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란 책이 퍼뜩 떠올랐다. 거침없이 8강에 오른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을 지켜보면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조지 레이코프 버클리대 교수의 저서로 생각과 언어의 틀, 프레임에 관한 책이다.
뜬금없이 이 책이 떠오른 건 홍명보호 질주의 포커스가 공격에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론과 반발이었다.
홍명보호의 득점포가 매서움을 더하고 있는 건 맞다. 첫 판 북한전을 제외하면 경기당 3골 이상의 맹공이다. 프리킥 등의 세트피스와 측면 크로스, 중앙 스루패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다이렉트 플레이까지 골을 엮어내는 루트의 다양한 선택 구조가 홍명보호 공격의 매력을 더하는 강점이다.
박주영의 가세가 부른 효과이기도 하다. 소속팀 일정 탓에 박주영은 첫 판 북한전에 결장했다. 두 번째 경기인 요르단전서 후반 교체 투입돼 30여 분 뛰며 몸을 푼 박주영은 팔레스타인전과 중국전에서 본격적으로 골 레이스에 가담하며 2경기 연속골을 잡아냈다. 특히 중국과의 16강전에서 터뜨린 프리킥 골은 ‘클래스는 클래스다’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환상적이었다. 지난여름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준 기막힌 프리킥 장면을 다시 보는 듯 했다. 중국과의 16강전에서 차원이 다른 움직임과 파괴력을 보여준 박주영에 대해 중국 현지 언론들은 “우리 선수들과는 다른 수준의 선수”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박주영의 클래스는 달랐다”
남자끼리 한 포옹 중 가장 아름다운 포옹, 2002년의 데자뷰가 떠올랐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박주영이 포워드진에 합류하면서 상대 수비진이 흐트러져 공격루트가 분산되는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박주영이 상대 수비수 4명의 발을 묶은 중국전이 대표적이었다. 박주영이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며 플레이하면서 특정 공격수에게 득점이 집중되지 않고 여러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골이 분산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이 4경기에서 터뜨린 10골은 박주영, 구자철, 조영철 각각 2골과 김정우, 윤빛가람, 박희성, 김보경이 1골씩이 더해진 합계다. 득점자의 포지션도 최전방 공격수부터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했다.
연속골이 집중되면서 공격라인에 시선이 모이는 건 자연스럽지만 홍명보호의 강점과 또 주력해야 할 포인트가 수비력에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우승 길목에서 필히 전제돼야 하는 것이 수비력이다. 축구 경기의 교훈인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공격을 잘하면 되지만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수비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어렵게 되새기지 않더라도 2002월드컵에서 4강을 일군 히딩크 사단이 증명해보인 일이기도 하다. 2002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이 승패의 의미가 없었던 터키와의 3,4위전을 제외하고 6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3골에 불과했다.
한국과의 8강전에 임하는 중국대표팀,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마음속에 '혹시나...'라는 희망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1990년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센터백으로 이름을 날린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 포인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공수 균형과 수비의 조직력이다. 수비를 포백라인의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앞 선의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 등을 통한 필드 플레이어 전체의 문제로 바라본다. 중원에서 공격 쪽으로 치고 올라가다 빼앗기면 상대에게 슈팅 기회의 역습을 허용할 수 있기에 미드필드진의 무리한 공격 전개는 홍명보 감독이 거듭 지적하는 플레이이기도 하다.
>>> 16년 전 충격패의 설욕의 전제는?
수비라인을 부분적으로 살피면 중앙 수비 콤비인 김영권과 홍정호의 성장이 반갑다. 길게 돌아보면 한국축구는 2002월드컵이 끝나고 선수 홍명보가 은퇴하면서 오랜 시간 중앙 수비수 후임 찾기에 골몰했다. 지난여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정수와 조용형 등이 잘 해주었지만 무게감이 조금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4년 뒤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앙 수비의 뉴 페이스 발굴이 시급한 과제였는데 조광래 감독의 A대표팀에 선발돼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던 김영권과 홍정호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포스트 홍명보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매끄러운 호흡을 더하는 김영권과 홍정호의 존재는 가깝게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멀게는 4년 뒤의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영광을 이끌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다.
