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는 어느 토요일 오후, 형준은 오늘도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손님들은 오전부터 붐비기 시작한다. 대학가 근처라 주요 고객들은 대학생들이고, 그들은 포근한 커피향을 맡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늘도 카페는 정신이 없다.
형준 : 어서 오십시오.
손님 1 : 카푸치노 노멀 사이즈로요.
형준 :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손님 1 : 아니요. 테이크 아웃 할게요.
형준 : 네, 3500원 입니다.
손님 1 : 여기요
형준 :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커피는 오른쪽 카운터에서 받아가시면 됩니다. 다음 손님..
손님 2 : 라떼 하나 주세요.
형준 :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손님 2 : 네, 머그에다 담아주세요.
그렇게 바빴던 하루를 정리하고 형준은 동료직원들과 함께 테이블을 정리한다. 동료직원이자 친구인 정훈이 말을 건다.
(카페를 정리하며)
정훈 : 야. 너 시험 끝났냐?
형준 : 응. 너네 아직 안 끝났어?
정훈 : 우린 항상 너네보다 일찍 끝나잖어.. 잘 봤냐?
형준 : (한숨을 내쉬며) 모르겄다. 이번 학기만 유난히 이상한 교수들만 만나서.. 정말 학점은 교수 몫이 크다니까.. 아무리 날고 뛰어도, 교수가 꽉 막혔으면, 점수 잘 받기 힘들지..
정훈 : 그래도 넌 네 몫은 하잖아..
형준 : 무슨 소리야.. 이번 학기는 불안 불안하다니까.. 넌 어떤데?
정훈 : (한 숨을 내쉬며) 이미 한 과목은 포기했다.. 진짜, 돈 벌면서 공부하기 힘들다.. 공부면 공부, 일이면 일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니까.. 공부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지.. 돈이 웬수다 웬수…
형준 : 내 팔자도 참…
정훈 : 갑자기 웬 팔자타령이야..?
카페 정리를 모두 마치고 그들은 집으로 향하고 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
정훈: (담배 한 개피를 물고) 아까 눈 내리더니 지금은 그쳤네.
형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터벅터벅 걷는다) 그러게.. 오늘따라 유난히 춥다.
정훈: (망설이다가) 할 얘기 있다…
형준: (정훈을 보며) 뭐?
정훈: 그 기집애랑 쫑냈다..
형준: 누구? (놀라며) 지혜?.... 왜?
정훈: (아무 말이 없다.)
형준: 왜? 무슨 일인데?
정훈: 끝내자고 하더라…
형준: 차인거야? 너 뭐 잘못했어?
정훈: 다른 놈 생긴 거 같아…
형준: 너네 꽤 오래됐잖아.. 한… 5년 됐지? 고등학교 때부터 만났으니까..?
정훈: (한숨 쉬며) 오히려 잘된 거 일 수도 있어.. 지금 내가 걜 신경 써줄 수 있는 여유가 없으니까..
형준: (정훈의 어깨를 치며) 야! 그래도 잡아야지.. 너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려고 그래?
정훈: 배경싸움에 선수 자격 조차 박탈 당한 거겠지.. 분명히 나보다 백그라운드 좋은 놈일거야. 지극히 현실적 인 거겠지..
형준: (흥분하며) 완전 웃긴 기집애 아니야! 그동안 보필해준게 몇 년인데..
정훈: (체념하며) 그럴것도 없어… 지금은 때가 아닌거겠지..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할래..
형준: 쿨한척 할 거 없어..
정훈: 쿨한 척 하는거 아니야.. 진심이야..
형준: (할말이 없다가) 정말 돈이 발목을 붙잡는구나.. 앞으로 전진하려고 하면 자꾸 가로막으니.. 왜 남들처럼 순탄하게 살기가 힘든 건지..
정훈: (다 피우고 담배 한 개피를 더 피우려고 한다.)
형준: 한 잔 할래?
정훈: 취하려면 돈 들잖아.. 돈이 없으니 취할 수도 없네..
형준: (어깨 동무를 하며) 이럴 때 있는 게 친구라는 거다. 내가 사마!
정훈: 됐어.. 혼자 있고 싶다... (하늘을 보며) 왜 이렇게 춥냐?
형준: 그러게…(정훈을 안타깝게 쳐다본다.)
형준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온다. 하숙집에 살고 있는 형준은 빨래한 옷들을 가지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어 거실로 내려온다. 그 때 마침, 집주인을 만난다.
집주인: 어.. 이제 들어오는거예요?
형준: 네.. 안녕하셨어요?
집주인: 나야 뭐..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 같고 그렇지 뭐..
형준: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네…
집주인: 저기… 다음 주 화요일에 집세 내는 거 알지?
