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그녀가 돌아오다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내 앞에는 진수아가 있었고 그 앞에는 강민한이 있었다 진수아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겠지만 뒤를 돌아 본 강민한은 나의 모습을 볼 것이다 숨을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어서 난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강민한에게 나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은 모양 이다 그는 오직 진수아만 주시할 뿐 이었다 그의 눈은 애절함과 원망으로 섞인 눈빛 이었다 반면 진수아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뒷모습 밖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 나에게 보여준 아름다운 미소로 강민한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민한아 너무 오랜만이다...” “............” “많이 놀랬는가보네..”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주시 하였다 그런 강민한에게 진수아는 한발 한발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의 손으로 강민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 “왜 이렇게 얼굴이 야위었어..” “내몸에..” 강민한이 처음으로 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너무 작아 내 쪽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민한아...” “내 몸에 손 대지마” 강민한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차가운 말에 난 당황하였다 하지만 진수아는 당황하지 않고 결과를 예상했단 듯이 그의 얼굴에서 손을 땠다 “많이 힘들었구나.. ” “너 참 뻔뻔하다” 성난 아기를 달래 듯 그녀는 차분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민한아.. 내 얘기 좀 들어봐..” “너 한테 들을 말 없어” “아니.. 난 너 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 그래, 너가 화내는 건 당연해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었어...” 강민한은 매우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소리 한번 지르지 않았다 화를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해 보였다 “사정? 하.. 그래 그 잘난 니 얘기 좀 들어보자 3년 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니 얘기 좀 들어보자” 그가 목까지 참아오는 말을 삼키고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참고 있다는 걸 난 알 수 있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 그의 눈에선 눈물이 떨어 진 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그는 화도 내지 못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슬픈 눈을 하고서 차가운 말을 뱉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이인우와 헤어지고 우연히 그를 만났을 때 아마도 저런 표정을 지었을 것 같다 사랑이든 이별이든 한번 쯤 경험 해본 사람만이 그 사람의 심정을 0.01%는 더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0.01%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한과 진수아의 사이가 궁금하긴 했으나 강민한의 표정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슬픈 눈이 보여 주었다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의 떨리는 입술이 말해주었다 우린 아직도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그래.. 민한아 니가 화내는 건 당연해.. 니가 차갑게 말을 뱉어도 니 본심은 그게 아니라는 거 누구 보다 잘 아는 나잖아...” “본심..? ..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민한아...” “날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날 그렇게 떠날 수 있는 거야?” 활기차던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울음 섞인 목소리로 변해있었다 “그땐 나도 사정이 있었어.. 그래 니가 알고 있는 사실도 부정은 못해 하지만..” 그는 허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사실이긴 사실이구나” “그러니까 내 얘기 좀 들어봐...나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나 너 없이 하루도 못 버티는 줄 알았어.. 죽을 것 같았어.. 니가 너무 그리웠어... 