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봐! 네 옆에 있는 건 나야.. (6)

새끼손가락2003.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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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엥.. 이 녀석.. 이 표정은 또 뭐댜냐...'

 

조금 전까지 살벌한 눈빛으로 노려보다시피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던

 

녀석의 얼굴이 믿기 어렵다는 듯, 녀석의 얼굴에 어울리지도 않는

 

주름까지 잡아가며 아래위로 훑고 있었다.

 

‘뭐.. 뭐야! 이 녀석..’

 

“혜인아, 어! 뭐야.. 혜인인 선우 알아 본 거야?”

 

혜인이 잠시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녀석을 보고 있는데 언제 내려왔는지

 

녀석의 뒤편에서 성민이가 말했다.

 

‘누굴 알아봐? 선우? 선우가 누구야.. 혹시 이 녀석을 두고 하는 말인가? 선우..

 

어디서 들어본 이름 같기도 한데... 그러고 보니 이 녀석..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었어.

 

어디서 봤지?’

 

혜인인 선우를 떠올려 보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 보았다. 하지만 며칠 전에 모습만이

 

떠오를 뿐 도무지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혜인인 녀석의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 다시금 녀석의 얼굴을 주시하며 녀석의 이름을

 

되뇌어 보았다.

 

선우.. 선우.. 이.. 선우... 한 순간 자신도 모르게 떠오른 이름... 이. 선. 우.

 

‘헉.. 이.. 이 녀석이 그.. 그 이 선우? 그 안소니 이 선우란 말이야? 세상에...

 

우째 이런 일이... ㅇ_ㅇ’

 

혜인인 믿을 수 없다는 듯 녀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그때까지도 그 녀석 또한 믿을 수 없다는 듯 조금 불쾌한 표정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를 보고 있는 두 사람은 모르고 있었다.

 

지금 두 사람의 표정이 똑같다는 것을...

 

잠시 뒤 성민으로 하여 무리들 사이에 자리를 잡고 앉은 혜인과 다시금 그 무리에 끼게 된 선우.

 

혜인인 성민이 옆에 뭐가 그리 불만인지 인상을 구기고 앉아 있는 선우를 바라보았다.

 

무엇이 저 녀석을 저렇게 변하게 한 것일까... 안소니...

 

어렸을 때 저 녀석을 모두가 안소니라고 불렀었다.

 

언제나 웃는 모습으로 정말 만화 캔디에 나오는 안소니 브라운처럼

 

따뜻함과 다정다감함으로 모든 이들을 대하던 녀석...

 

세상이 저 녀석을 변하게 한 것일까...

 

아니야, 세상 탓으로 돌리기엔 아직은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은 세상인걸...

 

그렇다면... 그렇다면...

 

혜인인 며칠 전 녀석을 처음 보게 된 순간을 떠올려 보았다.

 

'혹시.. 혹시 내가 저 녀석을 잘못 판단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날 저 녀석은 나라는

 

것을 알아보고 내가 조금 이상해 보이니깐 걱정스러운 마음에 자신의 차에 태웠던

 

것이 아닐까... 솔직히 그날은 민호 때문에 정신이 조금 없었잖아. 저 녀석 차에 탔는지

 

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였으니깐... 그래, 맞아. 그렇게 된 거였어.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개망신이 어쩌고 그랬고... 아무리 천사 표 안소니 선우라고 해도 그런상황에서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은 당연해. 그래, 맞아. 저 녀석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거 없어.

 

저 녀석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천...’

 

고개까지 끄덕거리며 열심히 생각하던 혜인. 자신의 생각이 맞다는 결론과

 

변하지 않았다는 녀석에 대한 뿌듯한 마음에 미소까지 지으며 다시금 녀석을 바라보았고

 

자신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리는 녀석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녀석의 눈과 마주친 순간 생각과 함께 혜인의 입가에 띄워졌던 미소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입구에서처럼 매서운 눈빛으로 ‘뭘 봐! 눈깔아.’ 라는 듯 눈을 아래로 내렸다 올리는 녀석.

 

혜인의 표정도 차갑게 변하며 눈빛 또한 날카롭게 변했다. 그리고 생각 또한 천사가 아닌

 

늑대로 아니, 악마로 돌변했다.

 

‘허.. 천사는 무슨 얼어 죽을 천사! 저 녀석은 애처부터 양의 탈을 쓴 늑대였어..

 

아니, 천사의 가면을쓴 악마!’

 

그렇게 또다시 표정과 눈빛으로 신경전을 벌이게 된 두 사람..

 

옆에서 보면 눈싸움이라도 하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혜인아... 혜인아!!”

