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되어 주세요. 제 얘기를 들어주세요.

묘한고양이2010.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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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일 보기만 하다 이렇게 글을 올리려고 하니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참 어렵네요. 내용이 길어질 수도 있으니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차분히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어요. 방긋

 

  급작스럽게 변화하는 날씨에 마음까지 추워져서 그런가.. 요즘따라 예전 생각이 많이 나더라구요. 아, 전 24살 직장인 여자에요. 이 이야기는 초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가요.

 

  초등학교 1~2학년 때까지만 해도 전 매우 밝고 친구들이 많은 아이였어요. 반장일도 하고 나서서 하는 일도 좋아할만큼요. 많은 친구들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정말 아끼고 사랑하는 친구 L이 있었어요. 수업이 끝나면 매일 우리집 혹은 그 친구집에서 놀다가 저녁 늦게 쯤에나 헤어지곤 했죠. 영원히 친구하자는 맹세의 의미로 각서 비슷한 것도 썼었고 나의 분신처럼 생각될 정도였어요. 행복했고, 앞으로의 행복에 대해서도 의심해 본 적 없었어요.

 

  4학년인가 5학년 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나요. 여느 날처럼 등교를 했는데 교실 분위기가 이상하다 느껴졌죠. 제 책상은 뒤로 밀려나 있었고 반갑게 맞아주던 친구들도 인사조차 하지 않았어요. 정말 이상했어요. 내가 너무나 사랑했던 친구 L이 외면의 중심에 서 있는 것 아니겠어요.

 

  아무런 준비 없이, 예고도 없이, 그리고 이유도 모르는 채 전 왕따가 되었어요. 내 잘못이 무엇일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모르겠는데... 쉼 없이 내 자신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생각할수록 제 자신이 미워지더라구요. 만화책 빌려 가서 몇 장 찢은 채 돌려줬어도 아무 말 안했는데, 부탁하는 일을 거절해본적도 없었는데... 친구가 돌아선 이유를 찾지 못했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의 장난은 심해지고 사람이 싫고 무서워진 저는 쉬는시간과 점심시간마다 옥상창고에 숨어 있었어요. 어둡고 책상이 쌓여있고 그 사이에 쥐똥이 쌓여있던 나만의 공간... 그 어둠 속에서 슬픔과 미움, 사람에 대한 실망과 배신감은 커져만 갔죠.

 

  "너 나랑 비슷한 옷 사 입었잖아. 나 따라 한 것 같아서 기분 나빠"  이것이 제가 왕따를 당한 이유였습니다. 비슷하다면 비슷하고 아니라면 아닌 그런 흔한 디자인이었는데 L은 기분이 나빴나봅니다. 그 이유로 친구 사이를 끊고, 다른 친구들을 주동하여 절 외면해버렸습니다. 그 아이는 지금도 그 사건에 대해서 가볍게 생각하고 가벼운 죄책감을 가지고 있겠죠, 혹은 그 일에 대해서 까맣게 잊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지금까지도) 전 사람이 무섭고 많은 사람들 사이에 껴있으면 숨쉬는게 거북해지는 아이가 되버렸습니다. 왕따놀이가 유행이었다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쉽게 밟아버린 순진한 얼굴의 악마들. 그 아이들 앞에서 죽어 똑같은 상처를 남기고 싶었던 저는 카터칼을 늘 소지하고 다녔었죠.  

 

  시간이 약이라고들 하죠. 맞아요. 시간은 많이 흘렀고 그 아이의 얼굴도 가물가물해요. 그러나 전 여전히 공포 속에 살고 있습니다. 내게서 돌아 설 것 같으면 불안감에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배신감, 그리고 어둠 속에서 전 한없이 나약해져 버리죠.

  아무 노력 하지 않았던 것 아니에요. 성격을 바꾸기 위해 일부러 밝은 척도 하고 술자리도 갖고 했지만 쉽지 않았어요... 제 소원은, 내 생일 날 여자 친구들 3~5명이 모여 즐거운 추억을 만드는 거에요. 소박하고 참 쓸쓸한 소원이죠.

 

  여기까지에요. 제 긴 이야기를 들어줘서 정말 고마워요.

  전 사진 찍고, 찍히는 걸 좋아하고 커피 마시는 걸 즐기며 공연 보는 걸 자주 해요. 초면엔 무뚝뚝한 얼굴로 경계를 두지만 사실은 친해지고 싶어서 행동 하나, 말투 하나에도 신경쓰는 바보에요. 사람이 무섭고 두렵지만 사람을 싫어하고 싶지 않아요. 오히려 사람 품에서 상처를 치유하고 싶었던 사람이죠. 평범하고 싶은 사람.

  진정한 친구가 되어주세요. 장미

 

Ps. 

  내 친구였던 L. 인연인지 악연인지 우린 대학도 같았지? 같은 동네이기도 해서 몇 번 마주쳤었는데 그 때마다 넌 어떤 생각을 했었는지 궁금해. 나는 다 잊진 못했더라도 많이 좋아졌다고 생각했었는데 널 마주칠 때마다 난 여전히 창고 속 어둠에 숨어 있던 12살이었어. 넌 정말 나빴어. 정말 너무너무 나빴어. 중학교 올라가서 네가 왕따 당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달려가 안아주고 싶을 정도로 난 너를 미워하지도 못했어.

  네가 준 상처로 인해 난 사람들 곁을 맴돌거고 쉽게 어둠 밖으로 나가지도 못해. 네가 날 잊지 않고 죽을 때까지 사죄하는 마음으로 살았으면 좋겠어. 다신 사람에게 등 돌리지 말고 상처 주지 말고... 많은 사람을 안아주며 살아가렴.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