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제 일생 중 가장 아픈날이었습니다.

미안하다..2007.10.31
조회1,423

안녕하세요.

저는 21살 여학생입니다.

원래 인터넷에 글 같은건 잘 남기지 않는데 답답한 마음에 이렇게 적어봅니다..

2년가까이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가 8개월만에 다시 사랑을 시작했고

그간 서로 외로웠던 마음에 그만 실수를 해버렸습니다.

남자친구나 저나 몸이 그리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임신이 될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2주전부터 갑자기 속이 메스껍고 배가 미칠듯이 아팠습니다.

밥도 제대로 못먹고 음식 냄새며 보는 것만으로도 구역질이 나오더군요..

저는 혹시나 했지만 원래 위염을 자주 앓았던 저는 이번에도 어김없이 위염이 또 생긴줄만 알았습니다.

그때만해도 남자친구와 저는 임신아니냐며 농담삼아 얘기했었는데..

1주전 생리를 해야하는데 생리를 하지않아 계속 기다렸습니다.

아니길바라며 일주일이나 기다렸는데 하질 않고 속은 더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집근처 내과에 가 진료하는데 생리가 없다하자 바로 임신테스트를 하더군요

그 짧은 시간동안 아니길 얼마나 생각했는지 모릅니다.

결국 임신이라는 말과 함께 산부인과를 가라 했습니다.

덜컥 겁이난 저는 일단 집에 와 그냥 남자친구 품에안겨 미친듯이 울었습니다.

그날이 지난 27일..산부인과에 전화로만 상담하고 남자친구는 돈을 마련하려 했습니다.

남자친구에겐 형이있는데 20살때 여자친구가 임신을 해 결국 아이를 낳고 결혼해 살고 있습니다.

그들은 볼때마다 매번 부모님께 손벌리는 그런 무능력함에 그리고 덜컥 아이만 낳았다는 생각에

정말 책임감 없고 한심한 사람들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이런일이 일어나니 어찌해야 할바를 모르겠더군요.

남자친구는 힘들어도 낳으면 열심히 키울거라 했지만 저는 부모님과 아직 학생이란 신분, 제가 공부해왔던 것들이 모두 무너지는것만 같아 더욱더 겁이났습니다.

그 동안 살면서 겪었던 인생고가 아무것도 아니더군요..

아직은 현실을 생각했던 저는 수술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어떻게든 말해도 핑계이겠죠..)

남자친구도 그런 저의 생각을 존중하여 결국 무거운 결심을 했습니다.

29일 병원에 가서 초음파 검사를 했는데 막 6주라고 심장도 뛴다고..

이렇게 아가가 커있을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심장도 뛴다뇨..그말이 얼마나 슬펐는지 모릅니다.

수술은 원하자 대수롭지않게 수술에 대해 말하더군요..

저에게 건내려했던 그 사진 다시 가져가더군요..

원래는 그날 수술이 가능했습니다.

속이 안좋아 밥을 먹지않았는데 식사했냐는 말에 덜컥 겁이나 했다고 말하고 다음날 아침으로 예약을 하고 왔습니다.

상담할때 남자친구와 함께 받길원했는데 남자친구가 들어가려하자 못오게 막았다고합니다.

혼자 그 모진 질문 다 받아내는데 마치 범인 취조받는 기분으로 고개 숙여 대답했습니다.

아기도 알겠죠 이 여자가 날 죽이려한다는걸..

그날밤이 정말 아팠습니다.

마지막 발버둥이었나봐요 그 작은 소리 매정히 뿌리치고

다음날 병원에 갔습니다.

여러 서류들에 글을 적고 지장찍고 소변 보고 온 뒤 남자친구가 없어졌습니다.

힘내라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 제가 들어가는걸 보면 눈물이 날거 같아 일부로 자리를 피했대요.

간호사에게 이끌려 수술대에 눕고 링겔을 꽂으려하길래 제가 팔뚝은 혈관이 잘안보여 보통 손목에 바늘을 꽂아서 그렇게 말했더니 투명스럽에 자기가 알아서 한다며 팔뚝에서 기어코 찾아 꽂더군요..

이런 수술한다 그렇게 차갑에 대했던걸까요..

조금이라도 안심시켜줬으면 좋았을텐데 마취한단 얘기도 없이 어느새 약을 넣었는지 깨어보니 회복실에 덩그러니 누워었었습니다.

그 정신없는 순간 눈뜨지마자 미친x라며 흐느꼈습니다.

영양제를 다맞고 나오니 남자친구가 약을 들고 기다리고있었습니다.

찬바람 뚫고 집에오자마자 참았던 눈물이 왈칵 났습니다.

남자친구는 연신 미안하다며 다독였고 저는 계속 내가 무슨짓을 한거냐며 울부짖었죠..

오자마자 전기장판에 누워서 남자친구가 끓여준 미역국을 마시고..

그래도 제가 그나마 버틸 수 있었던건 남자친구의 헌신적인 간호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짜증내도 다 받아주고 먹고싶다는거 다 만들어 주고..

아파하는 저를 일으켜 세우려 미친듯이 움직이더군요..

고맙다고 말해줘야겠습니다..

제가 어떤결정을 했더라고 후회 했겠지요..?

이제 그 후회를 안고 열심히 살아야겠습니다.

그동안 철없이 부모품에서 있던 제가 이젠 미친듯이 힘을 내야겠습니다.

엄마자격도 없는 이 여자때문에 죽은 우리 아가를 위해서요.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철저히 몸을 아껴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중에 저와 같은 경험을 가졌던 분도 계실테고 그러한 고민을 하시는분도,

또 아직 안겪으신 분들도 계실텐데요..

여지껏 세상살이 모르고 자란 저한테 이런 일이 있을거라고는 정말 생각도 안해봤습니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그래서 어떤 것이 바른 결정이라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다만 어떠한 선택을 하셨던지 반드시 상처와 후회는 가져가신다는 겁니다.

부탁 드리고 싶은건 그 상처와 후회를 꼭 품고 열심히 사셨으면 합니다.

나를 위해 아이를 위해 나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마지막으로 우리 아가야..

내 안에 있던동안 너에게 자그마한 온정 하나 주질 못했구나..

미안하다..그리고 사랑한다

내가 다음번 너를 사랑해줄 준비가 된다면 그때 다시 한번 나에게 와주겠니..?

부디 따듯하고 평온한 그곳에서 푹 쉬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