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카메론 없는 ‘터미네이터’

이지원200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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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카메론 없는 ‘터미네이터’
프랜차이즈 영화―주로 스타를 주연으로 대규모 예산을 들여 만든 액션 블록버스터―에서 속편의 감독을 오리지널 영화와 다른 사람이 맡게되는 것은 흔한 일이다. 그러나 <터미네이터> 같은 초특급 성공작의 경우에는 조금 이야기가 틀려진다. 조지 루카스 없는 <스타워즈> 혹은 스필버그와 루카스 콤비 없는 <인디아나 존스>를 상상하기 어렵듯, <터미네이터> 시리즈에 있어서도 제임스 카메론의 부재는 치명적인 결함이 아닐 수 없기 때문.

< T2 >의 제작사 카롤코 픽쳐스의 공동 설립자인 앤드류 바냐와 마리오 카사르는 1996년 회사가 파산하던 당시 <터미네이터 3> 제작권리의 반을 800만 달러에 사들였고, 이후 나머지 반을 <터미네이터 2>의 제작자 게일 앤 허드(제임스 카메론의 전 부인이기도 하다)로부터 넘겨받았다. 그리고 물밑 작업을 끝낸 이들이 제임스 카메론에게 “터미네이터의 신화를 다시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을 때 카메론은 이를 거절했다. 그의 말대로 <타이타닉>을 비롯한 다른 프로젝트에 좀더 매력을 느꼈던 탓도 있겠지만, 실은 카메론 자신이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권리를 사들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중이었기 때문에 상당히 씁쓸한 기분을 느꼈으리라는 후문.

대신 메가폰을 잡게 된 조나단 모스토우(<브레이크다운>, < U-157 >)은 처음 스크립트를 받아봤을 때의 감상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와우. ‘누군가’ <터미네이터 3>를 만드는군. 대단하긴 하지만, 이 일을 해낼 만큼 미친 사람이 과연 있기는 있는 걸까?” 결국 제임스 카메론과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대단한 팬이었던 모스토우는 감독 제의를 수락했고, 전편의 위용에 위축되지 않도록 그 자신이 보고싶은 스타일의 <터미네이터 3>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고.

제임스 카메론 역시 속내야 어땠든 자신이 손을 뗀 <터미네이터 3>에 대해 대단히 우호적인 태도를 보여주었다. 카메론의 타이타닉 다큐멘터리 <심연의 유령들> 상영회 때 그와 처음 조우한 모스토우는 그가 “대단히 상냥하고 협조적”이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한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물론 <터미네이터 3>은 전편들이 그랬듯 굉장한 영화가 되겠지만, 결과물이 허술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는 말로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슬쩍 내비치기도. 1억 7500만 달러(한화 약 2100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터미네이터 3>의 손익분기점은 美 개봉수익 1억 5천만 달러 정도라고 전해진다. 개봉 첫 주 박스오피스 1위로 화려하게 데뷔한 < T3 >의 앞으로의 행보,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