형준: 네.. 그럼요..
집주인: 아.. 혹시 잊어버렸나 해서.. 사실… 돈이 조금 급하거든.. 이번 달은 날짜 좀 지켜 주었으면 좋겠어요..
형준: (애써 밝은 척하며) 네 알겠습니다.
집주인: 그럼 부탁할게요.
형준: 네, 안녕히 주무세요.
형준은 커피잔을 들고 현관으로 나가며 계단에 힘없이 앉는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형준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오늘도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다음 날 아침, 형준은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학교로 향한다. 오늘도 그는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를 마친 후에 조교가 지난 시험 결과를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형준의 이름이 불러진다.
조교: 김형준!
형준: 네!
조교: 이번에 1등이네.. 성적이 많이 올랐네요. 축하해요.
형준: 네..
형준은 시험지를 들고 뿌듯해하고 있다. 잠시나마 그에게 지어진 짐들이 사라진 기분이다. 그 때 마침, 한 여학생이 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유경: 아.. 미안합니다.
형준: (유경을 쳐다본다.)
유경: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재빨리 뛰어가다가 높은 굽에 꽈당 넘어진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유경을 쳐다보며 웃는다. 유경은 민망해서 얼굴을 가리고 재빨리 그 자리를 뜬다. 구두 굽이 높아서 힘들게 절뚝거리며 뛴다. 형준은 그런 유경의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쳐다본다.
수업에 늦은 유경은 강의실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강의실 안에 있던 친구들이 유경의 모습을 보고 신호를 보낸다. 조심스럽게 친구들 옆에 앉는다.
지현: 왜 이렇게 늦었어?
유경: 차가 너무 막혀서.. 주차 할 데도 없는 거야.. 주차장을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다..
그때 마침 강의하던 교수가 유경의 자리를 째려본다. 유경과 친구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강의가 끝난 후 유경과 친구들이 강의실 밖으로 나온다. 주희가 놀란 눈으로 유경의 다리를 쳐다본다.
주희: 야! 너 스타킹!
유경: (다리를 쳐다보고 매우 놀란다.) 어머! 어떡해!
지현: 너 또 자빠졌지?
유경: (안절부절하며) 구멍 진짜 크게 났네.. 짜증나 정말..
주희: 하이힐 신지 말라니까.. 안봐도 비디오네 비디오.
유경: (째려보며) 친구라는 것들이.. 괜찮냐고 물어봐도 시원찮은데.. 나쁜 것들..
주희: 너 자빠지는 거 누가 찍어서 인터넷 올리면 대박 날텐데.. (지현과 함께 크게 웃는다.)
유경: (민망한 듯) 그만 좀 웃어! 사람들 쳐다보잖아..
지현: 알겠습니다. 꽈당 유경 선생님.. 푸하하하
이 때 마침, 남자친구의 경수에게서 전화가 온다.
유경: (전화를 받으며) 어.. (짜증난 목소리로) 아 몰라! 스타킹 구멍 났어.. 완전 꼴사납게 자빠졌다. 옆에 애들은 완전 웃겨 죽을라 그러구.. 응… 알았어… 이따 봐 그럼.. (전화를 끊는다.)
지현: 누구야?
유경: 경영학과 경수..
주희: 바이올린 현우는? (놀라며) 그새 또 헤어진 거야? 이번엔 좀 오래가나 했더니..
유경: 여보세요, 인생사 새옹치마라구..
지현: 새옹치마가 아니구, 새옹지마야. 그리고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오는 건데?
유경: (멋쩍은 듯) 그냥… 갑자기 나오게 됐네.. 배고프다.. 밥먹자!
주희: (흥분하며) 나 카르보나라 먹고 싶어..
지현: 나도! 난 스파게티!!
유경: 그래 가자! 그전에 쇼핑부터 하자. 나 스타킹 갈아 신어야해.. (짜증내며, 스타킹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건데..
주희: (스타킹에 난 구멍을 보며) 정말 제대로 자빠졌나보다… 구멍난 거 예술이다.. 버리긴 너무 아깝다 얘.. (웃는다.)
유경: (화내며) 이게 진짜!!
형준은 도서관에서 과제를 마치고 바쁜 걸음으로 카페로 향한다. 그 때 마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문자메시지) : 선생님 저 태민인데요. 모레 제가 시험이 있어서 내일 과외 하기 힘들거 같아요. 죄송해요. 수요일에 뵐게요.
형준: (짜증내며) 진작에 문자 좀 보내지.. 완전 공쳤구먼..
카페에 도착한 형준은 서둘러 탈의실로 들어가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그런데 동료직원인 정훈이 보이지 않는다. 옷을 갈아입고, 매니저에게 물어본다.
