 화산 폭발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산화황 같은 가스 방출량의 변화를 관측한다. 마그마가 지표면에 가까워지면 압력이 증가하고 화산 가스가 방출되기 시작한다. 이산화황은 화산 가스를 이루는 주요 성분으로 방출량이 증가하면 마그마가 지표 근처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화산 폭발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1991년 5월 13일,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이산화황의 방출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불과 2주 지난 5월 28일에는 그 양이 10배로 늘었다. 결국 피나투보 화산은 6월 12일에 폭발했다.
셋째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을 관측한다. 화산 폭발은 지하 마그마의 분출이다. 따라서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지하 마그마가 팽창하면서 지표가 솟아오르기도 한다.
일본 도쿄대 지진연구소는 인공위성 화상 데이터를 이용해 얼마 전 폭발한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분화구 주변의 지표면이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에 폭발할 때까지 20센티미터쯤 높아졌다. 특히 북동쪽으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의 지표면은 무려 70센티미터나 높아졌다고 한다.
화산학자들은 이외에도 인공 지진을 일으켜 마그마 양의 변화를 측정하거나 화산 근처 지하수 양의 변화를 측정해 화산 활동의 징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론 이런 관측으로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번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을 꾸준히 관측해 온 화산학자들도 정확한 폭발 시기를 예측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화산 폭발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화산 폭발의 피해는 점점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와 함께 알아보는 화산폭발
화산은 신들의 장소
재앙과 이익을 함께 주는 어머니와 신
최근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이 시꺼멓게 변했고, 하늘이 마비됐다. 하지만 재앙을 몰고 오는 화산은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제공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띤다.
사진제공 렉스
지난 3월 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했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는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같은 많은 암석 부스러기를 분출시킨다. 화산재는 이 중에서 지름 2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를 말한다. 화산재는 아주 작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조각이어서 항공기 엔진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오가는 항공기들이 수십일 동안 꼼짝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가스(수증기,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염화수소, 플루오르화수소)와 화산재 등이 16~32킬로미터 높이의 성층권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물질은 오랫동안 대기에 머물거나 다시 땅에 떨어지면서 지구 환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황이나 염화수소는 빗물에 녹아 산성비가 된다. 또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머물며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기보다는 내려가는 경향이 더 강하다.
유럽 항공 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지역의 화산 폭발은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런데 유럽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화산 폭발을 경험하며, 이를 생활의 일부로 여길 정도다. 이런 특징은 그리스신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거인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최고의 신이 된다. 이에 크로노스의 종족, 즉 티탄들이 제우스를 공격하는데 이 전쟁이 티타노마키아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거인 괴물 티폰을 에트나 화산 밑에 가두었다. 그런데 티폰은 지금도 몸부림을 치며 도주를 꾀하고 있다. 이 티폰의 몸부림으로 지진이 일어나며,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이다.

▲ 그림 1. 1992년 에트나 화산 폭발. 사진제공 감마티폰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무서운 괴물이다. 백 개나 되는 머리는 하늘의 별에 닿았고, 이글거리는 눈에서는 독액이 떨어졌으며, 찢어진 입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동쪽 해안에 있는 에트나 화산은 높이 3329미터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활화산이다. 약 50만 년 전부터 시작한 에트나 화산의 분출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티폰에 대한 이야기는 화산 폭발 현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 기록이기도 하다. 화산이 폭발할 때에는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분출된다. 티폰의 눈에서 떨어지는 독액이란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녹아 든 시커먼 빗물을 말할 것이다. 또 티폰의 수많은 머리는 화산 폭발의 압력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불덩어리 화산탄일 것이다. 그리고 시뻘건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분화구는 티폰의 찢어진 입 그 자체를 말할 것이다.
엄청난 자연현상이 신을 상상케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서 화산은 신들의 거처로 언급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시칠리아 섬 북쪽 아에올리스 섬(현재의 리파리 섬)의 화산 땅속 깊은 곳에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카누스가 커다란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화산을 뜻하는 영어의 볼케이노는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에서 유래했다.