니가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그녀는 자신이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사랑하는지 말로는 설명하기 부족 한 듯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간절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애절했다 “너 없이 하루도 못 살 것 같던 내가 3년을 버텼고 죽을 것 같던 내가 3년을 살았고 너무 그리워서 .. 보고 싶어서 미쳐버릴 것 같던 내가 멀쩡히 살아있어.. 그리고.. 너도 살아있어..” “알아.. 알아.. 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내가 기다릴게, 내가 잘할게 .. 당장은 니가 내얼굴 안보고 나 안 받아줘도 내가 기다릴게.. 내가 더 잘할게.. 노력할게.. 니가 기다린 3년이라는 시간보다 더 걸리더라도 내가 기다릴게..” “진수아,.. 누가 널 기다렸다는 거야” 그의 슬픈 표정과는 달리 그는 차가운 말을 내 뱉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모순 된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러지 말라는 듯 그녀는 매달리다시피 그의 이름을 불렀다 “민한아...” 순간 강민한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여기서 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 그제 서야 정신이 차려졌다 강민한은 날 발견하고 주저 없이 나에게 걸어 왔다 그리곤 나의 손목을 잡았다 “한지유씨 갑시다” 그는 울고 있는 진수아를 등 진 채 나의 손목을 잡고 호텔 밖으로 나 왔다 호텔 밖으로 나오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강민한씨 이제.. 이 손 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강민한은 나의 손목을 보고 놀란 듯 보였다 “아...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전 용가리통뼈예요” 강민한은 나의 손목을 놓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난 그 자리에 서서 그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차를 이용하지 않고 길을 따라 전진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나의 작은 발로 그의 큰 발을 따라 가고 있었다 그는 가까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 또한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 그와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12월의 겨울. 그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가씨 미안한데, 지금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저기 있는 남자 분이랑 합석 좀 하면 안될까?” “네? 강민.. 아니, 저기 검정색 코트 입은 분이요?” “응 내가 서비스 많이 줄게, 그리고 저 남자 잘생겼더라 합석 좀 해줘요” “아니요 안돼요..” “이렇게 손님이 밀려드는데 우리도 장사는 해야 하지 않겠수? 한사람씩 한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우린 장사를 어떻게 하겠어.. 오늘 하루만 합석 좀 해줘요, 젊은 남녀가 같이 합석 하게 되면 연락처도 오고가고 얼마나 좋아, 내가 저기 남자 분 한테 가서 얘기 해놓을게” 안돼.. 이렇게 들키게 되면 너무 창피하잖아 ‘한지유씨 여긴 어쩐 일입니까’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가방을 챙긴 뒤 포장마차를 나가려고 하는데 그가 날 불렀다 “한지유씨..?” “어머 강민한씨” 난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색한 웃음과 어울리는 어색한 손동작으로 인사를 해주었다 “우와.. 우연히 만나니깐 반갑고 막 그러네요”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약간의 미소만 보인 뒤 술을 따라 마셨다 “아.. 저 강민한씨 조금 전에 제가 우연히 지나갔거든요...” 또 혼자 앞 뒤 말도 맞지 않게 얘기 하고 있다 “그래서 강민한씨가 있길래 할 얘기가 있어서 음..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정말 거지같은 변명 이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 할 수 있는가? ‘강민한씨를 보고 쫓아갔다가 우연히 진수아씨랑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냥 저도 모르게 계속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지켜봤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이렇게 말할 순 없지 않은가.. “나 한테 할 얘기라는 게 뭡니까” “아.. 할 얘기.. 있었죠.. 그게.. 아! 호텔에서 제일 비싼 음식이 머예요?” 젠장.. 결국엔 바보가 되어 버렸다 예상대로 그는 ‘이 여자 도대체 뭐지’ 이런 표정 이었다 “음 .. 강민한씨는 재벌이니깐 호텔뷔페 같은 곳에 많이 왔을 거 아니에요.. 전 가끔씩 오는거라서 한번 올 때 본전을 뽑아야 하거든요” 한지유.. 이 푼수야.. “죄송하지만 재벌이라고 해서 비싼 음식을 외우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그렇군요.. 하하..” “한지유씨 좀 전에” “조금 전에 진짜 진짜 우연히 들은거예요, 진짜..진짜..” “조금 전에 그 일은 잊어 주십시오” 그는 혼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술만 마셨다 그래.. 