형준: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정훈이 오늘 안 왔어요?
매니저: 정훈이? 오늘 못나온다고 전화했거든. 몸이 안 좋다고..
형준: 아.. 네…
매니저: (창문 쪽을 보며) 아.. 또 눈 오네.. 젠장… 차 갖고 오는 게 아닌데..
형준은 자기 위치로 돌아가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뒷정리를 한다. 술마시러 가는 다른 직원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형준이를 매니저가 호출한다.
매니저: 형준아!
형준: 네 매니저님.
매니저: 너도 술마시러 가는거야?
형준: 아니요. 내일 오전에 수업이 있어서요.
매니저: 음..
형준: 그런데 무슨일로?...
매니저: 아! 이거 고구마 케이크인데 집에 가서 먹어.
형준: (케이크를 받으며) 아.. 감사합니다.
매니저: 부모님과 같이 살아?
형준: 아니요. 부모님은 지방에 계십니다.
매니저: 공부는 할만해?
형준: (웃으면서) 헤헤.. 아직까지는 버틸 만 합니다.
매니저: 부모님이 보시면 참 대견해 하시겠다.. 열심히 사는 거 보기 좋아. 요즘 애들은 게으른데, 너보고 많이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형준: (쑥스러워한다.)
매니저: 그만 들어가봐.
형준: 네. 안녕히 계세요.
매니저: 응. 잘 가~
한편, 유경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온다. 집에 사는 도우미가 유경을 맞이한다.
도우미: 아가씨 왔어요?
유경: 네.. 아빠는?
도우미: 회장님 오늘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조금 늦게 도착하실 것 같습니다. 저녁은 먹었어요?
유경: 네. 먹었어요. 내 방으로 과일 좀 갖다주세요.
도우미: 네 아가씨.
그때 마침 유경의 어머니 (해숙)이 방에서 나온다.
해숙: 어.. 왔니?
유경: (건성으로) 어..
해숙: 나갔다 들어왔으면 부모 얼굴부터 봐야지. 네 멋대로 방에 먼저 올라가면 어떡해?
유경: 피곤해..
해숙: 저녁은?
유경: (건성으로) 먹었어. (자기 방으로 올라간다.)
유경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에 앉는다. 그 때 해숙이 과일을 들고 들어온다.
유경: (해숙을 보며) 왜 엄마가 들어와? 아줌마한테 시켰는데..
해숙: (유경의 옆에 앉는다.) 과일 먹어. 저녁 뭐 먹었어?
유경; (포크로 과일을 집는다.) 그냥 간단하게 먹었어.
해숙: (다정하게) 오늘 눈 많이 왔는데, 춥지 않았어?
유경: (귀찮은 듯) 할말 있어서 올라온 거 아니야? 할 말 하고 내려가. 나 혼자 있고 싶어.
해숙: 그런 거 없어. (유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냥 우리 딸 보고 싶어 올라온거야..
유경: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잘 거야.. 그만 내려가줘..
해숙: 네가 언제까지 나한테 분할 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네가 날 이해해 주는 날까지 기다릴거야..
유경: (흥분하며 일어선다) 이해? 무슨 이해? 엄마는 애초부터 내 이해 따윈 구하지 않았잖아! 엄마 마음대로 일 벌려놓고 엄마 마음대로 일 처리하고.. 나 같은 건 생각이나 한거야?
해숙: 벌써 10년이야.. 이제 엄말 이해 해 줄 때도 되지 않았니?
유경: 미안하지만 나에겐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선 10년이 더 필요해.
해숙: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유경: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어. 엄마는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
해숙: 적어도 10년 전보다는 편해 졌잖아.
유경: 편한 것과 행복한 거는 달라..
해숙: (언성을 높이며) 그래서 어떡하라고! 시간을 돌릴 수도 없는 일인데..
유경: 그래.. 이제 와서 돌이켜 봤자 뭐해.. 그래서.. 엄마를 원망하는 힘으로 살아가고 있어.
해숙: 그 때는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어. 네가 나라도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유경: (해숙을 째려보며) 잔인한 사람..
그 때 마침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우미: 사모님, 회장님 들어오셨습니다.
해숙: (눈물을 닦으며) 엄마. 내려가볼게..
유경: (애써 해숙을 외면한다.)
해숙이 내려간 후 유경은 힘없이 침대에 주저 앉는다. 유경은 방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형준은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시험 공부를 시작한다. 2시간 후 형준의 어머니 (경실)에게서 전화가 온다.
형준: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경실: 응 형준아 엄마야.
형준: 오랜만이네. 한동안 전화도 없으시더니..
경실: (망설이며) 형준아…
형준: 왜? 무슨 일 있어?