화산과 지진의 나라인 일본에는 화산이 아주 많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화산인 후지산은 일본 신화에서 최고의 신이자 태양의 신으로 불리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거처이기도 하다.
페루의 미스티는 높이 5822미터의 화산으로 계절에 따라 빙하에 덮이기도 한다. 미스티 화산은 성질이 고약해 근처의 아레키파 지역에 여러 번 큰 피해를 입혔다. 이에 화가 난 태양의 신이 미스티 화산의 분화구를 얼음으로 막아 버렸다고 한다.
화산은 땅을 뚫고 포효하며 하늘까지 뒤흔든다. 신화를 토대로 추정하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이 엄청난 자연현상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은 화산 폭발에서 초인간적인 신과 괴물의 분노를 상상했던 것을 알 수 있다.
3일 만에 전설의 도시가 된 폼페이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아네스의 모험담이다. 아이아네스의 아버지인 안키세스는 항해 도중 시칠리아 섬에서 죽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만에 도착한 아이아네스는 안키세스를 만나기 위해 지옥을 여행한다.
▲ 그림 2. 고대 로마인이 지옥의 입구가 있다고 한 아베르누스 호수와 베수비오 화산 위치.
배경이미지제공 구글어스
고대 로마인들은 아베르누스 호수에 지옥의 입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옥의 입구인 이 호수의 물에서는 유독한 증기가 올라왔으며, 둑에서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르누스는 나폴리의 서쪽 쿠마이 근처에 있는 호수이다. 그런데 신화에서는 왜 이 호수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했을까? 그건 아베르누스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호수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캄피 플레그레이라고 불리는 복합 화산 지대의 일부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 외에도 여러 가스 성분이 분출된다. 아베르누스는 용암 분출보다는 가스 폭발로 지표가 터지고 만들어진 커다란 분화구(웅덩이)일 것이다. 이곳에 물이 고이면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가 만들어진 뒤에도 상당 기간 화산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화산 가스의 대부분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황화수소, 염화수소 등의 해로운 가스도 포함돼 있다. 이 가스들이 주변을 불모지로 만들다보니 지옥으로 인식될 정도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를 완성하고 100년쯤 지나 아베르누스 주변이 정말 지옥으로 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옥의 불길이 입구를 통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나폴리 만에 위치한 폼페이는 로마 제국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꽤 번영 한 곳이다.
▲ 그림 3. 화산재에 덮인 폼페이 시민의 몸은 뜨거운 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암석의 빈 공간에 석고를 부어 뜬 사람의 형체.
동아일보 자료사진
2만 명쯤 되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넓적한 돌을 깔아 만든 도로에는 풍부한 물자를 실은 마차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수도 시설은 물론 식료품 가게, 세탁소, 술집이 즐비한 도시는 언제나 활기에 넘쳤다.
서기 79년 풍요의 도시 폼페이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폼페이 북쪽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거리로 뛰어 나왔다. 뜨거운 화산탄이 집을 부수고 사람을 덮쳤다.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화산재가 그 위를 덮었다. 3일 동안 계속된 분출이 끝나자 희생자는 2000명쯤 됐으며, 도시는 두꺼운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폼페이는 17세기에 이르러 유적이 발굴될 때까지 1600년 동안 전설의 도시로 남아 있었다.
화산탄과 화산재에 묻힌 폼페이 주민들은 살은 물론 뼈마저 태우는 그 뜨거운 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뜨거움을 참지 못해 몸을 웅크린 사람, 두 팔로 아이를 감싸 안은 사람, 울부짖으며 돌아다니다 파묻힌 어린이…. 아이아네스가 여행한 지옥의 모습이 이보다 더 참혹했을까?
이산화황이 지구 온도를 낮춰
이처럼 화산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그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화산 폭발은 직접적인 피해 못지않게 간접적으로 큰 해를 끼친다.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는 기상이변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은 화산재가 햇빛을 막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82년 엘치촌 화산의 폭발을 관측한 과학자들은 햇빛 차단하는 것은 화산재보다도 이산화황, 이산화탄소임을 알아냈다.
