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여름방학 뭐할까?

여행자2006.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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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소리 요란하고 높은 하늘에 뭉게구름 몽글몽글 피어나던 햇볕 쨍쨍한 여름.

 

아이들의 목소리가 하늘 높이 울려 퍼진다. 더워도 더운 줄 모르는 아이들의 계절이 곧 여름방학을 문턱에 두고 있다. 이번 방학엔 어디를 가 볼까? 누구를 만날까? 무엇을 볼까? 어떤 체험으로 몸과 마음의 키를 쑥쑥 자라게 할까.기대로 충만한 아이들, 살짝 고민되는 부모님. 그 사이에서 우리 아이들은 날마다 방학이었으면 좋을 것이다.

즐거운 여름방학 뭐할까?

 

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이다

 

# 여름방학의 추억 … 산으로 들로 ‘하루해가 짧다’

여름방학이면 희미한 모깃불 아래 올망졸망 모여 앉아 내일 학교 갈 걱정도 없이 옥수수와 수박을 먹으며 얘기했고, 논밭에 소란스럽게 울어 대는 개구리 소리가 그 시절 꼬맹이들과 함께했다. 산으로 들로, 개울로 하루해가 짧다 하고 돌아다니며 살이 새카맣게 타도록 놀았으니 요즘 말로 ‘체험학습’이라는 것이 따로 필요 없었던 시절이다. 온몸으로 놀면서 배우고 느끼는 시간이 방학이다. 친척집에 가서 놀다 올 수 있으면 친구들의 부러움을 샀다.

 

즐거운 여름방학 뭐할까?

하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해야 할 방학 숙제는 있었고 일기를 포함한 방학 숙제만 착실히 하면 따로 공부할 필요를 거의 못 느꼈고, 엄마의 잔소리도 적었다.

 

1960~70년대 초등학생들의 여름방학 숙제로 빠지지 않는 것이 식물채집과 곤충채집인데, 두꺼운 책갈피 사이사이 뿌리째 뽑은 식물을 말려서 채집하고, 와이셔츠 상자에 잠자리, 매미, 메뚜기, 방아깨비 같은 곤충들을 잡아 붙이고, 셔츠를 덮고 있던 빠작빠작한 비닐포장을 덮어 완성해 가던 곤충채집이 있었다.

 

시골의 초등학교는 퇴비용 풀을 해 가는 숙제도 있었다. 학교에서 퇴비를 만들어 농작물을 기를 때 쓰기도 하였는데, 방학 중에 으레 한 번쯤 있는 중간소집일이면 이 풀을 가지고 가야 했다. 대개 부모님 숙제였던 이 퇴비는 아버지가 자전거로 실어다 주시기도 하고, 고학년들이 중심이 되어 손수레에 한꺼번에 싣고 가기도 했다. 반면 농촌 학생들은 아카시아 잎 따기, 잔디 씨 받기 같은 지루한 숙제도 있었다.

 

1980년대는 <탐구생활>이라는 교재가 대표적인 방학 숙제였다. 그때부터 교육방송을 들으며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밀려서 하려면 일기쓰기만큼 곤혹스러운 것이 <탐구생활>이었다.

 

그러나 ‘바캉스’의 개념이 자리를 잡아 가면서 부모님을 따라 친척집이 아닌 해운대, 연포, 송도, 변산 같은 해수욕장을 다녀왔다는 친구들이 생겨났고 야외풀 같은 곳에서 피부가 벌게지도록 종일 놀기도 했다. 롤러스케이트가 유행이던 시절이라 실내 롤러스케이트장이라도 다녀오면 그날 하루는 더할 수 없이 즐거운 날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 방학이 조금 더 많은 자율성을 갖게 된다. 숙제만 해도 그 양이 훨씬 적어지고 선생님이 내 주시는 강제적인 과제물 없이 몇 가지 중에서 자유롭게 선택하거나 스스로 과제를 정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주류였다. 그리고 이때부터 캠프나 야영 같은 프로그램이 많이 생기면서 학원 친구들과 참여하거나 개별적으로 참여하는 일이 많아졌다.

 

 

# 경험은 나의 것 … 다양한 체험으로 내면을 건강하게

방학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그 풍경이 많이 달라져 왔다. 예전에는 정말 ‘날마다 방학만 같아라!’ 하고 노래할 정도로 즐거운 시간이었다. 방학은 학업에서 벗어난 휴식이었고 요즘 말로 체험학습의 기회가 무궁무진 널려 있는 시간이었다.

 

만들어진 프로그램이 아니라 산과 들, 개울이나 강 같은 곳에서 온몸으로 부딪쳐 경험하면서 ‘학습’이라는 이름만 붙지 않았지 더 값지고 소중한 것들이 많았다. 또한 시골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싫든 좋든 농번기에 부모님 일손을 돕거나 도움이 될 만한 일을 거들며, 마냥 응석받이로만 지내지 않고 제 한몫을 잘해내기도 했다.

 

방학을 잘 보내는 지침서가 따로 시중에 나와 있을 정도로 방학을 잘 보내기 위한 행보가 벌써부터 시작됐다. 다양한 체험과 학습능력을 올려 줄 기회를 찾는 부모들의 고민과 이에 맞춰 함께해야 하는 아이들은 그래서 바쁘다. 하지만 이 시대의 부모들은 한 가지라도 제대로, 한 가지라도 오래 아름다운 무늬로 마음속에 남을 계획을 위하여 고민해야 한다. 조급한 마음과 양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자녀 스스로 탐색할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빼앗기지 않게 경계하면서 말이다.

 

이은주<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