경실: 우리… 이사했어…
형준: (놀라다가 침착한 척하면서) 어…
경실: 옛날 집 근처야..
형준: (태연한 척하며) 잘됐네.. 나는 우리동네에서 멀어질 까봐 걱정했었는데..
경실: 그래?
형준: 그럼! 난 우리동네 좋아…
경실: 너 내려오면 재워줄 데 없을 거 같아.. 물론 자리는 마련할 수 있지만.. 방 한칸짜리야.. 네가 다니던 중학교 뒷편이야..
형준: (망설이다가) 몇 평이야?
경실: 많이 작아..
형준: (힘없이) 그렇구나…
경실: 밥 먹었어?
형준: 알바하는 카페에서 고구마 케이크 받았어. 시험 공부하면서 먹으려고..
경실: (걱정하며) 밥을 먹어야지..
형준: 밥 생각 없어.. 그냥 케이크면 충분해..
경실: (망설이다가) 다음학기 학비.. 언제까지 내야 하는 거야?
형준: 아직 날짜 안 나왔어.. 나오면 알려줄게..
경실: (한숨을 내쉬며) 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
형준: 엄마가 미안할게 뭐있어.. 괜히 공부한다고 발악한 내 잘못이지…
경실: 우리 모두 좋은 일 생길 거야..
형준: 걱정마.. 지금 후회없이 공부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성적표 받고 ‘내가 왜 그때 공부를 안했을까?’ 라는 후회하기 싫어서..
경실: 그래.. 어서 자..
형준: 아빠는?
경실: 지금 주무셔..
형준: 요새 어딜 다니시는 거야?
경실: 지금 교육 받으러 다니셔.. 퇴직하면 뭐하니… 수당 받으시면서 교육 받아..
형준: (언짢아하며) 정말 짜증나…
경실: 아빠 괜찮으셔.. 걱정하지마..
형준: 다음에 또 전화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바로 얘기해 주고..
경실: 끊어.
형준: (전화를 끊는다.)
형준은 수화기를 붙잡고 잠시 동안 멍해진다. 펜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머리를 벽에 기댄다. 한동안 그렇게 형준은 아무런 생각 없이, 미동 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형준의 힘겨운 밤은 지나가고 있다.
다음 날 아침, 형준은 학교 오전 수업을 마치고, 카페로 출근한다. 카페 탈의실에서 정훈과 함께 옷을 갈아입는다.
형준: (옷을 입으며) 몸 좀 어때?
정훈: (옷을 입으며) 아팠던 거 아니야.. 술 먹고 뻗은거지..
형준: 같이 마시자니까.. 치사하게 혼자 마시구..
정훈: (밝은 척하며) 그만 나가자
형준: 바깥에 길 많이 얼었더라.. 미끄러 질뻔 했어..(같이 나간다.)
같은 시각, 백화점 주차장에서 유경과 남자친구 (경수)가 주차한다. 주차하고, 경수가 멍해있는 유경을 보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경수: 무슨 일 있어?
유경: 아니.. 그냥..
경수: (유경의 어깨를 감싸며) 우리 유경이… 오늘 기분 영 꽝이구나.. (이마에 뽀뽀하며) 같이 쇼핑할까? 예쁜 옷 사줄게..
유경: (차 문을 열며) 나 화장실 갈래..가는 동안 커피 좀 시켜줘.. 내 꺼 알지?
경수: 그럼.. 라떼 맞지?
유경: 응..이따봐..
경수: (차에서 내리며) 오케이..
경수는 형준이 일하는 카페에 가 유경이 원하는 라테와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형준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마침, 유경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런데 유경이 신고 있던 하이힐이 미끄러져 그만 넘어지려고 한다. 형준은 그 모습을 보고 유경을 받쳐준다. 유경과 형준이 눈을 마주친다..
내 인생.. 따뜻한 커피처럼..
내 인생.. 따뜻한 커피처럼..
제 1 회
눈이 내리는 어느 토요일 오후, 형준은 오늘도 카페에서 하루를 시작한다. 손님들은 오전부터 붐비기 시작한다. 대학가 근처라 주요 고객들은 대학생들이고, 그들은 포근한 커피향을 맡고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오늘도 카페는 정신이 없다.
형준 : 어서 오십시오.
손님 1 : 카푸치노 노멀 사이즈로요.
형준 :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손님 1 : 아니요. 테이크 아웃 할게요.
형준 : 네, 3500원 입니다.
손님 1 : 여기요
형준 :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커피는 오른쪽 카운터에서 받아가시면 됩니다. 다음 손님..
손님 2 : 라떼 하나 주세요.
형준 : 여기서 드시겠습니까?
손님 2 : 네, 머그에다 담아주세요.