예를 들면 1980년 미국의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지구의 평균 기온은 0.1℃쯤 낮아졌다. 그런데 1982년 멕시코의 엘치촌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이보다 서너 배나 더 낮아졌다.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더 많은 양의 화산재를 분출했는데도 온도가 별로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엘치촌 화산은 세인트헬렌스 화산보다 40배쯤 많은 이산화황을 분출했다.
화산 폭발 때 분출한 이산화황은 성층권에서 수증기와 결합해 황산 방울로 이뤄진 짙은 구름을 만든다. 이 구름이 햇볕을 직접 반사시켜 우주로 내보내기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 그림 4. 이산화황이 수증기와 결합해 만들어진 짙은 구름은 햇빛을 차단한다. 이 때문에 지구 온도가 낮아진다.
화산 폭발에 의한 기상이변은 역사 이래 여러 번 관측됐다.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여름 없는 한 해’가 찾아왔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한여름에 눈과 서리가 내렸으며, 농작물과 가축이 얼어 죽어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1883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분출된 물질은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보다 20배나 많았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 북반구 전역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유럽의 저녁 하늘은 음산한 빛으로 가득했다. 햇빛이 성층권에 떠있던 화산 물질에 산란되어 불그스름한 빛을 더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이때 핏빛과 같이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영감을 받아 ‘절규’라는 걸작을 그렸다고 한다.

▲ 그림 5. 뭉크의 ‘절규’. 뭉크가 1893년에 그린 이 작품에 나오는 핏빛의 배경하늘은 상상한 것이 아니라 진짜 하늘을 보고 그린 것이다. 당시 전 지구대기에 퍼져 있던 화산재 때문에 황혼 무렵 서쪽하늘이 붉게 물들었는데 뭉크가 이를 화폭에 옮긴 것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재앙의 다른 얼굴은 축복?
신화 속의 신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주기도 하지만 축복을 주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이 신으로 여겼던 화산도 마찬가지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우리들의 여인’, 즉 ‘어머니’라는 뜻이다. 무시무시한 거인 괴물 티폰이 어떻게 자애로운 어머니가 될 수 있었을까?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에트나 화산은 고향을 뜻한다. 이 화산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에 생기는 긍지도 대단하다. 하지만 화산은 이런 정신적 자긍심 외에 직접적으로 물질적인 선물을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경작해 황폐해진 땅에 화산재를 뿌려 땅을 다시 비옥하게 만들어줬다.
화산은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간헐천, 일본 후지산의 노천 온천은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멋진 볼거리와 추억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하와이나 제주도도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화산 중에는 용암 대신 진흙을 분출하는 곳도 있다. 이런 화산에서는 머드팩이 좋은 관광 자원이다. 최근 화산 진흙을 가공해 만든 머드팩 화장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또 화산 지대에 풍부한 지열을 난방이나 발전에 이용하는 나라도 있다. 유명한 화산의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가정 난방의 많은 부분을 지열로 충당한다.
화산은 마을을 덮쳐 건물을 파괴하고 가축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익을 던져주기도 한다.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그래서 화산은 가끔 엄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을 베풀 수밖에 없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신이 아닐까?
징조 모니터링으로 화산 폭발 예측
화산 폭발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엄청난 자연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 일이 생기기 전에 기미, 즉 징조가 있기 마련이다. 화산 폭발의 징조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화산학자들은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자 다음의 몇 가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첫째 화산 주변의 지진을 관측한다. 화산 주변의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할수록 화산 폭발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산화황 같은 가스 방출량의 변화를 관측한다. 마그마가 지표면에 가까워지면 압력이 증가하고 화산 가스가 방출되기 시작한다. 이산화황은 화산 가스를 이루는 주요 성분으로 방출량이 증가하면 마그마가 지표 근처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화산 폭발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 그림 6. 후지산 국립공원은 온천수와 유황 가스가
용출돼, 자연의 신비를 즐기려는 관광객이 줄을 잇는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1991년 5월 13일,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이산화황의 방출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불과 2주 지난 5월 28일에는 그 양이 10배로 늘었다. 결국 피나투보 화산은 6월 12일에 폭발했다.
