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키의 전설 - 1화 - 2424년 <Last>

사나토스200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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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타운에선 이제 그의 존재는 더 이상 사람의 것이 아닌 듯 했다.
영웅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돌아온 그는 키에르의 표정에 궁금해 미치겠다는 것이 역력히 보이자 쉬는 것을 미루고 그간 있었던 일들을 전부 말해주었다.
그리고 다음날 마을 처녀들이 그에게 주기 위한 것들을 하나씩 들고 몰려들었다.
그의 무용담을 듣고자 하는 남자들도 몰려왔지만 여자들이 이미 집 주변을 거의 에워싸고 있어서 그냥 포기하고 돌아갔다.
하지만 스파키의 곁에는 이미 어떤 여자가 진을 치고 있었다.
그 어떤 여자도 그에게 다가가지 못하도록 그가 묶고 있는 집 앞을 지키고 있었다.

 
"비켜! 이 멍청한 년아."
"안 돼."
"비키라니까!"
"안 돼."
"네가 뭔데 그래? 니가 그사람 마누라야?"
"안 돼."
"저 년 빨이 치워봐. 우리도 그 사람 얼굴 좀 보게."
"야. 내 꽃 다 시든다. 빨이 치워봐!"
"안 돼."

 

어떤 여자도 그녀를 뚫고 들어갈 수 없었다.


여자들의 소란을 뚫고 키에르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제서야 자리에서 일어선 스파키가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것들 하고는......"
"이 마을 여자들은 시끄럽군요."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하지만 당신 잘못도 있다고 봅니다만..... 좀 못생겼으면 이러진 않을텐데요."
"........."
"그건 그렇고.... 언제 출발하시겠습니까?"
"지금 가려고 합니다."
"이런.... 마을 회의에 참석하시길 바랬는데. 다들 당신의 무용담을 듣고 싶어서 난립니다. 그리고 그 힘도 구경하고 싶겠지요."
"............."
"가실때는 저희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일어서서 옷을 입고 부츠를 신는 모습을 보며 키에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더듬거렸다.

 

"오! 이럴수가...... 분명 어젠 다리에 깊은 상처가..... 이런 능력까지 있었군요."
"괴물이죠."
"아니요. 아닙니다. 지금같은 세상에 당신같은 능력이 있다면 그건 신이 주신 선물이지요. 더군다나 길트의 영향 없이 그런 능력이란.......놀랍군요."
"이제 그 비밀을 알아보기 위해 떠나겠습니다."
"엔젤타운엔 어느 정도 머무르실 계획이십니까?"
"글쎄요."

 

스파키는 키에르가 준비해 준 트럭에 올라타며 이 곳에 올 때 가져왔던 자신의 짐을 실었다.
누군가 열어본 흔적을 발견했지만 그는 그냥 넘겼다.
만일 누군가 내용물에 손을 댔다면 자신에게 경고했을 테니까.
하긴 보더라도 무엇인지 알아내지는 못할 것이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는 트럭이 출발하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목에 두른 천 안에 숨겨진 작은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에디."
"예스, 마스터."
"침입자는?"
"없었음."

 

마이크에 연결된 작은 스피커에서 대답이 들려오자 그는 안심했다.
그는 다시 눈을 감았다.
어제 사용한 힘을 보충하려면 잠을 충분히 자 두어야 한다.
그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앉은 의자 뒤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숨어서 자신의 뒤통수를 보며 활짝 웃고 있다는 사실을.

떠나가는 트럭을 보며 키에르는 한숨을 쉬었다.

 

"저걸 알면 나한테 욕을 할텐데."

 

그러면서 처음 그녀가 자신이 다스리는 마을에 나타났을 때가 생각났다.
그녀는 어릴 때 이 마을에 왔다.
그녀의 부모가 함께 왔었지만 그들은 길트에 감염되어 있는 상태였다.
키에르는 마을의 안전을 위해 그들을 멀리 쫒으려 했지만 그들의 간절한 소망을 들어주고 말았다.
자신의 딸은 길트에 감염되지 않았으니 마을에서 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길트스캐너로 조사한 결과 부모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는 어린 딸을 마을에서 살아가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녀의 부모들은 밤에 사라졌다.
그녀는 길트에 감염되지는 않았지만 다른 사람에 비해 지능이 낮았다.
하지만 그녀는 마을 사람들에게 바로 받아들여질 만큼 자신의 몫을 단단히 해냈다.
무엇이든 자기가 할 일이 있으면 누가 말하지 않아도 나서서 열심히 했다.
그녀는 커 가면서 아름다운 용모를 띠었지만 어떤 남자도 그녀를 가까이 하지는 않았다.
그녀는 아무 이상이 없었지만 그녀를 두고 간 부모들에게선 길트가 강하게 나타났었다.
그런 사람들의 자식이니 언제 길트가 나타날 지 모른다며 가까이 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도 그녀는 마을 일이라면 잠자는 시간 외에는 열심히 했다.
그런 그녀가 아무것도 안하고 오로지 한가지에만 메달리게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스파키가 나타난 것이다.
그녀가 힘겹게 물통을 들고 지날 때 바닥에서 데저드가 나타났었다.
마을 근처에 데저드가 출몰하자 사람들은 마을 바닥 전체에 철판을 깔아 놓았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우물 근처의 철판이 부식되자 그 사이를 뚫고 데저드가 고개를 내밀었다.
그 괴물이 그녈 덥쳤고 몸의 거의 대부분이 빨려들어갈 찰나 스파키가 구해준 것이다.
그 이후부터 그녀는 스파키의 주변에만 서성거리며 지냈다.
결국은 스파키가 떠날 때 같이 가겠다고 떼를 썼고 키에르가 말렸지만 몰래 그를 따라가고 있다.
저것마저 막았다면 그녀는 걸어서라도 그를 따라갈 눈치였기에 키에르는 모른 척 했다.
스파키의 곁에 있는 것이 그녀에게 행복이라면 그걸 막고 싶지는 않았다.
그녀도 그녀의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권리가 있으니까.
키에르는 뒷짐을 지며 혼자 중얼거렸다.

"잘 가라. 아리아."
 

 

- 2424년 8월 9일 -
해변에 불시착한 이후 대륙의 중심으로 계속 이동중이다.
대륙 안쪽으로 다가갈수록 문명이 발달한 마을들이 나타난다.
더 중심으로 가면 지구의 현재 모습에 대한 궁금증을 풀 수 있을것이다.
중간에 들른 마을들에서 많은 것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메탈마을의 일을 해주고 바이크를 얻었지만 츄파라는 도둑떼를 전부 몰살시키고 말았다.
지금 엔젤타운이라는 마을로 향하고 있다.
내 힘의 비밀을 밝히는 것이 먼저인지 카란이라는 자의 연구대상이 되는 것이 먼저인지......
에디를 계속 대기상태로 가동중이다.
에너지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다시 그 노인을 만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