홍명보호는 오는 19일 금요일 밤 8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우즈베키스탄은 E조에서 홍콩에 패하는 등 조3위로 밀린 뒤 각 조 3위 팀 중 상위 4팀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어렵사리 결선 토너먼트에 오른 팀이다. 카타르와의 16강전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객관 전력에서 앞서는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 흐름이 예상되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전망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의해야하는 것이 움츠려있다 카운트어택을 시도할 우즈베키스탄의 결정적 한 방이다. 한국이 16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0-1로 무너졌던 것도 상대의 역습 한 방이었다.
단판 승부라면 수비의 중요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승리하는 게 최선이지만 패하지 않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최선이기 때문이다. 전력이 약한 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짙어진다. 승부를 연장과 승부차기로 끌고 가면 객관 전력의 차이는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패하지 않는 ‘또 하나의 최선’의 결과를 노릴 것이다. 패하지 않는 경기를 위해 숨죽여 있다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려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역시 골을 넣는 것 못지않게 수비의 안정이 중요하다. 선제골을 내주면 전력 차가 나더라도 뒤집기가 쉽지 않다. 16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우즈벡전을 앞둔 축구대표팀에게 필요한 건 뭐?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란 책이 퍼뜩 떠올랐다. 거침없이 8강에 오른 광저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대표팀을 지켜보면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는 조지 레이코프 버클리대 교수의 저서로 생각과 언어의 틀, 프레임에 관한 책이다.
뜬금없이 이 책이 떠오른 건 홍명보호 질주의 포커스가 공격에 맞춰져 있는 것에 대한 일종의 반론과 반발이었다.
홍명보호의 득점포가 매서움을 더하고 있는 건 맞다. 첫 판 북한전을 제외하면 경기당 3골 이상의 맹공이다. 프리킥 등의 세트피스와 측면 크로스, 중앙 스루패스, 수비에서 공격으로 빠르게 전개되는 다이렉트 플레이까지 골을 엮어내는 루트의 다양한 선택 구조가 홍명보호 공격의 매력을 더하는 강점이다.
박주영의 가세가 부른 효과이기도 하다. 소속팀 일정 탓에 박주영은 첫 판 북한전에 결장했다. 두 번째 경기인 요르단전서 후반 교체 투입돼 30여 분 뛰며 몸을 푼 박주영은 팔레스타인전과 중국전에서 본격적으로 골 레이스에 가담하며 2경기 연속골을 잡아냈다. 특히 중국과의 16강전에서 터뜨린 프리킥 골은 ‘클래스는 클래스다’라는 표현이 떠오를 만큼 환상적이었다. 지난여름 남아공월드컵 나이지리아전에서 보여준 기막힌 프리킥 장면을 다시 보는 듯 했다. 중국과의 16강전에서 차원이 다른 움직임과 파괴력을 보여준 박주영에 대해 중국 현지 언론들은 “우리 선수들과는 다른 수준의 선수”였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 “박주영의 클래스는 달랐다”
박주영이 포워드진에 합류하면서 상대 수비진이 흐트러져 공격루트가 분산되는 파급효과를 불러왔다. 박주영이 상대 수비수 4명의 발을 묶은 중국전이 대표적이었다. 박주영이 수비수들을 달고 다니며 플레이하면서 특정 공격수에게 득점이 집중되지 않고 여러 포지션의 선수들에게 골이 분산되는 효과를 가져왔다. 한국이 4경기에서 터뜨린 10골은 박주영, 구자철, 조영철 각각 2골과 김정우, 윤빛가람, 박희성, 김보경이 1골씩이 더해진 합계다. 득점자의 포지션도 최전방 공격수부터 수비형 미드필더까지 다양했다.