마셔라 마셔라.. 마시고 잊을 수 있다면 마시고 잊어버려라 “강민한씨, 웃긴 얘기 해줄까요?” “조용히 술 마십시다” “왜요.. 진짜 웃긴 얘기란 말이에요” 그는 나의 얘기에 관심 없다는 듯 계속 술만 마셨다 “이건 제가 얼마 전에 직접 목격한건데요.. 집에 가고 있는 중 이었어요, 술에 취한 아저씨가 택시에서 내리더라고요.. 그런데 그 아저씨가 돈을 내지 않고 그냥 가는 거에요 그래서 택시기사가 아저씨를 불렀죠” 난 남자 목소리로 바꿔 말했다 “저기 손님, 택시비는 주고 가셔야죠, 그랬더니 술 취한 취객이 머라고 했을까요? 그 취객이 말했어요, 니가 태워줬잖아” ‘풋’ 소주를 먹고 있던 강민한의 짧은 웃음소리였다 “어? 강민한씨 웃었다 방금 웃은 거 맞죠?” 그는 기가막힌 듯한 표정과 재미있다는 표정을 섞어 가며 웃었다 어쨌든 내가 본 그의 웃음 중에서 가장 웃음 다운 웃음이었다 “강민한씨 그거 아세요? 제 앞에서 활짝 웃은 거 처음이에요” “제가 그랬습니까” “네, 항상 도도한 표정을 지었어요 세상에 모든 건 다 내꺼다 이런표정?” “한지유씨는 그거 아십니까?” “전 뭐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웃게 만드는 재주..? 그거 칭찬이죠? 네네? 칭찬맞죠?” 그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은 뒤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소주 5병이 넘어서고 있었다 “강민한씨 그만 마셔요.. 이게 몇 병이야” 그는 점점 눈에 힘이 풀렸고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나도...” “네?” “진수아...나도..” “........” “보고싶었다...” 슬픈 주정 뒤 그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따가웠다 --------------------------------------- 친구가 구경한 싸움 구경 얘기 재미있어서 한번 적어봤어요 제가 들을 땐 재미있었는데 글로 보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날씨가 좋으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
테리우스의여자(19)
#19. 그녀가 돌아오다
그녀가 그의 이름을 부르자 그는 뒤를 돌아보았다
내 앞에는 진수아가 있었고 그 앞에는 강민한이 있었다
진수아는 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겠지만 뒤를 돌아 본 강민한은 나의 모습을 볼 것이다
숨을 수도 없고 도망갈 수도 없어서 난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하지만 강민한에게 나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은 모양 이다
그는 오직 진수아만 주시할 뿐 이었다
그의 눈은 애절함과 원망으로 섞인 눈빛 이었다
반면 진수아의 목소리는 매우 밝았다
뒷모습 밖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녀는 분명 나에게 보여준 아름다운 미소로
강민한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민한아 너무 오랜만이다...”
“............”
“많이 놀랬는가보네..”
그는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녀를 주시 하였다
그런 강민한에게 진수아는 한발 한발 다가갔다
그리곤 자신의 손으로 강민한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안타까운 어조로 말했다
“왜 이렇게 얼굴이 야위었어..”
“내몸에..”
강민한이 처음으로 말을 하였다
하지만 그 소리는 너무 작아 내 쪽까지는 들리지 않았다
“민한아...”
“내 몸에 손 대지마”
강민한이 차갑게 말을 뱉었다
오랜만에 보는 그의 차가운 말에 난 당황하였다
하지만 진수아는 당황하지 않고 결과를 예상했단 듯이 그의 얼굴에서 손을 땠다
“많이 힘들었구나.. ”
“너 참 뻔뻔하다”
성난 아기를 달래 듯 그녀는 차분하고 깊이 있는 목소리로 말하였다
“민한아.. 내 얘기 좀 들어봐..”
“너 한테 들을 말 없어”
“아니.. 난 너 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 그래, 너가 화내는 건 당연해 하지만 나도 사정이 있었어...”
강민한은 매우 화가 난 표정이었지만 소리 한번 지르지 않았다
화를 억지로 참고 있는 듯해 보였다
“사정? 하.. 그래 그 잘난 니 얘기 좀 들어보자 3년 동안 연락 한번 하지 않고 살 수 있었던
니 얘기 좀 들어보자”
그가 목까지 참아오는 말을 삼키고 쏟아져 내리는 눈물을 참고 있다는 걸 난 알 수 있었다
그가 소리를 지르는 순간 그의 눈에선 눈물이 떨어 진 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아 그는 화도 내지 못하고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그저 슬픈 눈을 하고서 차가운 말을 뱉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이인우와 헤어지고 우연히 그를 만났을 때 아마도 저런 표정을 지었을 것 같다
사랑이든 이별이든 한번 쯤 경험 해본 사람만이
그 사람의 심정을 0.01%는 더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모르는 0.01%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민한과 진수아의 사이가 궁금하긴 했으나 강민한의 표정 하나로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의 슬픈 눈이 보여 주었다
우린 사랑하는 사이였습니다.
그의 떨리는 입술이 말해주었다
우린 아직도 사랑하는 사이입니다.