 

조금의 흔들림 없이 녀석을 쏘아보고 있던 혜인,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녀석을 쏘아보던 눈빛 그대로 고개를 휙 하니 돌렸다.

 

“야.. 너.. 왜 그래?”

 

자신의 눈빛에 흠칫 놀라며 당황해 하는 미경이...

 

“어?.. 어.. 헤.. 아니야, 그냥 눈에 뭐가 들어가서 힘을 좀 주고 있었어.”

 

“기지배! 놀랐잖아. 우시..”

 

라고 인상을 찡그리며 말하는 미경이.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순간 표정이 바뀌며

 

무슨 열광의 도가니 속에 휩싸인 듯 눈까지 반짝거리며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미경이.

 

그런 미경이의  모습에 좀 전까지 벌였던 선우 녀석과의 신경전을 잊어버린 채

 

씁쓸함이 전해지는 혜인이었다. 무슨 말이 나올 것인지 혜인은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야, 그나저나 민호 정말 멋있더라. 어쩜 그렇게 멋있냐? 햐.. 멤버들 다 멋있는데.. 그

 

중에서도 민호가 제일 멋있더라.”

 

며칠 전 방송에 나온 민호.. 그래, 나도 봤어. 나의 민호...

 

“헤.. 우리 민호가 한 인물 하잖아.”

 

태연하게 웃으며 어깨까지 으쓱거리며 말하는 혜인이...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왔다.

 

“야~ 나도 봤는데, 민호 그 자식 진짜 멋있더라. 메이크업까지 해서 그런지 이목구비가

 

또렷또렷한 것이햐... 진짜 환상이더라...”

 

성민이었다. 성민이도 한 인물 하는데.. 겸손하기는...

 

혜인은 성민일 보며 당연하다는 듯 과장대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렇게 한 동안 민호의 대한 얘기는 계속되었고 혜인인 웃으며 맞춰주었다.

 

예전과 다름없이 여전히 사이좋은 민호와 혜인이라는 듯 그렇게 웃고 있는 혜인이...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겉으로는 밝게 웃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울고 있는 혜인이라는 것을...

 

그런데 그렇게 힘겹게 유지하고 있는 혜인의 밝은 표정을 한순간

 

당황스러움으로 변하게 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혜인아, 민호한테 연락 좀 해 봐. 첫 방송 출연 축하한다고 말이라도 전해 주게.”

 

최 미경. 자신의 심정을 모른 채 처음부터 민호의 얘기를 꺼냈던 아이...

 

민호와 몇 번 만난적도 없으면서축하 인사는 무슨... 하지만 변명일 뿐

 

혜인인 민호의 연락처를 모르고 있었다.

 

민호와 헤어지고 다음날. 기다리겠다는 말을 하기 위해 민호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했었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

 

생각지도 못한 안내 멘트.. 잘 못 누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몇 번이고 다시 눌렀던 번호...

 

똑같았다.

 

딱딱한 어조로 잘못 거신 전화라고 안내를 해 주는 여자의 목소리...

 

소속사에 의한 것이리라 생각하며 애써 잊고 있었던 일...

 

지금 이 순간만큼은 혜인도 어쩔 수가 없었다.

 

“어? 어.. 그게.. 어.. 그래 전화한번 해 볼게... 근데 아마 연락 안 될 거야. 바쁘다 보니깐

 

연결이 안 될 때가 더 많거든...”

 

혜인인 애써 난처한 표정을 숨기며 천천히 자신의 휴대폰을 꺼내 들었고 기대감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미경과 다른 친구들의 시선을 느끼며 천천히 번호를 눌렀다.

 

‘지금 거신 번호는 결번이오니...’ 역시나...

 

“헤.. 연결이 안 되네.. 바쁜 가봐. 어떻게 하지?”

 

애써 웃으며 말하는 혜인.. 혜인의 눈이 조금씩 슬픔으로 젖어 들고 있었다.

 

이런 모습 친구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데...

 

혜인인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신을 보고 있는 친구들의 시선을 피했다.

 

하지만 그런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한 미경이 다시 한번 해보라며 재촉했고

 

혜인인 어쩔 수 없이 다시 자신의 전화기를 들었다.

 

누가 좀 도와주었으면..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누가 좀 도와주었으면...

 

그때였다.

 

“정 혜인!”

 

차가우리만치 아무 감정이 실려 있지 않은 목소리. 혜인인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모두가 앉아 있는 가운데 혼자만이 우둑하니 서서는 여전히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녀석...

 

이 선우였다.

 

“너, 나하고 아직 끝내지 못한 얘기 있지.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