그렇게 바빴던 하루를 정리하고 형준은 동료직원들과 함께 테이블을 정리한다. 동료직원이자 친구인 정훈이 말을 건다.
(카페를 정리하며)
정훈 : 야. 너 시험 끝났냐?
형준 : 응. 너네 아직 안 끝났어?
정훈 : 우린 항상 너네보다 일찍 끝나잖어.. 잘 봤냐?
형준 : (한숨을 내쉬며) 모르겄다. 이번 학기만 유난히 이상한 교수들만 만나서.. 정말 학점은 교수 몫이 크다니까.. 아무리 날고 뛰어도, 교수가 꽉 막혔으면, 점수 잘 받기 힘들지..
정훈 : 그래도 넌 네 몫은 하잖아..
형준 : 무슨 소리야.. 이번 학기는 불안 불안하다니까.. 넌 어떤데?
정훈 : (한 숨을 내쉬며) 이미 한 과목은 포기했다.. 진짜, 돈 벌면서 공부하기 힘들다.. 공부면 공부, 일이면 일 둘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니까.. 공부도 여유가 있어야 할 수 있지.. 돈이 웬수다 웬수…
형준 : 내 팔자도 참…
정훈 : 갑자기 웬 팔자타령이야..?
카페 정리를 모두 마치고 그들은 집으로 향하고 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진다.
정훈: (담배 한 개피를 물고) 아까 눈 내리더니 지금은 그쳤네.
형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며 터벅터벅 걷는다) 그러게.. 오늘따라 유난히 춥다.
정훈: (망설이다가) 할 얘기 있다…
형준: (정훈을 보며) 뭐?
정훈: 그 기집애랑 쫑냈다..
형준: 누구? (놀라며) 지혜?.... 왜?
정훈: (아무 말이 없다.)
형준: 왜? 무슨 일인데?
정훈: 끝내자고 하더라…
형준: 차인거야? 너 뭐 잘못했어?
정훈: 다른 놈 생긴 거 같아…
형준: 너네 꽤 오래됐잖아.. 한… 5년 됐지? 고등학교 때부터 만났으니까..?
정훈: (한숨 쉬며) 오히려 잘된 거 일 수도 있어.. 지금 내가 걜 신경 써줄 수 있는 여유가 없으니까..
형준: (정훈의 어깨를 치며) 야! 그래도 잡아야지.. 너 나중에 후회하면 어쩌려고 그래?
정훈: 배경싸움에 선수 자격 조차 박탈 당한 거겠지.. 분명히 나보다 백그라운드 좋은 놈일거야. 지극히 현실적 인 거겠지..
형준: (흥분하며) 완전 웃긴 기집애 아니야! 그동안 보필해준게 몇 년인데..
정훈: (체념하며) 그럴것도 없어… 지금은 때가 아닌거겠지.. 하나님의 뜻이라 생각할래..
형준: 쿨한척 할 거 없어..
정훈: 쿨한 척 하는거 아니야.. 진심이야..
형준: (할말이 없다가) 정말 돈이 발목을 붙잡는구나.. 앞으로 전진하려고 하면 자꾸 가로막으니.. 왜 남들처럼 순탄하게 살기가 힘든 건지..
정훈: (다 피우고 담배 한 개피를 더 피우려고 한다.)
형준: 한 잔 할래?
정훈: 취하려면 돈 들잖아.. 돈이 없으니 취할 수도 없네..
형준: (어깨 동무를 하며) 이럴 때 있는 게 친구라는 거다. 내가 사마!
정훈: 됐어.. 혼자 있고 싶다... (하늘을 보며) 왜 이렇게 춥냐?
형준: 그러게…(정훈을 안타깝게 쳐다본다.)
형준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온다. 하숙집에 살고 있는 형준은 빨래한 옷들을 가지고 자기 방으로 들어간다.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어 거실로 내려온다. 그 때 마침, 집주인을 만난다.
집주인: 어.. 이제 들어오는거예요?
형준: 네.. 안녕하셨어요?
집주인: 나야 뭐.. 오늘이 내일이고 내일이 오늘 같고 그렇지 뭐..
형준: (주전자에 물을 끓이며) 네…
집주인: 저기… 다음 주 화요일에 집세 내는 거 알지?
형준: 네.. 그럼요..
집주인: 아.. 혹시 잊어버렸나 해서.. 사실… 돈이 조금 급하거든.. 이번 달은 날짜 좀 지켜 주었으면 좋겠어요..
형준: (애써 밝은 척하며) 네 알겠습니다.
집주인: 그럼 부탁할게요.
형준: 네, 안녕히 주무세요.
