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우스의여자(25)

써니2007.11.07
조회909


#25. go back


업혀 있던 날 서서히 내려 준 뒤 날 바라보았다


“방금 뭐라고 말했습니까”


이번엔 그의 눈을 보고 말하였다

그의 등을 보며 고백할 때 보다 눈을 마주 보니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당신을 좋아해요..”

“지금 그 말을 날 더러 믿으라는 말입니까”


신은준이 나를 좋아한다고 말 했을때 난 그게 사실인지 알면서도 장난으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이 남자의 눈빛은 지금 내말을 진심으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 이었다

난 애써 웃으며 말하였고 그와 눈은 마주치지 못한 채 땅을 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게 말이에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요”

“한지유씨”

“춥다.. 강민한씨 우리 그만 가죠, 바람 많이 부네요”


웃는 나의 모습에 비치는 눈물을 보았는지.. 그는 진심이란 걸 알아차린 듯 했다


돌아서서 가려는 나의 팔을 그가 잡았다

 


“한지유씨 난 지금..”

“알아요 강민한씨가 이렇게 친절하게 말 안해줘도 나 다 알아요, 강민한씨 옆엔 이제 진수아씨도 돌아왔고 강민한씨가 엄청 바쁜 사람인 것 도 알고요.. 그리고 .. 그리고.. 강민한씨 마음속에 나 없는 거 아니깐 이렇게 거절할 필요도 미안해 할 필요도 없어요..”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서서히 나의 팔목을 놓았다


난 다시 억지웃음을 지었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에서는 눈물이 금방이라도 떨어 질 것 같았다

 

 


“강민한씨 나 지금 고백한 거 강민한씨 때문에 고백한 거 아니예요, 내 마음 편할려고 말한거예요 27살이나 돼서 자기 마음하나 표현도 못하는 건 너무 우습잖아요.. 그래서 고백하는거예요 강민한씨 불편해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내 마음 편하겠다고 말한거예요.. 나 이기적이죠?” 


무거운 그의 표정보다 더 무겁게 닫혀 있던 그의 입이 힘겹게 열렸다


“나.. 한지유씨가 좋아해 줄 만큼 좋은 사람 아닙니다”

“알아요”

참고 있던 눈물이 한 방울 흐르기 시작했다


“나 때문에 한지유씨가 힘들어 질지도 모릅니다”

“알아요” 


한 방울 흐르던 눈물은 어느새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작던 내 목소리도 점점 커지고 있었다

그의 말처럼 힘들고 아플 걸 알면서 그를 좋아하는 자신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다


“나 좋아하면 안 됩니다”

“그것도 알아요, 알아요... 다 알아요... 나도 다 안단 말이예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트렸다


어떤 음식을 먹지 않겠다고 다짐 한 뒤 어쩔 수 없이 그 유혹에 빠져 그 음식을 먹게 된다면 평소 보다 더 많은 양의 음식을 먹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나도 그랬는 걸까 .. 강민한씨 앞에서 만큼은 절대 울지 않겠다 다짐하였건만 평소보다 더 많은 울음을 토해냈다

마치 병원에 가지 않겠다고 때 쓰는 어린 아이처럼..


그가 그녀의 머리 위로 손을 올리려 하였으나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는 손을 멈춘 채

그녀를 바라 볼 뿐 이었다


지유의 울음소리가 점점 작아지며 훌쩍이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강민한씨”

“다 울었습니까”

“나 지금 창피해서 고개를 못 들겠어요 그러니까 부탁 하나만 할께요”

“말해보세요”

“내가 강민한씨 이름 부를 때 까지 눈 가리고 있어줘요”


그는 눈을 가렸다


“내가 부를 때 까지 절대 눈 뜨면 안되요.. 그럼 반칙 이예요..”

“알겠습니다”


그가 눈을 가린 동안 지유는 도로가로 뛰어가 택시를 잡기 시작했다

택시는 바로 잡혔다

택시를 세워둔 채 지유는 민한의 이름을 크게 불렀다


“강민한씨 이제 눈 떠도 되요”

민한은 가리고 있던 손을 때고 지유가 있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멀지 않는 가까운 거리에 그녀가 있었다

그가 그녀 쪽으로 한걸음 걸었을 때 울음을 그친 그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강민한씨 움직이지마요”

그녀의 말에 그는 걸음을 멈추었다


“이제 나한테 그만 다가오세요..”