“그래.. 민한아 니가 화내는 건 당연해.. 니가 차갑게 말을 뱉어도 니 본심은 그게 아니라는 거
누구 보다 잘 아는 나잖아...”
“본심..? .. 니가 나에 대해서 뭘 아는데”
“민한아...”
“날 그렇게 잘 아는 사람이 날 그렇게 떠날 수 있는 거야?”
활기차던 그녀의 목소리는 어느새 울음 섞인 목소리로 변해있었다
“그땐 나도 사정이 있었어.. 그래 니가 알고 있는 사실도 부정은 못해 하지만..”
그는 허탈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사실이긴 사실이구나”
“그러니까 내 얘기 좀 들어봐...나 너무 힘들었단 말이야.. 나 너 없이 하루도 못 버티는 줄 알았어.. 죽을 것 같았어.. 니가 너무 그리웠어... 니가 ..너무 ..너무.. 보고 싶었어”
그녀는 자신이 그를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사랑하는지 말로는 설명하기 부족 한 듯 보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간절했고, 그녀의 목소리는 애절했다
“너 없이 하루도 못 살 것 같던 내가 3년을 버텼고 죽을 것 같던 내가 3년을 살았고 너무 그리워서 .. 보고 싶어서 미쳐버릴 것 같던 내가 멀쩡히 살아있어.. 그리고.. 너도 살아있어..”
“알아.. 알아.. 니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내가 기다릴게, 내가 잘할게 ..
당장은 니가 내얼굴 안보고 나 안 받아줘도 내가 기다릴게.. 내가 더 잘할게.. 노력할게..
니가 기다린 3년이라는 시간보다 더 걸리더라도 내가 기다릴게..”
“진수아,.. 누가 널 기다렸다는 거야”
그의 슬픈 표정과는 달리 그는 차가운 말을 내 뱉고 있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모순 된 모습과 행동을 보여주었다
그러지 말라는 듯 그녀는 매달리다시피 그의 이름을 불렀다
“민한아...”
순간 강민한과 눈이 마주쳤다
‘내가 여기서 왜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던 거지’
그제 서야 정신이 차려졌다
강민한은 날 발견하고 주저 없이 나에게 걸어 왔다 그리곤 나의 손목을 잡았다
“한지유씨 갑시다”
그는 울고 있는 진수아를 등 진 채 나의 손목을 잡고 호텔 밖으로 나 왔다
호텔 밖으로 나오는 동안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저..강민한씨 이제.. 이 손 좀..”
그제서야 정신을 차렸는지 강민한은 나의 손목을 보고 놀란 듯 보였다
“아...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전 용가리통뼈예요”
강민한은 나의 손목을 놓은 뒤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난 그 자리에 서서 그가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차를 이용하지 않고 길을 따라 전진했다
나도 모르게 어느 새 그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나의 작은 발로 그의 큰 발을 따라 가고 있었다
그는 가까운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나 또한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가 그와 떨어져 있는 곳에 자리 잡고 앉았다
12월의 겨울. 그 속에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아가씨 미안한데, 지금 자리가 없어서 그러는데 저기 있는 남자 분이랑 합석 좀 하면 안될까?”
“네? 강민.. 아니, 저기 검정색 코트 입은 분이요?”
“응 내가 서비스 많이 줄게, 그리고 저 남자 잘생겼더라 합석 좀 해줘요”
“아니요 안돼요..”
“이렇게 손님이 밀려드는데 우리도 장사는 해야 하지 않겠수? 한사람씩 한테이블에 앉아있으면
우린 장사를 어떻게 하겠어.. 오늘 하루만 합석 좀 해줘요, 젊은 남녀가 같이 합석 하게 되면
연락처도 오고가고 얼마나 좋아, 내가 저기 남자 분 한테 가서 얘기 해놓을게”
안돼.. 이렇게 들키게 되면 너무 창피하잖아
‘한지유씨 여긴 어쩐 일입니까’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럴 순 없는 노릇이었다
가방을 챙긴 뒤 포장마차를 나가려고 하는데 그가 날 불렀다
“한지유씨..?”
