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나비가 되기 위한 준비

최로미2010.11.07
조회23

동생 휴가.

몇달만에 휴가나온 동생인데

이기적인 난 내 일에 치여

새벽에 나와 밤늦게 귀가하는 일상을 반복.

 

아마 날 그렇게 내방쳐뒀다면 나 버럭버럭 화를 냈겠지..

난 챙김받고 배려받기 원하면서

내가 받고싶은 걸

정작 남에게 베풀지는 않는

난 참 못된 사람이다.

 

 

어젠 10시정도에 잠들었다가 새벽 2시가 안되서 깼다..

 

그렇게 깨는 바람에

겨우 3시간 남짓 자고 출근을 하게 되버렸지만

덕분에 동생하고는 얘기를 좀 할 수 있었다.

 

20대 중반.

동생은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기도가 정말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길로 인도하실건가요-?

 

 

나 또한 새로운 것을 준비하고 있다.

 

매년.

11월은 그런 달이다.

심판의 달.

과녁을 똑바로 응시하고 그 앞에 자신을 내어보여야 하는 달.

무언가를 산출해내는 달.

 

단 열매를 얻기 위해

입술은 부르트고

혓바늘은 돋지만

 

그래도 긴장감과 기대감이 공존하는

묘한 마력을 가진 이 시기가 난 좋다,

언젠가부터 가학적인 이 시기를 좀 즐기게 되었다.

 

(긍정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는 만족없이 '좀더 좀더'를 외치며

끊임없이 '성취'를 먹어치우는 괴물이 될까봐

난 내가 좀 무섭다..

 

사실, 교사가 된 이 일은

내게 한스푼만큼의 행복도 더해주지 못했다.

 

합격소식을 듣고 자존감이 회복을 했고, 안도감을 느꼈고.

훌륭한 교사가 되겠다는 열의에 불 탄 며칠이 있었고.

그리고는 끝이었다.

 

내가, 내가 당혹스러웠다.

내 예상대로라면 훨씬 더 많이, 길게 행복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좀 느낀 점이 있었던 것 같다.

성취와 행복의 상관관계에 대해..-

 

적당히 먹어치우고

다른 사람을 위해 베푸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나라는 사람이.)

 

예전에 한 선생님이 그랬다.

이런저런 개똥철학 필요 없고,

시험을 붙으라고 있는 거라고.

붙고나서 생각하라고.

 

매년 겨울,

이런 저런 시험을 준비하는

피마르는 수험생들,

 

올해도 어김없이 존재할 수많은 수험생들,

 

합격을 위해 거침없이 하이킥 날려봅시다~

 

 

 

+

감수성이 진한 사람들을 보며

귀찮고 피곤하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구질구질한 감정같은 것,

지저분해 꼴도보기 싫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간결하고 명쾌하고 명료한 것을 동경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성적이고 차가운 나에게서

상처받는 사람들을 보면서.

사람도 세상도 완전하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산다는 것, 이래저래 덮어주고 덮힘을 받으면서

어울렁 더울렁 살아가는 거라는 걸 알게 되면서.

 

교사가 되어 '교실'이라는 한 세계안에서

쟁취하는 인격의 아이와

나누는 인격의 아이를 보고 많은걸 느끼면서.

 

뜨개질 손장갑처럼(난 개인적으로 뜨개질용품을 싫어한다..)

촌스럽지만 따뜻한,

그래서 시끄럽고 어수선하지만 왠지 따뜻한 그런 사람들을

새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바보같고 푼수같은 그런 사람들 덕분에

감정의 빈틈들이 녹아지고 채워진다는 것을.

 

나 별로 그렇게 털실같은 사람이 아니어서.

 

 

 

 

아-, 왠지 울고싶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