형준은 커피잔을 들고 현관으로 나가며 계단에 힘없이 앉는다. 담요를 뒤집어 쓰고 커피 한잔을 마시며 형준은 깊은 생각에 잠긴다. 그렇게 오늘도 힘든 하루가 지나간다.
다음 날 아침, 형준은 서둘러 가방을 챙기고 학교로 향한다. 오늘도 그는 열심히 강의를 듣고 있다. 강의를 마친 후에 조교가 지난 시험 결과를 학생들에게 나눠준다. 형준의 이름이 불러진다.
조교: 김형준!
형준: 네!
조교: 이번에 1등이네.. 성적이 많이 올랐네요. 축하해요.
형준: 네..
형준은 시험지를 들고 뿌듯해하고 있다. 잠시나마 그에게 지어진 짐들이 사라진 기분이다. 그 때 마침, 한 여학생이 그의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
유경: 아.. 미안합니다.
형준: (유경을 쳐다본다.)
유경: (다시 한번) 미안합니다. (재빨리 뛰어가다가 높은 굽에 꽈당 넘어진다.)
주변 사람들이 모두 유경을 쳐다보며 웃는다. 유경은 민망해서 얼굴을 가리고 재빨리 그 자리를 뜬다. 구두 굽이 높아서 힘들게 절뚝거리며 뛴다. 형준은 그런 유경의 모습을 보며 이상하게 쳐다본다.
수업에 늦은 유경은 강의실에 도착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다. 강의실 안에 있던 친구들이 유경의 모습을 보고 신호를 보낸다. 조심스럽게 친구들 옆에 앉는다.
지현: 왜 이렇게 늦었어?
유경: 차가 너무 막혀서.. 주차 할 데도 없는 거야.. 주차장을 몇 바퀴를 돌았는지 모르겠다..
그때 마침 강의하던 교수가 유경의 자리를 째려본다. 유경과 친구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강의가 끝난 후 유경과 친구들이 강의실 밖으로 나온다. 주희가 놀란 눈으로 유경의 다리를 쳐다본다.
주희: 야! 너 스타킹!
유경: (다리를 쳐다보고 매우 놀란다.) 어머! 어떡해!
지현: 너 또 자빠졌지?
유경: (안절부절하며) 구멍 진짜 크게 났네.. 짜증나 정말..
주희: 하이힐 신지 말라니까.. 안봐도 비디오네 비디오.
유경: (째려보며) 친구라는 것들이.. 괜찮냐고 물어봐도 시원찮은데.. 나쁜 것들..
주희: 너 자빠지는 거 누가 찍어서 인터넷 올리면 대박 날텐데.. (지현과 함께 크게 웃는다.)
유경: (민망한 듯) 그만 좀 웃어! 사람들 쳐다보잖아..
지현: 알겠습니다. 꽈당 유경 선생님.. 푸하하하
이 때 마침, 남자친구의 경수에게서 전화가 온다.
유경: (전화를 받으며) 어.. (짜증난 목소리로) 아 몰라! 스타킹 구멍 났어.. 완전 꼴사납게 자빠졌다. 옆에 애들은 완전 웃겨 죽을라 그러구.. 응… 알았어… 이따 봐 그럼.. (전화를 끊는다.)
지현: 누구야?
유경: 경영학과 경수..
주희: 바이올린 현우는? (놀라며) 그새 또 헤어진 거야? 이번엔 좀 오래가나 했더니..
유경: 여보세요, 인생사 새옹치마라구..
지현: 새옹치마가 아니구, 새옹지마야. 그리고 갑자기 그 말이 왜 나오는 건데?
유경: (멋쩍은 듯) 그냥… 갑자기 나오게 됐네.. 배고프다.. 밥먹자!
주희: (흥분하며) 나 카르보나라 먹고 싶어..
지현: 나도! 난 스파게티!!
유경: 그래 가자! 그전에 쇼핑부터 하자. 나 스타킹 갈아 신어야해.. (짜증내며, 스타킹을 본다) 내가 좋아하는 건데..
주희: (스타킹에 난 구멍을 보며) 정말 제대로 자빠졌나보다… 구멍난 거 예술이다.. 버리긴 너무 아깝다 얘.. (웃는다.)
유경: (화내며) 이게 진짜!!
형준은 도서관에서 과제를 마치고 바쁜 걸음으로 카페로 향한다. 그 때 마침 문자 메시지가 온다.
(문자메시지) : 선생님 저 태민인데요. 모레 제가 시험이 있어서 내일 과외 하기 힘들거 같아요. 죄송해요. 수요일에 뵐게요.
형준: (짜증내며) 진작에 문자 좀 보내지.. 완전 공쳤구먼..