연속골이 집중되면서 공격라인에 시선이 모이는 건 자연스럽지만 홍명보호의 강점과 또 주력해야 할 포인트가 수비력에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 된다. 우승 길목에서 필히 전제돼야 하는 것이 수비력이다. 축구 경기의 교훈인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공격을 잘하면 되지만 대회에서 우승하려면 수비를 잘해야 한다’는 말을 어렵게 되새기지 않더라도 2002월드컵에서 4강을 일군 히딩크 사단이 증명해보인 일이기도 하다. 2002월드컵 당시 한국대표팀이 승패의 의미가 없었던 터키와의 3,4위전을 제외하고 6경기에서 내준 실점은 3골에 불과했다.
한국과의 8강전에 임하는 중국대표팀,
이때까지만 해도 그들의 마음속에 '혹시나...'라는 희망이 존재했을지도 모른다.
1990년대 한국을 넘어 아시아를 대표하는 센터백으로 이름을 날린 홍명보 감독이 전술적 포인트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이 공수 균형과 수비의 조직력이다. 수비를 포백라인의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앞 선의 미드필더와 공격수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 등을 통한 필드 플레이어 전체의 문제로 바라본다. 중원에서 공격 쪽으로 치고 올라가다 빼앗기면 상대에게 슈팅 기회의 역습을 허용할 수 있기에 미드필드진의 무리한 공격 전개는 홍명보 감독이 거듭 지적하는 플레이이기도 하다.
>>> 16년 전 충격패의 설욕의 전제는?
수비라인을 부분적으로 살피면 중앙 수비 콤비인 김영권과 홍정호의 성장이 반갑다. 길게 돌아보면 한국축구는 2002월드컵이 끝나고 선수 홍명보가 은퇴하면서 오랜 시간 중앙 수비수 후임 찾기에 골몰했다. 지난여름 남아공월드컵에서 이정수와 조용형 등이 잘 해주었지만 무게감이 조금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다. 더욱이 4년 뒤인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대비하기 위해서는 중앙 수비의 뉴 페이스 발굴이 시급한 과제였는데 조광래 감독의 A대표팀에 선발돼 A매치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던 김영권과 홍정호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포스트 홍명보의 기대를 높이고 있다. 경기를 거듭할수록 매끄러운 호흡을 더하는 김영권과 홍정호의 존재는 가깝게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멀게는 4년 뒤의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 대표팀의 영광을 이끌 중요한 축이라 할 수 있다.
홍명보호는 오는 19일 금요일 밤 8시 우즈베키스탄과 8강전을 치른다. 우즈베키스탄은 E조에서 홍콩에 패하는 등 조3위로 밀린 뒤 각 조 3위 팀 중 상위 4팀에게 주어지는 와일드카드 자격으로 어렵사리 결선 토너먼트에 오른 팀이다. 카타르와의 16강전에서도 연장 접전 끝에 1-0으로 신승을 거뒀다. 객관 전력에서 앞서는 한국의 일방적인 공세 흐름이 예상되는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 전망이지만 이럴 때일수록 유의해야하는 것이 움츠려있다 카운트어택을 시도할 우즈베키스탄의 결정적 한 방이다. 한국이 16년 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 4강전에서 우즈베키스탄에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었지만 0-1로 무너졌던 것도 상대의 역습 한 방이었다.
단판 승부라면 수비의 중요성은 더할 수밖에 없다. 승리하는 게 최선이지만 패하지 않는 것 또한 또 하나의 최선이기 때문이다. 전력이 약한 팀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짙어진다. 승부를 연장과 승부차기로 끌고 가면 객관 전력의 차이는 무의미해지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은 한국을 상대로 패하지 않는 ‘또 하나의 최선’의 결과를 노릴 것이다. 패하지 않는 경기를 위해 숨죽여 있다 결정적 한 방을 터뜨리려 할 것이다. 때문에 우리 역시 골을 넣는 것 못지않게 수비의 안정이 중요하다. 선제골을 내주면 전력 차가 나더라도 뒤집기가 쉽지 않다. 16년 전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지금은 코끼리를 생각할 때가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