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과 나

씀바귀200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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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Phil Coulter-Dirty Old Town

 

술과 나 

술과 나

나는 술을 즐겨하지 않는다 술에 대한 내 유년의 기억이 그리 유쾌하지 못하기 때문에 즐겨함을 멀리 했다고 보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겠지만 그렇다고 내가 술을 잘 마시냐면 그렇지도 않다 나는 한잔술에 홍시감을 달고 사는 체질이니까 그런 나는 주량이 얼마일까 그건 나도 모른다 왜냐하면 취할 때 까지 마셔본 기억이 없기 때문이다 유년의 아침 나는 눈을 뜨기 무섭게 줄달음질을 시작했다 임씨상회 아저씨 덩그런 미소가 기다리는 술독 앞으로..... 그러고 나면 늘 불유쾌한 기억이 자리한다 술을 왜 마시는 걸까 술이 없다면 이 세상은 어떠 했을까 이런 저런 기억이 나를 휘어잡는 것은 요즘 세상사 때문인 것 같다 술을 마시는 것은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는 답이 열에 아홉은 될 것이다 전통적 관념에 의하면 술하면 남자를 떠오르게한다 술이란 화두의 끝에 남자가 회자 되어지는 것은 생계의 기초를 남자가 책임져 오던 것에 기초된 물음의 답일 것이다 요즘은 질문과 답이 달라져야 한다 여성의 생계와 자아를 위한 세상 진출로 술이 남성만의 전유물에서 서서히 여성과 남성 모두의 화두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스트레스가 쌓이면 술은 사람을 유혹한다 왜냐하면 술이란 놈은 사람과 살부비며 살길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땅에 발을 붙인 이래 술은 세상의 병과 약을 동시에 쥐고 왔다 코 끝을 건드리는 술의 유혹에 넘어간 지난 밤 그 특유의 넉살로 부벼오는 술에게 나는 자기비판 능력을 넘겨주고 마음을 텅비워 갔다 적당이란 것 그것이 살아 있을 시간에 그 아무런 생각이 없는 곳에 세상이 나와 하나가 되어지는 관대해진 마음이 생겨나고 유쾌한 기분이 자라났다 그리고 적이 없어졌다 적이 없으니 이웃을 부르고 나는 기쁨을 나누었다 몇잔에 의한 몇잔을 위한 몇잔에 의해 술은 생각이란 것을 불렀다 그러면 내 세상을 넘겨보는 자들이 나타났다 술에 의해 생겨난 자신감으로 강해진 나는 늘 전의를 불태우며 지켜 보아 온 그들에게 뜨거운 맛을 보여주고 싶어졌다 그리하여 분기탱천 욕망으로 세상을 엎지르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을 남발하고 자유로운 감정과 호탕한 기분으로 세상을 누볐다 그래 세상은 살아 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바람도 취기에 서려 몰려오는 골목길 모퉁이에 내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그리고 술이 술을 부르지 못하는 시간이란 것이 나타났다 그 기고만장을 달리던 술은 나에게 백기를 들고 나선다 그러면 지난 밤을 이해할 수 없다는 그 어색한 내 표정 너머 동정 어린 표정의 그대의 눈빛을 나는 애써 무시한채 뜨거운 국물 앞에 풀어 헤쳐지는 겸손을 불러와 속을 달랜다 그대의 비수가 날아온다 확 그냥.....참는다 그래 술먹으면 그래도 얌전하게 잘자는 것 하나 보고 산다 그리고 시간이란 것이 생각에 생각을 불러오면 지난 밤들의 해방감을 못잊는 것이다 그리하여 또 술을 부르는 것이다 술은 그래서 마신다 이건 어디 까지나 내 주관적인 생각이다 기억에 없는 누가 그랬다 아마 술이 없다면 지금의 정신병원 시설은 턱없이 부족할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