셋째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을 관측한다. 화산 폭발은 지하 마그마의 분출이다. 따라서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지하 마그마가 팽창하면서 지표가 솟아오르기도 한다.
일본 도쿄대 지진연구소는 인공위성 화상 데이터를 이용해 얼마 전 폭발한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분화구 주변의 지표면이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에 폭발할 때까지 20센티미터쯤 높아졌다. 특히 북동쪽으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의 지표면은 무려 70센티미터나 높아졌다고 한다.
화산학자들은 이외에도 인공 지진을 일으켜 마그마 양의 변화를 측정하거나 화산 근처 지하수 양의 변화를 측정해 화산 활동의 징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론 이런 관측으로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번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을 꾸준히 관측해 온 화산학자들도 정확한 폭발 시기를 예측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화산 폭발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화산 폭발의 피해는 점점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최근 아이슬란드 화산폭발로 유럽이 시꺼멓게 변했고, 하늘이 마비됐다. 하지만 재앙을 몰고 오는 화산은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제공하기도 하는 양면성을 띤다.
사진제공 렉스
지난 3월 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했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는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같은 많은 암석 부스러기를 분출시킨다. 화산재는 이 중에서 지름 2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를 말한다. 화산재는 아주 작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조각이어서 항공기 엔진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오가는 항공기들이 수십일 동안 꼼짝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 3월 14일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 폭발로 엄청난 양의 화산재가 분출했다. 지하의 뜨거운 마그마는 화산 폭발로 화산재와 같은 많은 암석 부스러기를 분출시킨다. 화산재는 이 중에서 지름 2밀리미터 이하의 작은 입자를 말한다. 화산재는 아주 작고 모서리가 날카로운 조각이어서 항공기 엔진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유럽을 오가는 항공기들이 수십일 동안 꼼짝 못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대형 화산이 폭발하면 가스(수증기, 이산화탄소, 이산화황, 염화수소, 플루오르화수소)와 화산재 등이 16~32킬로미터 높이의 성층권까지 치솟을 수 있다. 이 물질은 오랫동안 대기에 머물거나 다시 땅에 떨어지면서 지구 환경에 여러 가지 영향을 끼친다.
이산화황이나 염화수소는 빗물에 녹아 산성비가 된다. 또 이산화탄소는 대기에 머물며 지구온난화에도 영향을 준다. 하지만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올라가기보다는 내려가는 경향이 더 강하다.
유럽 항공 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지역의 화산 폭발은 잠시 멈추더라도 다시 일어날 수 있다. 상황에 따라 더 심해질 것이라는 전망을 하는 과학자도 있다. 그런데 유럽은 오래전부터 다양한 화산 폭발을 경험하며, 이를 생활의 일부로 여길 정도다. 이런 특징은 그리스신화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거인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크로노스를 몰아내고 최고의 신이 된다. 이에 크로노스의 종족, 즉 티탄들이 제우스를 공격하는데 이 전쟁이 티타노마키아다. 이 전쟁에서 승리한 제우스는 거인 괴물 티폰을 에트나 화산 밑에 가두었다. 그런데 티폰은 지금도 몸부림을 치며 도주를 꾀하고 있다. 이 티폰의 몸부림으로 지진이 일어나며, 티폰의 거친 숨결이 화산 폭발이다.