슬프면서 담담한 그녀의 목소리가 조용히 그의 마음속을 파고 들어갔다


“우리 그만 돌아가요.. 이제 진짜 go back해요 조금 전에 내가 강민한씨한테 말한 고백 말고 go back.. 되돌아가요 우리가 만나기 이전으로 돌아가요...이제 그럴 차례예요..”

 

“한지유씨”

“짝사랑이라는 거 나랑 너무 안 맞아요 더는 못해먹겠어요 그러니깐 우리 이제 돌아가요.. 강민한씨와 내가 만난 괌 이전으로 돌아가요.. 차가운 눈을 하다가 가끔 웃어주는 모습이 예쁘고 가진 게 많아 보이지만 아직 못 가진 게 더 많은 한 남자를 내가 잊을께요, 그러니깐 강민한씨도 매일 이상한 말이나 하고 술주정이나 하고 놀이공원에도 못 갔다고 놀리는 그런 한 여자를 잊으세요.. 할 수 있겠죠?”


“한지유씨는 할 수 있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였다


“강민한씨.. 이제 진짜.. 안녕..”

 


택시를 타고 그의 곁을 떠나버렸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말한 고백 이었다

모든 걸 새롭게 돌릴 차례다

그러고 싶다

당신이 없는 그곳에서 난 행복할 수 있을까?

지금은 go back할 시간이다


그 후로 그는 나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다

파리로 떠나기로 확정을 지은 나는 준비 할것이 많아 바쁜 하루들을 보내고 있었다

강민한과 헤어지고 집으로 가는 택시 안에서 팀장님에게 전화를 걸어 파리로 가겠다 말하였다 운이 좋았는지 연말시즌인데도 불구하고 비행기좌석을 구할 수 있었다

이제 정리해야 할 건 하나씩 정리를 모두 하였다


이렇게 바쁘게 지내다가 떠나 버리는 거야..

 


사무실 책상에 있는 나의 모든 짐들을 챙기고 직원들에게 인사를 건 낸 뒤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나의 짐이 무겁다며 주연이가 배웅을 해 주었다

“이제 그만 들어가봐”

“응.. 그럼 내일 밥이나 한끼하자.. 꼭 한식으로 먹자”

“왜?”

“왜긴 왜야.. 이제 거기 가면 느끼한 음식만 먹을 텐데.. 내일은 꼭 한식으로 먹자”

 

 


난 느끼한 음식을 좋아한다

하지만 아무리 맛있는 음식일지라도 한국음식을 따라 갈 순 없다

왜냐하면 난 한국에 길들여진 한국 사람이니깐


주연이와 회사 문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 멀리서 한 여자가 보였다

그녀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날 보고 환하게 웃어 주었다


“진..수아씨...”


“곱게 늙은 여우구만..”

진수아를 발견 한 주연이가 말하였다

주연이와는 가벼운 작별 인사를 한 뒤 날 찾아온 진수아와 함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그러게 말이예요.. 나도 모르게 지유씨한테 와버렸네요”

“할 말 이라도 있는 거예요?”

“은준이한테 대충 얘기는 들었어요.. 파리로 떠난다고..”

“네..”

“은준이가 많이 섭섭해 할 것 같네요.. 여자를 친구로 옆에 둔 적은 흔하지 않은 일이라 지유씨에 대해 많이 궁금해 했어요.. 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신은준이 웃게 만들어 주고 싶어 하는 여자, 강민한을 웃게 만드는 여자.. 그게 지유씨더라고요..”


조용한 말이었지만 그 말 속에는 많은 의미와 그녀의 감정이 묻어나왔다

 


“솔직히 말할께요 나 지유씨가 떠난 다는 말 듣고 기뻤어요.. 우습죠?.. 나 불안했었거든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 잘 모르겠어요..”