카페에 도착한 형준은 서둘러 탈의실로 들어가 유니폼으로 갈아입는다. 그런데 동료직원인 정훈이 보이지 않는다. 옷을 갈아입고, 매니저에게 물어본다.
형준: 안녕하세요 매니저님. 정훈이 오늘 안 왔어요?
매니저: 정훈이? 오늘 못나온다고 전화했거든. 몸이 안 좋다고..
형준: 아.. 네…
매니저: (창문 쪽을 보며) 아.. 또 눈 오네.. 젠장… 차 갖고 오는 게 아닌데..
형준은 자기 위치로 돌아가 열심히 일한다.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뒷정리를 한다. 술마시러 가는 다른 직원들보다 늦게 퇴근하는 형준이를 매니저가 호출한다.
매니저: 형준아!
형준: 네 매니저님.
매니저: 너도 술마시러 가는거야?
형준: 아니요. 내일 오전에 수업이 있어서요.
매니저: 음..
형준: 그런데 무슨일로?...
매니저: 아! 이거 고구마 케이크인데 집에 가서 먹어.
형준: (케이크를 받으며) 아.. 감사합니다.
매니저: 부모님과 같이 살아?
형준: 아니요. 부모님은 지방에 계십니다.
매니저: 공부는 할만해?
형준: (웃으면서) 헤헤.. 아직까지는 버틸 만 합니다.
매니저: 부모님이 보시면 참 대견해 하시겠다.. 열심히 사는 거 보기 좋아. 요즘 애들은 게으른데, 너보고 많이 자극이 되었으면 좋겠다.
형준: (쑥스러워한다.)
매니저: 그만 들어가봐.
형준: 네. 안녕히 계세요.
매니저: 응. 잘 가~
한편, 유경은 친구들과 저녁을 먹고 집으로 들어온다. 집에 사는 도우미가 유경을 맞이한다.
도우미: 아가씨 왔어요?
유경: 네.. 아빠는?
도우미: 회장님 오늘 저녁 약속이 있으셔서 조금 늦게 도착하실 것 같습니다. 저녁은 먹었어요?
유경: 네. 먹었어요. 내 방으로 과일 좀 갖다주세요.
도우미: 네 아가씨.
그때 마침 유경의 어머니 (해숙)이 방에서 나온다.
해숙: 어.. 왔니?
유경: (건성으로) 어..
해숙: 나갔다 들어왔으면 부모 얼굴부터 봐야지. 네 멋대로 방에 먼저 올라가면 어떡해?
유경: 피곤해..
해숙: 저녁은?
유경: (건성으로) 먹었어. (자기 방으로 올라간다.)
유경은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고 침대 위에 앉는다. 그 때 해숙이 과일을 들고 들어온다.
유경: (해숙을 보며) 왜 엄마가 들어와? 아줌마한테 시켰는데..
해숙: (유경의 옆에 앉는다.) 과일 먹어. 저녁 뭐 먹었어?
유경; (포크로 과일을 집는다.) 그냥 간단하게 먹었어.
해숙: (다정하게) 오늘 눈 많이 왔는데, 춥지 않았어?
유경: (귀찮은 듯) 할말 있어서 올라온 거 아니야? 할 말 하고 내려가. 나 혼자 있고 싶어.
해숙: 그런 거 없어. (유경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냥 우리 딸 보고 싶어 올라온거야..
유경: (내키지 않은 표정으로) 잘 거야.. 그만 내려가줘..
해숙: 네가 언제까지 나한테 분할 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는 네가 날 이해해 주는 날까지 기다릴거야..
유경: (흥분하며 일어선다) 이해? 무슨 이해? 엄마는 애초부터 내 이해 따윈 구하지 않았잖아! 엄마 마음대로 일 벌려놓고 엄마 마음대로 일 처리하고.. 나 같은 건 생각이나 한거야?
해숙: 벌써 10년이야.. 이제 엄말 이해 해 줄 때도 되지 않았니?
유경: 미안하지만 나에겐 엄마를 이해하기 위해선 10년이 더 필요해.
해숙: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유경: 엄마 때문에 내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었어. 엄마는 지금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해?
해숙: 적어도 10년 전보다는 편해 졌잖아.
유경: 편한 것과 행복한 거는 달라..
해숙: (언성을 높이며) 그래서 어떡하라고! 시간을 돌릴 수도 없는 일인데..
유경: 그래.. 이제 와서 돌이켜 봤자 뭐해.. 그래서.. 엄마를 원망하는 힘으로 살아가고 있어.
해숙: 그 때는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어. 네가 나라도 나와 같은 선택을 했을 거야.
유경: (해숙을 째려보며) 잔인한 사람..
그 때 마침 도우미의 목소리가 들린다.
도우미: 사모님, 회장님 들어오셨습니다.