티폰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가장 무서운 괴물이다. 백 개나 되는 머리는 하늘의 별에 닿았고, 이글거리는 눈에서는 독액이 떨어졌으며, 찢어진 입에서는 뜨거운 용암이 흘러나왔다고 한다.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의 동쪽 해안에 있는 에트나 화산은 높이 3329미터에 이르는 유럽 최대의 활화산이다. 약 50만 년 전부터 시작한 에트나 화산의 분출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스 신화에서 티폰에 대한 이야기는 화산 폭발 현상에 대한 세밀한 관찰 기록이기도 하다. 화산이 폭발할 때에는 엄청난 양의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분출된다. 티폰의 눈에서 떨어지는 독액이란 화산재와 유독 가스가 녹아 든 시커먼 빗물을 말할 것이다. 또 티폰의 수많은 머리는 화산 폭발의 압력으로 하늘 높이 치솟은 불덩어리 화산탄일 것이다. 그리고 시뻘건 용암이 뿜어져 나오는 분화구는 티폰의 찢어진 입 그 자체를 말할 것이다.
엄청난 자연현상이 신을 상상케
세계 여러 나라의 신화에서 화산은 신들의 거처로 언급된다. 고대 로마인들은 시칠리아 섬 북쪽 아에올리스 섬(현재의 리파리 섬)의 화산 땅속 깊은 곳에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가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불카누스가 커다란 망치를 내리칠 때마다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화산을 뜻하는 영어의 볼케이노는 대장장이의 신 불카누스에서 유래했다.
화산과 지진의 나라인 일본에는 화산이 아주 많다. 이 중에서도 가장 높은 화산인 후지산은 일본 신화에서 최고의 신이자 태양의 신으로 불리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거처이기도 하다.
페루의 미스티는 높이 5822미터의 화산으로 계절에 따라 빙하에 덮이기도 한다. 미스티 화산은 성질이 고약해 근처의 아레키파 지역에 여러 번 큰 피해를 입혔다. 이에 화가 난 태양의 신이 미스티 화산의 분화구를 얼음으로 막아 버렸다고 한다.
화산은 땅을 뚫고 포효하며 하늘까지 뒤흔든다. 신화를 토대로 추정하면 삶의 터전에서 일어나는 이 엄청난 자연현상 앞에서 무력감을 느낀 사람들은 화산 폭발에서 초인간적인 신과 괴물의 분노를 상상했던 것을 알 수 있다.
3일 만에 전설의 도시가 된 폼페이
고대 로마 시인 베르길리우스의 서사시 ‘아이네이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아이아네스의 모험담이다. 아이아네스의 아버지인 안키세스는 항해 도중 시칠리아 섬에서 죽었다. 이탈리아의 나폴리 만에 도착한 아이아네스는 안키세스를 만나기 위해 지옥을 여행한다.
고대 로마인들은 아베르누스 호수에 지옥의 입구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옥의 입구인 이 호수의 물에서는 유독한 증기가 올라왔으며, 둑에서는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았고, 새 한 마리 날지 않았다고 한다.
아베르누스는 나폴리의 서쪽 쿠마이 근처에 있는 호수이다. 그런데 신화에서는 왜 이 호수에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고 했을까? 그건 아베르누스가 화산 폭발로 만들어진 호수이기 때문이다. 이곳은 캄피 플레그레이라고 불리는 복합 화산 지대의 일부다.
화산이 폭발하면 용암 외에도 여러 가스 성분이 분출된다. 아베르누스는 용암 분출보다는 가스 폭발로 지표가 터지고 만들어진 커다란 분화구(웅덩이)일 것이다. 이곳에 물이 고이면 호수가 만들어진다. 호수가 만들어진 뒤에도 상당 기간 화산 가스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화산 가스의 대부분은 수증기와 이산화탄소다. 하지만 일산화탄소, 이산화황, 황화수소, 염화수소 등의 해로운 가스도 포함돼 있다. 이 가스들이 주변을 불모지로 만들다보니 지옥으로 인식될 정도로 부정적인 인상을 심어줬을 것이다.
베르길리우스가 아이네이스를 완성하고 100년쯤 지나 아베르누스 주변이 정말 지옥으로 변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지옥의 불길이 입구를 통해 쏟아져 나왔던 것이다.