“내가 한국에 와서 해야 할 일이 있다고 말 한 거 기억하죠?”

“네..”

“그 일 아직 못했거든요 그래서 많이 불안 했어요”

“......”

“민한이를 찾는 게 내가 해야 할 일이예요”

“지금 강민한씨랑 다시 만나고 있는 거 아니예요?”

“아니예요.. 저도 당장이라도 그렇게 될 줄 알았는데.. 민한이가 마음을 잘 안 여네요 그래서 불안했어요 특히.. 지유씨가 민한이 옆에 있는 거 많이 불안했어요”

 


당연히 그와 그녀가 만남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본 그는 그녀를 아직도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그녀가 사귀지 않는 다 하여 나에게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전..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요”

“지유씨가 그렇다고 말하니 다행인 것 같기도 하고.. 나 크리스마스때 민한이한테 프로포즈

할꺼예요”

“왜.. 그런 말을 저 한테 하는 거예요”

“그냥.. 그냥 지유씨가 알고 있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

“.......”

“지유씨가 다시 한국에 오면 우리가 만날 일이 있을 줄 모르겠지만.. 전 개인적으로 다시는 안봤으면 좋겠어요..”

“다신 볼 일 없을 꺼예요”

“지유씨 참 좋은 사람이예요.. 이쯤에서 마무리 돼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아요 파리 잘 다녀와요”

 

 


그녀의 말은 짧았지만 난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그녀는 내가 강민한의 옆에 있는 걸 싫어했으며 아니.. 불안해 했으며, 다시는 마주치지 않길 바라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녀의 쓸데없는 불안일 뿐 이다

난 그에게 아무것도 아닌 존재이며 아무것도 될 수 없는 존재이다


 

문득 생각이 났다. 이인우의 결혼식 날을 맞추어 떠났던 괌 여행

본의 아니게 진수아가 강민한에게 프로포즈 한다는 날이 내가 떠나는 바로 그날이다

크리스마스. 그날 모든 걸 훌훌 털어버리고 떠날 것 이다

날 아는 사람보다 날 모르는 이가 더 많은 그 곳으로


떠나기 하루 전날은 신은준과 함께 하게 되었다

 

연말이라 한창 바쁜 쇼핑몰 대표는 오늘 밖에 시간이 나지 않는 다고 하였다

‘다행이다 아슬아슬 하게 니 얼굴 보고 갈 수 있게 돼서‘

 


그와 저녁을 먹었다

강민한과 처음에 식사를 하던 곳 보다 더 고급스러운 레스토랑 이었다


“야.. 여기 너무 비싼 거 아니야?”

“실컷 다 먹어 놓고 이제 와서 걱정하는 척이냐?”


정곡을 찔렀다

무안한 나는 헛기침을 하였다


“내일 몇 시 비행기야?”

“밤9시”

“니가 도망자냐? 왜 그렇게 늦게 가는데”

“왜냐면 밤 비행기가 싸거든”

“한지유 답다”

“칭찬이야? 욕이야?”

“칭찬이다 칭찬”

 


오랜만에 밝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너 민한이 형 한테는 말 안하고 갈 생각이야?”

“응”

“그렇게 훌쩍 떠나버리면 후회 할텐데”

“벌써 후회 할 짓 했어”

“설마”

“응 강민한씨 한테 좋아한다고 고백했어”

“그래서?”

“그래서는 무슨 그래서야.. 끝이지 end”

“너 설마 그것 때문에 파리 가는 거야? 나랑 민한이 형 때문에..”

“솔직히 두 남자를 피하고 싶은 것도 사실인데 그 이유가 전부는 아니야..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야.. 나 잘하고 싶어“

“그럼 너 이메일 주소나 알려주라”

“신은준..”

“갑자기 목소리는 또 왜 까냐.. 이럴 때 마다 겁나더라”

“나 이제 너랑 연락 안 할꺼야”


신은준은 고개를 삐딱하게 한 채 내 얘기를 들었다

 


“너랑 계속 연락하면 강민한씨랑 계속 엮일 꺼야.. 그럼 1년 후에도 난 힘들어 질꺼야..”