해숙: (눈물을 닦으며) 엄마. 내려가볼게..
유경: (애써 해숙을 외면한다.)
해숙이 내려간 후 유경은 힘없이 침대에 주저 앉는다. 유경은 방 불을 끄고 침대에 눕는다.
형준은 방으로 들어와 옷을 갈아입고, 가방에서 책을 꺼내 시험 공부를 시작한다. 2시간 후 형준의 어머니 (경실)에게서 전화가 온다.
형준: (전화를 받으며) 여보세요?
경실: 응 형준아 엄마야.
형준: 오랜만이네. 한동안 전화도 없으시더니..
경실: (망설이며) 형준아…
형준: 왜? 무슨 일 있어?
경실: 우리… 이사했어…
형준: (놀라다가 침착한 척하면서) 어…
경실: 옛날 집 근처야..
형준: (태연한 척하며) 잘됐네.. 나는 우리동네에서 멀어질 까봐 걱정했었는데..
경실: 그래?
형준: 그럼! 난 우리동네 좋아…
경실: 너 내려오면 재워줄 데 없을 거 같아.. 물론 자리는 마련할 수 있지만.. 방 한칸짜리야.. 네가 다니던 중학교 뒷편이야..
형준: (망설이다가) 몇 평이야?
경실: 많이 작아..
형준: (힘없이) 그렇구나…
경실: 밥 먹었어?
형준: 알바하는 카페에서 고구마 케이크 받았어. 시험 공부하면서 먹으려고..
경실: (걱정하며) 밥을 먹어야지..
형준: 밥 생각 없어.. 그냥 케이크면 충분해..
경실: (망설이다가) 다음학기 학비.. 언제까지 내야 하는 거야?
형준: 아직 날짜 안 나왔어.. 나오면 알려줄게..
경실: (한숨을 내쉬며) 미안하다…정말 미안하다..
형준: 엄마가 미안할게 뭐있어.. 괜히 공부한다고 발악한 내 잘못이지…
경실: 우리 모두 좋은 일 생길 거야..
형준: 걱정마.. 지금 후회없이 공부하고 있으니까.. 나중에 성적표 받고 ‘내가 왜 그때 공부를 안했을까?’ 라는 후회하기 싫어서..
경실: 그래.. 어서 자..
형준: 아빠는?
경실: 지금 주무셔..
형준: 요새 어딜 다니시는 거야?
경실: 지금 교육 받으러 다니셔.. 퇴직하면 뭐하니… 수당 받으시면서 교육 받아..
형준: (언짢아하며) 정말 짜증나…
경실: 아빠 괜찮으셔.. 걱정하지마..
형준: 다음에 또 전화해.. 무슨 일 있으면 바로 바로 얘기해 주고..
경실: 끊어.
형준: (전화를 끊는다.)
형준은 수화기를 붙잡고 잠시 동안 멍해진다. 펜을 책상 위에 올려 놓고 머리를 벽에 기댄다. 한동안 그렇게 형준은 아무런 생각 없이, 미동 없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형준의 힘겨운 밤은 지나가고 있다.
다음 날 아침, 형준은 학교 오전 수업을 마치고, 카페로 출근한다. 카페 탈의실에서 정훈과 함께 옷을 갈아입는다.
형준: (옷을 입으며) 몸 좀 어때?
정훈: (옷을 입으며) 아팠던 거 아니야.. 술 먹고 뻗은거지..
형준: 같이 마시자니까.. 치사하게 혼자 마시구..
정훈: (밝은 척하며) 그만 나가자
형준: 바깥에 길 많이 얼었더라.. 미끄러 질뻔 했어..(같이 나간다.)
같은 시각, 백화점 주차장에서 유경과 남자친구 (경수)가 주차한다. 주차하고, 경수가 멍해있는 유경을 보고 넌지시 말을 건넨다.
경수: 무슨 일 있어?
유경: 아니.. 그냥..
경수: (유경의 어깨를 감싸며) 우리 유경이… 오늘 기분 영 꽝이구나.. (이마에 뽀뽀하며) 같이 쇼핑할까? 예쁜 옷 사줄게..
유경: (차 문을 열며) 나 화장실 갈래..가는 동안 커피 좀 시켜줘.. 내 꺼 알지?
경수: 그럼.. 라떼 맞지?
유경: 응..이따봐..
경수: (차에서 내리며) 오케이..
경수는 형준이 일하는 카페에 가 유경이 원하는 라테와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형준은 테이블을 정리하고 있다. 마침, 유경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그런데 유경이 신고 있던 하이힐이 미끄러져 그만 넘어지려고 한다. 형준은 그 모습을 보고 유경을 받쳐준다. 유경과 형준이 눈을 마주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