기원전 1세기 무렵, 나폴리 만에 위치한 폼페이는 로마 제국의 여러 도시 중에서도 꽤 번영 한 곳이다.
2만 명쯤 되는 사람들이 활발하게 움직였고, 넓적한 돌을 깔아 만든 도로에는 풍부한 물자를 실은 마차가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수도 시설은 물론 식료품 가게, 세탁소, 술집이 즐비한 도시는 언제나 활기에 넘쳤다.
서기 79년 풍요의 도시 폼페이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폼페이 북쪽의 베수비오 화산이 폭발한 것이다. 사람들은 겁에 질려 거리로 뛰어 나왔다. 뜨거운 화산탄이 집을 부수고 사람을 덮쳤다. 그리고 끝없이 쏟아지는 화산재가 그 위를 덮었다. 3일 동안 계속된 분출이 끝나자 희생자는 2000명쯤 됐으며, 도시는 두꺼운 잿더미 속으로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폼페이는 17세기에 이르러 유적이 발굴될 때까지 1600년 동안 전설의 도시로 남아 있었다.
화산탄과 화산재에 묻힌 폼페이 주민들은 살은 물론 뼈마저 태우는 그 뜨거운 열기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뜨거움을 참지 못해 몸을 웅크린 사람, 두 팔로 아이를 감싸 안은 사람, 울부짖으며 돌아다니다 파묻힌 어린이…. 아이아네스가 여행한 지옥의 모습이 이보다 더 참혹했을까?
이산화황이 지구 온도를 낮춰
이처럼 화산 폭발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는 그 규모가 엄청나다. 하지만 화산 폭발은 직접적인 피해 못지않게 간접적으로 큰 해를 끼친다.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내려가는 기상이변이 일어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과학자들은 화산 폭발로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은 화산재가 햇빛을 막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1982년 엘치촌 화산의 폭발을 관측한 과학자들은 햇빛 차단하는 것은 화산재보다도 이산화황, 이산화탄소임을 알아냈다.
예를 들면 1980년 미국의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 지구의 평균 기온은 0.1℃쯤 낮아졌다. 그런데 1982년 멕시코의 엘치촌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지구의 평균 기온이 이보다 서너 배나 더 낮아졌다.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더 많은 양의 화산재를 분출했는데도 온도가 별로 내려가지 않았다. 하지만 엘치촌 화산은 세인트헬렌스 화산보다 40배쯤 많은 이산화황을 분출했다.
화산 폭발 때 분출한 이산화황은 성층권에서 수증기와 결합해 황산 방울로 이뤄진 짙은 구름을 만든다. 이 구름이 햇볕을 직접 반사시켜 우주로 내보내기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낮아지는 것이다.
화산 폭발에 의한 기상이변은 역사 이래 여러 번 관측됐다. 1815년 인도네시아의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 때에는 ‘여름 없는 한 해’가 찾아왔다. 북아메리카와 유럽에서는 한여름에 눈과 서리가 내렸으며, 농작물과 가축이 얼어 죽어 수많은 사람이 굶주림에 시달렸다.
1883년 8월에는 인도네시아의 크라카타우 화산이 폭발했다. 이때 분출된 물질은 세인트헬렌스 화산이 폭발했을 때보다 20배나 많았다. 이로부터 몇 개월 뒤 북반구 전역에 혹독한 겨울이 찾아왔다.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유럽의 저녁 하늘은 음산한 빛으로 가득했다. 햇빛이 성층권에 떠있던 화산 물질에 산란되어 불그스름한 빛을 더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 화가 뭉크는 이때 핏빛과 같이 물든 석양을 바라보며 영감을 받아 ‘절규’라는 걸작을 그렸다고 한다.
재앙의 다른 얼굴은 축복?
신화 속의 신은 사람들에게 재앙을 주기도 하지만 축복을 주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이 신으로 여겼던 화산도 마찬가지다.
시칠리아 사람들은 에트나 화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말은 ‘우리들의 여인’, 즉 ‘어머니’라는 뜻이다. 무시무시한 거인 괴물 티폰이 어떻게 자애로운 어머니가 될 수 있었을까?