“결국 민한이 형 때문에 또 날 버리는 거네”

“그런게 아니라..”

“그런거 맞아 니가 아니라고 해도 그렇게 되버리네”

“미안.. 너 한테는 항상 미안해”

“남자로써가 아닌 친구로써 신은준이 이정도 밖에 안되는 거였냐.. 씁슬하네”

 


미안한 마음에 고개를 계속 떨구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이기적인 나였다

하지만 신은준과 만남을 계속 한다면 분명 강민한과 마주칠 것이고 나, 강민한, 신은준, 진수아 우리 네사람은 모두 힘들어 질것이다

지금 이쯤에서 모든 걸 끝내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난.. 그렇게 생각한다

 


“이보게 고개를 들라”


신은준이 고개 숙인 나를 보고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서 고개도 못들겠다”

“너무 미안해 하지마라 니 마음 이해하니깐 그 보다 늦겠다 빨리 나가자”

“응? 어딜가”

“꾸물거리다가 진짜 늦겠다 일어나”


신은준은 한강으로 날 데리고 갔고 함께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 표는 언제 구한거야..”

“감동이라도 받았냐?”

“음.. 쪼금.. 겨울 바람 추운 줄 만 았았는데 오늘은 따뜻하네”

“벌써 감동 받으면 곤란한데”

“응?”

“1,2,3, 땡”


시계를 보며 카운트를 세던 신은준 머리 위로 폭죽이 터졌다

그리곤 음악이 울려 퍼졌다

그러고 보니 유람선에 승객은 우리 두 사람 뿐 이었다


“신은준..”

“너 간다고 기뻐서 열어 주는 이벤트 아니야”

“.......”

“너 조금이라도 웃으면서 가는 모습 보고 싶어서 준비한 이벤트야.. 그러니깐 웃어”

“이렇게 웃으면 돼?”


그를 향해 입이 째지도록 웃었다


“고마워.. 정말 고맙다”

“한지유 만약에 우리 1년 후에 다시 만나게 되면 어떻할래”

“글세.. 어떻할까”

“니가 나 먼저 보게 되면 그땐 뒤도 보지말고 도망가”

“........”

“만일 내가 너 먼저 보게 되면 그땐 절대 니 손 안 놓을꺼다”


만약 니가 나와 다시 만난다면 그땐 내가 널 받아 줄 수 있을까..

우리가 만날 운명이라면 만나겠지.. 기다려보자 너도.. 나도..



떠날 시간이 다가 오고 있었다

지금 이 시간쯤이면 진수아씨가 강민한씨에게 고백을 했을까..

떠나는 내내 그 생각이었다


그 시간 진수아와 강민한은 식사를 하고 있었다

“이 집 음식 맛있지?”

“응”

“민한아 나 너 한테 할 말 있어”

“잠깐만..”


강민한은 진수아의 말을 듣지 않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형 나야, 옆에 수아누나있지?”

“어 왜”

“그럼 내 말만 들어”

“...........”

“한지유가 말하지 말랬는데.. 말해야겠다 한지유 오늘 파리로 떠나”

“..........”

“9시에 떠나니깐 지금 빨리 가면 만날 수도 있겠다”


강민한은 전화를 끊고 난 뒤 멍하게 있었다

“민한아.. 왜 그래..”


강민한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섰다


“민..한아..”

“미안 나 가봐야해”

“어딜 가는데..”

“미안하다”


그는 한지유가 있는 공항으로 빠르게 차를 몰았다

하지만 크리스마스저녁시간의 도로는 차들로 막혀 있었다


“한지유.. 제발 조금 만 기다려줘..”


지유가 떠난 다는 말에 한치의 주저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 나 버린 민한이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늦게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린 강민한은 한지유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 늦게 알아 버린 탓일까

강민한이 공항에 도착하였을 땐 이미 한지유가 떠나고 난 뒤 였다

 

----------------------------------------

 

파랑새님 가슴이 답답하다고 하시더니 지금은 괜찮아 졌을 지 모르겠네요

우리모두 힘내여 ! ^^