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025] 대지진

czsun2010.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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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 지 진 (After Shock)

 

개봉일 : 2010년 11월 4일

감독 : 펑 샤오강

출연 : 서범, 장국강, 장정초, 왕자문

 

 

 

 

1개월 전쯤에 이 영화가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했을 때, 제목만 보고는 중국의 본격 재난 블록버스터 영화라 생각한 탓에 기대가 꽤 컸었다. 중국 최초의 아이맥스 영화라는 정보도 기대치를 높이는데 한 몫했던 요소였다.

 

 

 

 

그런데 막상 최근 시사회 등을 통해 공개된 <대지진>은 ‘대지진’스러운 영화가 아니었단다. 내심 동양에서 제작한 최초의 본격 상업 아이맥스 영화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가디언의 전설>이 안 그래도 아이맥스 상영관을 꽉 쥐고 있는 마당인데 내용이 실상 그러했다면 아이맥스로 개봉할 가능성은 제로나 마찬가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사에서는 예고편이나 홍보자료에 23초만에 24만명의 희생자가 났다는 문구와 삽시간에 무너지는 도시영상을 전면에 내세우며 더 많은 관객들을 재난 영화라는 착각 속에 끌어들이고 있다. 지진 장면은 홍보문구처럼 정말 23초처럼 삽시간에 지나가 버린다.아마 중국판 <2012>나 <일본침몰>라 생각하고 단단히 기대하며 관람을 시작한 관객들에게는 일종의 배신감이 들지도 모른다.

 

 

 

 

그렇다. 이 영화는 사실 재난 영화의 범주에 넣기에는 미안할 정도로 지진 장면이 짧기 때문에 제대로 따지자면 ‘휴먼 드라마’장르에 분류함이 마땅하다. 영어제목(After Shock)에서 말해 주듯이 영화는 ‘참사 이후’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이다. 평범한 가장이 슈퍼맨 마냥 재난 현장을 누비면서 가족을 구해내는 <볼케이노>, <투모로우>같은 영화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이 영화는 실제로 일어났던 인류 최악의 지진으로 기록된 ‘당산 대지진’참사를 기리기 위해 만든 영화이다. 아무리 본격 재난 영화는 아니라 해도 지진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영화 속에서 한 번쯤 제대로 표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저 영화를 진행 시키는데 꼭 필요한 부분 중의 하나로 인식하는 순간 <대지진>을 제대로 관람할 수 있게 된다.

 

 

 

 

<대지진>은 재난 영화로서는 변종에 가깝다. <해운대>나 <2012>와 같은 종래의 재난 영화들이클라이 막스에 보여질 거대한 재난씬을 강조하기 위한 흐름으로 진행된다면, <대지진>은 아예 재난 씬은 초반부에 쏟아내고 이후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가족, 친지간의 이야기들을 재난이라는 볼거리와 함께 갖추고는 있어야 할 구색수준으로 여겼다면, <대지진>은 ‘재난 장면’이 하나의 구실일 뿐이다. 흔히 가족을 생이별 시키기 위한 다양한 상황중의 하나였을 뿐이다. 따라서 <대지진>은 재난 현장을 이용한 비약적인 장면을 넣거나 억지스럽게 신파를 연출하지도 않는다. 초반부만 제외한 대부분의 내용이 유유히 흘러가는 편이다. 심지어 서로 수십년 만에 가족이 재회하는 과정마저도 타 영화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차분한 편이다.

 

 

 

 

 

그러나 재난 이후를 살아가는 어머니 ‘유안니’와 딸 ‘팡등’의 이야기는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자연스러우면서도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풍긴다. 그러면서도 지진으로 인해 생긴 각 인물들이 트라우마를 안은 채 살아가는 모습을 과장되지 않게 보여준다. 최대한 무리함을 피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그 속에서 미묘하게 드러나는 인물들의 심리상태 또한 놓치지 않는다. 그 흔한 안티 히어로 역을 맡은 인물도 없지만, 관람에는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끈 것은 거대한 규모의 당산 대지진이지만 상영시간 동안 관객을 붙잡고 몰입시키는 주된 포인트는 참사의 아픔을 안은 채 수십년 동안 상처와 아픔을 품은 채 인고의 세월을 견디는 어머니와 자신을 구하지 않은 것에 대한 원망을 품은 채 떨어져 살아가는 딸이 보여주는 삶의 이야기이다. <대지진>은 간만에 중국 특유의 중화사상도, 비현실적인 재난 스토리에서 벗어난 재난 경험자들의 ‘진짜 휴먼 드라마’를 보여준다. 중국 최고의 흥행작으로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홍보상의 판단미스와 중박급 이상 영화들의 개봉이 줄을 잇는 상황에서 국내의 흥행은 어려워 보이지만, 적어도 올해 개봉했던 중국발 상업 영화 중에서는 가장 괜찮았던 작품으로 기억될 듯하다.

 

 

 

(당산 대지진의 희생자들을 이름이 적힌 구조물. 24만여명의 희생자라는 점을 실감 시켜주는 장면)

 

<별점 – 4개 만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