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한포기의 독백

엘프몽이2003.07.12
조회434

15년쯤 전엔...아침에 눈뜨기가 무서웠지.

잠들기전엔 내일도 오늘과 똑같으면 어떡하나..

그러나,알고있었지. 똑같을 거라는걸.

기껏해봐야 다른건  다른 시간표에 따른 다른 과목.

어른이 되면  이 감옥에서 벗어날수 있겟지?

벗어 나고야 말리라..

오로지 희망은 그거 하나.

그래도 빛나는 희망이었기에 견뎠지.

10년쯤 후에는 다른 내가 되어있으리라..

분명 그렇게 되리라.....주문을 걸었지

 

 

 

10년쯤 전엔 ?

밤에 잠들기가 무서웟지.

이대로 세상이 끝나버리면 어떡하나..

아무것도 이뤄놓은것 없이...

아무것도 아닌채로 끝나면 어떡하나...

점점 밤에  잠드는게 힘들어 졌지.

불면의 나날...이뤄야할 꿈이 있어 견뎠지.

꿈을 이루게 되면 달라진 내가  될거라고..

매달릴 거라곤 꿈 하나밖에 없엇지.

그놈의 꿈.

잡기만 하면,꼭 움켜쥐고 놓지 않으리라..입술을 앙다물었지.

 

 

 

5년전에는 어땠더라?

....내일 아침에는 눈뜨지 않게 해주세요...

그저 조용히 끝나버리게 해주세요..빌었지.

손에 잡힐것만 같던 것들이..자꾸자꾸 멀어만 지고..

하루 하루가 힘들었지.

내가 10년 후에도 살아있어야되나... 한숨이 나왔지.

아무렇게나  빨리 어떻게든 지나가버렷음 싶었어.

왜 그랬는지...이젠 기억도 안나는 일들에  가슴이 져며 울고 또 울고..

다음날 아침엔  팅팅 부은 눈으로 안운척...

무심히 던진 말한마디에도  심장에 가시가 박혀

그날 밤엔 또 다시

...내일 아침에는 눈뜨지 않게 해주세요..

빌고 또 빌고...

 

 

지금 나는 어떤가..?

밤이고..낮이고....잠만 자.

깨어있는게  싫어서 머리가 어찔 해질 정도로 잠만 자.

꿈도 꾸지 않아.

집착할 무언가도 없어.

고치 속에 웅크린 벌레처럼 내안에 틀어박혀 잠만 자.

내일아침에 눈뜰일따위 신경도 쓰지 않지.

눈떠보니  해가 저물어 있다해도  그런가보다 하지.

숨죽여 울지도 않아.

소리내어 엉엉 울일 또한 없지.

움켜쥐고야 말리라 다짐 할 만큼 갖고싶은 것도 없어.

 

어느날  자고 일어나면,

나란 인간은 없고  화분에 담긴 풀한포기만  덩그러니 놓여져있는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