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피랍

제임스 류2003.07.12
조회163

디지털 피랍

 

문제는 속도다.

 

인터넷의 1년이 오프 라인의 10년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이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기술의 발전 속도는 하루가 다르고 IT와 XT는 끊임없이 융합하여 진화하고

있다. 우리는 지금 속도가 지식인 시대에 살고 있다.

 

컴퓨터, 인터넷, 휴대폰, PDA, 홈시어터, 스마트 디스플레이...
브로드밴드, 블루터스, 리눅스, 플랫폼, 그리드, 유비쿼터스...
변화, 콘텐츠, 세계화, 융합, 신자유주의, 영역 파괴, 패러다임...
인공 지능, 나노 소자, 바이오 혁명, 가상 현실, 로봇, 유전자 조작...

 

조짐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이텔의 플라자, 서태지의 이데아, 시티폰의 몰락, 애니콜 신화...
ID, 동호회, 접속, PC방, 번개팅, O양, ISDN, 700 서비스, 쉬리...

 

다만 모든 것이 수면 하에 있었고 해산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러나 그 폭발력은 월드컵에서 대통령 선거까지 흔들 정도로 굉장했다.

0과 1의 조합이 이 정도까지 위력을 발휘할 지는 누구도 예언치 못했다.

시인은 침묵했고 정치인은 경악했고 예술가는 당황했다. 지금도 서투른 사이비

학자들만이 소란스러울 뿐이다.
모든 것이 휴대폰 속으로 들어 왔다고 할 때, 우리는 진작에 알아 봤어야 했다.

 

역사상 지금처럼 단절과 소통이 문제가 된 시기는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문제는 단순히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의 차이, 즉 사람과 사람 (Person to Person)

사이의 문제만이 아니다. 앞으로는 사람과 기계 (Person to Machine) 와의 문제가 될 것이고

 더 나아가서는 기계와 기계 (Machine to Machine)의 문제로 발전할 것이라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2005, 우리 주변에는 전혀 새로운 것들이 어슬렁대고 있다.
인터넷의 혁명은 시작에 불과했을 뿐이며 우리를 견디지 못하게 할 괴물은 아직도
출현하지 않았다. 당분간 우리의 고통은 계속 될 것이다.

이런 어리석은 시대에 어떤 미친놈이 온전한 글을 쓸 수 있고 또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 수 있으며 제대로 된 음악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리고 누가 아이들에게 이것이 옳다고 용기 있게 가르칠 것이며 누가 젊은이들에게
인생의 고귀함을 찬미하고 영혼의 울림에 다가가는 법을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이문열의 시대도 갔고, 황석영의 시대도 곧 갈 것이며 배창호 감독은 다음 작품을
마지막으로 은퇴 선언을 할 것이다. 송창식은 벌써 갔고 요즘은 미사리 카페촌에
갇혀 두문불출이다. 아직 최인호만이 홀로 분전 중이다.

 

그러나 이런 이름께나 있는 올드 보이의 시대도 가고 있는데, 잔소리만 일삼는
부모나 세상을 거꾸로 사는 것 같은 선생들의 설교는 차라리 무대응이 최선이다.

이 시대는 지극히 가벼운 낭만주의자인 무라카미 하루키조차도 허락할 여유가 없다.

단지, 떠도는 것은 먼지보다 가벼운 전파를 닮은 문자와 난반사만 일으키는 부정확한
언어 그리고 영혼과는 반대편에 서 버린 미친 영상의 파편뿐이다.

 

과연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니 어떻게 해야만 이 생존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또 어느 정도까지 아부하고 굴종해야 이 더러운 시대의 권력 앞에 용서를 받을 수
있다는 말인가?

 

비록 '해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는 말이 있다하더라도
우선 우리는 사회가 완전히 개벽을 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한다.

IMF가 오픈 게임이었다면 메인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신발 끈을 고쳐 매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철저히 준비하여 새로워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어느 순간, 어떤 것인 지도 모를 것에게 목덜미를 물려 질식할 것이다.
불안과 공포만이 있다면 세상은 불공평할 것이고 인간의 의지는 무가치할 것이다.

 

눈을 들어 주위를 세밀히 관찰하자.
그러면 지혜와 용기, 학습과 훈련, 신념과 열정이라는 균형추가 보일 것이다.
선택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고 당신은 승리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도 불편하고 저것도 귀찮은 사람이라면
모든 것이 잠잠해 질 때까지 침잠하고 동면이나 즐기자.
그리고 때가 되면 그저 한 세상 잘 살다 간다고 인사를 할 여유나 챙기자.

 

바야흐로 내면과 대면하고 신성에 다가갈 때가 온 것임을 알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