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마음대로 하십시요,***

질경이2003.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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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마음대로 하십시요,***

 

 

해마다

겪어야 하는 장마이건만

더 찌뿌둥하고,

더 불쾌하고,

더 지루한 까닭은

 

우리의 탁월한 건망증의

결과입니다.

 

지구가 머금은 물기로 하여

자력(自力)도 힘을 잃어

우주의 미아가 되는 것도 잠시,

 

장마중에도 날씨따라 호들갑을 떨어야하고

열가지 병에 다 먹으면 절대 안된다는 술을

먹고서도

우리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기도의 끝도 본인만의 애쓴 노력의 평화이듯,

추락의 끝도 본인만의 귀향입니다.

 

이 비 끝에 폭염 온다고

이상하다 할 사람은 없습니다.

 

이 지루함 끝에 이루어질 열매가 아닐지라도

이 불쾌함 끝의 카타르시스가 아닐지라도

 

불면의 밤이 끝이 나면

취중 넋두리는 헌실의 오물일 수 밖에 없습니다.

 

성현의 말씀도 누가 듣느냐에 따라

진리일 수 있고

꼴값떠는 잔소리일 수도 있습니다.

 

네 마음대로 하십시요,

 

마음속에 은장도는 아무나 갖지 않습니다.

마음속에 연등은 아무나 켜지 않습니다.

 

신념을 위한 개똥철학이라면

네 마음대로 하십시오,

 

밑 없는 독에 평생을 물을 부어도

말릴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독에 물이 차지는 않을지언정

독이 앉은 토지는 더욱 단단하겠지오,

 

한 발 앞서 돌아봐도 그렇게 밖에 할 수 없었다면,

일년 앞서 생각해도 그 길밖에 길이 없다면

 

네 마음대로 하십시요,

 

단,

운명은 누구에게나 주어졌지만

운명은 아무나 개척할 수 없는 것입니다.

 

 

글/이희숙

 

 

***네 마음대로 하십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