시칠리아 사람들에게 에트나 화산은 고향을 뜻한다. 이 화산은 이탈리아에서 가장 높은 산이기 때문에 생기는 긍지도 대단하다. 하지만 화산은 이런 정신적 자긍심 외에 직접적으로 물질적인 선물을 주기도 한다. 오랫동안 경작해 황폐해진 땅에 화산재를 뿌려 땅을 다시 비옥하게 만들어줬다.
화산은 그 자체가 훌륭한 관광 상품이 되기도 한다. 미국 옐로스톤 국립공원의 간헐천, 일본 후지산의 노천 온천은 수많은 관광객들에게 멋진 볼거리와 추억을 제공한다. 세계적인 관광지로 손꼽히는 하와이나 제주도도 화산으로 만들어진 섬이다.
화산 중에는 용암 대신 진흙을 분출하는 곳도 있다. 이런 화산에서는 머드팩이 좋은 관광 자원이다. 최근 화산 진흙을 가공해 만든 머드팩 화장품이 출시되기도 했다. 또 화산 지대에 풍부한 지열을 난방이나 발전에 이용하는 나라도 있다. 유명한 화산의 나라인 아이슬란드는 가정 난방의 많은 부분을 지열로 충당한다.
화산은 마을을 덮쳐 건물을 파괴하고 가축과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사람들에게 많은 이익을 던져주기도 한다. 바로 아름다운 풍경과 비옥한 토지, 풍부한 천연자원을. 그래서 화산은 가끔 엄하기도 하지만 결국 사랑을 베풀 수밖에 없는 자애로운 어머니와 신이 아닐까?
징조 모니터링으로 화산 폭발 예측
화산 폭발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없는 엄청난 자연 현상이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그 일이 생기기 전에 기미, 즉 징조가 있기 마련이다. 화산 폭발의 징조를 꾸준히 모니터링해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화산학자들은 화산 폭발을 예측하고자 다음의 몇 가지를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첫째 화산 주변의 지진을 관측한다. 화산 주변의 지진 발생 빈도와 규모가 증가할수록 화산 폭발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둘째 이산화황 같은 가스 방출량의 변화를 관측한다. 마그마가 지표면에 가까워지면 압력이 증가하고 화산 가스가 방출되기 시작한다. 이산화황은 화산 가스를 이루는 주요 성분으로 방출량이 증가하면 마그마가 지표 근처로 솟아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화산 폭발 시기가 가까워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1991년 5월 13일, 필리핀의 피나투보 화산에서 이산화황의 방출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불과 2주 지난 5월 28일에는 그 양이 10배로 늘었다. 결국 피나투보 화산은 6월 12일에 폭발했다.
셋째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을 관측한다. 화산 폭발은 지하 마그마의 분출이다. 따라서 화산이 폭발하기 전에 지하 마그마가 팽창하면서 지표가 솟아오르기도 한다.
일본 도쿄대 지진연구소는 인공위성 화상 데이터를 이용해 얼마 전 폭발한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을 조사했다. 그 결과 화산 주변의 지표 변형이 지난해 여름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밝혔다. 분화구 주변의 지표면이 작년 8월부터 지난 3월에 폭발할 때까지 20센티미터쯤 높아졌다. 특히 북동쪽으로 10킬로미터쯤 떨어진 곳의 지표면은 무려 70센티미터나 높아졌다고 한다.
화산학자들은 이외에도 인공 지진을 일으켜 마그마 양의 변화를 측정하거나 화산 근처 지하수 양의 변화를 측정해 화산 활동의 징조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물론 이런 관측으로 화산 폭발 시기를 정확히 예측하는 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이번 아이슬란드의 화산 활동을 꾸준히 관측해 온 화산학자들도 정확한 폭발 시기를 예측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시도를 통해 화산 폭발 예측 시스템의 정확도는 계속 높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화산 폭발의 피해는 점점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