“어머 강민한씨”
난 매우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색한 웃음과 어울리는 어색한 손동작으로 인사를 해주었다
“우와.. 우연히 만나니깐 반갑고 막 그러네요”
내가 먼저 선수를 쳤다
그는 아무 말 없이 약간의 미소만 보인 뒤 술을 따라 마셨다
“아.. 저 강민한씨 조금 전에 제가 우연히 지나갔거든요...”
또 혼자 앞 뒤 말도 맞지 않게 얘기 하고 있다
“그래서 강민한씨가 있길래 할 얘기가 있어서 음.. 그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정말 거지같은 변명 이었다
그렇다고 사실대로 말 할 수 있는가?
‘강민한씨를 보고 쫓아갔다가 우연히 진수아씨랑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냥 저도 모르게 계속 그 자리에서 두 사람을 지켜봤어요.. 그냥 그러고 싶었어요’
이렇게 말할 순 없지 않은가..
“나 한테 할 얘기라는 게 뭡니까”
“아.. 할 얘기.. 있었죠.. 그게.. 아! 호텔에서 제일 비싼 음식이 머예요?”
젠장.. 결국엔 바보가 되어 버렸다
예상대로 그는 ‘이 여자 도대체 뭐지’ 이런 표정 이었다
“음 .. 강민한씨는 재벌이니깐 호텔뷔페 같은 곳에 많이 왔을 거 아니에요..
전 가끔씩 오는거라서 한번 올 때 본전을 뽑아야 하거든요”
한지유.. 이 푼수야..
“죄송하지만 재벌이라고 해서 비싼 음식을 외우고 다니지는 않습니다”
“그렇군요.. 하하..”
“한지유씨 좀 전에”
“조금 전에 진짜 진짜 우연히 들은거예요, 진짜..진짜..”
“조금 전에 그 일은 잊어 주십시오”
그는 혼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술만 마셨다
그래.. 마셔라 마셔라.. 마시고 잊을 수 있다면 마시고 잊어버려라
“강민한씨, 웃긴 얘기 해줄까요?”
“조용히 술 마십시다”
“왜요.. 진짜 웃긴 얘기란 말이에요”
그는 나의 얘기에 관심 없다는 듯 계속 술만 마셨다
“이건 제가 얼마 전에 직접 목격한건데요.. 집에 가고 있는 중 이었어요, 술에 취한 아저씨가
택시에서 내리더라고요.. 그런데 그 아저씨가 돈을 내지 않고 그냥 가는 거에요
그래서 택시기사가 아저씨를 불렀죠”
난 남자 목소리로 바꿔 말했다
“저기 손님, 택시비는 주고 가셔야죠, 그랬더니 술 취한 취객이 머라고 했을까요?
그 취객이 말했어요, 니가 태워줬잖아”
‘풋’ 소주를 먹고 있던 강민한의 짧은 웃음소리였다
“어? 강민한씨 웃었다 방금 웃은 거 맞죠?”
그는 기가막힌 듯한 표정과 재미있다는 표정을 섞어 가며 웃었다
어쨌든 내가 본 그의 웃음 중에서 가장 웃음 다운 웃음이었다
“강민한씨 그거 아세요? 제 앞에서 활짝 웃은 거 처음이에요”
“제가 그랬습니까”
“네, 항상 도도한 표정을 지었어요 세상에 모든 건 다 내꺼다 이런표정?”
“한지유씨는 그거 아십니까?”
“전 뭐요?”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웃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요”
“웃게 만드는 재주..? 그거 칭찬이죠? 네네? 칭찬맞죠?”
그는 다시 한번 미소를 지은 뒤 다시 술을 마시기 시작하였다
어느새 소주 5병이 넘어서고 있었다
“강민한씨 그만 마셔요.. 이게 몇 병이야”
그는 점점 눈에 힘이 풀렸고 정신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나도...”
“네?”
“진수아...나도..”
“........”
“보고싶었다...”
슬픈 주정 뒤 그는 테이블 위에 엎드려 잠이 들었다
그 순간 내 마음이 따가웠다
---------------------------------------
친구가 구경한 싸움 구경 얘기 재미있어서 한번 적어봤어요
제가 들을 땐 재미있었는데 글로 보는 분들은 어떨지 모르겠네요
날씨가 좋으네요 즐거운 주말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